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가스-난방公 완전히 민영화, 도로-항만公 경영 민간위임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자회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 가운데 우선 민영화 대상이 정해졌다. 또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항만공사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관련된 공기업은 싱가포르 테마섹 모델을 수용해 소유는 국가가 하지만 경영은 모두 민간에 맡긴다. 한국관광공사의 카지노 사업권과 방송광고공사의 광고산업 진흥기능 등 일부 기능만을 떼어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기획재정부는 금융 공공기관을 제외한 민영화 대상 공기업을 명시한 ‘2008 공공기관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청와대와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재정부는 이런 개혁을 추진하면 요금 인상이나 민간기업의 사업 독점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개혁 방안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은 △에너지 공기업 중심의 완전 민영화 △SOC 관련 공기업의 경영을 민간에 위임 △일반 공기업의 사업부문 매각 △일부 공공기관의 기능 통폐합 방식으로 추진된다.
에너지 공기업과 관련해 정부는 한전 본사의 지배구조를 지금대로 둔 채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등 설계 및 정비 자회사 지분을 민간에 팔기로 했다. 남동발전, 중부발전 등 발전 자회사는 원래 매각 대상이었지만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청와대의 지적에 따라 산업 자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선회하기로 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지역별로 사업을 독점하고 있어 경영이 방만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 때문에 민영화 대상에 포함됐다.
이런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로 정부의 공공요금 통제기능이 없어져 난방비 등이 오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도입 단계부터 민간업체와 경쟁해야 해 중동 지역 국가에서 들여오는 액화천연가스(LNG)의 도입 단가가 비싸질 것이란 관측이 정부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 외에 안산도시개발, 제주공항, 코레일투어와 코레일유통 등 코레일 산하 5개 자회사, 한국토지신탁, 88골프장, 뉴서울골프장 등도 완전 민영화된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구조조정 앞서 민영화부터” 공공개혁 드라이브

■ 민영화 의미-방향

민간과 경쟁관계인 공기업들 우선 대상으로 분류
매각 어려운 한전 자회사 등 일부는 제외될 수도
전문가 “사회합의 우선… 서두르면 과거실패 반복”

‘공공개혁은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하는 게 우선. 인력 감축 등 조율이 필요한 구조조정 작업은 좀 미뤄도 된다.’
정부가 마련한 공공기관 개혁방안은 이 같은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권 초기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하는 모습을 보여야 공공부문 전반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도 “일부 공기업이 공공성을 명분으로 개혁을 늦추려 한다”며 “단기간에 비공개로 민영화 작업을 추진해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민영화에 속도를 붙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지역난방공사 가스공사 우선 민영화
현행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은 공공기관이 자체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얼마인지에 따라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하고 있다.
재정부는 이 중 자체 수입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아 민간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24개 공기업과 한국전력 자회사를 민영화 대상으로 분류해 왔다.
이런 기준에 따라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한국관광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9개 공기업과 한전 산하 2개 공기업 등이 민영화 대상으로 꼽힌 것이다.
한전 자회사 중 남동발전, 중부발전 등은 덩치가 너무 큰 데다 수익성이 떨어져 시장에서 팔기가 쉽지 않고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어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핵심 민영화 대상인 발전자회사를 제외하면 민영화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지적도 있어 앞으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공부문 개혁 작업은 1998년 이후 추진돼 온 공공부문 개혁의 연장선상에 있다. 김대중 정부는 한전 발전자회사 등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노동조합의 반발과 공익성 훼손 등 반대 여론을 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공기업 민영화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명박 정부는 민영화를 빨리 진행하기 위해 반대 여론을 잠재울 안전장치를 미리 마련한 점이 과거 정부와 다르다.
예컨대 고속도로 노선을 쪼갠 뒤 노선별 경영권을 각각 민영화함에 따라 노선 사업자 간 경쟁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했다. 요금 인하를 유도하는 장치인 셈.
공청회 같은 사전 의견 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소모적 논쟁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 공공기관 효율성 높여 경제성장 도모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 민영화와 구조조정으로 공공기관 전반의 효율성이 높아져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전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은 지난해 매출액이 3215억 원에 이르렀지만 당기순이익은 176억 원으로 매출액 대비 순이익 비율이 5.5%였다. 나쁘지 않은 성적표지만 발전설계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낮은 편. 민영화를 통해 민간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순이익을 늘리는 한편 설계 품질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 “서두르면 과거 실패 반복”
최근처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불안한 상황에서 민영화에 따른 전력 가스 상수도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르는 부작용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공공요금이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되면 사업자들이 원가 인상분을 전기 가스 상수도 등 각종 공공요금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에너지시장 자유화로 전력요금 인하를 기대했지만 프랑스와 독일의 전력요금이 각각 39%, 30%씩 오르는 등 전력업체들이 도매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공공부문 개혁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를 바탕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과거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공공기관 민영화 매물이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지면 매각 대금이 낮아져 공공기관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각 시기 등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식경제부의 한 당국자는 “민영화의 기본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 든다”며 “신중론을 제기하면 민영화 반대론자로 몰리는 분위기여서 함부로 얘기하지 못하는 처지”라고 전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민영화를 해 본 경험이 적은 만큼 중기적 과제라는 관점에서 제도적 틀을 갖추면서 끈기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수돗물-건보 민영화 안해” “대통령 의지가 가장 중요”
곽승준 수석-오연천 교수 긴급 대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 중 하나인 공공기관 개혁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동아일보는 장기적 국정과제를 총괄하고 있는 곽승준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과 공공기관개혁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연천 서울대 교수의 긴급 대담을 마련했다.
곽 수석은 “수석직을 걸고 반드시 제대로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오 교수는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지속적이고 예외 없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공기업 부문 GDP 10% 이상 차지”
▽곽승준 수석=세계 경제가 굉장히 좋지 않다. 기업으로 따지면 수익을 내기 위해 매출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비용을 줄여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정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첫째 규제 완화, 둘째 작은 정부,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규제 완화와 공공부문 개혁이 함께 성공했을 때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규제 완화는 부처 간 긴밀한 협조 아래 잘 이뤄지고 있다. 공공부문 개혁은 쉽지 않다. 정부는 1차로 정부조직 개편을 했고 이제 공공기관을 개혁해야 한다. ▽오연천 교수=‘효율적인 정부’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정부’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정부’라는 측면도 중요하다.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공기업 부문이 경쟁력을 갖게 되면 그에 따라 공기업과 연관되는 민간 영역의 수익성 향상을 가지고 온다. 이는 정부의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필수 불가결한 정책 의제다.

▽곽=정부는 ‘업그레이드 코리아’ 계획을 통해 국가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한편 ‘뉴스타트 2008’ 계획을 통해 사회적 소외 계층을 보살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업그레이드 코리아’의 핵심이 바로 규제 완화와 공공부문 개혁이다.

○ “지자체도 환영할 대안 제시할 것”

▽오=총론적으로는 대다수의 국민이 공공부문 개혁에 찬성하지만 각론 부분으로 들어가면 어려워진다. 개별 공기업에는 노조가 있고, 해당 부처의 이기주의도 있으며 지역의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나 통폐합 등 구조조정은 혁신도시와 맞물려 있다. 해당 지자체장과 지역 주민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저항 요소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곽=교수님 말씀대로 굉장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반드시 넘겠다. 민간 전문가를 공기업에 배치하기 위한 개혁 인사에 이미 착수했다. 앞으로 모든 기관장은 경영계획서를 써야 하고 3년이 아니라 매년 평가를 받게 된다. 혁신도시는 아시다시피 문제가 많다. 기러기 아빠만 가서는 제대로 된 도시가 될 수 없다. 지자체가 원하고 지방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각 지자체도 두 손 들고 환영할 대안을 제시하겠다.

▽오=역대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공공무문 개혁은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대선 과정 혹은 정권 초에 반드시 개혁하겠다고 했다가 1년 지나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용두사미가 되곤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다. 대통령이 지속적이고 예외 없는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집권 후 “이것도 내 자식이고 저것도 내 자식”이라는 식으로 현재 공기업의 존재 의미와 상황을 수긍하게 되면 어려워진다.

▽곽=공공기관 개혁은 5가지로 분류된다. 즉각 민영화할 기관이 있고 구조조정할 기관이 있다. 또 경영부문만 민영화하는 부분과 일부 영역에 대해서만 경쟁을 도입할 부분이 있다. 에너지 분야처럼 전체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 뒤 민영화 여부를 접근하는 5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주택공사처럼 민간 영역에 과도하게 진출한 분야는 과감하게 통폐합, 기능 조정을 하겠다.

▽오=이번 공기업 민영화에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인천국제공항공사, 도로공사처럼 국유지 등을 많이 갖고 있는 공기업은 보유 자산의 일부를 공익시설로 두고 운영시스템만 민영화하는, 즉 경영권만 민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큰 제약 중 하나가 방대한 토지 등을 보유한 공기업의 처리 문제였다.

▽곽=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공공부문 중에서도 경쟁적 요소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다. 이런 기업의 경우 정부가 나서 민영화한다기보다는 경영 민영화를 통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 “공공기관 민영화는 기회의 확대… 혜택은 국민에게”

▽곽= 공공부문 개혁의 가장 큰 혜택은 국민이 얻게 된다.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민간 섹터가 확대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철밥통’이 깨지기 시작하면 신규 채용이 늘고, 젊은 공공부문 종사자에게는 승진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민영화를 통해 국가 재정이 튼튼해지면 노년층에 대한 복지 혜택도 늘어난다. 이번 공공부문 개혁을 통한 자산 매각 수입은 향후 5∼7년 동안 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재원은 중소기업 지원, 젊은 층 일자리 마련, 교육 등에 투입될 계획이다. 공공기관 임직원이 지배하던 자산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또 공공부문이 민영화되면 공공 서비스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이번 개혁의 원칙 중 하나가 공공요금은 경쟁을 통해 낮춘다는 것이다. 또 공공서비스의 안전성 문제를 얘기하는데 수돗물이나 건강보험 분야의 민영화 계획은 전혀 없다. ▽오=공공부문의 통폐합에는 법률 개정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 과정에 공공기관 인사가 늦어지고 구성원들이 방향 정립을 못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는 새롭게 혁신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비용이다. 또 민영화 작업은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국회, 노조 등이 반발할 것이다. 국민 대부분은 찬성하지만 이해 당사자는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 공공부문 개혁이다. 이를 견디고 극복해야 한다.

■ 국내외 민영화 사례와 성공의 조건

▼곽수석 “62개國서 전화-전력-가스 등 400개 공기업 민영화”

오교수 “민영화 땐 서비스 질 하락-가격 상승 우려 씻어야”▼

이날 대담에서는 과감한 민영화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국내외 사례가 화제에 올랐다.
곽승준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마련 중인 ‘업그레이드 코리아’ 프로그램의 핵심이 공공개혁”이라며 “선진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공공개혁을 적극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대표적 항공사인 에어캐나다를 1988년에, 캐나다 국영철도를 1995년에 민영화했다. 좌파 성향이 여전한 프랑스도 에어프랑스와 프랑스텔레콤을 1999년에 각각 민영화하는 데 성공했다.
곽 수석비서관은 “최근 62개 개발도상국을 분석한 결과 2004∼2005년 전화 전력 가스 등 핵심 분야 400개 공기업을 민영화했다”며 “한국은 10년 전 김대중 정부 초기 일부 민영화 이후 공공개혁의 동력이 거의 상실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중공업이 두산중공업으로 민영화된 뒤 담수화사업 부문 세계 1위로 도약했고, 한국통신이 KT로 민영화된 뒤 휴대전화 이동통신 분야 등에서 소비자 혜택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조세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담배인삼공사가 KT&G로 민영화된 뒤 수익성은 24.5%에서 33.3%로 상승했고, 한국통신이 KT로 민영화된 뒤에는 11.1%에서 14.4%로 향상됐다. 이들 기업의 부채비율은 민영화 전에 평균 212%였으나 민영화 후에는 93%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오연천 서울대 교수는 “공기업 민영화가 이전 정부에서 용두사미로 끝난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관료사회가 민영화에 소극적으로 임했고 국회와 노조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한 게 결정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오 교수는 “국민은 대개 공기업이 민영화되면 관련 서비스 가격이 올라가고 질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하지만 제대로 공공부문을 개혁하면 그럴 일은 전혀 없다”면서 “답보상태에 있는 한국경제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촉매제가 공공개혁인 만큼 새 정부 초기에 확실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