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복도엔 `종이촛불’

용봉중학생들, 미 쇠고기 반대 벽보



▲ 북구 용봉중학교 학생들이 `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의 마음을 담은 `종이촛불’을 밝히고 있다.


광주의 한 중학교에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는 ‘특별한 촛불’이 밝혀졌다.

9일 북구 오치동 용봉중학교 복도 한 켠. ‘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여러분 마음의 촛불을 밝혀주세요’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글귀 아래에는 촛불이 그려졌고, 촛불 하나하나에는 아이들 이름이 담겨 있다.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마음을 담아 아이들 스스로 켜놓은 ‘종이촛불’이다.

이들이 ‘종이촛불’을 밝힌 이유는 간단하다. “광우병에 걸리기 싫다”는 마음 뿐이다.

“학생들은 정치적 문제에 관여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어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죠. 화가 나기도 하고, 잘못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우리 문제인데. 전교생이 다 거리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학교 안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뜻을 모았어요.” 이 학교 학생 A(16) 양의 이야기다.

그렇듯 켜진 ‘종이촛불’은 이날까지 모두 181개.

자신의 이름이 담긴 ‘종이촛불’을 켠 B(16) 군은 “‘어린 학생들이 뭘 알아서 나서니’하고 물으시지만, 우리 또래 학생들이 왜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지 아세요. 바로 그 피해는 10년 20년 후 우리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고 말한다.

“미친소 먹기 싫다”는 C(16) 양은 “투표권이 없는 우리 청소년들, 잘못된 정부에 의해 미친 ‘소’를 섭취하게 된다”고 했다.

‘종이촛불’옆에 마련된 의견게시판도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는 아이들 마음으로 가득했다.

1학년 E 양은 “우리는 28 청춘에 죽기 싫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병든 고기를 먹어야 합니까. 이명박 대통령님 광우병 소를 먹으면 좋아요? 대한민국 작다고 무시하지마세요. 속담에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 쉽게 보다 큰코 다칩니다”라고 썼다.

또 다른 학생은 “무조건 정부만 믿으라 말만 하지 마시고 정부에서도 믿을 만한 행동을 보여주세요. 어린이의 꿈을 지켜주세요”라고 적기도 했다.

‘종이촛불’은 다름 아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절박한 아이들의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