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안정 긴급지원 대책’은 경제위기 하 빈곤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3월 12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민생안정 긴급지원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경기침체로 인해 늘어나는 빈곤층 지원을 목표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120만 가구(260만 명)에 대한 생계 지원에 6조 원 가량을 투입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 중 20만 가구가 기초생활수급자와 긴급복지 지원 대상자이다.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실업률, 빈곤률이 상승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계 소득의 감소가 나타나고 있고, 소비가 급갑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9-10년을 거치며 대략 100만 명, 그 후 최대 25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경제위기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작년 이 후 가계 실질소득의 감소가 나타났는데 이는 1998년 경제위기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하니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경제위기 하에서 대거 늘어날 빈곤문제에 대해 해결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이번 ‘민생안정 긴급지원 대책’이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거나 최소한 지금의 위기를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인가?

  

민생안정 긴급지원 대책은 최장 6개월의 짧은 시한을 가진데다 추가 편성된 예산도 경제위기 하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으로 전락하는 사람들을 기존의 복지제도에 포함하는데 드는 추가비용일 뿐이다. 2009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정부는 노령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신규제도로 인한 자연증가분을 예산에 반영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표적인 빈곤층 지원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의료급여의 대상자를 축소시켰다. 그나마 기존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낮은 최저생계비 수준에 의해 지원의 효과가 미약하고, 재산기준, 부양의무자 기준 등 수급 대상 선정과정이 엄격해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형성해왔다. 이 같은 조건에서 이번 긴급지원 대책은 현존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자연증가분에 대한 예산을 한시적으로 추가 편성한 땜질 식, 보여주기 식 정책일 따름이다.

 

 

재계와 보수 언론은 이 정책에 대해 경기부양과 빈곤층 지원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한 것은 ‘일단 좋은 것이지만 효과가 있으려면 전달체계의 비리를 차단해야 한다’, ‘그냥 지원해선 안 되고 취업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이번 정책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복지정책의 일관된 방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수급 대상자들을 근로무능력계층, 근로능력계층, 재산보유자로 분류해 ‘수급대상을 제한’하고 ‘근로연계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그 하나이다. 또 하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지원제도의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학자금 이자, 주택 자금 대출 금리 등을 한시적으로 소폭 인하하는 것을 통해 복지 분야의 금융적 성격을 강화해 소위 ‘빈곤 비즈니스’라고 하는 빈곤층 대상의 다양한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번 경제위기의 진원인 미국의 서브프라임 시장이나 빈민층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거대한 학자금 대출시장 등은 신자유주의 복지정책 기조를 잘 반영! 한 예이며, 복지의 시장화와 금융적 성격 강화가 가져올 미래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민생안정 긴급지원 대책’ 이 전에 추진된 기존 제도들도 지원 수준이나 대상이 지극히 제한적이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는 이미 시행 검토 중이던 정책들, 임기응변식 정책들을 짜깁기 하고 시장에서의 투자원리를 공세적으로 도입해 왔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 이후의 사회정책은 실효성이 없었다. 경제위기 초입인 지금,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신청한 가구가 지난 1월에만 8만 5천 가구에 이르렀고, 그 중 1만 4천 가구(16.5%)는 탈락했다. 또한 작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2개월 동안 실업급여 신청자는 전년 동기 대비 35.9%나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한시적이고 땜질 식, 보여주기 식 정책에 불과한 ‘민생안정 긴급지원 대책’은 경제위기 하의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많은 민중들을 저임금, 극단의 빈곤으로 떨어뜨리는 신자유주의 복지정책의 기조를 강화하는 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단순히 복지 예산의 확대나 전달체계의 보완 요구를 넘어서 신자유주의 복지 정책의 의도와 문제점을 알고 경제위기 하에서 사회보장 정책에 대한 사회운동의 공동된 요구, 투쟁방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절실하다.

 

 

2009.3.16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