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5.1-2.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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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주의 비판 ④] 노동자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노총을 둘러싼 사태의 전진적 해결을 위하여

정영섭 |
노동자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노총을 둘러싼 사태의 전진적 해결을 위하여


정 영 섭 | 노동차장


사태의 역사적 성격
기아차노조 광주지부의 채용비리 사건과 뒤이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사태는 2002년 발전파업에 대한 연대파업 철회사태보다 훨씬 더 큰 파장으로 노동운동을 뒤흔들고 있다. 발전연대파업 철회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사유화 저지투쟁 과정에서 이에 대한 연대파업 추진이 철회되어 노동운동 내적으로 연대성과 지도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면(공동의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유실시킨 문제), 대대 사태는 사회적 교섭이라는 대립적인 사안을 놓고 발생한 물리적 충돌이 기층 조합원과 일반 대중에게 일파만파로 뻗쳐 대사회적으로 민주노총의 조직적 정당성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민주노조운동의 정당성 자체를 뒤흔든 문제). 따라서 노동운동사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는 97년 이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노동의 불안정화에 대응하는 대안적인 노동자운동의 전략 정립이 지체되고 방어적인 투쟁만이 반복되면서,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노동자운동의 모순이 부정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현직 노동조합 간부로서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민주노총 조끼를 입고 다니기조차 부끄럽다"는 활동가들의 고백은 비단 일부만의 고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 사태 발생 전이나 좋았던 과거의 상태로 돌아가자는 것 혹은 상황을 미봉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히려 현 상황을 노동자운동의 미래에 대해 근본적으로 토론하는 계기로 삼아 운동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만들어 가야한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이후 사태에 대한 해법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우선 민주노총 지도부를 위시한 진영의 대응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조직 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폭력성은 뿌리 뽑아야 한다는 입장을 제출하고 있다. "조직 내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물리력을 행사한 반조직 행위에 대한 조사와 엄중한 처리, 대의원대회에서 위원장 재신임 여부 최종결정" 등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충돌을 부른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는 당사자들이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의도적으로 회피하면서 노무현정권이 비정규 노동법 개악안을 통과시키면 사회적 교섭을 폐기하고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만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이 말해주듯이 파업투쟁은 지도부가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작년 하반기 투쟁 당시에 6시간 파업을 선언하며 투쟁자체를 소강시키고 이후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이제는 '시간을 벌기 위해 사회적 교섭을 해야 한다'거나 '사회적 교섭을 통과시키면 법 개악을 연기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지도력 자체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격렬한 반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표결을 강행하려 하여 민주성을 스스로 훼손했음에도 도리어 민주주의 운운하는 것은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하는 자기정당화다. 경제위기 하에서 신자유주의 정권이 요구하는 것이 위기관리와 이에 대한 책임분담으로서 노동자운동 상층의 포섭, 전투적 부위의 배제인데 그 허구적인 사회적 합의주의에 적극적으로 조응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일 수밖에 없다. 지금 정권과 언론은 이번 사태를 노동자운동을 길들이는 계기로 삼기 위해 강경파를 매도하고 정규직 대공장 노조를 공격하고, 파괴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민주노총을 갈등 관리를 위한 파트너로 만들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사회적 교섭안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노동자계급의 단결보다는 그 일부를 수혜 참여층으로 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이라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계급의 아래로부터의 주체형성과 맞지 않는다. 또한 사회적 교섭이라는 것이 노무현 정부가 아니라 민주노총에서 제기한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과연 노무현 정부가 사회적 교섭을 하려는 의도가 있느냐는 것마저도 극히 불분명한 것이다. 오히려 이는 노무현 정부에 진출한 일부 노동운동 출신 인사들의 정치적 성과주의일 수 있고, 지금까지 노무현 정부의 행태로 볼 때 정부는 신자유주의 개혁을 위해서 민주노총을 치는데 거침이 없다. 설사 사회적 교섭틀이 이뤄진다고 해도 정부가 그 기조를 바꿀리는 만무하다.
한편 대대에서 지도부를 비판하고 물리적 충돌의 한 당사자가 된 동지들은 이번 사태를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를 위해 벌어진 안타깝지만 불가피한 사태로 바라본다. 지도부의 사회적 합의 추구를 민주노총 위기의 알파와 오메가로 보는 이런 반응은 현재의 문제가 사회적 합의주의를 추구하는 지도부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적이다. 수동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다수 현장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조합원들이 이런 태도를 갖게 된 데에는 IMF 위기 이후 정권과 자본의 무자비한 공세에 대한 민주노총의 투쟁이 계속 패배한 것에 그 이유가 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를 기웃거렸고 대개 압력성 투쟁을 하였다. 총파업은 차라리 철회하기 위해 선언되었고 '교섭과 투쟁'의 병행이라는 낡은 테이프만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국가와 자본은 이런 민주노총에 대해 전혀 양보하지 않았다. 간혹 완강한 투쟁이 있었지만 이런 투쟁 또한 계급적 연대로 확장되지 않았다. 경제적 정치적 위기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이었는데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은 거의 없었다. 구조적 경제위기 아래서 불안정노동자들은 늘어만 갔고 다수 조합원들의 수동성은 이런 과정에서 배태되었고 자라났다. 민주노총 안에서 사회변혁운동으로서의 노동자운동은 소실점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지도부에 대한 비판만으로 극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러한 위기 현실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민주노조운동의 정당성 자체가 위협받는 현 상황에 대한 근본적 평가 없이 "위기는 투쟁으로 돌파해야한다"는 의지만으로 정당성을 강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즉 정권의 이데올로기와 노동자운동 내 우경적 대안에 대한 좌익적 비판(대안)의 부재로 인해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진지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렇게 한쪽에서는 신자유주의 경제위기 아래서 타협을 추구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에 대한 반정립만이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극한의 생존적 위기를 겪고 있는 대중은 날로 수동화되고 이는 다시 날로 우경화 되어 가는 노조운동의 알리바이가 된 것 아닌가. 그리고 점차 자신의 능력 및 구체적인 활동성과에 기초하지 못한 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이러한 사태가 대중적인 불신의 대상이 됨으로써 대중, 운동, 정파 사이의 분열과 괴리는 더욱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서로간의 대안 없는 자기 파괴적인 대립과 부정적 정당화 방식의 운동 형태야말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민주주의의 파괴자이다. 그 과정에서 정작 민주노조운동의 주체인 지역과 현장의 활동가들과 대중들은 운동의 연대와 소통의 장을 잃을 처지가 되었다. 민주노총의 대표성과 정당성, 지도력과 조직력의 위기의 원인을 지도부의 우경화에서만 찾을 수 없다. 위기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집단적 해결방식의 대안이 아직 출현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고, 우리는 현실의 투쟁과정에서 이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보편적 해방운동을 지향하는 노동자운동을 정립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근본적 혁신 지체의 필연적 귀결이라는 점에서 이는 더 이상 늦출 수도 봉합할 수도 없는 당면과제다. 그것은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쟁이라는 조건을 아래로부터 바꿔내기 위한 사회운동적 지향이다. 그것은 정파성을 지양하고 운동을 재개하는 것을 포함한다. 현재의 체제를 장기적인 이행의 과정으로 간주하고 그에 맞는 사회운동으로서 노동자운동을 만드는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대안세계화운동, 반전운동, 여성운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2) 그리고 정규직 대공장 운동으로 대표되는 노동자운동의 표상을 바꿔내야 한다. 그것은 구조조정 반대투쟁을 넘어 노동의 불안정화 경향 자체에 대항하는 투쟁으로 계급운동의 보편성을 획득하는 문제이다. 비정규직, 중소영세, 여성, 이주노동자들로 드러나는 문제는 기존 노동자운동에게는 도전이지만 연대성의 확장과 계급형성을 위해서도 이는 핵심적인 과제이다. 따라서 비정규, 중소영세,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주체화와 정규직 노동자운동의 변화가 무엇보다 관건이다. 노조운동을 포함하여 노동자운동은 이 방향에 적합하게 스스로의 운동방식과 구조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최저임금 현실화문제, 대다수 중소영세 비정규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 문제 등을 전면에 놓고 노동자들의 불만을 조직해내야 한다.

3) 당면해서는 비정규 노동법개악을 저지하고 권리보장 입법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만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와 같이 민주노총의 조직적 혼란과 지도력 부재의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방침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자발적인 실천을 조직하고 대중행동을 촉발해야 한다. 이는 전국비정규직노조 대표자연대회의의 호소를 비롯하여 보다 넓게 지역과 현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자발적인 실천이 운동의 건강성과 역동성으로 나아가는 씨앗이 될 수 있다. 노동자운동을 포함하여 전체 민중운동진영이 실천을 모아나가야 한다.

4) 3월로 연기된 대의원대회는 투쟁과 실천을 어떻게 아래로부터 조직할 것인지에 대해 대의원들이 제한 없이 토론하고 실질적 쟁점을 형성하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공동의 투쟁과 혁신을 전진적으로 수행하는 방안에 대한 건설적인 제안과 논의가 사심 없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것이 가장 중심적인 의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한에서 사회적 교섭안은 원칙적으로 폐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의원대회 이전에 지역과 현장의 활동가들은 민주노조운동의 근본적 혁신을 위한 대토론을 각급 단위에서 의식적으로 조직해야 할 것이다.


5) 노동자 민주주의가 제한 없이 구현되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직면한 대표성과 정당성의 위기는 강경파 배제나 지도부 교체로 극복될 문제는 아니다. 민주노총으로 표상되어 온 사회 변혁적인 노동자운동의 정당성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관인 출입을 막거나 토론을 봉쇄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질식시키며 조직의 폐쇄성을 강화시키는 것일 뿐이다. 현재는 민주노총 의결구조 내에서 비정규직 등이 적절한 대표성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비정규직을 비롯하여 적절한 대표성이 없는 이들의 고민과 발언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리하여 노조내부에서 대표되지 못한 부위와 노조로 포괄되지 못한 노동자 역시 노동자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이를 위해 민주노총의 구조를 과감하게 혁신해야 할 것이다. 조직구조를 더 열린 구조로 혁신하는 것을 통해서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6) 고용보험 기금과 남북교류협력기금 활용 역시 폐기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정권과 자본은 지속적으로 체제내화 공세를 펼쳐 왔고 현재 노동자운동이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인데, 이를 비판하기는커녕 도리어 더욱 받아들이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노동자운동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것은 운동의 기본이다. 제도화 속에서 안락을 추구하는 것은 노조가 국가장치화 하는 것이고 그것은 존재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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