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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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5.6.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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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협상 무효! 국회비준 저지!

6·20 농민총파업을 향해 달려가자!

오봉석 |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
2005년 6월이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폐투쟁, 6월 총파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과 함께 농민들은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 투쟁'을 6월 20일의 농민총파업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의 파업투쟁은 익히 보아 왔지만, '농민들의 총파업'이란 말은 낯설기 그지없다. 실제, 농민총파업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 농촌현장에서는 농민들이 무슨 파업이냐는 질문들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4월 12일부터 쌀협상의 이면합의 내용이 일제히 언론을 통해 폭로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6월 임시국회에서 쌀협상 국회비준은 당연히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체념은 점차 우리가 싸우면 국회비준도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변해갔다. 6월 20일, 미곡종합처리장(RPC) 봉쇄를 중심으로 농산물 출하거부를 벌여 농민총파업을 성사시키고, 시·군별 농민대회를 열어 투쟁의 수위를 높여 갈 계획이다. 또한, 농민총파업 직후에는 한농연(한국농업경영인)과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을 포함한 전체 농민운동 진영이 하나가 되어 대규모 상경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그럼, 바쁜 농번기임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이처럼 총파업까지 벌이면서 투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부의 쌀협상이 단순히 이면합의를 하였기 때문만이 아니라, 쌀협상 자체가 실패한 협상이었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바라보는 정부의 쌀협상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민적 합의를 배제한 전형적인 비공개 밀실협상이었다는 것이다.
작년부터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쌀은 민족의 주식이자 생명이므로 반드시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하였음에도, 정부는 국민적 합의는 커녕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조차도 철저히 무시하고 밀실협상을 벌여왔다.
이면합의로 사태가 커진 이후에도 정부는 협상전문의 공개를 거부하며 외교적 문제를 초래 할 수 있다는 둥 오히려 국민을 협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과 '한·일협정 문서'를 공개하라는 판결 등에 비추어 볼 때,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의 가장 중대한 사안인 쌀개방과 관련한 문서는 당연히 공개되어야 마땅하다. 어떠한 국제조약도 대한민국의 헌법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둘째, 쌀협상의 이면합의와 그 후의 은폐기도로 노무현 정부의 부도덕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미 한-중 마늘 이면합의와 한-칠레자유무역협정 과정, 그리고 작년 쌀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농업통상정책의 한계를 뼈저리게 실감한 350만 농민들은 '참여정부'라던 노무현 정부마저도 역대 정권과 다를 바 없는 모습에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셋째, 정부의 사대주의적 농업통상의 결과로 인한 철저히 실패한 쌀협상이란 것이다.
우선, 쌀협상의 결과 실제 수입량이 무려 14%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이미 쌀개방 8%가 넘으면 실패한 협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면합의로 밝혀진 것처럼 이집트, 인도 등과 추가적인 구매 합의에 따라 의무도입물량이 8.18%가 되고, 기준 연도(1999-2000년)를 고려하면 실제는 14%까지 개방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식용 쌀 판매를 허용함으로써, 정부가 밝힌 7.96% 개방 이상의 막대한 피해를 불러올 것이다. 지금도 중국산 찐쌀이 20kg에 3만원 선에서 팔리고 있고, 가공용 쌀이 불법 유통되는 실정에서 국내 쌀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수가 있다.
끝으로, 10년 후 관세화를 통한 완전개방을 약속한 것은 정부의 식량자급정책의 진실을 의심하게 할 뿐 아니라 DDA(도하개발 아젠다)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며, 또한 정부 쌀협상에 따라 쌀값뿐 아니라 다른 농산물의 가격도 대폭 폭락할 것임이 2002년 한-중 마늘협상의 경험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노무현 정부는 어떠한 반성도 사죄도 없이 여당과 함께 쌀협상 국정조사를 면피용 부실조사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의원이 비교섭단체의 설움에도, 끈질기게 국정조사에 임하고 있으나 정부·여당의 태도는 오만하기 그지없다. 결국 오는 6월20일, 농민운동 진영과 정부와의 정면 대결로 쌀협상의 국회비준은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6.20 농민총파업 승리로 쌀개방 국회비준 막아내고, 식량주권 사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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