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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버' 버린 이랜드…이후 전망은?
삼성테스코 "고용승계"…해고자 문제가 최대 쟁점
등록일자 : 2008년 05 월 15 일 (목) 12 : 06   
 

  홈에버가 전격적으로 삼성테스코에 팔렸다. 대형할인마트업계 2위인 홈플러스는 14일 홈에버 매장 36개를 2조3000억 원에 일괄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유통업계에는 이마트를 소유한 신세계와 홈플러스에 이어 홈에버를 사들인 삼성테스코가 양강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유통업계의 지각변동과는 별도로 지난해 6월 시작돼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이랜드그룹 비정규직 문제는 그대로 남았다. 애초에 문제가 됐던 비정규직 해고 문제 외에도 장기간 노사 갈등 과정에서 벌어진 200억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과 노조 간부의 무더기 해고 등 노사 갈등의 고리는 더욱 확대된 상태에서 매각이 발표돼 버렸다.
  
  결국 지난 2006년 까르푸 32개 매장을 인수하면서 대형 유통업계에 뛰어든 이랜드그룹은 2년 만에 비정규직 문제를 전사회적 갈등으로 고스란히 남겨둔 채 도망친 셈이다.
  
  이에 이랜드일반노조는 15일 "이랜드 그룹의 홈에버 매각 과정은 무책임하고 파렴치했다"며 "삼성테스코와는 성실히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겠지만 이랜드그룹에 대한 불매 운동 등은 매각 이후에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원금 정도 회수"하고 2년 만에 '패배' 선언한 이랜드 그룹
  

▲이랜드개발(사장 권순문)과 삼성테스코(사장 이승환)는 14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 측의 매각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이랜드개발(사장 권순문)과 삼성테스코(사장 이승환)는 14일 공동 기자 회견을 열고 양 측의 매각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인수대금 총 2조3000억 원 가운데 주식지분 1조 원은 현금으로 주고 부채 1조3000억 원을 삼성테스코가 승계하기로 했다.
  
  이랜드그룹이 까르푸 인수 당시 금액은 1조7000억 원. 당시 막대한 부채를 안고 까르푸를 인수한 이랜드 그룹은 이자 부담으로만 1000억 원, 리튜얼 비용으로 2000억 원을 쏟아붓는 등 약 50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만 2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로써 이랜드 그룹의 대형 유통업계로의 진출은 사실상 실패로 끝난 셈이다. 이랜드개발 권순문 사장은 "이번 매각으로 2년 전 투자 대금의 원금 정도를 회수한 셈"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비정규직법 시행과 동시에 터져 나온 계산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기업 이미지에도 막대한 손상을 입었다. 이 같은 상황이 이랜드그룹이 이득 하나 없이 홈에버를 재매각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이승환 삼성테스코 사장은 "매각 협상이 1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단시간에 끝났다"고 말해 다급했던 이랜드그룹의 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랜드, 직원도 속이고 투자자도 속였다"
  
  이랜드개발 권순문 사장은 이날 "대형마트 경영 노하우와 같이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지식을 얻은 것은 큰 자산"이라고 위로했지만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무책임한 기업"이라는 그룹 전체의 불명예는 단시간에 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노조도 "이랜드그룹을 상대로 한 불매운동과 매장 타격 투쟁은 계속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이랜드노조에는 기존의 홈에버 직원 외에도 2001아울렛 등 이랜드 그룹이 소유한 업체의 직원까지 포함돼 있고 그간 발생한 손배소 등 각종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어 "이 모든 사태를 책임질 주체는 이랜드"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이랜드는 직원들도 속이고 투자자도 속였다"고 말했다. 김경욱 위원장은 "현안을 전혀 해결하지 않고 매각 행위를 저지른 이랜드는 기본적인 상도덕도 없다"고 비난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홈에버 매각은 투자자들도 모르는 상태로 전격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테스코와는 최대한 성실히 대화하겠다"
  
▲ 장기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직 문제는 삼성테스코 측의 대화의지와 이랜드그룹의 최소한의 책임감에 이후 추이가 달린 셈이다. ⓒ프레시안

  1년 가까이 진행된 '이랜드 사태'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게 됐다. 남아 있는 최대 쟁점은 파업 중 발생한 해고자의 복직 문제와 각종 민형사상 고소·고발이다.
  
  삼성테스코는 일단 "현재 홈에버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모두를 조건없이 고용 승계하고 원칙적으로 현재 노조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랜드노조도 일단 "삼성테스코와는 최대한 성실히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장기간 지속된 노사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30여 명의 노조 간부 해고자의 경우 삼성테스코 측이 고용 승계 대상으로 밝힌 '현재 홈에버 직원'이 아니다. 더욱이 18개월 미만 근무자의 해고 문제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 가운데 4명이 최근 해고 무효 집단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이승환 삼성테스코 사장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해고자의 수도 정확하게 파악한 바 없고 계약서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직원별 상황은 법적인 원칙 안에서 결정하겠다"고 덧붙여 해고자들의 원만한 복직 및 고용 승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노조 인정 문제도 존재한다. 삼성테스코의 삼성물산 지분은 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영국 최대 유통매장인 테스코가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무노조 경영'을 철학으로 하는 삼성그룹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승환 사장은 "노조를 허용하고 시작할 것이지만 직원들에게 잘해주고, 스스로 안하겠다고 하면 말릴 수 없다"고 말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했다.
  
  결국 장기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직 문제는 삼성테스코 측의 대화 의지와 이랜드 그룹의 최소한의 책임감에 이후 추이가 달린 셈이다.

여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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