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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1999.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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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와시각] " 정부의 현 인권법안은 인권의 신장이 아닌 인권의 후퇴를 낳을 뿐입니다."

사회진보연대 사무국장 정종권과의 인터뷰

박주영 | 사회진보연대 출판편집팀
무려 6년째 국가인권위원회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둘러싼 논쟁은 무엇이 문제인가? 법무부 인권법안의 제출배경과 문제점은 무엇이며 그렇다면 무엇이 변화해야 하는가? 4월 6일부터 13일까지 명동성당에서 법무부의 인권법안 철회, 인권위건설을 위한 단식농성에 참여했던 사회진보연대 정종권 사무국장을 만났다.

● 인권위와 인권법에 대한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인권법이란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법안이다. 이는 기구설립에 국한되지 않고 인권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을 요구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인권선언 정도가 이루어지는 것과 법안은 좀 다른 범주라고 할 수 있다.

● 우리나라에서 인권위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
하나는 인권교육의 의미에서이다. 이는 국민들의 인권의식을 광범위하게 신장시키기 위한 주체는 누군가부터 시작된다. 특정한 단체․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은 어릴 때부터 필수적이다. 그래서 초중고 교과서나 대학교재에 인권에 대한 교육적 내용이 담겨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기본적인 의미이며, 경찰을 비롯한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많은 집단에 대한 교육을 담당할 기본단위도 인권위이어야 한다.
또 하나는 인권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주체로서의 인권위이다. 가령 인권문제의 측면에서 보면 노사의 갈등도 권력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간의 문제이다. 결국 권력자의 공권력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공권력에 대한 감시는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실질적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권력의 힘이 필요하다. 중재기구인 노사정위와 비교하면 더욱 이해가 잘 될 것이다. 국가인권위는 중재를 넘어 권력집단인 국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에 그런 의미에서 반국가적일 수도 있다. 국가, 공권력이 당사자가 되기 때문에 해결의 주체는 비국가적 법인이 아니라 국가기구이어야 한다. 개정여부와 현실성의 문제가 있지만 가장 최선의 방법은 헌법기구가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가인권기구의 제정이 인권신장의 교두보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제도적 장치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어떤 조건이 인권신장을 위해 보다 유리한가, 어떤 제도가 인권신장을 위해 더 실질적 힘을 가지는가'가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 국가인권기구가 선호되는 것은 제도적으로 국민인권위나 특수법인화의 형태보다는 인권분쟁 해결과 인권의식 신장을 위한 실질적 권한을 많이 가지기 때문이다. 인권위가 설립된 이후에 투쟁은 더 치열해져야 한다. 제반 반민주악법도 폐지되는 것이 끝이 아니지 않은가.

● 인권위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조차도 무시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권위는 어떤 배경으로 제기된 것인가
원래는 대선당시 김대중후보의 공약이었고, 작년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수상한 자리에서도 김대중 대통령은 ‘한국의 인권을 신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다시 인권위설립을 주장하는 인권단체들의 제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처음 제기했던 인권단체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함께 논의하는 작업이 있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법무부시안이 나온 것이다. 지난 10월 16일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공청회가 있었는데 이는 그야말로 생색내기였다. 또한 절차과정뿐만 아니라 법안 자체도 문제가 있었다. 이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반발이 심해지자 김대중 대통령도 인권단체들과 충분히 협의해서 만들도록 지시했고, 그래서 법무부가 약간 정정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었다. 몇개의 법안이 문제가 아니라, 인권단체와 협의하고 합의하는 과정들이 거부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검찰등 기득권층의 저항이 강하다. 결국 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하려고 했던 민간공추위차원에서 인권법안을 만들었다. 법무부는 의견수렴과정자체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대립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 법무부 인권법안에는 법무부장관의 권한이 압도적인데, 그래도 책임있는 단위가 필요하지 않은가?
그런 식으로 따지면 오히려 국회총괄이 되어야 한다. 애초 인권위원회가 가졌던 위상, 국가권력남용의 감시와 인권피해사례의 견제를 자기 역할로 한다면 오히려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국회가 책임을 지는 것이 된다. 자신의 하부기구가 견제나 감시의 일차대상이 될 검찰과 경찰, 법무부가 인권위를 책임진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 그렇다면 인권위가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전제가 되어야 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현재 설립위원, 설립정관, 대통령령의 재개정문제가 법무부의 실질적 통제아래 있고, 예산통제도 법무부장관이 관장한다. 또한 광범위한 개념의 인권법안 중 조사범위가 8개로 제한되어 있다. 이것은 인권위원회의 권한을 제한시키려는 법무부의 악의적인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8가지 사항은 현행 법률에 의해서도 조사와 처벌이 가능하다.
인권위는 개인의 종교나 국적, 지향에 의해 차별과 억압이 이루어지는 것을 조사․발굴․시정시킬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불법으로 처벌대상이 되지 않지만, 인권에 대한 침해, 피해는 광범위하다. 단순히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신장의 측면에서 조사하여 시정하도록 하는 것이 인권위이다. 그 선을 넘어서 법적인 불법부당행위는 인권위의 소관이 아니라 검,경찰 등 수사기관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사대상을 8개로 한정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 있다. 인권위가 기존의 국가기구의 조사범위를 침해해선 안된다고 하면서 8개로 한정한 것은 오히려 이를 침해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조사범위가 중복된채 8가지 문제에 대한 실질적 수사기관이 있으니, 결국은 인권위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8가지 조사대상은 조사대상의 나열이 아닌, 예시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 조사대상자나 대상기관이 거부권을 가질 수 있다던데…
현행법에 의한 조사거부권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조사대상기관에서 굉장히 모호한 이유를 들 수 있다. 국가보안법이 그렇듯이,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거나 '수사과정에서 기밀이 누설될 우려가 있다', 또는 '사생활침해 우려가 있다'면 인권위의 조사를 거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권침해와 관련, 안기부에 대한 조사를 요구할 때, 국익의 우려, 사생활침해, 수사기법상의 문제다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검경에서의 가혹행위, 인권침해들이 흔히 그런 이유로 베일에 싸여있지 않은가? 조사대상의 거부권이 필요하다면 이는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 지금 정부안은 거부권 자체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대문에 인권위의 조사권이 유명무실화될 가능성이 많다. 조사권, 조사대상은 광범위하게 인정되어야 하고 조사대상의 거부권은 아주 구체적이고, 여러가지 해석의 여지들이 없는 범위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 국가인권위는 그래도 국가기구의 성격을 띠는데, 최소한의 규제력이 있지 않은가?
강제력이 없다는 것은 시정‘명령’하는게 아니라, 시정‘권고’하기 때문이다. 안 따라도 특별한 제재가 없다. 시정을 강제할 수 있는 건 천만원이하의 벌칙금 뿐이다. 대표적으로 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 임금체불에 대해 몇백만원, 몇천만원의 벌금을 명령하면 돈을 내버리고 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해고자들이나 노조활동가들을 격리시키고, 아예 돈 내는게 낫다는 것이 실제 사용자들이 광범위하게 갖고 있는 사고방식이다. 인권위의 경우 이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 법무부장관이 부여할 수 있다는 것도 장관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기에, 기본적으로 인권위결정사항에 대해서는 따라도 그만, 안따라도 그만인 것이다. 결국 현재 정부법안에 따르면 인권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 현재 인권법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래도 인권위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생색내기용 인권위는 국제사회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서 존재할 뿐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없는 게 낫다. 인권위원회의 성격과 조사권한, 조사대상의 범위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정부에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인권대통령'라 떠드는 것과는 달리 인권의 후퇴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인권위가 이를 무마하기 위한 가면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인권의 문제의식을 오히려 왜곡시킬 뿐이다.
때문에 우선 세가지 문제에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 국가기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 권한이 없는 국가기구는 의미가 없다는 것, 조사대상은 가장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세가지 전제조건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운영과정에서의 관료화․제도화를 막는 문제에 대해서 긴장해야 한다. 우선 앞의 세가지가 해결되었을 때 인권위는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인권위는 '인권'이라는 이름을 쓴 반동적인 인권위이다. 지금은 먼저 ‘어떻게 국민들의 인권신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것인가’하는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원래의 문제의식을 전혀 담고 있지 못하면 그런 인권위는 필요가 없다. 노사정위원회를 보자. 그것은 대화와 중재,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노동자에게로의 고통전가를 은폐하는 역할을 했다. 지금의 법무부안으로 인권위가 제정된다면 실질적으로는 그와 다를 바 없다.

● 올바른 인권위 설립투쟁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법무부가 여론수렴과정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려고도 했지만, 인권단체들의 대국민 여론화작업도 상당히 힘든 면이 있었다. 비판적 지식인과 사회단체 내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다. 또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그래도 김대중 대통령이 낫지 않겠느냐','지금의 모습이 다르지 않냐'는 환상을 극복하기도 힘들다.

● 하고싶은 말은?
우선 국가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기본적 감시․비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정부의 공권력 행사과정 자체가 투명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이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할 단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인권위원회가 강화되면 정부나 국가의 권력행사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혹은, '독재정부일 때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국민의 정부니까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벗어나야 한다. 감사원이 공무원들을 감시하듯이, 절대집단으로서의 국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장치를 국가내에 설치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로는 아까 말했듯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국가인권기구냐 아니냐, 법무부의 통제를 받느냐 안받느냐가 중요하긴 하지만, 모든 것들이 제도적 장치로 정리되어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이상적인 장치로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설치된다고 하더라도 그 내에서 인권의 문제의식을 더욱 정확하게 관철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소수의 자각한 사람만이 아닌, 국민의 광범위한 동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싸움이 정부의 이해부처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흐름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마디 더하면, 인권이라는 것이 사상․양심․집회의 자유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할 권리․직장인들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의 근본적인 인간의 권리로 확장되어야 하며 이를 인권위가 포괄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의 침해여부와 함께 개인의 사회적인 권리까지도 다루어야 한다. 사회복지나 노동권, 여성권 등도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 앞으로의 투쟁계획은 어떠한가?
현재 집권여당 내에서 정부안으로 공식인정된 법무부안이 국회법사위에 올라있고, 입법화될 것이 거의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우선은 이를 저지하는 것이 가장 사활적인 과제이다. 그 다음의 과제는 민주적인 여론수렴과정을 통해 올바른 인권위를 설치하는 것이다. 더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사업들을 통해 인권신장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현재 상정된 인권법안을 저지하고, 국제인권단체들을 통해 한국에서 올바른 인권법안이 어떻게 제정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계속적인 연대작업을 할 것이고, 이에 대해 대국민과 직접 만나는 사업이 있을 것이다. 이외 외국의 사례를 들어 인권위의 긍정적․부정적 면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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