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적 자본까지 유인하여 물을 사유화하려나
- 정부의 물산업지원법 제정안에 부쳐 -

지난 1월 환경부는 물기업 육성과 해외진출, 지방상수도 민간위탁과 기업화를 골자로 하는 물산업지원법 제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관련 부처 및 지자체와 협의를 거친 후 지난 4월 25일 수정된 안을 작성하여 다시 협의를 거치고 있다. 정부는 5월 말까지 조정을 마무리하고 6월에 입법예고하여 연내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손영태, 이하 공무원노조)이 물산업지원법 1월 제정안에 이어 4월 25일자 제정안을 입수하여 검토한 결과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4월 25일자 제정안에는 1차 안에서 더욱 개악되어 위탁과 기업화는 물론 초국적 자본과의 합작 주식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물 사유화(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검토 중인 물산업지원법 제정안 제9조 1항에서는 “지방자치단체는 상하수도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하기 위하여 지방공기업법 제3장과 제4장의 규정에 따라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며,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2항에서는 “단독 또는 연합으로 지방자치단체 외의 자(외국인 및 외국법인을 포함한다)와 공동출자하여 상법에 의한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검토 중인 물산업지원법 제정안은 단순 위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법인화(기업화)와 초국적 자본과의 합작 주식회사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20조는 기업에 대하여 부가가치세, 취득세와 등록세를 감면해줄 수 있도록 하는 등 세제혜택까지 명시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지방상수도 위탁도 위탁수수료 상승으로 인한 지자체 재정 악화, 수도요금 인상으로 인한 주민 생활 압박 등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검토 중인 물산업지원법 제정안이 시행되면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어 콜레라가 창궐한 필리핀의 사례, 수도요금 폭등과 물 양극화로 전국적인 폭동이 일어난 볼리비아의 사례, 초국적 자본과의 분쟁으로 막대한 국민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사례는 바로 우리의 미래가 된다. 이 모든 나라에서 수돗물을 장악하고 사회를 파탄낸 기업들은 지자체와 자국 및 해외 민간자본과의 합작 주식회사였다. 물론 검토 중인 물산업지원법 제정안은 소비자상담기구 설치, 상하수도 서비스 평가, 농어촌 등 취약지역에 대해 예산범위 내 재정 지원 등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는 정부 및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 하에 인력과 재정을 대폭 늘리고 투입해야 가능한 것으로, 정부의 물 사유화 정책과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공공성이 아닌 효율성과 수익성에 따라 지자체를 평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지자체 예산 10% 감축, 가능한 모든 공공행정서비스 위탁과 사유화, 공무원 퇴출과 10% 구조조정을 시행하겠다고 하는 이 시점에서 정부의 말을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나아가 상하수도 서비스 평가 조항도 문제이다. 제16조는 “매년 상하수도사업자에 대하여 사업의 적정운영에 대한 사항을 평가하고 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상하수도서비스 표준과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최근 제정한 상하수도서비스 표준(TC224)은 프랑스가 주도하여 만든 상하수도 서비스에 대한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이며, 정부와 관련 분야 학자들도 이 표준이 초국적 물기업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들의 국내 진출을 원활히 하기 위한 도구임을 인정하고 우려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조항을 삽입하면서 이를 ‘소비자 보호’니 ‘서비스 개선’이니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으며, 초국적 자본의 돈놀이를 위해 국민의 생명을 포기하겠다는 발상일 뿐이다.

결국 정부는 ‘새로운 국부 창출’, ‘새로운 해외 진출 사업 개척’, ‘효율성’, ‘서비스 개선’ 등 온갖 수사를 동원하여 물산업지원법 제정안을 포장하고 있으나, 물산업지원법 제정안의 ‘꽃’은 바로 위탁 확대, 기업화와 초국적 자본과의 주식회사 설립 독려에 있으며, 전면적인 물 사유화를 추진하기 위한 악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노조는 정부의 물산업 육성 정책과 물산업지원법이 안전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고 국민의 생명을 자본에 팔아넘기는 행태라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임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 나아가 민중을 위한 공직사회 개혁과 사회공공성 확대를 위해 전진하면서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임을 밝힌다.


2008년 5월 14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