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종태 열사대책위 "자본과 정권 사죄없이 추모없다"
화물연대 ‥16일 총파업 결의, 27일경 총파업 예정

 

 박종태 열사가 생전에 그토록 염원하던 노동자 연대투쟁이 첫발을 내디뎠다.
박종태 열사가 대한통운과 금호자본 그리고 자본을 옹호하는 정권의 칼날에 희생된지 6일만인 9일, 대전 대덕구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에 민주노총과 화물연대 조합원 1만여명이 '고 박종태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총력 결의대회'를 가진 것이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들은 '종태를 살려내라! 금호자본과 정권은 사죄하라!' 구호를 외치며 하나가 되었다.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들어 역사가 거꾸로 흘러가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당했다"면서 "우리모두 하나가 되어 승리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이상황은 만만한 상황"이라며 투쟁에서 잘 이겨낼 것을 당부했다. 또 "5월 16일 전국노동자대회를 광주가 아닌 대전에서 치르기로 결정했다"며 더 큰 투쟁을 만들어갈 것을 밝혔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박종태 열사는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의 문제가 이땅 모든 노동자 문제임을 심어주고 갔다"며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사람은 보지 않고 돈만 보는 이명박 정부와 맞짱 뜨자"고 호소했다.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는"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국민 취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며 "과도한 공권력을 투입한 경찰과 이명박 정권에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인의 아내 한수진씨는 마음이 아직 떨려 글로 대신하겠다며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를 들으며 1만여 노동자들은 눈물을 떨구었다.


 뒤를 이어 올라온 박종태 열사와 함께 활동한 조합원 노만근씨는 "종태야 ! 그토록 원하던 연대투쟁을 위해 연대 동지들이 끝도 없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나와 함께 투쟁하러 가자"며 박종태 열사 염원이 연대투쟁이었음을 다시 한번 새겼다.

 

 민주노총과 화물연대 연대투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김달식 본부장은 "2003년부터 화물연대 동지들은 수없이 희생되어 왔다. 더이상 죽어서는 안된다. 30원이 아까워 노동자를 죽이는 금호자본과 이명박 정권에 맞서 화물연대 총파업 힘으로 싸우겠다"며 "5월 16일 이 자리에서 화물연대 총회를 열고 총파업을 결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고한 투쟁의지를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는 고 박종태 열사가 안치되어 있는 중앙병원까지 행진 후 마무리됐다.
대책위는 "박종태 열사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분노와 슬픔을 넘어 이명박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강력한 투쟁의지를 모아내는 것"이라며 "오늘 집회는 지난 6일 화물연대 자체 집회 이후 첫번째 치러진 열사 대책위 주체 집회로써 노동자의 연대를 확인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고 박종태 열사 미망인 하수진씨가 고인에게 붙이는 편지

" 여보! 오랜만에 불러보네.

나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나. 당신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병원에 걸린 사진 속에서 당신이 튀어 나올 것만 같고, 다른 화물연대 조합원들처럼 바쁜 듯이 걸어 들어올 것만 같고, 큰 아이 말처럼 당신이 장난을 치고 있는 것만 같아.

아이들에겐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게 된다, 다만 언제 죽게 될지 모를 뿐인데, 아빠가 조금 빨리 가신 것 같다고 말했으면서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받아들여지지가 않네.

체포영장이 떨어진 날, 입을 옷가지들을 챙겨서 보냈는데, 속옷이 마음에 걸려서 싸구려가 아닌 좀 좋은 것으로 줄려고 사다 놓은 속옷이 아직 서랍장에 그대로 있을 텐데...

여보 생각나? 작년 12월 마지막 날 눈이 너무도 이쁘게 와서 정말 모처럼 만에 팔짱도 끼고 손도 잡고 걸으면서 '나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지?'하고 했던 말, 나 그때 그냥 웃기만 했는데 말해 줄걸 그랬어. '그래 당신 괜찮은 사람이다'.

당신이 사랑했던 동지들도,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당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지금 보게 되면서 늦었지만 알게 돼. 당신이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여보. 아직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걱정하지마. 나 아직 잘 견디고 있고, 당신을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당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세상을 이루기 위해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고 노력하고 있어.

당신이 정말 마음 놓고 웃으며 편안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당신을 좋은 사람으로 간직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당신이 가는 마지막 길이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당신의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살아갈게.

그리고 여기 계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한 가정의 가장을 궁지로 몰아서 죽인 놈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밥줄을 끊겠다'는 둥, '질서를 지키라'는 둥 헛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인간입니까? 사람을 죽여 놓고 협상은커녕 사죄도 그 어떤 것도 하고 있지 않는 대한통운과 금호는 누구를 위해서 아름다운 기업입니까? 고인은 아직 깜깜한 어둠속에서 차디찬 얼음장 속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편이 사랑했던 대한통운 택배 조합원 여러분, 그리고 화물연대 조합원 여러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지 마십시오, 죄인은 여러분들이 아니라 저 뒤에 숨어있는 자들입니다. 더 이상 슬퍼하는 대신에 일어나서 싸워주십시오.

고인의 유언대로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대접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싸움을 이어가야 합니다. 남아있는 저희 가족이 살 수 있는 것도 여러분들에게 달려있습니다. "

 : 출처 - 금속노조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