보육노동자 간담서늘한 계약서
어린이집연합회 `퇴직금 배제’ 등 담은 근로조건 제시
노조측 “노예문서” 반발… 연합회 “공식 발송 아니다”






광주광역시어린이집연합회(이하 연합회)가 최근 민간보육시설에 내려 보낸 교사 근로계약서가 전근대적 노무관리를 규정하고 있어 파문이다.

`퇴직금은 1년 60만원’ `원장 직권 퇴직땐 퇴직금을 전액지불하지 않는다’ 등 근로기준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전국보육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이하 보육노조)는 20일 성명을 내 “광주어린이집연합회는 보육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보육환경을 악화시키는 근로계약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보육노조가 근로계약서 내용 중 문제삼는 부분은 근무규정, 급여 및 퇴직금, 계약기간 등 곳곳이다.

계약서에는`원(어린이집)의 특별한 일이나 당직 등 원 운영상 필요시 연장근무나 특근을 하기로 동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보육노조는 “보육노동자는 하루에 평균 10시간이 넘게 일을 하고 있는데도 노동자들과의 `합의’없이 연장근무를 시키겠다는 의도”라며 “계약서는 초과근무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급여 및 퇴직에 관한 규정에서 `퇴직금은 1년에 60만원으로 하고, 어린이집 운영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원장 직권으로 퇴직시켰을 때는 퇴직금을 전액지불하지 않는다’ 등을 담고 있다.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교사의 근로계약기간은 입사일로부터 1년으로 한다’고 명시한 것과 관련해서도 보육노조는 “보육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가중시켜 안정된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조건을 앗아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계약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및 민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겠다’는 마지막 단서 역시 보육노동자 숨통을 조이는 것”이라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연합회는 “오해”라고 펄쩍 뛴다.

“시설의 대표들이 근로계약서 작성에 대해 자문을 구해와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계약서를 내려받아 보내줬다”는 것이 연합회의 주장이다. 또 “연합회 전체 회원에게 보낸 것도 아니고 5명에게만 보냈다”고 덧붙였다.

연합회 관계자는 “각 시설의 형편과 법에 맞게 수정해서 사용하라고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껏 보육현장은 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 한 장 써보지 못할 정도로 열악했다. 그러다 지난해 보육시설평가인증제가 도입되고 시설의 대표들이 근로계약서를 준비하면서 이번 파문이 불거졌다.

그러나 보육노조는 “공식, 비공식을 떠나 보육노동자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면서도 노예문서 같은 내용을 참고하라고 보냈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든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반발했다.

지난해 2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월급여로 80만원 미만을 받는 보육노동자들이 25.7%였다. 일일 평균 근로시간은 10.05시간이었다. 또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민간보육시설이 전체 보육시설의 88% 이상(여성부 2005년 6월 기준)을 차지할 만큼 대부분의 보육교사들의 처우가 열악한 실정이다.

조선 기자 su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