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사회협약 체결

저출산·고령화 사회협약 체결

정부, 국공립보육시설 30%까지 확충…노사, 임금체계·정년제도 개선키로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이 20일 체결됐다. 지난 1월26일 출범한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공동의장 한명숙 국무총리,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강신호 전경련 회장)는 5개월간의 논의를 마치고 국공립 보육시설 30%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사회협약에 합의하고 20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체결식을 가졌다.<사진>

이날 체결식에는 한명숙 국무총리,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이수영 경총 회장,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 김용구 중기협 중앙회 회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윤영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 이선종 참여연대 공동대표, 지관 스님,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객원사진기자


사회협약 내용은 뭔가

이날 최종 체결된 사회협약은 ‘출산과 양육에 어려움 없는 사회 실현’, ‘능력개발과 고용확대’,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 기반구축’, ‘모든 사회 주체의 실질적 역할 분담’ 등 모두 4장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임금체계 개편과 연동된 정년제도 개선 방안 △연금제도 개선 부분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 저출산 대책 = 정부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보육아동기준 30% 수준으로 확충하고 이를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반영키로 합의했다. 또한 노사는 직장보육시설 확충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정부는 지원키로 했다. 아동양육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지원대상의 소득수준을 고려해 보육료 및 교육비 지원을 확대키로 했으며, 정부는 아동수당제도의 도입 시기, 방안, 재원 등을 검토키로 했다. 노사는 육아휴직이 고용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업문화와 인사관리제도 개선에 노력하고, 정부는 대체근로의 활성화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노사는 남성에게도 출산·양육의 공동책임을 인식하며 휴직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정부는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또 노사정은 부담의 사회화 수준을 높이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비정규직에게도 확대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 고령자 대책 = 정부는 고용보험 등을 통해 여성과 고령자의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에 대한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또한 노사정은 여성고용을 확대하고 고용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계획과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사정은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고령자 고용확대를 위해 노사는 중고령자 친화적인 인사관리·작업조직의 도입과 직무수행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노사는 임금체계 개편과 연동된 정년제도의 개선방안을 논의하며, 정부는 제도적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 연금제도 개혁 = 연석회의는 △사각지대 해소 △지속가능성 제고 △형평성 제고의 3대 원칙 하에 공적연금제도 개혁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조속히 합의안 마련을 위해 노력키로 했다.

이를 위해 노사는 퇴직연금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키로 했으며 정부는 퇴직금의 퇴직연금으로의 전환에 대한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 재정 마련 =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지출의 효율성 제고와 재원배분의 우선순위 확립 △세원 투명성 제고 등 조세의 형평성 제고 △비과세 감면 제도 등 조세지출의 합리적 개선 △국민합의에 기반한 조세·재정 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이 장 마련 등 4대 원칙에도 합의했다.


ⓒ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객원사진기자


사회 부문별 실천방안도 마련

연석회의는 공동 사회협약 이외에도 각 사회 부문별 실천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 경제계 = 출산 및 아동양육에 우호적인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 활성화, 정시퇴근 문화 조성, 임신부 노동자를 위한 여성노동자 휴게실 운영 등을 전개하겠다고 합의했다. 또 중소기업 노동자도 대기업 내 직장보육시설 이용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여성고용 활성화 방안으로, 시차출퇴근제, 탄력근로시간제 등 직장과 가장의 양립을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파트타임, 원거리, 재택근무 등을 활성화하고 있는 기업의 모델을 수집·개발하겠다고 밝혔다.

▲ 노동계 = 양대노총은 양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해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단체협약 지침을 통해 직장보육시설을 확충할 수 있도록 노사간 협의키로 했다. 또 한국노총은 올해 말까지 1단계로 1만명 규모의 자원봉사운동을 전개하고, 지역사회의 고아원, 양로원, 사회복지시설 등과의 자매결연을 추진키로 했다.
또 양대노총은 각종 제도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적용되도록 적극적 제도개선에 나서고 임금체계 개편과 연동된 정년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간 구체적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상자기사 참조>

사회협약 “추상적 합의…실천이 관건”

저출산·고령화 사회협약 체결식에 앞서 오전에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 지원단’ 홍영표 부단장은 “사회협약은 국가의 미래가 걸린 전략적 과제에 대한 종합적 판단해 정부와 사회주체들이 함께 노력하기 위한 것”이라며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여성과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하고 사회문화적 인식을 바꾸고 제고시키는데 이번 사회협약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사회협약은 노동계, 경제계, 종교계, 여성·시민사회단체 및 정부 등 사회 각 분야 전 부문이 망라돼 사회협약을 체결한 것은 초유의 일이라고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회협약은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추상적인 합의라는 점에서 실천이행 담보에 가장 큰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또한 이 사회협약이 나오기 전에 이미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기본대책시안이 발표됐다는 점에서 앞뒤가 바뀐, 사회협약은 ‘정신’만 강조한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이날 제기됐다.

이와 관련, 홍영표 부단장은 “연석회의에서 참여 당사자들이 현실 인식을 공유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여기서 세부적 합의가 되는 것이 사회협약은 아니며 (방향을 제시한 만큼) 앞으로 논의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사회협약에 합의하기까지 과정은 쉽지가 않았다. 구체적으로 명시된 게 무엇이냐, 모호하고 절충적이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 자체가 사회협약의 성격이며 정부와 참여 당사자가 고집하지 않고 합의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박 처장은 “앞으로 얼마나 실천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각계의 자발적 실천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객원사진기자


앞으로 과제는?

이에 따라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노사정이 각각 실천을 약속한 것이 얼마나 이행되느냐가 이번 사회협약의 관건인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주목받은 국공립 보육시설 30% 확충 합의는 앞으로 정부의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대표적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또한 연석회의가 3대 원칙 하에 공적연금제도 개혁방안을 논의하고 조속한 합의안 마련을 위해 노력키로 사회협약을 맺고 있는 동안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제 등을 반영한 국회에 연금개혁안을 제출하는 등 ‘따로 행보’를 하고 있는 것도 일종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박원석 처장은 “복지부가 특정한 모형을 제시하는 개혁안을 제출하고 연내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과연 정부의 입장인지 복지부의 입장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이같은 정부의 방식에는 문제가 많으며 정부가 밀어붙이기 이전에 정부는 원칙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저출산·고령화 대책 사회협약이 체결됐지만 여전히 정부와의 긴장관계가 전망되는 대목이다.

일단 연석회의는 앞으로도 계속 회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앞으로 사회협약의 이행담보를 위한 기구 구성 등 계속적으로 협약 이행을 점검하고 새로운 과제를 발굴해 가겠다고 밝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협약 조인, 한때 무산될 뻔
“임금피크제합의” 잇단 언론보도에 민주노총 ‘발끈’
20일 진행된 저출산고령화대책연석회의 협약안 조인식이 자칫 무산될 뻔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해 온 ‘임금피크제 확대’에 대해 국무총리실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한 민주노총이 조인 거부까지 검토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날 아침 한 공중파 방송사가 “저출산고령화연석회의에서 임금피크제 확대에 합의했다”고 보도하면서부터. 잠정협약안이 도출된 지난 16일에도 일부 언론에서 “임금피크제 확대에 합의했다”고 보도하면서 노동계가 국무총리실에 항의하고 국무총리실은 이들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등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진 바 있다.


지난 19일 민주노총 중집회의에서는 잠정협약안을 인준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중집위원들의 지적과 질문이 잇다른데 이어 저출산고령화 담당 부위원장까지 두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 또 오보가 터지면서 민주노총은 이날 예정된 협약 체결식에서 공식적으로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할 것을 국무총리실에 요구한 것. 하지만 국무총리실은 정오 때까지도 이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았으며, 조준호 위원장은 국제자유노련 집행위 회의 참가를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에게 “우리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조인을 거부할 것”을 지시했다.


김명호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한참 가정을 책임질 나이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해 착취하는 임금피크제는 절대 수용불가”라며 “이에 대한 확실한 대책 없이는 협약안 체결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결국 국무조정실은 보도자료를 내 “임금체계 개편과 연동된 정년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한다는 합의를 임금피크제 합의인 것으로 보도된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며 “노사 실무책임자가 모두 확인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를 확인한 민주노총은 협약안이 체결되기 1시간 전에야 조인식에 참가할 것을 결정했다. 노동계까지 참가해 도출됐다며 정부가 자랑한 사회적 협약이 조인 직전에 무산될 뻔한 것이다.


김학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