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0.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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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전략과 총선의 문제

김진균 | 대표, 서울대사회학과 교수
무역자유화협상 반대를 위한 국제적 연대

지난 2월 1일과 2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4개국 노총회의가 개최하였다. 이 회의에 민주노총, 남아공 COSATU, 브라질CUT, 네덜란드 FNU가 참석했는데, 여기에서는 99년 11월 30일에 개최된 WTO 시애틀 각료회의 이후 WTO를 둘러싼 쟁점과 2000년 4월 남아공에서 열리는 제17차 ICFTU(국제자유노련)총회에 대한 공동대응이 가장 큰 관심사항이 되었다.
또한, WTO 뉴라운드 협상과 관련한 사항, 다국적기업에 대한 공동대응, 여성문제, 비공식부문에 관한 사항, 노동조합과 NGO의 관계, 에이즈문제, 노동조합의 투쟁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였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자유무역, WTO 무역협상, 신자유주의에 관한 공통의 입장을 표명하고 적극 대응하기로 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 상황에서의 자유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가에 각기 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무역협상은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되어야 한다. 무역협상에 핵심노동조항을 포함시켜야 하며, 더 광범위하게는 무역자유화가 국가간의 불평등, 한 국가 내에서의 불평등, 사회정의, 여성평등, 빈곤 그리고 사회경제발전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과 관련하여 무역협상에 노동조건을 연계시켜야 한다. 무조건적인 자유무역은 노동자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참가노조들은 자유무역원칙을 중요시하는 WTO의 주장을 비판하며, 사회통합·개발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 환경·문화와 노동권과 같은 문제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하였다. 이에 국제기구들과 이들 기구의 활동범위에 있어서 균형있는 상호관계를 요구하며 WTO협상이 중단된 시기, 무역자유화와 무역협상이 개발도상국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데 활용해야 한다. 저개발국가들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검토하고, 무역과 개발문제 토론에 노동자들을 참여시킬 것이며 자유무역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을 강화할 것이다."


그리고 다국적 기업에 대한 표명도 있었다.


전략적 구상을 위한 회의가 시급하다

"다국적 기업은 경제의 세계화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로, 이들의 고용창출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에, 다국적 기업은 현지기업을 인수하는데 열중할 뿐 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다국적 기업은 저임금, 세금면제, 환경과 노동기준을 회피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자본을 이동시키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다국적 기업의 전반적인 기업전략에 맞선 전략과 대응을 해야 한다.
4개 노총은 몇몇 다국적 기업을 선정하여 조사와 캠페인을 벌이자는 민주노총의 제안을 환영하며, 이는 지구적 행동을 조직할 수 있는 노동조합운동의 역량에 달려있다. 대상이 될 다국적 기업의 선정과정은 노동조합간의 연대를 강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렇게 합의된 사항은 민주노총이 '노동운동발전전략위원회'에서 집중적으로 연구논의할 것이지만, 4개국 노총회의에서 다룬 여성문제, 비공식부문, NGO와의 관계, 에이즈문제도 상호연관된 문제로서 충분히 인식되어야 한다. 위의 문제사항은 단지 민주노총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전반에 관련된 문제이고, 더구나 1997년 이후 한국의 IMF관리사태는 그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을 온 국민이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전반적이고도 총체적인 인식이 되어있지 않다. 이에 대한 '전략적 구상을 위한 회의'가 상설적으로, 심도있고 책임감있게 구성·진행되어야 한다. 나는 WTO반대 국민행동 3호에서 이러한 문제제기를 한바 있다.


다자간투자협정, 준비된 싸움을 해야 한다

지난 2년간을 돌이켜 보면, 세계의 자본흐름에 대하여 한국에서 두 가지 대응운동이 있었다. 그 하나는 현재 유지되고 있는 스크린쿼터제 폐지를 요구하는 미국측 압력에 대해 반대운동이었고, 다른 하나는 OECD에서 추진했던 '다자간투자협정'에 대한 반대운동이었다.
첫번째 운동은 일단 유보시켜놓고 있지만 한미투자협정회담이 계속 진행되면 언제나 쟁점이 될 것이고, 한국의 문화산업 또는 시청각 문화산업 전반에 관한 정책을 검토하게 하고있다. 이 산업정책 이전에 사실 한국문화와 역사, 그리고 한국인의 삶의 질 문제를 먼저 연구하고 분석하고 이론화하는 작업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이 문화산업문제가 별도로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자간투자협정 시안'을 보면 투자의 전반적 개념 그리고 그 포괄적 근거로서 세계화되는 자본주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영화시장을 전면 개방하라는 요구나 일본이 한국의 문화시장을 개방하라는 요구나, 자동차회사 판매를 공개하라거나 한국전력을 민영화시키고 분할해서 해외자본에 매각하라는 요구가 동일한 다자간투자협정의 맥락에 놓여있다.

다자간투자협정은 결국 조인되지 못해서 WTO회담으로 넘겨지고, 이 회담이 1999년 11월 30일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되어 이에 맞서 지구촌 민중운동이 집결하여 저항했던 것이다. 사실 이 시애틀 회담에 대해 우리나라 민중운동진영은 아예 문제인식도 하지 못했거나 또는 개별적으로 전농(全農)이 두드러지게 농산물 문제를 두고 싸웠을 뿐이었다.


민중운동진영의 공동대응이 필요

97년부터 무자비하게 시작된 대량해고 사태와 노동자의 비정규직화 또는 불안정화는 이미 다자간투자협정안에서 세계적인 거대자본의 투자행위에 의하여 발전되었던 것이다. 한국의 거대기업에 대해 IMF의 힘을 빌려 국가가 단행하는 정비작업도, 결국 한국자본을 세계적 거대자본에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에 불과하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의 고통이 집중되는 것이었다.

문제의 본질이 이 차원에서 발생한다면 대량해고, 미취업, 불안정고용 및 비정규직 노동자의 급증문제와 한국전력을 비롯한 공기업의 민영화와 해외매각 문제, 공공기구의 민영화문제 그리고 한국문화산업에 대한 개방요구, 음식물 개방요구문제, 종자회사의 해외자본으로의 소유권이전문제, 한국 동·식물 종자에 대한 해외자본의 지배를 비롯한 전반적인 지적 재산권 강화문제 등은 민중운동단체들이 함께 대응해야 할 사안들이다. 비록 전술적인 대응방식은 차이가 있더라도, 전략적 차원에서 문제를 기본적으로 인식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IMF극복 국민운동의 전선체가 있고 한미·한일 투자협정과 WTO반대를 위한 전선체가 있기는 하지만, 총체적인 인식을 위한 전략모임을 위하여 적극적인 모색이 필요하다고 본다. 연구하는 사람들, 정책을 구상하는 사람들, 실천운동을 구상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이 토론을 전개해야 한다.
영화배우나 감독이 종전의 민중운동전선에 대해 서먹하다가 스크린쿼터폐지 반대운동에서 만나서 힘을 합쳐 나가듯이, 좀더 열린 자세로 영역의 울타리를 넘어 구상을 위한 연대의 기반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 전략구상을 만들 때만이, 부문에서 각종의 문제에 대응하는 운동들이 핵심적 목표로 지향될 수 있을 것이고 민중의 힘을 더욱 집중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정당에게 들리기나 할 것인가!

올해 총선국면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도 문제이다. 십여년 동안 발전, 성장해온 시민들의 민주의식이 이제 총선국면을 맞이해서 '총선시민연대'를 결성하고 국회의원 낙천운동을 전개하여, 전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각 정당에 영향력을 미치려 하고 있다. 이 운동은 시민운동이 성숙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한국에서도 시민의 힘이 바탕이 되는 자유주의 시대 -민주주의 시대를 오게끔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노동자측에서도 낙천자를 골라내고 있단다. 아마도 이런 생각이리라. 노사정위원회에서 허구적으로 정리해고를 몰아붙이던 정치인이 공천을 받으면 어쩔 것인가? 현대자동차회사가 장기적인 파업을 하고도, 결국 여성노동자(식당근무 아주머니들)를 정리해고하여 전국적으로 정리해고의 빌미를 실질적으로 제공했던 노조위원장을 보고 '위대한 역사적 결단'이라고 말하던 정치인을 당선시키겠는가?

사실 시민단체가 낙천낙선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힘겹고 역사적인 일이다. 더구나 법적 뒷받침도 없이 오히려 불법이라는 마당에 공천인사를 낙천시키고, 선거 출마자를 낙선시키는 운동으로 발전시키는 일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더 나아가, 정당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공천과정을 요구하는 일 자체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가부장적 권위체제에 뿌리박은 채 모든 정치적 권한을 한 사람에게만 돌려놓은 비민주적 정당체계를 바꾸자고 한들, 한국의 정치·경제·군사적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내놓고 국민의 판단에 의해 의원을 선택하자는 주장을 한들, 기존 정당의 사람들 귀에 들리기나 할 것인가!


그들이 누구의 편인지 명확히 묻자

그러나, 1997년 IMF사태 이후 국내외에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심각한 것이다. 해고자가 늘어나고 불안정취업자가 대다수를 이루고 민중의 삶이 도탄에 헤매이게 돼도, 군수산업을 억제하고 국방비를 줄이려는 국내외의 군축·평화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 정세에서 우리는 좀 더 과감하게 정책을 내놓고, 총선에서 국민의 판단을 촉구해야 한다.
출마하는 개인이나 정당에게, 민주노총은 적어도 4개국 노총회의에서 합의한 안을 정책으로 구체화시켜 의견을 물어야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아, 정보로써 저장하여 의정활동을 검색해 가야 할 것이다. 당선시켜야 할 사람도 신중하게 찾아 나가야 한다.

시민운동이 단지 낙천과 이미 공천된 사람에 대하여 낙선운동만 하는 것도 힘겨운 일이 될지언정, 더욱 적극적으로 누구를 당선시켜야 하는 작업을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대안적 정치세력이 없는가? 그렇다면, 그러한 세력을 성장시킬 방도가 이번 선거를 통하여 모색될 수는 없는가? 낙천운동과 낙선운동만으로 3김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지역감정의 정치적 퇴적물을 구조적으로 씻어낼 수 있는가?
이번 선거를 통해 또다시 3김찬가가 지역적으로 울려 펴진다면, 우리가 역사를 민주화의 새로운 단계로 올려놓았다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 단견과 편견과 아집만으로 가득찬 기존 정치권이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민주적 가치와 민중에 대한 애정을 가지며 초국적 자본의 전지구적 총공세를 대처할 궁리가 나오겠는가?

앞에서 제기한 전략적 구상을 위한 회의에서 이 문제를 가장 구체적인 정책으로 세워 이를 위한 정치적 세력을 검색하여, 퇴출시키고 등장시켜야 할 정치세력을 구분하자. 그리고 이를 위해 국민, 민중 그리고 시민이 행동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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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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