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2023 가을. 184호
첨부파일
06_집중분석_이소형.pdf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 논란

이소형 | 조직국장
윤석열 정부는 2023년 3월 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이하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6개의 입법과제를 포괄하고 있었다. 바로 ①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연장근로총량제’) ② 근로자대표제 정비 ③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④ 선택적근로제 확대 ⑤ 탄력적근로제 실효성 제고 ⑥ 휴게시간 선택권 강화다. 그 밖에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야간근로보호 강화, 휴가활성화 등 행정적 대책도 발표했다. 

가장 논란이 된 연장노동시간 관리단위 확대는 현행 1주 12시간 상한을 두고 있는 연장노동의 칸막이를 없애는 제도다. 일이 많은 시기에 연장노동은 주 1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게 되고, 그 범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해 총량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관리단위가 늘어나면서 연장노동시간의 총량이 제한되는데, 월 52시간(100%, 한 달은 대략 4.34주로 12시간을 곱하면 52시간이 나온다), 3개월 140시간(52*3=156시간 대비 90%), 6개월 250시간(52*6=312시간 대비 80%), 1년 440시간(52*12=625시간 대비 70%) 이내에서 연장노동이 가능하다. 더불어서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하거나 주 64시간 상한을 도입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나 개편안은 불과 15일 만에 추진을 중단하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 ‘연장근로총량제’에 대한 논란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책이 혼선에 빠진 것을 사과했고, 이후 국민 6천 명의 의견을 심층적으로 수렴해서라도 정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노동개혁 특위(위원장 임이자)마저 악화한 여론을 의식해 개편안을 노동개혁의 최우선 순위에서 유보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현재 시점까지 고용노동부 여론조사 결과나 이후 정책추진 방향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1. 논란의 복기: 69시간 대 60시간? 

 
개편안에 대한 논란은 연장근로총량제가 주 52시간 상한(법정노동 40시간+연장노동 12시간 상한)을 무력화해 주 69시간, 심지어는 80.5시간과 같은 충격적인 장시간 노동을 허용한다는 비판에서 시작되었다. 실제로 연장노동 주 12시간 상한의 칸막이를 없애면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한다고 했을 때,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노동시간이 11시간 30분이 되므로 주 69시간(11.5*6)이 가능하고 일요일까지 포함하면 80.5시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특정주에 연장근로를 더하면 다른 주에는 할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특정한 한 주의 최대 상한만 부각하는 것은 제도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 반박했고, 오히려 총량을 감축하는 조치라 실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해명은 논란을 잠재우기 어려웠다. 개편안에 대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발언이 오락가락해 논란을 더 키웠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개편안에 대해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며, “적절한 상한캡을 씌우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 말하며 보완을 지시했다(3.16 안상훈 사회수석 브리핑). 그러나 불과 나흘 뒤 대통령실은 “주 60시간 이상도 가능하다”(3.20)고 정반대 발언을 했고, 바로 다음 날 다시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다, “주당 상한선을 정해야 한다”며 말을 도로 바꿨다. 정부 입장이 오락가락해 혼란이 더 심해지자, 대통령실은 “노동부가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확정되지 않은 안을 장관이 툭 던져서 오해가 생겼다”라고 해명했다. 이제 논란은 정부 부처 내부의 마찰 문제로 번졌다. 마치 고용노동부는 주 69시간을 고수하고 대통령실은 주 60시간을 주장하는 모양새가 연출되었다. 윤 대통령의 주 60시간 발언은 지금까지 노동정책에서 언급되지 않았고 어떤 근거로 산정되었는지도 불분명했기에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윤석열 정부에게 노동시간 문제는 늘 논란의 진원지였다. 윤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처음 나선 2021년 7월 청년 스타트업 노동환경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120시간” 발언이 그 시작이었다. 언론은 이 발언을 다소 선정적으로 다뤘고 결국 본인 스스로 “현장의 문제의식을 전달한 것뿐”이라 해명했다. 또 작년 6월에는 <고용노동부 노동개혁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월 단위 연장노동 확대가 최대 주 92시간을 가능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논란은 그해 12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월 단위 확대 시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한다고 권고함으로써 일단락된 듯했다. 그러나 올해 3월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에서 제시한 연장근로총량제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면서 대통령의 발언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윤석열 정부에서 1주 최대 노동시간이 얼마냐는 문제가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 여전히 심각한 장시간 노동의 나라다. 한국의 1인당 연간 실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915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199시간이 길고 노동시간이 가장 낮은 독일(1349시간)에 비해 연간 50%가량이 더 많다. 또 주당 48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도 압도적으로 많은데, OECD 평균이 7.4%인데 반해 한국은 18.9%로 나타난다. 과로사와 업무상 정신질환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현실에서 최대 노동시간은 노동계를 넘어 전국민적으로 예민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 특히 노동시간 최대 상한선은 모든 노동자의 삶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므로 엄중한 숙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후보 시절부터 윤 대통령의 노동시간 발언은 계속 무성의하고 가볍게 보였다. 노동 분야 참모의 조언을 구하거나 진지한 태도로 노동 문제를 다루기보다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노동 문제를 대처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정책조차 대통령실과 엇박자를 내는 사건도 빈번했다. 이런 태도는 노동계로부터 ‘반노동’으로 비판받았다. 한편 120시간, 92시간, 80.5시간, 69시간, 60시간 논란은 ‘대통령의 노동에 대한 몰상식한 충격 발언’이라는 식으로 하나의 정치적 프레임을 형성하였다.

그런데 이 논란에서 정책의 주체이자 당사자인 노동운동이 유의미한 비판을 주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돌아보면, 69시간이냐 아니냐는 공방 이외에 노동운동이 개편안을 어떻게 비판하고 투쟁할 것인가를 심도 있게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연장근로총량제가 주 69시간이라 문제인 건지, 또 이 제도는 기존에 존재했던 변형근로시간제와 무엇이 다르고 어떤 효과를 노리는 것인지, 이번 개편안을 계기로 우리나라 노동시간 제도가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 지금에라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책추진이 중단된 상태지만 하반기에 정부 의지에 따라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글에서는 먼저 한국의 노동시간 제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떠한 변화를 겪어 지금의 개편안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궤적을 상세히 살펴보려 한다. 또 이번에 추진하는 연장노동에 대한 유연화가 기존에 한국에서 추진된 신자유주의적 유연화 맥락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판단 해보고, 이와 관련해 장시간 노동 관행과 관련한 쟁점도 점검 해보려 한다. 이 글을 계기로 이후 정부의 정책추진을 대비해 효과적인 비판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동시간 제도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2. 노동시간 제도와 ‘연장근로 단위 기간 확대’ 

 

1) 노동시간 제도의 현황  

노동시간 제도는 마치 이층집처럼 구성되어 있다. 1층이 법정노동시간에 대한 규정이라면 2층은 연장, 야간, 휴일 즉 연장노동에 대한 규정이다. 1층의 법정 기준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근로기준법 제50조)는 것으로 매일, 매주 칸막이가 쳐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1층의 법정 기준을 바탕으로 2층의 연장노동 규율이 만들어진다.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이상인 사업장에서 40시간을 넘겨 일을 시킬 수 있는 시간은 주 12시간이고 50%의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야간, 휴일 노동은 중복가산한다(근로기준법 제56조).
 

이러한 구성에서 법정노동시간은 연장노동을 규제하는 역할을 한다. 즉 초과노동에 대해 가산임금이라는 비용부담을 지워 2층의 연장노동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즉 1층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2층의 무게를 얹는 셈이다. 국제노동기구 ILO에서도 연장노동이 “별도의 사유가 필요한 예외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최소 25% 이상의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층에 의한 2층 연장노동의 규율을 어기고 연장노동시간을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가 계속 발전해 왔다. 산업과 직종에 따라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제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조항으로 예외 범위를 두고 있다. 나아가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가 본격화되면서 적용 제외나 특례가 아닌 1층의 법정노동시간 자체를 유연화하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개발되어 왔다.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제도로는 탄력적근로시간제, 선택적근로시간제, 사업장 밖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제, 보상휴가제가 있고 노사 자율로 실행할 수 있는 집중근로시간제, 시차출퇴근제가 존재한다. 

한편 2층의 연장노동 자체를 유연화하는 제도로는 대표적으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가 있다. 그러나 연장노동이 늘어나 자칫 2층이 비대해질 위험이 있어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는 아래 조항에서처럼 매우 예외적이고 드문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조항은 노동시간 제도의 설계상 2층의 연장노동 유연화는 법정노동시간을 불가피하게 넘겨야만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원칙적으로 연장노동 자체가 엄격한 ‘규제의 대상’이므로 특별연장근로를 시행하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2018년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 이후 고용노동부의 묵인 아래 특별연장근로제가 대폭 증가하는 추세에 있었으며(고용노동부 현황분석 결과 올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이번 개편안에서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를 우회해서 연장노동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기존의 연장노동 유연화에 대한 ‘엄격한 규제’라는 개념 자체를 해체해 연장노동의 유연화를 ‘특별’하지 않게, 일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발상이다.

그런데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연장노동 유연화를 굳이 새롭게 도입하지 않아도 이미 ‘주 69시간’보다 더한 장시간 노동이 연속으로 가능한 상태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연장노동 유연화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일까? 우선 앞서 설명한 1층의 법정노동시간 유연화를 대표하고 있는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의 현황을 살펴보면서 이유를 찾아보자.
 

2) 탄력적·선택적근로시간제와 연장근로총량제 비교      

탄력적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는 일정한 단위 기간(2주, 3개월, 6개월)을 평균하여 1일, 1주간의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특정한 일·주에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더라도 가산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노동시간을 신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변형된 근로시간제도다. 탄력근로제는 변형근로시간제로 불리다가 1997년 법개정에서 ‘탄력적근로시간제’로 정식명칭을 얻었다. (정부는 법정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다양한 제도를 ‘유연근로제’라 통칭하지만 본 글에서는 ‘변형근로시간제’로 표현했다.)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면 상한 범위 내에서 일이 많은 일·주의 시간을 늘리고 다른 일·주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상한 범위는 단위별로 다른데 2주 이내는 평균 주 48시간, 3개월·6개월 이내는 평균 주 52시간이다(근로기준법 51조). 

탄력근로제는 통상 효율성 측면에서 연속노동이 필요한 운수, 통신, 의료서비스업이나 빙과류, 냉난방장비 제조업 생산직에서 주로 활용된다. 탄력근로제는 노동자 각각의 선택이 아니라 기간과 일정이 사업장 전체에 적용되기 때문에 집단적 노동 규율 기반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탄력근로제와 동시에 2층의 연장노동을 얹어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1일, 1주 노동시간이 늘어나도 1층 법정노동 칸막이가 없으므로 합의된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부분만 연장수당을 지급하면 된다. 이렇게 탄력근무제에 연장노동을 더하면 3개월, 6개월 단위 기간에서는 최대 64시간 노동하는 주가 만들어지고 40주 연속으로 64시간 노동을 할 수 있다. 또 2주 이내 단위에서는 1일 최대 상한이 없으므로 연장노동을 몰아서 배치하면 연속 철야노동도 가능하다. 

선택적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는 일정한 정산 기간(1개월,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의 경우 3개월)의 총 노동시간 내에서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노동시간을 선택하는 제도다. 이 경우에도 정산 기간 내 평균은 법정근로시간(1주 40시간) 내로 맞춰야 한다(근로기준법 제52조). 이 제도는 1일 혹은 1주로 정해진 노동시간의 한도가 없어 특정한 주에 52시간을 초과할 수 있다. 선택근로제는 업무의 시작 및 종료시각을 노동자의 개별 결정에 맡길 필요가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금융거래, 행정처리, 연구개발, 디자인 설계 등의 업종에서 주로 활용되며, 탄력근로제와 다르게 노동자 개인의 개별적 합의를 통해 실행되기 때문에 개인적 노동 규율 기반이라 할 수 있다.

1개월 정산 기간의 선택근로제는 노동일 사이에 11시간 연속휴식 조항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주 156시간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이처럼 현행 변형근로시간제로도 충분히 업무량 변동에 따른 신축적인 노동시간 운영이 가능하며,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장시간 노동을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미 우리나라 노동시간 제도는 충분히 유연화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장노동 관리단위를 확대하면 이전보다 노동시간이 더 유연화되는 것인가? 연장노동 관리단위 1개월의 경우 월 52시간이 한도이므로 2주에 69시간(29시간 사용), 63시간(23시간 사용)을 몰아서 사용하는 것이 최대다. 관리단위가 3개월 이상일 경우는 4주 평균 64시간 상한이 있기 때문에 3주 연속 69시간이 최대다. 1년일 경우 440시간이 한도이므로, 단위 기간 두 개를 붙여 주 64시간(24시간 사용)을 약 36주간 지속할 수 있다.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에서 할 수 있는 최대노동시간과 비교해 이번 개편안에서 제시한 연장근로총량제는 그보다 낮거나 유사한 수준에 머무른다.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총량제가 산업고도화 시대에 기업혁신을 위한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라는 명분을 들고 있지만, 이미 기존에 행해지고 있는 노동시간 유연화의 정도와 비교해도 이 제도가 특별히 유연화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라 보기도 어렵다. 
 

3) 정부의 속내: 연장노동 규제완화라는 중소기업 및 특정 업종의 요구 수용 

연장노동 관리단위 확대라는 아이디어는 작년 미래노동시장연구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연구회는 문재인 정부 시기 주 52시간제가 준비 없이 갑자기 도입되어 계절적 산업이나 중소기업, IT산업, 게임업 및 소위 수주산업, 연구개발 업종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주 52시간제를 지속하려면 연장노동시간 관리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바꾸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주 52시간제가 가뜩이나 구인난으로 인해 인력 부족 문제에 처해있는 중소기업에 신규인력 채용을 강제하고 그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가중하며, 하청의 경우 원청의 긴급 발주에 대한 대응을 더 취약하게 만들어 경영위기까지 걱정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사실 주 52시간 상한과 중소기업 위기 문제는 작년 말 국회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이슈 중 하나였다. 2021년 주 52시간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되었을 때, 30인 미만 중소기업은 작년 말까지 8시간 추가 연장노동을 허용하는 ‘추가연장근로제’가 도입되었다. 연장노동 상한을 바로 시행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작년 말까지 연장노동 추가사용을 허용하는 일몰제를 시행한 것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중소기업 업계는 여전히 제도의 도입이 어렵다고 호소하며 ‘추가연장근로제’를 2년 더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 여당은 요구를 수용해 법안을 상정했으나 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하여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추가연장근로제는 연말에 폐기되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 이 문제에 대해 대책을 조속히 발표했는데, 30인 미만 사업장이 주 12시간 연장 노동을 넘겨도 즉각 처벌하는 대신 1년간 계도기간을 두는 방침이었다. 이를 두고 정부 스스로 근로기준법 규정을 어긴 “꼼수”라는 대대적인 비판이 제기된다. 

이처럼 정부는 주 52시간 상한제에 따른 기업의 불만과 요구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특정 기간 노동시간 집중이 필요한 업종이나 스타트업 기업의 노동시간 문제에 집중해 제도적으로 유연한 노동이 가능하게 할 방법을 찾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3월에 발표한 개편안 역시 그 연장선에서 주 52시간제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의 입장을 고려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연장근로총량제는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노동 규제를 풀어 일이 몰릴 때 기업이 노동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하는 비용을 절감해 주는 방안을 고안한 정책으로 보인다. 기업은 실제로 기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해 온 터였다. 연장근로총량제는 규제에 대한 반대급부로 등장한 기업의 요구 중 몰아서 일해야 하는 업종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새로운 유연화 제도를 고안해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개편안이 특정 업종만을 고려한 편중된 제도라는 비판도 있는 것이다. 통상의 제조업은 일정한 생산량을 유지해야 사업이 지속되기 때문에 몰아서 일하기 쉬워도 몰아서 쉬는 게 쉽지 않다. 따라서 개편안은 제조업과 같이 일정 생산량을 유지해야 하는 업종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연장노동 규제가 중소기업 및 특정 업종의 저생산성과 경영위기를 심화하는 문제라면 이미 현행법에서 보장하는 변형근로시간제는 대책이 될 수 없었나? 

사실 변형근로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이전 정부에서부터 계속되었으나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의 활용도는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변형근로시간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컨설팅, 지원금, 인센티브 제도를 개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용성은 낮다. 실제 국내 사업체의 탄력근로제 도입 비율은 10.7%가 채 안 되고 선택적근로시간제도 6.2%에 그친다. 특히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활용도가 낮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사업체는 5~9인 6.8%, 10~29인 12.7%, 30~99인 18.3%, 100~299인 33.9%, 300인 이상 44.8%이다. 이처럼 특히 중소기업의 활용률이 낮은 건 변형근로시간제의 요건과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인데,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 대상 근로자의 범위 ▲ 단위 기간 ▲ 근로일과 일별 근로시간 ▲ 유효기간을 합의해야 하고 어떤 제도는 취업규칙도 바꿔야 한다. 따라서 기업이 연장노동 규제를 회피해 신축적으로 노동시간을 운영하려면 변형근로시간제와 유사하면서도 까다로운 요건과 절차가 필요 없는 제도가 필요했다. 따라서 연장근로총량제와 같은 제도를 설계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연장근로총량제가 “근로시간 사전 확정 등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필요한 탄력근로제, 개별근로자 동의와 정부 인가가 필요한 특별연장근로와 달리 복잡한 절차 없이 활용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더불어서 개편안에서 연장노동 요건을 완화하기 위한 또 하나의 입법과제는 근로자대표제에 대한 정비였다. 현행 근기법에는 근로자대표의 정의만 규정하고 있고 선출절차와 방법, 활동, 지위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진단에 따라, 입법을 통해 근로자대표의 선출절차, 권한과 책무를 명시한다는 것인데, 핵심은 사업장 전체가 아닌 노동형태와 직무의 특성에 따라 노동시간을 다르게 정할 수 있는 ‘부분근로자대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는 연장근로총량제를 사업장에서 적용할 때 그 서면 합의의 주체로 부분근로자대표를 설정해 변형근로시간제 도입에 있어 합의 요건을 간소화하고 손쉽게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직 이 제도가 실행되지 않아 연장근로총량제가 기업의 추가채용 비용을 실제 절감하거나 경영위기를 상쇄할 수 있을지, 또 부분근로자대표제를 도입해 기존 변형근로시간제 및 연장근로총량제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52시간 상한제 이후 기업의 현실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연장근로총량제가 기존 노동시간 제도에 있어 급격하고 불가역적인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즉 기존 노동시간 제도에서 아주 예외적으로만 허용되었던 연장노동의 빗장을 열어 법정노동시간 다음으로 중요하게 규율되어야 할 연장노동 개념 자체를 변모시킨 것이다. 이미 과감한 장시간 연속노동이 가능한 변형근로시간제와 더불어 연장근로총량제가 새롭게 도입되어 부분근로자대표제를 통해 일반적으로 확산된다면, 노동시간 제도가 규제하고 있는 노동시간의 양, 시간대 자체가 변경되고 연속적인 장시간노동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통제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연장근로 총량제에 대한 노동계의 비판이 장시간 노동(69시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일면적이다.

다음으로는 연장노동 유연화가 초래할 결과에 대한 우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편안을 포함해 우리나라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의 결함과 쟁점이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유연화 정책이 어떻게 변화해 지금의 연장노동 유연화까지 왔는지를 돌아보면, 이번 개편안 역시 장시간 노동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현실과 조응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3. 노동시간 유연화의 변화 궤적

 

1) 노동시간 단축과 변형근로시간제의 발전  

앞서 설명한 것처럼 법정노동시간은 노동시간 제도의 기본골격을 형성하는 기준이다. 이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연장노동에 대한 규율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실노동시간이 같다는 가정하에 법정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연장노동과 그에 부과되어야 할 가산임금은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법정노동시간 단축은 일차적으로 노동권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노동시간 제도 전반을 변경하게 되는 논리적 근거가 된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법정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의 매개가 되어왔다. 법정노동시간 단축을 조건으로, 혹은 계기로, 획일적, 일률적인 법정노동시간 적용을 피해 노동시간을 신축적으로 운영하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간 제도 역시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의 공식에 따라 확립되었는데, 특히 1996~97년 경제위기로 촉발된 신자유주의적 정책 개편과정에서 법정노동시간 단축과 변형근로시간제가 교환되어 왔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한국의 법정노동시간은 주 48시간이었고 주 60시간까지 초과노동이 가능했다. 당시의 법정노동시간은 공장제 노동을 규율하는 획일적, 일률적 규제였고, 초과노동은 당사자 합의를 전제하는 예외적인 제도였다.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법정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동시에 유연화 제도 도입이 시도됐으나 유연화는 제도적 틀을 갖추지 못했다. 변형된 법정노동시간을 기반으로 연장노동을 하게 되었을 때도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하느냐는 쟁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연장노동이 만연한 한국에서 변형근로제를 도입해서 발생하는 이익은 법정노동시간을 유연하게 만들어 가산수당을 주지 않고도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인데, 가산수당을 지급하게 되면 굳이 유연화 제도를 사용할 유인이 없었던 것이다.

1961년 12월 4일 근기법 47조 2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는 일종의 “1주 단위 탄력근로제”를 인정했는데, 당시에도 법정노동시간 초과시간에 대해 가산수당 지급 여부가 불투명해 변형근로제도로 활용되기 어려웠다. 결국 이 조항은 1997년 노동법 개정을 거쳐 법정노동시간의 탄력성을 부여하는 요소를 삭제하고 현행 근기법 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제도’로 발전했다. 

1980년 12월 31일 개정된 근기법에는 “당사자의 합의가 있는 경우,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근로시간이 48시간 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명시되었다. 이는 “4주 단위 탄력근로제”라 볼 수 있는데 입법취지는 “1일 근로시간의 경직성 완화”라 설명했다. 당시에도 노동부는 법적근거가 없어 연장노동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이 제도 역시 사업장에서 사용되지 않았고 87년 노동자 대투쟁 시기 폐지되었다(1987.11.27.). (당시 노동계는 1일·1주 최장노동시간에 대한 상한이 없다는 점을 비판하며 변형근로시간제 도입반대 투쟁에 나섰다.) 노동법 학자들은 이처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내 가산수당 지급을 보장하는 것은 탄력근로제 구성요건에 미달한다고 평가한다. 

결국 탄력근로제가 실질적으로 활용된 것은 1989년 법정노동시간이 주 44시간으로 단축되면서다. 법정노동시간이 단축되자 변형근로시간제는 입법과 무관하게 사업장에서 자연스럽게 실행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토요격주휴무제인데 이는 소정근로시간을 한 주는 40시간으로 다른 한 주는 48시간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법적 근거는 없었어도 기업은 취업규칙을 통해 이 제도를 고안하고 실행했다. 취업규칙으로 법정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연장노동 가산수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토요일을 무급휴일로 지정함으로써 주 44시간을 초과하는 주의 연장노동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처럼 토요격주휴무제는 연장노동 가산임금 없이도 소정근로시간을 변형할 수 있는 2주 이내 탄력근로제의 원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탄력근로제는 최대노동시간 상한이 없어서 기업은 이 제도를 통해 집중적인 철야노동을 가산수당 없이 시킬 수 있었다. 현재까지도 2주 이내 탄력근로제는 3개월 단위 기간과 다르게 1일·1주 최장노동시간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변형근로시간제가 제도적으로 확립된 시기는 1996년이었다. 노동운동사에서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통과’로 기록된 12월 국회에서 변형근로시간제의 기본 틀이 형성되었다. 개정안에는 ‘2주 및 1개월 단위 탄력적근로시간제도(50조), 선택적근로시간제도(51조), 사업장밖간주근로시간제(56조), 재량근로시간제(56조)’를 신설하였고 ‘공익성 사업에 대한 근로시간 특례’를 법정연장 노동한도 제외대상으로 바꾸었다. 변형근로시간제의 기본적 틀이 마련된 이후부터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 선택근로제의 정산 기간을 얼마나 확대할 것인가가 유연화의 핵심 쟁점이 되었다.

2003년 법정노동시간이 주 40시간으로 단축되자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법정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주당 법정근로시간(40+12)에서 토·일요일을 제외한다는 비상식적인 행정해석으로 휴일 16시간 노동을 더해 주 최대 68시간 노동(52+16)이 가능하게 한 꼼수가 논란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1년 확대는 노동계의 강한 저항을 받아 3개월로 줄어들었다.

2018년에는 휴일을 포함한 연장노동을 주 12시간으로 정하는 법개정이 발의되어 주 52시간 상한선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처럼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연장노동 규제가 도입되자 곧 변형근로시간제의 기간 확대가 관철되었다. 2021년 4월 지금까지 3개월 이내 단위로 운영된 탄력근로제가 최대 6개월 이내 단위까지 확대된 것이다. 당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는 노동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의무규정 제도화와 교환되기도 했다. 이 11시간 연속휴식제도는 현재 윤석열 정부 개편안에도 연장근로 단위 기간이 월 단위 이상일 때 적용하게 되어있는데, 이 연속휴식제를 선택하지 않을 시 1주 64시간 상한을 두고 있다. 이러한 1주 64시간 상한은 현행 3개월, 6개월 탄력근로제의 1주 상한 시간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물론 이번 개편안에도 변형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 확대가 포함되어 있는데, 선택근로제의 정산 기간을 1개월, 연구개발의 경우 3개월에서 3개월, 연구개발의 경우 6개월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2) 장시간 노동으로 나아간 유연화 제도  

한국의 노동시간 유연화는 실노동시간 단축과 장시간 노동에 대한 안전망이 조화롭게 설계되기보다 유연성에만 무게를 두고 설계되었다고 평가된다. 또 특별연장근로와 탄력·선택·재량근로, 그리고 근로시간·휴일·휴게 적용제외제도가 삼고 있는 노동조건과 도입요건이 통일되어 있지 않아 제각각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이는 법정노동시간 단축과 유연화를 통해 실노동시간을 줄이려는 목적의식보다 법정노동시간 단축에 뒤따른 기업의 변형근로시간 요구를 단편적으로 수용해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에만 집중한 결과다.

특히 1996~97년 경제위기 시기 노동생산성 효율화의 명분으로 노동유연화 제도는 강제로 관철되었다. 겉으로 보기에 노동계는 노동유연화 3제(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탄력근로제) 도입에 대한 노사정 합의문에 서명한 셈이었지만, 이것은 독일과 같이 노동시간 유연화를 수용해 임금과 고용을 조정하는 과정과 거리가 멀었다. 기업의 경영위기에 대한 극약처방의 방식으로 변형근로시간제도를 대대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에, 압축적인 산업화 시기에 굳어진 장시간 노동 관행이 해결되지 않은 채 현재와 같은 상태로 진화했다. 즉 주야 맞교대가 광범위하게 구조화되어 있는 자동차 산업이나 근로시간 특례제도에 묶여 장시간 노동이 합리화되어 있는 운송업 분야처럼, 남성 외벌이 모델이라는 가족제도가 존재하고 사회적으로 전일제 고용이 일반화되어 시간제 고용형태가 미발달 되어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며 유연화를 도입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나아가 변형근로시간제는 장시간 노동이 고착된 관행을 해결하지 않은 채 연장노동을 늘리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그 증거는 앞서 법정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도 발견된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관되게 연장근로시간 규제와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1953년 근기법 제정 당시의 법정 기준은 48시간이었고 연장노동까지 포함한 허용범위는 총 60시간이었다. 그러나 1989년 법정노동시간이 44시간으로 단축되었지만 연장노동은 휴일까지 포함해 주 72시간까지 가능해져 도리어 주 최대 노동시간 범위는 늘어났다. 2003년 법정노동시간이 40시간으로 단축되었어도 주당 법정 노동시간에 토·일요일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아 여전히 최대 68시간의 범위가 작동하고 있었다. 보통 탄력적근로제와 선택적근로제는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유연화가 교환되면서 도입되는데, 실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이유는 변형근로제 도입의 목적 자체가 연장노동에 대한 가산수당 부담을 줄이며 장시간 집중 노동을 효율화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2018년에 주 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된 것이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획기적 변화라 평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오랫동안 제도개선이 미비했던 휴일 노동 규정을 뒤늦게 정상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의 수출제조업에서 변형근로시간제도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통한 비교우위 전략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노동시간 유연화의 핵심적인 원리가 생산변동 시 초과노동의 양을 즉각 줄이거나 늘리는 것에 있다고 했을 때, 한국은 특수하게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만 유연성이 발전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처럼 연장노동을 늘려온 유연화 제도는 특정한 임금체계를 형성했다. 연장노동을 늘리려면 가산임금의 비용부담을 줄여야 했기 때문에 낮은 기본급이 설정되었고, 연장노동이 길어지는 만큼 초과수당(연장노동수당 + 휴일특근 수당)이 임금체계 상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임금체계는 원하청 모두에게서 나타나 초과수당은 노동자 가계의 고정적 수입구조로 자리하게 되었다. 제조업에서 상여금을 제외한 초과수당은 월급의 11.72%를 차지하고, 30인 이상 사업체에서 월 통상임금 대비 초과수당의 비중은 30.1%, 제조업은 41%나 된다. 노동시간 연장이 생계유지의 필수적 요인인 상태에서 연장노동은 장시간 노동을 지속하고 확보하는 수단이 된다. 포괄임금제와 고정OT(Over Time, 포괄임금제를 통한 연장노동의 정액수당화)가 일반화될 수 있었던 풍토는 장시간 노동과 임금체계가 상호 맞물려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산임금을 더 늘리려는 노동자와 노동시간을 더 신축화하려는 사용자의 이해가 강하게 담합을 이루어 연장노동, 즉 장시간 노동이 유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종합하면 우리나라 변형근로시간제는 경제위기와 고용위기에 대응하여 기업이 요구한 노동시간 유연화를 강제로 수용해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장시간 노동 관행이 미해결된 채 연장노동을 늘리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으며, 그 결과 초과수당 비중이 높은 임금체계가 오랫동안 굳어졌다. 개별적 노사관계가 이렇게 형성된 장시간 노동을 묵인하며 적응하는 것으로 제도의 결함을 견디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정부 개편안은 법정노동 유연화에서 연장노동 유연화로, 또 연장노동의 유연화를 근로시간계좌제를 통해 노동시간 변형의 최대치를 가동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근로시간 제도의 선진화” 또는 “노동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을 보장하고 유연한 근무방식을 확산”할 수 있다고 거창하게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지금까지 노동유연화의 확대가 실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진 역설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는 노동시간 제도 전반의 문제점을 제대로 직시해 종합적인 해법을 모색하기보다 더 ‘확실한 유연화’ 에만 집착한 결과다.

정부는 연장근로총량제로 단위 기간별 총량을 줄여나가면 실노동시간도 줄어들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유연화가 완비된 해외 국가들의 경우 변형근로시간제가 장시간 노동을 억제하는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연장노동을 포함한 1일 최대노동시간을 엄격하게 제약한다. 한국은 여전히 1일 최대노동시간 규제가 없어 압축적인 연장 노동이 가능해 장시간 노동체계의 주요 요인이 된다. 정부의 말대로 연장근로총량제가 단위 기간이 늘어날수록 노동시간 총량이 줄어든다 해도 1일에 사용할 수 있는 연장 노동의 최대 상한선 규제가 없다면, 장시간 노동을 지속하려는 노사 양측의 경향성을 제어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따라서 실노동시간 단축 효과를 내기 힘들게 된다. 
 
 

4. 근로시간저축계좌제와 포괄임금 규제

 

1) ‘근로시간저축계좌제’로 복합적 유연화를 완성할 수 있는가?

개편안에서는 연장근로총량제와 함께 근로시간저축계좌제의 입법화를 중요하게 다뤘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란 노동자가 회사와 계약한 노동시간을 초과해 일한 만큼 자신의 계좌에 저축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쓰는 제도다. 소정근로시간과 실노동시간의 차이를 적립해 원할 때 휴가로 보상받는 제도로 노동시간의 탄력적 운영과 휴가를 결합한 유연화 제도다. 현행보상휴가제(근로기준법 57조)에서 명시한 연장·야간·휴일노동에 대한 구체적인 적립방법, 정산원칙을 마련한다는 것으로,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표준모델 수립 연구용역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개편안에 담고 있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연장근로총량제를 보완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몰아서 일하는 대신 연장수당을 저축해 업무량이 적을 때 휴가로 소진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월·반기·분기·연 단위까지 확대하게 되면 이에 따라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동일하게 연간단위까지 늘려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연장노동총량관리제와 근로시간저축계좌제가 결합한 복합적 유연화 모델을 구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개편안이 역대 정부의 유연화와 다른 점은 노동시간의 유연화를 휴가사용과 결합한 대목이다. 이러한 발상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독일 메르켈 정부가 고용문제 해법으로 도입한 ‘근로시간계좌제’를 모사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유연한 노동시간 규정의 보장을 위한 구조개선법’을 제정해 노동시간 단축과 저축계좌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고용률은 2003년 64.6%에서 2019년 76.7%로 증가했고, 실업률은 같은 기간 9.4%에서 3.2%로 감소해 성공적인 노동개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독일은 수출 부진과 수요 저하로 발생한 고용위기에 대해 정리해고를 배제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노동시간 조절이라는 내부적 유연화를 선택했다. 독일에서는 1990년대 초 경제위기와 자동차 수요 급감, 자동화 도입으로 위기에 처한 폭스바겐이 ‘근로시간계좌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선례를 남기면서 이러한 유연화 제도가 안착할 수 있었다. 독일의 근로시간계좌제는 한국의 선택근로제와 탄력근로제, 보상휴가제를 모두 포괄하는 변형근로시간제도의 복합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휴가와 노동시간이 결합한 독일의 유연화 모델이 한국 사회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경제위기 시기 고용과 임금을 교환하는 맥락에서 근로시간저축계좌제의 수용이 이뤄졌다면,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한국의 경우는 법정노동시간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기 위해 변형근로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장에서 노동시간을 둘러싼 노사 간의 논의가 ‘시간=임금’이라는 측면에서만 이뤄져 왔고, 휴가를 포함한 노동자의 건강이나 장시간 노동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던 사회적 맥락도 존재한다. 게다가 여전히 실노동시간이 긴 것에 비해 임금 보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연장 노동 보상을 휴가로 대체한다는 것은 곧 임금 총액의 삭감으로 이해된다. 

독일의 경우 연장 노동에 대한 보상을 금전보다 휴가로 정산하는 기업의 비율이 훨씬 높다. <독일 노동시장과 직업연구소>에서 실시한 2008년 16000여 개 사업체 패널자료 분석에 의하면 연장노동을 시행하는 사업체는 63.9%이지만 이를 금전적으로만 보상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8.6%에 불과하고 반면 보상휴가로 연장노동을 보상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48.2%였다. 2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장기근로시간계좌를 활용하고 있는 비중이 2016년 기준 81%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독일식의 내부적 유연화가 작동 가능한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가 경제, 고용위기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장시간 노동체제에 대한 실질적 대책의 일환이 아니라, 연장노동 유연화를 보완하는 단편적 아이디어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이런 식의 정책은 장시간 노동을 더욱 강화하는 한국식 유연화 제도의 함정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2) 유연화와 포괄임금 규제 교환으로 실노동시간을 감축할 수 있는가?

한편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포괄임금 규제도 강조하고 있다. 연장근로총량제 시행으로 공짜야근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포괄임금 오남용 시정조치를 강화하고 근무시간 기록·관리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을 “유연근로시간 제도의 취지와 운영을 가로막은 관행화된 부작용”으로 규정하고 익명온라인 신고센터를 개설해 이전보다 더 강하게 기획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장노동 유연화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우려로 제기되는 장시간 노동 문제를 포괄임금 규제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포괄임금은 근로계약 체결 시 법정 기준 노동시간을 초과한 연장, 야간노동이 예정된 경우 노사합의로 연장, 야간, 휴일수당을 미리 정해 기본급여에 포함하는 임금 산정방식이다. 포괄임금을 통해 사용자는 탄력근로제나 선택근로제를 활용하지 않아도 연장노동 관련 임금산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연장노동에 대한 수당이 실제로 행해진 시간과 관계없이 고정임금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굳이 변형근로시간제의 까다로운 절차와 요건을 도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사용자가 변형근로시간제 없이도 노동시간의 탄력적 운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생산직의 경우에는 교대제, 사무직의 경우에는 바로 고정OT 덕택이었다. 

포괄임금은 본래 노동시간 측정이 어려운 직종에서 연장노동을 건건이 계산하는 것보다 고정OT를 통한 탄력적 노동시간 운영이 더 합리적이라는 개별적인 판례를 근거로, 사후적으로 다양한 노동 현장에 적용하여 그 유효성을 인정하게 된 관행이다. 직종의 특성을 존중한 예외적인 허용으로 시작되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점차 일반화되어 ‘포괄임금제’라는 용어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포괄임금을 금지하는 업종, 직종에 대한 법적 기준은 없으며, 근로계약서를 통해 노사합의 절차에 근거해 실행한다면 불법이라 할 수도 없다. 다만 근로계약서에 합의된 것 이상의 초과노동 시간에 대한 급여를 미지급하게 되면 노동자는 임금체불 신고를 통해 초과한 만큼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

이처럼 포괄임금은 특정 업종의 현실적 필요와는 별개로 장시간 공짜노동을 합리화하는 ‘꼼수’였고, 노동시간 유연화에 있어 합법과 불법의 모호한 경계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제라도 오남용이 벌어지는 위법 사업장에 대한 규제와 처벌은 필요하며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포괄임금 오남용 규제가 장시간 노동 억제에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이것이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려는 노동자와 사용자 양자의 유인을 억제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유연화 제도가 장시간 노동의 매개로 작동하고 있는 한국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포괄임금 오남용 규제는 연장노동 유연화와 교환될 수 있는 안전장치로는 미약하다. 

그 이유는 포괄임금이 오늘날 대기업의 지불여력과 노동자의 임금 보존 요구가 결합한 산물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괄임금과 고정OT는 기업의 관점에서 초과노동 비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며, 동시에 노동자의 관점에서 연장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총액 임금을 보존하는 수단이다. 실제로 초과 노동시간을 정확히 따져 연장수당을 지급해도 이미 합의한 포괄임금에 비해 적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포괄임금을 규제하면 노동자는 임금 총액이 감소하는 반면 기업은 오히려 초과노동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포괄임금 규제를 계기로 연장노동을 둘러싼 임금체계 문제가 갈등적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처음에는 “꼼수”로 도입되었을지라도 이미 포괄임금이 오랜 관행으로 굳어지면서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수용가능한 한국식 임금제도로 안착되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정부 역시도 포괄임금 제도 자체를 대대적으로 손보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정부 여당의 포괄임금 규제가 ‘폐지’나 ‘원칙적 금지’가 아니라 “오남용에 대한 규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장근로총량제 도입이라는 큰 틀의 정책변화에 비하면 포괄임금 규제는 일면적이고 부분적인 대책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실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5. 노동유연화 비판, 본질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까지 논의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는 연장노동 단위와 총량을 탄력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안했고 기존 법정노동시간 유연화에 머물던 변형근로시간제의 범위를 초과노동시간으로도 확대하려 한다. 이러한 연장근로총량제는 기존 노동시간 제도에서 예외적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던 연장노동의 개념을 유연하게 풀어주는 급격하고 불가역적인 제도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굳이 이 같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지 않아도 이미 현행제도는 충분히 유연해 연속으로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며, 연장근로총량제는 이보다 조금 낮거나 유사한 수준의 유연화 제도다. 그럼에도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주 52시간 상한으로 중소기업, IT, 연구개발, 계절업종에서 발생한 연장노동 비용부담 문제를 해결하고 기존 변형근로시간 제도의 절차와 요건을 간소화해 그 활용성을 높이는 데 있다. 나아가 정부는 현대화된 노동에 적합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더 과감하게 노동시간을 유연화해야 한다며 연장근로총량제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통해 복합적인 유연화 제도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그러나 정부의 개편안은 한국에서 유연화 제도가 법정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변화하는 과정에서 장시간 노동의 관행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문제를 간과한 채 유연화의 필요성만을 강변한다.

지난 상반기에는 개편안이 ‘주69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비판이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그러나 노동시간의 완전한 유연화를 추구하며 “몰아서 일하고, 길게 쉬는 방안”을 담고 있는 개편안에 대해 최대치 노동시간 문제는 하나의 비판 요소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용노동부가 반박했듯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도 노동시간을 완전하게 신축적으로 운영하면 특정 일·주에 주 69시간보다 더한 최대시간이 산정될 수 있다. 또한 정부가 이후 장시간 휴가로 더 많이 보상하거나 보호제도를 더 두텁게 두는 것으로 대중적 동의지반을 만들게 되면 비판의 정당성을 잃을 수도 있다. 

노동시간 최대치가 얼마냐에 초점을 둔 비판은 개편안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가로막고 이상적인 ‘더 낮은 노동시간’을 대안으로 찾게 만든다. 주 69시간이 문제가 되자 지난 대선 시기 민주당 및 노동계가 주장했던 주 4일제, 주 4.5일제가 다시 재조명되었고 노동계 역시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소위 ‘MZ노조’라 불리는 새로고침협의회도 개편안을 반대하며 “연장노동을 유연화할 것이 아니라 주 40시간 내에서의 유연화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민주당은 즉각 주 4.5일제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신중하지 못했던 대통령의 노동시간 발언이나 주 69시간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커졌다 해도, 개편안에 대한 맞불로 주 4.5일, 주 4일제를 주장하는 것은 오답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급격하고 일률적인 법정노동시간 단축은 실노동시간 단축이 시급한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되어 있는 영역의 제도개선 과제를 흐릴 우려가 크다. (자세한 내용은 「주4일 근무제 주장에 대한 비판적 검토: 현장에 기반한 실질적 노동시간 단축방안을 모색해야」, 《계간 사회진보연대》, 2021년 겨울호를 참고하라.) 

오히려 주 4.5, 주 4일제 같은 제도 자체가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흐름을 가속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이후 노동시간 단축과정이 반드시 노동시간 유연화로 교환되었다는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주 4.5일, 4일을 도입하면 설비가동률을 낮추기 어렵거나 쉬는 날 없이 상시근무가 필요한 사업장(공공부문, 상업 서비스업종 등)에서는 노동형태를 크게 유연화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 주 5일 사업장에서도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개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결국 기존 노동시간 제도 전체가 유연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주 4일제를 주장하는 연구자가 제시한 다양한 노동형태의 예시인데, 이를 보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시간 유연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이번 개편안에서도 선택근로제의 업종과 단위 기간을 확대하는 취지와 목적을 “주4일제·4.5일제 확대 등 근로자 시간주권 강화”라고 명시했기에, 이미 ‘주4.5일제’는 정부의 노동유연화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를 포함해 과거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노동시간 유연화를 추진하며 실노동시간 단축과 고용여건을 개선한다는 이상적 목표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의 추진 의도와 배경, 실내용에서 나타났듯이 개편안은 기업의 비용 절감 요구를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자리 나누기’나 고용 창출이 가능해지려면 실노동시간이 실질적으로 단축되어야 하고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개별적 노사관계의 욕구가 통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이러한 목표에 미달할 뿐 아니라 기업이나 특정 업종의 이해에 편중되어 모순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반기 정부는 노동시간 개편안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노동운동은 개편안을 비판하는 데 있어서 최대노동시간 문제에 매몰되기보다 노동시간 유연화의 역사와 현 단계의 문제점을 정확히 비판하고 장시간 노동을 해결할 수 있는 시급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주제어
노동 노조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