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퍼온 것인데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예전에 우스개로 늙어서 노인운동을 해야할 것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사실 지금 당장 필요한게 아닌가 합니다. 여기에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부분도 한번 생각해볼 점입니다.

연세가 80이 넘으신 우리 할머니께서는 시골에 혼자사십니다.
자식들이 도시에 살 것을 권유하였으나 도시생활이 안맞다며 거부하셨습니다.
농촌에는 노인들 사이의 공동체가 있으나, 도시에는 그런 것이
제대로 만들어지기도 힘들고, 농촌에는 소일거리로 농사라도 지으시지만
도시에서는 생산력이 없는 퇴물취급을 받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인수발보험에 대해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요양시설에 노인을 감금하여 죽게하는 것.. 즉
모두에게 짐이 되는 존재이므로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자하는 것.
이를 위해 법적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위해 저임금 여성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지요.

만약, 늙어서 그런 취급을 받는다면 어떨까요? 신자유주의하의 핵가족의 위기
에 대한 부르주아지의 대응방식이 매우 반인륜적이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에 대한 민중운동의 대응은 무엇이어야가?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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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부양의 상품화, 문제 있다!

- 노인수발보험의 의의와 한계


박 승 희 (성균관대 사회복지과 교수)


1. 노인수발보험은 무엇인가?




① 노인 수발보험의 개념

늙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노인은 누군가가 수발을 들어야 한다. 이 일에 들어가는 경비를 보험 방식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 노인수발보험이다. 늙기 전에 미리 수발보험료를 내고, 늙고 병들어 수발이 필요할 때 그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② 언제 도입되는가?

2008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2006.2.7일 국무회의는 치매, 중풍 등으로 타인의 도움이 절실한 65세이상 노인과 노인성질환을 가진 64세 이하 모든 국민에게 간병수발과 시설입소 등의 수발서비스에 필요한 비용을 2008년 7월부터 지급하는 ‘노인수발보험법안’을 확정했다(보건복지부 자료: http://longtermcare.or.kr/, 이하 수발보험에 관한 기초정보는 이에 의존함).


③ 누가 어떤 혜택을 받는가?

이 제도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2008년 7월부터는 치매나 중풍이 심한 65세 이상 노인(1-2급 중증노인) 약 8만5천명이 집에서 받는 수발(재가수발: 가정수발, 목용수발, 간호수발, 주야간보호수발, 단수보호수발)과 시설에서 받는 수발에 소요될 비용의 80%을 수발보험으로부터 받는다. 그러나 가족들이 노인들을 직접 수발을 드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돈을 지급받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치매와 중풍 등을 심하게 앓고 있는 노인들이 공인된 기관이나 시설로부터 수발을 받은 경우 수발비의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중증 노인들까지 포함하여 약 16만6천명의 노인들이 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한다.


④ 개인이 돈을 얼마나 부담하는가?

2008년부터는 중병 노인들의 기본적인 수발에 필요한 경비의 80%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할 것이다. 그래서 나머지 20%는 가족이나 노인 개인이 부담하여야 한다. 가족이나 개인이 월 20만원에서 30만원의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생계가 곤란하여 생계비를 국가로부터 받고 있는 ‘기초수급자’들의 경우는 수발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


⑤ 보험료의 부담은 어떻게 하나?

국민건강관리공단이 지급하는 수발비용은 공단이 건강보험료에 추가하여 각출하는 수발보험료에서 충당된다. 따라서 이 법이 시행되면 건강보험료를 낼 때 수발보험료까지 보태서 내게 된다. 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다.


⑥ 수발비 지원을 받는 절차는 어떠한가?

중병 노인이나 가족 등이 공단에 수발을 신청하면, 국민건강공단에서 조사를 한 다음 수발등급판정위원회에서 수발 등급과 급여 여부를 결정한다. 노인이 수발급여 대상자로 판정이 되면, 그 노인은 수발기관에 수발비의 20%를 지급하고 수발을 받게 된다. 수발을 제공한 기관에서는 수발비의 80%를 공단에 신청하여 받는다.


2. 이 제도를 왜 도입하는가?

① 노인 살해

옛날에 어떤 추운 지방에서는 노인들이 자기가 집안에 짐이 된다고 생각이 들 때 스스로 쪽배를 타고 나가 돌아오지 않는 풍습이 있었다. 이런 기력마저 없는 어떤 한 노인이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죽기 위해 물에 빠졌는데 몸이 제대로 가라앉지 못했다. 그러자 그 노인을 가장 사랑하던 딸이 “아버지, 머리를 담그세요. 그래야 가실 길이 훨씬 짧아질 거예요”라고 했다 한다(Beauvoir, 1994, 『노년』).

생산력이 낮은 단계에서는 노인들은 이렇게 버려지거나 살해되었다.

② 현대판 노인 살해

중산층의 자식을 둔 노인이 죽은 지 며칠 뒤에야 발견되었다는 언론의 보도를 심심찮게 접한다. 노약한 부모들이 자식들로부터 ‘축구공처럼 차이며’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는 경우도 우리는 주변에서 자주 본다. 내가 아는 사람은 장년의 자식들이 모여서 늙은 어머니를 시설에 맡기기 위해 어떻게 유기할지 모의하는 것을 (다방에서 우연히) 들었다고 한다.


③ 이러한 현대판 노인 살해나 유기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제도가 도입되었다.


3. 현대판 노인 살해는 왜 일어나는가?


① 한때는 노인 살해가 사라졌다.

생산력이 어느 정도 발전하고, 인간다운 삶에 관한 상식적인 문화만 정착되어도 노인 살해는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의 전통 사회에서는 효(孝)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서, 가난한 사회였지만 노인들이 가족들에게 비교적 잘 보호 받았다. 물론 영양과 위생이 불충분하여 노인들이 장수를 누리기 어려웠고, 따라서 노인에 대한 가족의 부담이 지금보다 작았던 점을 감안할 일이지만 아무튼 노인들은 대체로 인간다운 대접을 받았다.


② 가족 안팎 공동체의 해체와 노인들의 처지

자본주의적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가족과 그 밖의 공동체는 급속하게 해체되었다. 가족은 외부로부터 고립되고, 축소되어 핵가족으로 변모하고, 그 핵가족마저 형성되지 않거나 해체되고 있다. 개별화시키는 자본주의의 원동력이 거세게 몰아친 결과이다. 노인들이 보호받을 공동체가 깨져서 노인들의 삶이 고달파졌다. 이것은 산림(山林)이 파괴되면 동식물이 살기 어려워 진 것과 같다. 깨지거나 축소된 가족에서는 병든 노인은 고사하고 건강한 노인들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 어렵다.


③ 노인만이 아니라 가족도 힘겹다.

예전에도 ‘긴 병에 효자가 없다’고 했다. 옛날이라고 병든 노인 수발하기가 쉬웠을 리 없지만 지금처럼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았다. 그 까닭은 의료가 발전되지 않아 노인들이 병이 들면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수발을 협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치매 노인이 있는 경우 친척들과 이웃들이 자연스럽게 수발의 도움을 주었다. 그래서 주수발자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 수발을 들기란 참으로 어렵다. 주수발자는 친척이나 이웃으로부터 수발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이 경우 수발자는 감옥살이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더군다나 노동시장에 참여하면서, 일터와 삶터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일하는 중에는 노인들을 돌볼 수가 없다. 따라서 수발 노동력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데, 그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이 비용에 대한 부담을 월급쟁이들이 감당하기란 참으로 버겁다.


④ 사회복지가 없는 효는 살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노인부양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은 채, 효만을 강조한다면, 노인 살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4. ‘노인수발보험제도’의 의의


① 노인 방기나 살해에 대한 기존의 대응

물론 버려지는 노인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예전부터 있었다. 심지어 삼국시대에도 이런 노인에 대한 국가의 배려는 있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무료양로시설과 실비양로시설이 운영되었다. 무료 양로 시설은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을 국가가 재정을 부담하여 보호하는 곳이며, 실비양로시설은 가난한 중병 노인(이른바 ‘차 상위’ 계층 중병 노인)을 일이십만 원 정도의 돈을 받고 보호해 주는 곳이다. 이것이 이른바 ‘잔여(殘餘)적 사회복지’이다. 이것은 개인이나 가족이 시장에서 돈을 벌어서 스스로 노인 부양을 책임지게 하고(자유주의자들은 이것을 ‘시장과 가족에게 맡긴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은 수단일 뿐 책임 주체가 될 수 없다), 나머지만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 잔여복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무료나 실비양로시설 입소를 하려는 사람은 많고, 시설은 적은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② 노인 살해 등에 대한 보편적 대응 시도

가족제도가 튼튼하게 살아 있을 때에는 가족이 보호하지 못하는 노인만 궁한 노인이며, 이들만을 국가가 보호해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지금은 ‘가족의 약화’ 추세가 보편적이어서 모든 노인이 궁하다. 이 제도는 이러한 궁색함의 보편화에 대한 첫 대응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는다. 물론 그 출발에서야 대상이 일부의 중증 노인에 한정되고, 그 수발급여의 여부도 심사를 통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이 제도가 구차한 수준을 면할 수 없지만, ‘보편적 문제에 대한 배려’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


5. 문제는 무엇인가?


① 돈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가?

이 제도는 간단히 말해서 국가가 돈을 거두어서 수발을 위한 품을 사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돈만 주면 수발문제는 해결되는가? 그렇지 않다.


② 시설 부족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이 제도와 관련하여 흔히 제기되는 문제는 시설이 태부족한 상황에서 돈을 지급한다고 서비스가 이루어지겠느냐는 것이다. 갑자기 수발 구매 수요는 증가할 것이 빤한데, 시설을 늘릴 수 없을 때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답변은 빠른 시기에 시설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정부에서 개인들이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발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하려는 사람이 나설 것이다.


③ 대상자가 제한되고, 수발 서비스비가 상승하는 것의 문제

수발대상자가 중증으로만 제한된다는 문제점을 많이 지적한다. 그러나 이것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점차 늘려 가면 된다.

전액 무료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시설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비 급여 서비스’를 만들어서 공급하는 경우, 서비스의 비용이 상승하거나, 급여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급여 서비스의 폭을 넓히고, 비 급여 서비스에 대한 판매를 금지하면 된다.


④ 수발의 상품화만을 조장한다.

이 제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발 서비스가 상품으로서 공급된다는 점이다. 그 첫 번째 문제는 서비스의 질이다. 이윤의 법칙이 관철될 때 불량 식품의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수발도 이윤 법칙에 따라 상품으로 공급 될 때 불량 수발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불량 식품을 먹은 사람들이 건강의 해를 입는 것처럼 불량 수발을 받는 사람들은 생명과 인권을 위협 받을 수 있다. 이것은 노인복지가 잘 된 북유럽에서 왜 서비스를 상품으로만 공급하려는 것을 꺼려했는가를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수발보험의 도입과 관련되어 제기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수발 보험을 도입하는 것은 참으로 ‘용감한’ 짓이다.


⑤ 수발의 상품화는 가족과 이웃을 더욱 해체한다.

노인 수발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상품논리에 따른 개인주의의 물결이 가족 안팎의 공동체를 해체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수발의 문제를 상품화로 해결하려 드는 것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공동체가 완전하게 해체된 다음에 과연 인간은 행복할 수 있을까?


⑥ 수발노동자는 노인의 젖가슴을 만져 줄 수 없다.

나는 어려서 증조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젖가슴을 매일 저녁 만지고 잤다. 증조할머니는 귀찮으셨겠지만, 외롭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수발이 상품으로만 제공될 때, 수발은 가족 밖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질 것이다. 그 경우 노인은 가족에서 점점 분리된다. 수발 서비스의 공급에 관한 ‘규모의 경제’ 법칙이 작동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므로, 대형 시설에서 수발이 대규모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시설에서 누가 할머니의 젖가슴을 만져 줄 수 있을까? 더 행복한 수발을 위해서 젖가슴 만지는 것에 대해서도 돈으로 환산하여 지불할 것인가? 이는 얼마나 큰 낭비인가?

결국 사회복지 없는 효가 살인인 것처럼 효 없는 사회복지는 사육(飼育)일 뿐이다.

6. 제안


① 시급한 것은 공적인 서비스의 전달체계의 건설이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공동체의 문화를 북돋울 수발체계의 조성이 시급하다. 예컨대 종합사회복지관을 크게 늘려, 이곳을 중심으로 노인들의 재가 수발과 시설수발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그래야 노인이 공동체와 가족에게서 고립되지 않는다. 그리고 가족과 이웃의 자원봉사가 이루어진다. 이런 구조에서만 건강한 노인이 부업이나 자원봉사를 통해서 수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동양육과 노인부양이 총체적으로 연결된다.


② 서둘지 말아야 한다.

공동체 지향적 서비스 전달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상품화를 먼저 시도한 다음, 그러한 전달체계를 만들 수는 없다. 시설에 투자한 사람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③ 수발의 상품화를 하더라도 제한적이어야 한다.

수발에 보험료를 지불하더라도 종합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지급되도록 하여야 한다.

(2006.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