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일상에 문학의 숨결 계속”


창간 6돌 맞은 격월간지 ‘삶이 보이는 풍경’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삶에 문학의 숨결을 불어넣은 형식으로 지난 1998년 창간된 격월간지 <삶이 보이는 풍경>이 여섯돌을 맞으면서 이 잡지의 창간을 제안했던 소설가 이인휘(45)씨의 감회는 남다르다.
<삶이 보이는 풍경>이 이제 진보적 생활문예지로서 뿌리를 내렸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약도 모색하는 등 나름대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86년 분신자살한 신흥정밀 노동자 박영진씨 추모사업회에서 일하다 현장투쟁 중심의 잡지와는 다른, 일하는 이들의 삶 전체를 다룰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노동자판 쉼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에는 이인휘(45)씨를 비롯, 전현직 편집진 10여명이 모여 조촐한 창간6돌 모임을 열고 창간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창간호에 대한 반응은 무척 좋았다. 하지만 2만원의 연간 구독료를 내고 받아보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씨를 비롯한 편집진은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제작 비용을 끌어 모아 잡지 발간을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자 도우미들도 나타났다. 5년간 잡지 표지 디자인을 해준 이원우씨를 비롯해 편집, 사진, 삽화 등에 도움을 준 이들만 70여명, 글을 보내준 사람은 1400명이 넘는다.

‘가르치거나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느낌을 전해주는 글’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호응이 높아지면서 독자들이 독자들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창간 6년을 맞은 이 잡지는 정기독자가 2300명을 넘었다.

이씨는 <삶이 보이는 풍경>이 일하는 이들을 위한 문화행사의 기획을 위해 2년전 사단법인 디지털노동문화센터를 만들었고, 지난해 9월부터 ‘르뽀문학교실’과 ‘여성노동자글쓰기교실’도 운영하는 등 출판운동을 문화운동으로 발전시키고자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한겨레] 2004년 0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