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학교, 학부모등 23명 고발 논란
성폭력대책위 “어떻게 가해자가 큰소리치는 세상 됐나”


이국언 기자 road819@siminsori.com





▲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 김용목 상임대표가 지난달 31일 광주우체국 앞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우석법인의 부도덕성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국언

일부 교직원에 의한 학생 성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광주 인화학교 우석법인이, 도리어 지난달 초 이 학교 학부모와 교사, 동문 23명을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고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되려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에 따르면, 인화학교 이모교장은 교사들이 향응과 금품을 제공하여 학부모와 동문들을 배후 조정해 교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학부모 5인, 동문 3인, 이 학교 교사 1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난 7월 29일 우석법인이 관선이사 대신 새 교장을 선임하자, ‘스스로 문제를 안고 있는 법인이 교육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교장 선임을 강행했다’며 일부 출근 저지투쟁을 벌여 온 바 있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는 지난달 31일 광주우체국 앞에서 규탄집회를 갖고 우석법인에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

이들은 “학교장은 학부모 등 23명을 고발하여 피눈물로 인화학교 사태를 호소하던 동문들과 학부모들이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는 법정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며 “사태가 해결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 데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자신의 명예회복을 우선시하는 법인이사들의 뻔뻔함과 무책임함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이사장의 오만함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다”며 “한해 20억원을 지원했던 교육청, 15억여원을 지원했던 시청과 광산구청에서는 돈만 대주고, 관리감독에 따르지 않는 법인을 가만히 놔둘 셈이냐”고 격분했다.

아울러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법인 이사장이 면담에도 응하지 않고 배짱을 퉁기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민주의 성지 광주를 망신시키고 있는 파렴치한 법인에 대해 더 이상 광주시민들이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규탄집회에서는 지난 8월 국가인권위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발된 김모 전 교장의 부인이 집회를 엿보다 들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이들 성폭행한 가해자의 부인이 보란 듯이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이 법인 사람들의 인식이다”며 “뻔뻔하다 못해 너무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법인의 오만함, 안일한 행정이 문제 키워”
[인터뷰] 윤민자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 집행위원장



▲ 윤민자 집행위원장. ⓒ이국언

- 인화학교 상황이 점점 어렵게 돼 가고 있다. 우석법인이 임원해임명령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학부모 등을 고발하는 사태에 이르렀는데?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이분들은 가장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다. 오직 아이들에게 좋은 학교를 만들어 주겠다는 일념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이를 모욕하는 처사다.

동문들 또한 그동안 학교 안에서 무수히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아왔다. 예를 들어 재학시절 새벽에 일부 어린 아이들이 추위와 배고픔에 못 이겨 숨지기도 했고, 고등학교 과정을 인가 받기도 전에 고등부를 모집해 학교를 마치고도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기도 했다. 특히 여자 동문들의 경우 이번 사건 이전에도 그동안 무수히 성폭행과 성추행에 시달려왔다.

후배들만이라도 제대로 된 학교에 다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투쟁해 온 것인데, 이를 마치 돈이나 받고 움직이는 하수인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농아인들에 대한 인격모독에 다름 아니다.”

-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데 현재 학생들은 어떻게 있나?

“부분적으로 수업은 이뤄지고 있다. 교장에 대해서는 일부 수업거부나 등교거부를 통해 항의의 뜻을 전해 오기도 했다.”

- 대화나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운가?

“그렇다. 법인은 한번도 자숙하는 모습은 없이 도리어 일부 교사들에게 징계를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나 학부모들과 대화를 하려고 하기보다, 법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대책위를 마치 사유재산을 강탈하려는 강도 집단처럼 매도하고 있다.

이사장은 시장이 만나자고 해도 오지 않고, 간담회장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권한도 없는 이사를 한 사람씩 보내는 형식으로 우리를 기만하고 있다. 그저 시간 끌기 식이다.”

- 사태가 이렇게 까지 오기까지는 광주시와 광산구청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주장인데?

“주무관청은 이번 사태를 단지 귀찮은 일 정도로 여기고 있다. 법인은 보란 듯이 관리감독청의 지시를 비웃고 있는데, 광주시나 광산구청은 이런 법인에 대해 아무런 행정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안일한 태도가 오히려 법인의 오만함을 키웠다고 본다.”

-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시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그동안 무관심해 왔던 장애인들의 삶, 광주 인권의 현주소에 대해 좀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럴 때만이 사태가 해결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법을 믿을 수 있겠는가. 아니면 관청을 믿을 수 있겠는가. 우리의 힘은 시민들의 관심뿐이다. 시민들이 도와 달라.”





2006년 11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