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4.7-8.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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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그러나 빠르지 않은 노동조합의 출범

송강현주 | 노동차장
7월 1일 오후 4시, 고려대학교 제2학생회관 소극장에 100명이 훨씬 넘는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모였다. 대다수 5, 60대 여성으로 구성된 고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본격적인 투쟁을 시작한지 2주만에 고려대학교 시설노조가 공식적으로 창립총회를 열게 되었기 때문이다.

깨끗한 학교 만들기 - 청소는 24시간 계속되어야 한다?

청소 노동자들은 고려대학교에 98년까지 직접 고용되어 있었다. 고대 측은 99년부터 이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해지하고 1년짜리 비정규직인 용역으로 전환하였다. 180여명 가량의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5~60대의 여성이며, 대부분 용역노동자들이 그렇듯이 용역회사가 바뀌어도 매년 사직서와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며 고려대에서 계속 청소일을 해왔다.
지난 6월 고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학교와 용역회사의 계약기간이 이미 종료(본교-4월30일과 이공계-5월31일)된 상황에서 근로계약 없이 근무를 계속하고 있었다. 6월 초 고려대가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가진 설명회에서, 일부 용역업체들이 현재 5시부터 16시까지였던 (실제)근무조건을 3교대(주간 6:00-16:00, 오후 14:00-22:00, 야간 22:00-6:00)로 변경하며 일요일을 비롯한 휴일 근무도 하도록 한다는 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른 신규채용의 계획은 전혀 제출하지 않았고 이는 곧 엄청난 노동강도 강화를 의미했다. 더불어 전체 노동자의 70%에 육박하는 60세 이상의 노동자들을 해고한다는 소문이 소장과 건물 반장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이것은 이른바 24시간 깨끗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고대 측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중앙광장의 휴지 하나, 화장실의 가득찬 휴지통은 휴일에도 한밤중에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고용승계 보장하라! 근로형태 바꾸지마!

고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6월 중순부터 노조의 출범으로 이번 투쟁이 정리되기까지 매일 업무가 끝나는 주중 오후 4시, 토요일은 오전 11시에 제2학생회관 소극장에 모여 고미협(고려대 미화원 협의회)의 이름으로 총회를 가졌다. 바쁜 가사일과 지친 몸에도 불구하고 매일 평균 90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여기에 인권운동사랑방, 사회진보연대, 철폐연대, 불철주야(불안정노동철폐를 주도할거야) 등이 함께 구성한 '고려대 청소노동자 노동권 쟁취를 위한 공대위'가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노조가 없는 상태에서 투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대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6월 22일 총회에서는 근무형태 변경과 해고를 방침을 결정한 2개의 용역업체(본교 제이디원, 이공계 아이서비스)가 거의 선정 확정된 가운데 이번 투쟁의 수준과 결의를 확인하기 위해 '근로형태 변경 시 근로계약을 거부한다'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찬성 77표, 반대 2표였다. 다음 이틀간 각 건물별 대표자 선출 및 대책위와의 회의, 6월 25일 고용승계와 근로형태 변경 반대 본관 앞 첫 집회 일정이 이어졌다. 그후부터 상황은 매일 급속하게 변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본관 연좌 농성(28일), 아이서비스의 개별근로 계약체결을 위한 설명회 집단 거부, 노동조합 설립 결의(29일), 아이서비스 교내 용역사무실 집단 점거를 통해 설명회 요구 및 고용승계 보장 약속, 노조 가입 원서 받기 시작, 지부장단 선출(30). 그리고 7월 1일 고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전국 시설관리 노조 고려대 시설지부로서 노동조합 창립총회를 갖기에 이른다.
용역계약서에 기재된 '여 60세 이상, 남 65세 이상을 고용할 수 없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100% 고용승계를 보장받았다. 이날 아이 서비스가 용역계약을 포기하게 되는데, 최저임금 인상분(용역계약서에서는 10%인상을 감안하고 용역 단가를 계산, 그러나 13.1%가 인상)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과 노조 설립에 대한 부담 등이 이유였다. 그리고 지난 7월 3일 이공계와 본교(본교의 경우 3개월만 임시) 모두를 계약하게 된 제이디원과 청소용역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의 독소적 내용을 협의를 통해 수정하고 노조 총회에서 집단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다시 투쟁을 준비하며

최악의 근무형태인 3교대는 폐기되었지만 여전히 연장근로 문제가 쟁점으로 남아있다. 제이디원은 2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변형근로로 2시간 연장근무(6:00-10:00 전원, 10:00-16:00 남50% 여85%, 16:00-18:00 남50% 여15%)를 실시할 예정이다. 휴일근무의 경우도 토요일 85% 일요일 15%가 근무하는 형태로 작업을 하게 할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총 노동시간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지만 노동강도가 강화된다.
고대 시설지부 투쟁은 어찌보면 빠른 시간에 승리를 이루어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불철주야'의 헌신적인 노학연대, 여타 사회단체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시설관리노조의 결합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100여명의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흔들림 없이 2주간의 일정과 결정을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이제 고대 시설지부는 급속하게 만들어진 노동조합의 안정화를 위한 교육과 친목 사업 등을 진행하며 단체협상과 근로형태 변경 저지를 위한 9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일어서서 나서서 발언하기를 떨려하며 수줍어하시던, 글을 읽지 못하고 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자신은 절대 대표가 될 수 없다던 어머니, 할머니들은 이제 자신의 손과 입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노동조합의 안정화와 9월 투쟁이라는 남겨진 과제를 스스로 준비하면서.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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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태그
성노동자의 집장촌 성특법 반성매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