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8 3차 범국민대회를 성사시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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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파르티잔 IP 222.109.243.17
작성일 2006년 06월 19일 01시 22분 36초

오늘 6.18 3차 범국민대회를 성사시켰습니다.



저는 오늘 투쟁의 의미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1. 투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 일주일 전쯤 어디선가 얼핏 들은 이야기인데, 청와대 비서관 중 한명이 이런 말을 했다지요. 청와대에서는 6.18 대회가 평택 투쟁의 마지막으로 본다라고 했답니다. 글쎄요. 그들의 그러한 판단을 밑받침 해주듯, 사회진보연대 회원들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6.18 대회 자체에 대한 긴장감이 너무 없다는 지적들도 많았지요.

- 하지만 오늘 보십시오. 평택 동서남북에서 진입을 시도하여 팽성땅으로 진입해들어온 수천의 대오를 생각해보십시오(민중의 소리 집계 약 4천대오, 연합뉴스 집계 약 2500대오 등. 적어도 2천명은 넘었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 투쟁의 기본 동력이 되는 대중조직들의 상황(6.15 대회의 피로도, 학생들의 기말고사 기간 등)이 녹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회운동단체들이 연속되는 강경투쟁으로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부의 예상과 여러 활동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수천의 대오가 팽성땅에 집결하였습니다. 이 자체가 우리가 쉽게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입니다.

- 투쟁은 절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2. 팽성 주민들의 사기가 고양되었다.

- 수천명의 대오가 도두리 일대를 뒤엎고 있을 때 즈음 대추리 평화공원에서 범국민대회를 성사시킨 주민들과 여러 활동가들은 도두리에서 함께 합류하기 위해 범국민대회를 서둘러 마치고 행진에 나섰습니다.

- 정부에서 어떤 판단을 하였는지 잘 모르겠으나 명확한 것은 대추리 일대에는 기본 경계병력만 남겨두었다는 것입니다. 입구에는 부산에서 올라온 오합지졸 부대가 있었고 이들의 저지선을 돌파하고 2차 저지선에 막다뜨렸을 때는 서울에서 온 기동대 1개 중대만 있더군요. 이들의 저지선을 여유있게 다시 돌파한 후 도두리로 진입하였습니다. 아무튼 경찰은 정예병력은 외부에 집중 배치하고 대추리 일대에는 소수의 병력만 배치한 듯 합니다. 아마도 대추리에서의 범국민대회를 깔본 것이겠지요. 대추리에 모인 그 사람들이 뭘 할 수 있겠냐며 깔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범국민대회 대오는 주민들과 함께 이들의 저지선을 차례로 붕괴시키면서(차라리 저지선을 유린했다고 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도두리 마을회관까지 진출하였습니다.

- 이때 특기할만한 것은 마을 주민들이 낙오자가 거의 없이 도두리까지 오셨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도 힘겹게 논두렁을 뛰었고 언덕을 기어오르고 웅덩이를 건너고 했는데, 그 연세 많은 주민들께서 우리와 함께 걷고 뛰며 도두리까지 오셨습니다.

- 이 주민들께서는 너무나도 신나 보였습니다. 뭐랄까. 해방감을 느끼는 듯해보였다고 해야할까, 승리감? 외곽에서 진입하고 있는 대오들에게서 얻은 자신감? 글쎄요. 아무튼 너무나도 기뻐하셨고, 너무나도 신나하셨습니다. 저도 이것이 참 인상깊었고 오래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 경찰병력이 상주하고 온갖 협박, 회유를 당하면서 상당히 침체되어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범국민대회 성사의 목표의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주민들의 사기를 높이는 것이기도 했구요. 이번 범국민대회를 통해 이 목표가 일정 정도 달성된 듯 합니다. 이른바 '외부세력'이 절대 죽지 않았음을 알렸습니다. 주민들이 홀로 남겨진 것이 아님을 선포하였습니다.

- 마을 주민들은 경로잔치 분위기의 마을잔치 등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지원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투쟁의 피로와 긴장감을 풀 행사들도 중요하지만 그분들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른바 '외부세력'들의 헌신적인 투쟁입니다.

- 이제 관건은 다시 질긴 투쟁을 벌여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7월에 등장할 새로운 국면(강제철거)에 더 적확한 전술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머리를 맞대 봅시다.





3. 집회 참가자 또는 미군기지확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사기가 고양되었다.

- 5.14 2차 범국민대회 이후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회의감(이렇게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투쟁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등)이 만연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5.14 투쟁이 5.4~5.6 투쟁을 이어받아 정세를 최대한으로 상승시켜내지 못한 것에서 연유한 것이었으며, 이는 5.14 투쟁의 전술적 패배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 그러나 이번 6.18 투쟁은 그간의 답답함을 한방에 날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평택 투쟁의 특성상 5.14 투쟁 만큼의 지나치게 긴 도보행진, 가도가도 끝이 없는 넓은 들판을 헤매는 어려움 등은 여전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투쟁은 그 전술적 목표가 명확하였기에 대중들이 대추리로 들어가기 위한 여러 방도를 찾는 과정에서 상당히 창발적인 방법들이 등장하였습니다. 전술의 목표가 명확하였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 5~6월로 이어지는 여러 정세적 국면들 속에서 우리는 분명한 교훈을 얻고 있습니다. 전술적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리고 그 목표가 얼마나 분명하냐에 따라 대중들의 행동이 창발성을 가질 수도 질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교훈을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번 투쟁을 하면서 온갖 에피소드 혹은 무용담들이 또 있지요. 드넓은 들판, 논바닥 위에서의 전술들이 생경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이야기 꺼리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했건 오늘 우리는 전술적으로 승리하였습니다. 이 전술적 승리를 전략적 승리로 끌어당겨오는 것이 관건이겠지요. 결국 다시 끈질긴 지구전으로 돌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7월에 있을 제 3차 평화대행진을 대중적으로 조직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