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5.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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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말한다

신자유주의와 노동의 불안정화 시대, 여성노동자 투쟁에 관한 일 제언

정지현 | 운영위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편집부장
세계화로 인한 전지구적인 여성의 불안정화 문제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행해지는 노동시간의 66%를 여성이 채우고 있는 반면 여성은 세계 전체 소득의 10% 그리고 전체 부동산의 1%만을 소유하고 있으며 세계 빈곤층 13억 인구 가운데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은 여전히 남성보다 25% - 50% 더 적은 급여를 받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94%가 비정규, 비조직 부문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은 사회적, 법적 보호를 받기 힘들고 또한 노동권 단체들의 지원도 기대하기 힘든 형편에 처해 있다 (마야 잔시, 2000). 이제까지 여성은 이중노동에 의해 고통받아왔으며, 세계화 이후 여성노동의 주변화와 빈곤의 심화로 더욱 고통받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란 더 싸고 더‘유연한’노동을 찾는 자본의 속성에 따라 결국 여성들의 상태를 더욱 열악하게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는 '가부장제'를 이용하여 더 많은 여성노동력을 착취하고 자신의 축적구조를 완성시킨다. 기업가들은 여성을 더 순종적이고 덜 조직적이며, 결혼이나 임신 같은 사유로 해고하기 쉬운 존재로 보고 있다. 하청 및 시간제 노동, 계절노동, 성과급 노동 등이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해 나가고 있는 세계 경제에서 여성은 특히 불안정하고 더욱 착취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그들의 노동은 부차적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쉽게 해고되는 것이다.
여기에 신국제분업이라는 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착취 형태는 노동의 불안정화를 가져오는데, 일단 자본은 싼 노동력을 찾아 제3세계로 이전한다. 제3세계에서 여성노동은 남성노동보다 열등하다고 여겨져 최저임금이하의 여성임금은 정당화되었고 젊은 여성은 남성보다 권위에 잘 복종하며 열악한 노동조건을 잘 견뎌내기 때문에 고용주는 젊은 여성을 선호한다. 제3세계에 적용된 노동의 신축화가 중심국에도 형성되는데, 결국 여기서도 이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은 여성노동력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제 1세계의 흑인 여성과 제3세계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그 요구를 만족시키는 형태로 드러난다. 미국에 이주 여성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노동착취공장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마킬라도라 같은 자유무역지대는 제3세계 여성 노동력을 제1세계가 착취하는 방식이다. 결국 형태는 다를 뿐 제1세계와 제3세계에서 드러나는 여성노동력의 착취는 제 3세계 여성 자체이거나 제1세계로 이주해온 또 다른 제3세계 여성노동자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을 착취해온 양상은 같지만, 남한사회의 착취형태는 제 1세계와 제3세계와는 다소 다르다. 남한사회는 70·80년대를 지나면서 제3세계와 같이 수출 지향적인 제조업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여성노동 착취는 많이 사라진 편이다. 그 대신 서비스 부문의 팽창과 기혼 여성의 임시직 노동이 그 자리를 메운다. 다른 나라의 노동자가 그 하위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위계화되어 노동시장을 신축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롭게 성장한 여성엘리트 그룹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사이의 위계화가 점점 심화된다. 물론 남한사회도 이주노동자의 문제가 심각하긴 하지만(남성 이주노동자의 경우 불안정노동층을 형성한다), 여성이주노동자의 경우 제 1세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신축적인 일회용 노동을 담당한다기보다 대다수가 성산업에 종사하거나 식당 등의 요식업에 서비스노동을 담당한다는데 그 차이가 있다.

남한사회에서 신자유주의 여성노동정책 비판

그렇다면 남한의 여성노동정책은 여성노동자의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을까? 남한사회에서 신자유주의 여성노동정책은 크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과 세계적인 여성정책의 흐름인 성주류화전략, 두 축으로 이루어졌다. 외환위기를 통해 나타난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노동부문에서 노동의 유연화를 목표로 정리해고, 파견도입, 비공식부문의 확대 등을 포괄한다. 그리고 성주류화 전략이란 모든 정책결정, 실행단계에서 명시적으로 여성을 고려하는 절차와 매커니즘을 요구하는 전략을 지칭하는데, 이렇게 변화해온 세계여성정책의 흐름을 타고 남한 또한 성주류화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바는 여성의 공적영역(노동시장을 포함한)으로의 진출을 보장하는 법·제도적 토대를 마련함과 동시에 여성(노동자)에 대한 정책을 수립, 실행하기 위한 기관을 따로 두었다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법·제도의 마련에 있어서 구체적인 내용과 신설된 기관의 정책방향은 다음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1)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은 증가하고 있으나, 고용의 질은 하락하고 있다.

남한사회는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타국에 비하여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3차 산업의 급격한 확장과 3차 산업의 서비스·판매직 등은 감정노동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특히 여성노동자 고용을 확대하였다. 6.7%로 실업률이 최고치에 달했던 98년 전후를 제외하고 여성노동자 고용을 확대하고자 하는 정책방향은 일관성 있게 추진되었다. 가사노동을 함께 해야하는 여성노동자의 조건을 고려한다는 취지로 변형시간근로제, 단시간근로제가 도입되었고, 이미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파견직을 합법화하여 여성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파견근로제를 도입하였으며, 재생산노동에 대한 부담을 낮추려는 목표로 유상의 육아휴직제가 시행되었다. 한편 친여성적인 업무환경 조성을 위해 직장내 성희롱 해결을 위한 계획 또한 마련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양적 팽창과 함께 나타나는 질적 하락의 문제다. 비정규직의 70%가 여성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영한다. 여성의 영역은 가정, 남성은 생계부양자라는 전근대적인 성차별 이데올로기가 21세기 신자유주의 전략의 성공을 책임져 주고 있는 것이다. 남성의 수입이 가족 임금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은 여성의 우선적인 역할은 가사노동과 어린이, 노약자의 보호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여성의 유급노동을 가계 보조적인 활동으로 취급한다. 여성의 직업이 어떤 것이든지, 얼마만큼의 노동시간을 투입하든지 간에 여성노동자는 항상‘영속적인 임시직’으로 간주된다. 결국 노동시장 유연화의 전략은 임시적 노동자로 간주되는 여성노동자의 퇴출과 투입의 극대화로 이어진다. IMF 경제위기 이후 3여 년 동안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루어진 여성우선해고, 정규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는 신자유주의의 가부장적 본질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농협, 알리안츠 생명 부부사원 우선해고 사례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최근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생계 부양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규 노동시장에서 가장 먼저 해고되었다. 구조조정 당시 정리해고 1순위도 여성이지만, 2001년 한국통신 114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비정규직으로의 전환은 여성 집중 직종, 업무에 우선적으로 진행된다. 결국 여성은 비정규직화 되거나 실망 실업자가 되어 가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렇게 여성이 집중된 비정규직이나 직종 등에 대해선 법적 보호가 유난히 부족하다. 80년대부터 특수고용형태가 문제되었으나 최근까지도 무대책이고, 학습지교사·보험판매인 등 여성집중화 된 특수고용에 대해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관하고 있다. 가사사용인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파견법 적용 대상업무가 여성집중 업무에 편중된 것도 이를 보여준다.
결국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임금, 노동시간, 복리후생 면에 있어 여성은 훨씬 열악한 조건에 처하게 된다. 신자유주의는 여성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생존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최대 피해자인 여성이 역으로 신자유주의의 생존을 위한 토대로 존재한다는 것은 모순적이지만 이는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2) 여성노동자 보호조치 삭제

여성의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는 오히려 감소하였다. 여성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삭제하여야한다는 이유는 크게 각종 보호조치가 이미 사문화된 것이 많다는 점, 보호조치로 인하여 기업에서의 여성노동자 고용을 기피한다는 이유, 이제는 보호가 아니라 평등이 되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출산율의 저하라는 조건에서 임신한 여성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는 유지되었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의 유급 전환 등은 확대되었다. 대신에 여성노동자의 다른 노동기본권이 후퇴되었다. 2001년 모성보호법 개정 당시 유해 위험 사업 사용 금지조항, 야업 및 휴일근로의 금지조항, 시간외근로 제한 규정, 갱내근로금지 조항 등에 대한 실질적인 축소 및 삭제와 뒤이어 주5일제를 통한 생리휴가 무급화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조항의 삭제는 여성노동자의 노동조건 뿐 아니라 전반적인 노동조건을 악화시켜 불안정노동으로 확대하기 위한 조치였다. 여기서도 알 수 있는 것은 자본이 노동조건을 악화시켜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펼 때도 1차적인 타겟은 여성노동자에 있다는 점이다. 자본이 보호조항 삭제의 이유로 들었던 '보호가 아니라 평등이 되어야 한다' 는 말을 지키려면 제반 노동조건이 향상되는 방향으로 진행했어야 옳다. 예를 들어 생리휴가가 아니라 노동건강 휴가 등의 방향으로 법개정이 진행됐어야 한다.

(3) 여성을 차별하는, 여성을 희생양 삼는 복지체계

경제위기 이후 IMF시기를 경과하며 전반적인 사회서비스·사회복지 예산이 축소되었지만, 오히려 예산과 사업에서 확대된 분야는 실업대책이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우선해고가 일반화되었던 시기에 실직한 여성노동자에 대한 실업대책은 미비하였다. 실업대책의 주요사업은 실업급여사업, 공공근로사업, 실업자 직업훈련사업, 실업자 대부사업, 생활보호사업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은 참여자격조건, 실제사업내용에서 여성노동자를 배제하여 여성노동자의 복지를 축소하는 경향을 낳았다.
또한, 여성은 5인 미만 사업장 취업률, 가족종사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현황 등의 남녀 취업구조의 차이로 인해 국민연금, 산재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여성은 보험료 분담이 안 되는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국민연금 급여 산정시 여성 무급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이처럼 남한사회의 복지체계는 고용구조, 연령계층별 경제활동참가 유형, 임금 구조 등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을 그대로 반영함으로써, 여성이 남성보다 열악한 독자적 연금 수급권을 갖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연금제도는 아동양육노동으로 인한 소득손실을 노후에 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육아휴직 여성의 보험료 추후 납부 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는 여성 가입자가 보험료를 직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아동양육에 근거한 독자적 연금 수급권 확보 개념에 맞지 않는다. 이혼배우자 연금분할수급권 인정은 혼인 기간을 토대로 한 연금소득을 부부공유재산으로 본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결과라고 보겠다. 그러나 이혼이 아닌 별거 시, 여성 배우자가 분할연금 수급을 할 수 없는 점이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다. 또한 재혼시 재혼 기간 동안 분할연금 지급을 정지함으로써 여성은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적이라는 전제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갖고 있는‘시장중심성 및 시장의 극대화 전략’은 결국 복지비용 및 공공부문의 축소를 가져오고 있다. 효율성 증대를 위한 복지비용 및 공공부문의 축소는 유급 경제에서 무급경제로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며, 대신 여성의 무급노동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결국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충격을 여성이 무급노동을 통해 흡수하는 것이다. 복지 및 공공부문이 축소될 경우, 여성은 사적 영역으로 넘어 온 가계 복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유급노동을 시작해야 하는가 하면 더 많은 시간을 보살핌 활동에 투여해야 한다. 결국 여성의 노동시간은 늘어나고 노동강도는 심해져 여성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게 된다.

3. 여성노동의 불안정화, 빈곤화에 대항하는 투쟁

(1) 여성의 권리를 위한 이데올로기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① 사회와 가정의 공·사 분리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기획이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도 여성(노동) 문제의 핵심은 '가족'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회의 기본적인 구성단위가 '가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여성은 이 가족이라는 구성물에 종속되는 형태로 규정받는데, 이는 공·사 분리 이데올로기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가정과 일터의 분리는 여성을 출산과 양육 역할로만 한정시켰으며, 가정을 사회적 생산의 공적 영역과는 분리된 사적·개인적인 영역으로 변화시키고, 여성과 아이들은 일차적 노동력이라기 보다는 이차적인 산업예비군이라는 전제를 만들어 냈다. 이렇다 보니 이런 형태의 가족은 남성으로 대변되는 가장의 임금으로 부양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욱 주목해야 하는 것은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여도 여전히 이러한 공·사분리 이데올로기가 작동한다는데 있다. 여성노동의 성격을 케어(care)노동, 감정노동으로 간주하여 직무에서도 이와 같은 분리와 여성직종으로의 편중이 나타난다. 게다가 이는 여성의 노동을 가치절하 하는데 또한 일조 한다. 계속되는 공·사 구분 이데올로기는 사회에 나와서도 여성은 가정 안에서의 일과 유사한 분야에 종사하게 하고, 이에 대한 인식 또한 여전히 '사적인' 영역으로 머무르며 공적으로 나와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데 있다.
사회와 가정의 공·사 구분을 없애는 것에서 생각을 더 연장하여 본다면, 여성의 호명에 대한 방식 역시 고민되어야 한다. 그것은 단지 언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 봉건적 생산관계아래서 가구는 생산과 소비의 단위였던 반면, 자본주의 아래 가족은 주로 가정 밖에서 생산된 재화를 소비하는 단위가 되었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형태는 남성생계부양자와 그에 의존하는 아내로 구성된 전형적인 부르주아적인 중산층 핵가족 모델을 일반화하여 나타나고 있다. 이 모델에서는 여성은 결코 능동적인 존재로 규명될 수 없다. 영원히 소비자로 존재하는 것이다. 생산자로 존재한다고 해도, 완전한 형태의 생산자가 아닌 보조적인 위치의 생산자로 전락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노동운동 진영이 이에 대해 철저하게 비판하면서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무비판적으로 이를 수용하고 있고 더 나아가 그러한 핵가족화 모델을 고착화시키는데 일조한다는 데 있다. 역사적 맥락으로 볼 때 남성은 노동자라는 생산자의 위치를 점유함으로써 사회구성원으로서 시민권을 얻어 그들의 존재를 규명했다. 그러나 여성은 아직도 호명되어 위치 지워질 존재가 아닌 것이다. 생산자로서의 '노동자' 역시 남성의 것으로 전유되어 왔다. 몰성적인 노동자의 개념에 여성의 존재를 넣는 것이 정답인지, 여성자체의 권리를 선언하며 나가야 하는 것이 정답인지, 이 두 가지를 뛰어넘는 새로운 권리개념을 만들어 가야 할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2등 시민으로 분류되는 여성에게 적절한 호명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요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한국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경제단위는 아직까지 가족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성과 아동이 보조적인 위치의 2차적 산업예비군으로 위치지어 지고 남성 가장의 임금으로 부양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나온 가족수당 같은 형태가 아닌, 개별 존재에게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기본생활 권리로서 수당이 주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가족수당'이 아닌 '아동수당'이라거나, 아동 양육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보육시설, 교육제도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지 법제도 개선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법제도 개선을 넘어 사회·경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② 가족(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산의 사회화가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가족 임금이데올로기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어온 것은 사실이다. 이 이데올로기 는 가부장제를 전제로 하고 있어서 그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는데, 자본과 노조 할 것 없이 가부장제 하 일치된 거래라는 점에서도 그 비판의 시선이 따가웠던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더 첨가해야 할 비판의 지점은 가족임금 이데올로기가 가부장적이고 남성적인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 공동의 책임을 가족(개인)에게 전가하고 사회 전체가 책임지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실례로 2001년 있었던 모성보호법 투쟁을 보더라도 알 수 있는데, 당시 모성보호법은 특히 새로이 출현하는 여성엘리트와 주변적 여성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는 남한 사회에서 대기업에 속해있는 정규직 여성 임금노동자에게만 그 혜택이 주어지도록 만들어졌다. 능력이 되는 여성 개인이 수혜받도록 만들어졌을 뿐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찾기 힘들다. (기업)임금노동자로 국한된 소수의 여성에게 부여되는 '모성보호법'이 아닌 사회 공동의 책임을 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했고, 그 수혜대상도 농업, 자영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실업자까지 포함한 모든 여성이 되었어야 한다.
결국 여성노동자의 조직화에 있어서 고민되어야 할 지점은 이와 같은 개별 여성에 대한 지원으로의 접근이 아니라 좀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여성의 집단화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③ 임노동 개념이 갖고 있는 젠더 편향, 인종 편향의 모습들을 넘어야 한다.
노동의 개념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는 논란이 있지만, 여성노동을 말하기에는 단지 임노동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사실은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노동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생산관계에 편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치절하되고, 그래서 더더욱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초과 착취아래 놓여져 있는 여성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임노동 개념이 갖고 있는 젠더 편향적이고 인종 편향적인 모습의 비판이 있어야 한다.
이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영유아 보육법에서도 알 수 있는데, 개정된 영유아 보육법 '제 14조 (직장보육시설의 설치)' 에는 "상시여성근로자 3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 (대상 아동을 보육하고 있는 여성노동자가 없는 사업장은 제외한다)"이라는 부분이 있다. 많은 부분 개선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보육의 문제를 여전히 여성의 문제로 사고하는 바를 드러내는 데, 게다가 '상시여성근로자 3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이라는 부분에서는 현실적으로 5인미만의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이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는 아직까지도 영유아 보육에 관한 임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보육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책임지기 위해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치·운영하는 국·공립보육시설을 설치하거나 사회복지사업법에 의한 사회복지법인이 설치·운영하는 법인보육시설 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권장하여 보육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임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2) 지역적으로 여성노동자를 조직화하기 위한 방향

여성노동자를 조직하는데 있어서 이전에는 기업별노조로 조직하는 방식을 많이 취했지만, 여성노동자가 생산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이동하면서 기업별로 조직하는데 한계에 부딪혔다. 또한 기혼여성노동자의 경우 이중노동의 고통을 안고 있고, 현실적으로 이중노동으로 인해 대중활동을 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여, 공동탁아·공동육아를 진행하는 등 재생산노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조직화하는 사례가 많았다. 또한 일하기를 원하는 기혼여성들을 위해 직업훈련이나 자활후견기관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지역여성들과 함께 육아·급식·복지 등 여러 여성문제의 쟁점들과 결합하고, 전체 여성문제 안에서 노동권을 사고하는 과정은 여전히 유의미하다.
그러나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화에서 염두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먼저 기혼여성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재생산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도의 모색이 필요하다. 기혼여성노동자와 이러한 문제의 발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시작으로 조직 내에서 공동으로 해결하는 방안, 사회적으로 해결을 요구하는 방안, 무엇보다 이 문제를 남성들과 함께 제기하여 성별분업 이데올로기 자체를 전화하기 위한 방안이 고민되어야 한다. 재생산노동이 여성의 역할로만 고착화되지 않는 방식으로, 재생산노동을 여성노동자조직이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화될 수 있는 방식으로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적으로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사안에 대한 급진적인 요구가 필요하다. 현재 가장 절실한 사안은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는 빈곤문제와 점점 확대되어가는 비공식부문여성노동자의 노동권문제다. 현재 여성들은 구조적으로 빈곤상태에 이르고 있으며, 이러한 빈곤으로 인해 남성에 의한 종속은 지속되며, 폭력에도 쉽게 노출된다. 성폭력에 대한 반대, 자활활동의 확대 등의 요구들은 빈곤의 여성화에 맞서는 행동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현실에서 여성노동자들, 특히 기혼여성노동자들이 빈곤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반적인 방도는 비공식부문 여성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비공식부문은 자본주의 생산체계 내에서 공식적으로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저임금·고강도 노동강도·빈번한 성폭력이라는 문제를 앉고 있고, 이를 해결할 최소한의 조건도 가지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인 빈곤대책과 비공식부문 노동3권 쟁취를 중심으로 지역여성들이 스스로 발언하고, 행동함으로써 자기 조직화할 수 있는 전략이 고민되어야 한다.

(3)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의 관점에서 여성노동권을 사고하여야 한다.

여성노동권은 재생산노동을 자신의 의사에 기반하여 수행할 수 있는(혹은 수행하지 않을) 권리, 노동시장에 진입하는데 있어서 모든 차별이 제거되는 것, 노동과정 전반을 여성의 조건에 따라 변경,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이다. 여성노동권은 여성이 경제적인 독립을 토대로 자기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렇듯 여성해방의 차원에서 여성노동권은 주요한 과제이지만, 노동의 여성화라는 상황에서도 보듯이 여성노동권은 현재 진행되는 신자유주의반대투쟁,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의 핵심적인 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변혁의 주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즉 여성해방의 조건으로 여성노동권은 요구되지만, 구체적인 여성노동권쟁취투쟁은 자본주의의 현 단계의 특질, 현재의 노동정책의 본질 속에서 고민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여성노동운동조직들이 신자유주의 정책개혁과 공명하면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활동방식은 조직화대상에 대한 판단과 조직화사업, 조직된 여성노동자와 함께 제도개선을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 여성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너무도 열악하기에 일부 여성노동자부터라도 노동조건을 개선해나가는 것은 유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의 위기를 지연시키는 현재의 전략자체가 유지되는 한, 이러한 개선은 항시적인 금융의 불안정화 과정에서 언제라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의 주체로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화해내야 한다.
한편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의 관점에서 여성노동권을 사고할 때, 다른 불안정노동 층과의 연대방식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이후의 최소한의 준거를 가질 수 있다. 현재 불안정노동 층을 이루고 있는 노동자 중 대부분이 여성노동자이며, 이들에 대한 조직화와 노동권쟁취투쟁을 우선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불안정노동 층 모두가 연대하고 단결하여 싸워갈 때,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의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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