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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에 휩싸인 미국 노동총연맹-산별노조협의회

데이비드 베이컨 |
분쟁에 휩싸인 미국 노동총연맹-산별노조협의회1)

데이비드 베이컨
*번역: 강 국(회원)

시카고 네이비야드의 휑뎅그렁한 회의장에서 대의원들이 회의장 곳곳에 분산된 네 개의 마이크 뒤에 줄지어 서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낸시 월포스는 2번 마이크 앞에 섰다. 그녀는 이 순간을 지난 2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기다려 왔다.
마이크가 켜지자 그녀는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월포스는 가냘픈 여성이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회의장 곳곳의 왁자지껄한 대화를 관통하며 좌중을 압도했다. 21세기 마더 존스(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활동한 아일랜드 출신 미국의 노동운동 선동가, ‘광부의 천사’라고 불림 - 역자)의 격렬함과 분노에 휩싸여, 그녀는 직설적이고 꾸밈없는 진실을 동료 대의원들에게 토해냈다.
“우리가 듣는 모든 것은 부시 행정부의 거짓이요 기만입니다. 우리가 이라크에 가게 된 것은 거짓된 구실 때문이었으며, 이라크에 머물게 하는 것은 핼리버튼사(현 미국 대통령 딕 체니가 몸담았던 회사로서 이라크에서 많은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 - 역자)에 있는 부시 일당들을 배불리는 것말고는 절대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그녀는 한층 목소리를 높이면서 바그다드로부터의 멀고 위험한 길을 무릅쓰고 미국산별노조총연맹(AFL-CIO) 대의원대회에 참여한 일군의 이라크 노동자들을 가리켰다.
"이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그녀는 일갈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미국의 점령을 끝내는 것입니다." 박수 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그것을 바로 지금 원합니다, 내일 그것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갈채가 더욱 커졌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곳에 있는 한, 그들은 결코 자결권을 얻을 수도 진실로 민주적인 국가를 건설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회의장에 가득 모인 사람들의 갈채에 휩싸였다.
월포스의 얼굴은 눈 주변이 깊이 패여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며 샌프란시스코의 경향과 함께 했다. 사무전문직노조의 재무서기관인 그녀는 이제 미국의 최상급 노동자운동 지도자 중의 한 명으로 꼽힌다. 또한 그녀는 게이와 레즈비언 노조원의 전국조직인 〈노동의 긍지〉(Pride at Work) 대표이기도 하다. 지난 2년 동안 그녀와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노동자〉(USLAW)에 속한 반전 대오는 오랜 투쟁을 거쳐 결국 이라크 전쟁을 AFL-CIO 시카고 회의 중앙무대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노동운동이 반전 문제에 관해 이와 같은 역사적 일보를 내딛은 바로 그때, 과도한 내부 분쟁으로 인해 노동운동 자체의 통일성이 희생되고 있었다. 월포스의 연설이 있기 바로 전날 세 노조가 연맹을 탈퇴했는데, 이는 국제정치 때문이 아니라 노동자의 정치·경제적 권력이 쇠퇴하는 것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관한 이견 때문이었다. 전쟁은 이와 같은 구체적 관심사에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많은 노동운동 활동가들은 대의원 대회가 끝난 뒤 노조분열로 인한 대회장에서의 상처를 지켜보면서 둘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노동자가 필요로 하는 것은 더 적은 내부분열, 더 많은 용기와 정치적 전망이라고 그들은 결론 내렸다.
총회가 끝난 후 활동가 앨런 벤자민과 나눈 대담에서 월포스는 그 날이 “노동운동에게 매우 나쁜 날”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부분의 노조원들은 이런 일이 왜 발생해야 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나조차 이게 모두 무엇 때문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답니다. 꽤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해 왔는데도 말이에요.”
노동운동가 빌 플레처가 보기에, 그 논쟁은 깊은 분열을 낳긴 했지만 노동자들의 기본 문제를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내놓고 말하기 꺼려왔던 것에 대해 말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자본주의가 노동자들의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 말이에요. 이 사회의 우선순위는 뭔가 근본적인 잘못이 있으며, 우리는 그걸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국제서비스노조, 트럭운송조합, 연합식품산업노조의 탈퇴

토론 말미에 AFL-CIO는 이라크에서 미군의 ‘신속한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진보적인 노조원에게 이는 빛나는 순간이긴 했지만, 어두운 시절을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팀 폴슨은 그의 동료 대의원들에게 전쟁과 노동자들에게 더 절실한 문제들 간의 연관성을 설명하였다. 그 도시의 중앙노동 평의회 서기인 팀 폴슨에 따르면, "폭탄과 점령에 지출되는 이 모든 돈이 보건, 고용, 기간시설에 사용될 수도 있었습니다. 남녀노동자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위해 사용될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믿어요.“
전국적으로 볼 때, 노조는 노조원의 감소 면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노조는 미국 노동자의 35%를 조직했다. 베트남전쟁이 끝난 1975년에는 조직률이 26%까지 떨어졌다. 이제는 전체노동자의 고작 12%, 또 사적 부문 노동자의 8%만이 노조원이다. 이들은 주로 동·서 해안의 도시 지역과 중서부의 이전 시기 공장지대에 집중되어 있거니와, 전국 대부분 지역의 노동자들은 각자의 힘으로 고용주들과 협상하도록 방치된 셈이다.
노조원의 감소는 정치역량과 경제적 수단의 감소로 이어진다. 캘리포니아(AFL-CIO 조합원의 1/6을 차지하고 있다)와 뉴욕은 다른 지역보다는 노조 비중이 높다. 하지만 이곳에서조차 노동자들은 주지사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와의 전면전에 직면하고 있다. 주지사 보궐선거에 대한 조치는 캘리포니아의 강력한 공공노조가 의미 있는 정치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분쇄하겠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노동운동이 대열을 분열시킬 때가 아니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AFL-CIO 총회 첫날, 두 노조가 연맹을 탈퇴했다. 가장 큰 노조인 국제서비스노조(SEIU)는 180만 명 규모이고, 트럭운송조합(Teamsters)는 110만 명 규모다. 총회가 끝나면서 한 노조가 탈퇴했는데 연합식품상업노조였다.
셋 모두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거대하고 중요한 노조다. [이 지역의] 국제서비스노조 지부들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톡톤에 이르는 공공노동자들을 대표하는 790 지부, 캘리포니아 주 전체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535지부, 전국에서 가장 커다란 노조 지부 중의 하나인 연합의료노동자 지부들이 있다. 베이 에어리어(샌프란시스코 만 지역 - 역자) 전역의 트럭운송조합 지부들은 트럭운송과 수송, 저장, 식품 가공 공장, 그리고 수많은 여타 사기업 노동자들을 대표한다. 연합식품상업노조는 식품판매업과 식육가공도매업 회사들에 있는 노조다.
AFL-CIO에서 탈퇴한 이 세 노조는 〈승리를 위한 변화〉라 불리는 새로운 노동연합을 조직해 냈는데, 여기에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탈퇴하지 않은 다른 노조들이 속해 있다. 섬유호텔식당노조는 그 중 하나다. 이 노조의 2지부는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크고 화려한 14개 호텔과 영웅적인 투쟁을 벌여 왔다. 섬유호텔식당노조의 다른 지부들은 의류와 세탁 산업의 노동자를 대표하고 있다. 〈승리를 위한 변화〉에는 또한 농업 노동자 노조와 건설노조, 그리고 목공노조(the Carpenters)(이들은 몇 년 전 AFL-CIO를 탈퇴했다)가 속해 있다.

AFL-CIO, "이라크에서 미군의 신속한 철수“를 채택하다

이는 미국 노조의 역사에서 매우 모순적인 순간이다. 지금까지 대중들의 이목은 주로 노조의 분열에 집중되어 왔지만, 전쟁에 관한 논쟁의 반향은 앞으로 수년 동안 지속될 것이다. 베트남전 당시 젊은 시위대였던 반전 연대 활동가들의 세대, 그리고 [미국의] 중앙아메리카 개입 당시 기층 활동가들이 오늘날 노조를 이끌고 있다. 이들 중 몇몇은 자신들의 뿌리를 잊어버렸거나 잊기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이들은 그렇지 않다. 월포스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운동의 침묵, 특히 그들이 자신들의 땅에서 맞서 싸우고 있는 경제 체계를 지탱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력이 사용되는 것에 대한 운동의 침묵을 보는 데 신물이 났다. 현재의 노동운동은 자신의 조직구조에 대한 내부 이견이 넘쳐나고 있지만, 이라크 전쟁에 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통신노조(CWA)의 부의장인 브룩스 선켓은 총회장에서 일련의 열정적인 연설을 쏟아 내면서, 30년 전 정부가 자신을 베트남 전쟁에 보낼 때 그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 전쟁은 그 전쟁과 아주 유사해 보입니다. 그들은 당시 나에게 거짓말을 했는데, 지금도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노동자연맹의 병원노조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인 헨리 니콜라스는 대의원들에게, 이라크에서 네 번 복무한 그의 아들이 한 차례 더 복무하라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도 이견을 표명하지 않은 채, 연사들은 연달아 일어나 전쟁과 점령을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했다. 2년 전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국 노조 전체를 휩쓸기 시작했던 이 논쟁은 이제 최고조에 달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략의 의도를 품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 순간부터, 노조 활동가들은 그에 맞서기 위한 전국적 네트워크인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노동자〉(USLAW)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소수의 노조에서 작은 집단들의 모임으로 시작한 이 조직은 이제 백만 명 이상의 조합원을 대표하는 노조들의 연합이 되었다.
방청석에서는 월포스가 가리킨 이라크 노조 지도자들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이라크 노동자들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다섯 명의 노조 활동가들과 함께 두 달 전 미국을 순회했다. 16일 동안 그들은 50개 이상의 도시를 돌면서, 미국의 노조 동지들에게 점령 중단을 위한 행동을 취할 것을 호소했다.
5월에 두 명의 이라크인이 베이 에어리어에 도착했는데 이들은 정유노동자일반노조의 지도자인 하산 유마와 팔레 아부드였다. 그들은 샌프란시스코 연안 노조들 즉, 샌호세에 있는 국제서비스노조의 커다란 공공노동자 지부, 마르티네즈의 정유 노동자들, 그리고 거의 모든 베이 에어리어 노동평의회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런 경험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애틀에 이르기까지 반복되었다.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노동자>는 이라크 노조원들의 순회연설을 조직하여, 그들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직접 연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노동자>의 전국 집행자 중 한 명인 진 브루스킨(Gene Bruski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즉, "우리는 우리나라 노조들이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이라크 노동형제자매들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그들은 연대와 인간적 공감의 정신에 입각하여 화답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우리가 옳았습니다."
총회에서의 논쟁은 이 요구에 대한 응답이었다. 군대 철수를 요구하는 18개의 결의안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하여 미국 전역의 노조와 노동평의회, 그리고 주 노동 연맹들로부터 AFL-CIO에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총회가 열리면서, AFL-CIO의 전국집행부는 "가능한 한 빨리" 점령을 종식시킬 것을 호소하는 결의안으로 대체하려 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사용하는 언어였다.
그러자 총회에 참석한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노동자> 대의원들은 군대의 "신속한 철수"라는 문구로 대체할 것을 주장했다. 싸움이 시작되려 했고, 갑자기 이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 AFL-CIO 집행부는 이에 동의했다. 신속한 철수라는 안이 회의장에 제출됐을 때 폴슨은, “여기서 ‘신속하게’라고 말할 때, 이는 ‘즉각’과 같은 뜻입니다 ― 우리가 이 결의안을 지지하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새로운 용어는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채택되었다.
이 결의안은 현대 미국 노동운동사에서 분수령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는 상층 지도부가 내린 지도가 아니라 미국 노동운동의 기층에서 만들어진 풀뿌리 행동의 산물이었다. 미군철수라는 호소는 그 자녀와 가족이 전쟁에 나설 것을 호출 받은 수천의 평범한 노동자와 노조원의 정서를 반향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 이제는 미국 노조의 다수가 미군의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수단은 그들을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라크전이 대량살상무기를 찾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은 거의 신빙성이 없었는데, 왜냐하면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라크 민중들에게 민주주의를 가져다 주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는 행정부의 주장은 비슷한 불신을 불러일으킨다. 행정부의 5년 간의 공격 후, 부시 행정부의 가장 완고한 지지자가 아닌 다음에야 부시의 친-민주주의(pro-damecracy) 선언을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라크인들이 스스로 점령이 가지는 반-민주적 효과에 대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수단을 제공해 주었다. 이라크인들이 미국 노조원들에게 전해 준 바에 의하면 미군 당국은 유전, 정유공장 그리고 다른 이라크 공기업에서 노조 조직화를 금지했다. 한편 부시의 정치요원들이 이 공기업들을 외국 기업에 처분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수천 개의 일자리와, 그리고 나라를 재건하는 데 필요한 소득의 잠재적인 상실을 동반할 것이다.
"이건 해방이 아닙니다. 이것은 점령입니다." 미국에서의 발언을 위해 조합원을 파견한 노조 중 하나인 이라크 노조연맹의 지도자 가십 하산이 말했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식민지가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러나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식민시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신속한 철수는 단지 미국 병사들을 본국으로 데려온다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요구는 미국 노동자들을 이라크인들 편에 서게 하는 것인데, 부유한 세계 엘리트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나라가 개조되는 것에 저항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노동조합의 구조에 대한 논쟁

그러나 이라크에 관한 논쟁은 중요한 문제 하나를 두드러지게 했다. 노조원들은 점점 더 현명해지고 있고, 전쟁에서 무역에 이르는 세계적 쟁점이 미국의 거리에 살아가는 민중들의 삶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원의 비율은 줄어들고 있고, 이 같은 이해를 실천으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조직은 더 작아지고 있다. 정치적 의식이 높아지는 것만으로는 세계를 바꿀 수 없다.
따라서 총회 준비 기간에 이라크는 노조 논쟁의 주된 주제가 아니었다. 사실 이 주제는 자주 사뭇 다른 토론 속으로 묻혀 버렸는데, 이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개 [노조의] 생존의 위기에 대해 말했다. 결국 [노조] 분열에서 절정에 이르게 되었지만, 미국 노조의 방향을 바꾸자는 제안은, 대외 정책과는 거의 관련이 없었고 주로 노조의 효율적인 행동을 가로막는 [노조 내부의] 구조 문제와 훨씬 더 관련이 있었다.
관련 쟁점에 대한 가장 훌륭한 지부 사례는 샌프란시스코 호텔 노동자들의 1년에 걸친 투쟁사례이다. 거대한 호텔 경영자에 맞서 전국 각 도시의 노조가 동시에 교섭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호텔 노동자들은 전국적으로 자신들의 모든 단체 협약의 종료 시기를 동일하게 2006년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은 이를 쟁취했는데, 샌프란시스코 [업자들]이 주되게 저항하고 있다.
그 도시의 [호텔] 사용자협회(Multi Employer Group)가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 그들은 호텔 경영자들을 대표하는데, 여기에는 힐튼, 인터콘티넨탈, 스타우드, 하야트 등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호텔을 경영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업들이 포함된다. 그들은 만일 노조가 전국 각 도시에서 노동자 공동 전선을 꾸리면, 개별 지역 노조만의 힘으로는 쟁취할 수 없는 새로운 생활수준을 쟁취할 수 있게 되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또한 호텔 노동자들은 2년 전 로스앤젤레스에서 식품 노동자들이 겪은 쓰라린 경험을 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곳에서 4만 명의 노동자들이 다섯 달 동안 남부 캘리포니아 전역에 걸친 새이프웨이, 알버트슨, 랄프 등의 식료품 체인에서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실질적으로 더 낮은 임금과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체인점들이 국내 다른 지역에서는 가게를 열어 이윤을 냈기 때문이다. 여기서 노조들이 기억해야 할 교훈은 거대한 다국적 기업과 지역적으로 교섭하는 것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부족했던 것은 연대였다 -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능력 말이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社의 노조는 유사한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 이 항공사 노조는 자신의 연금제도를 올해 초 연방정부에게 투매(投賣)해 버렸고, 그래서 퇴직자들은 자신들의 연금수급액이 삭감되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항공 산업은 11개의 노조로 나뉘어져 있다(유나이티드 에어라인 항공사에만도 네 개의 노조가 있다). 이 같은 분열상태에서 노동자들이 승리하기란 어렵다. 만일 그들 모두가 단일한 노조에 속했다면, 그리고 거의 모든 항공 노동자들이 조직되어 있었다면, 승리하기가 훨씬 쉬웠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그들이 십 수 년을 들여 건설해 낸 퇴직 제도의 해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만일 한 회사가 파산한다면(유나이티드 에어라인사가 파산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위협한 것처럼), 그 파산회사의 노동자는 다른 항공사로 쉽게 흡수될 수 있을 것이다 - 만일 하나의 노조와 하나의 단체협약만이 있다면 말이다.
캘리포니아 노동자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화 방식에 집착한 결과, 임금 삭감, 복지 삭감, 연금 상실로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반면 샌프란시스코 부두노동자조합, 즉 미서부항만노조는 3년 전 자신의 조합원에 대항한 사용자의 직장폐쇄를 물리쳤다. 그들이 이긴 것은 1930-40년대 당시 노조가 동일한 쟁점에 대해 아주 영리했기 때문이다. 부두 노동자들은 술꾼이나 부랑자 취급을 받곤 했다. 1934년 샌프란시스코 총파업 이후, 그들은 전 항구에 걸쳐 서부 연안에 있는 모든 해운 회사들과 단일한 단체협약을 맺을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결과적으로 부두 노동자들의 임금은 현재 미국 산업노동자들 중 가장 높은 축에 든다. 연대가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따라서 작년 많은 노조들은 노조운영 방식을 바꾸기 위한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이 논의는 샌프란시스코 국제서비스노조의 8월 총회에서 시작되었는데, 당시 의장 앤디 스턴은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호소했다. 그리고 2004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노조는 「승리를 위한 단결」이라 불리는 10개 조항으로 된 안을 제출하였다. 이는 즉각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다른 노조들이 화답했다.
10개 조항에서 노조들이 교섭하고 조직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큰 노조로 통합하도록 요구하는 권한을 AFL-CIO에게 부여하기로 되어 있는 항은 가장 논쟁적인 조항이었다. 또한 [이 항에 따르면] 총연맹은 동일 산업의 노동자는 많은 노조로 분할되지 않게 명확히 하도록 하고 있다. 스턴은 한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항공 산업을 예로 들어 보자면, 여기서 노조들은 직종별로, 기업별로, 노조/비노조 별로 분할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거울에 비춰보면서 솔직해져야 한다. 우리가 노동자들의 역량을 분할하고 통일된 전략을 갖지 못할 때, 대가를 치르는 것은 노동자입니다.”
많은 노조들이 자신들이 강요에 의해 통합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격렬한 이견을 표출했다. 하지만 결국 논쟁은 돈에 관한 논의로 전락했다. <승리를 위한 변화 연합>을 결성한 노조들은 AFL-CIO가 그들이 내는 조합비의 절반을 환불하여 새로운 조합원들을 조직하는 전략적 캠페인에 투여할 것을 주장했다. AFL-CIO 의장 존 스위니(그 자신이 국제서비스노조의 前의장이자 스턴의 스승이었다)는 연맹이 조직화에 비용을 늘려야 하겠지만 더 많은 비용을 선거 캠페인에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양측 모두 조직화와 정치활동 모두에 자금 투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차이점이란 각각에 배분될 비율에 관한 것이었다.

노동조합 예산 분배에 대한 쟁점

이것이 노조연맹을 분열시킬 만한 값어치를 가진 쟁점인가? 서부 지역 국제서비스노조 부의장인 엘리시오 메디나(Eliseo Medina)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한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우리를 구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정치가나 공직자도, 그가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다 한들 말입니다. 오직 우리 자신만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손을 뻗어 그들을 우리 운동에 끌어들여야 합니다. 정치는 해법의 일부겠습니다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노조에 가입할 수백만의 노동자들을 동원하기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핵심 산업을 조직하고자 하는 노조들에게 1인당 50% 그러니까 대략 5천만 달러를 환불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AFL-CIO는 천오백만 달러 정도로 가고자 했고, 나머지 자금은 정치[사업]에 할당하려 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차이입니다 ― 그들이 제안한 것은 그 일을 하기에 완전히 충분치 않은 것이었으니까요.”
[반면] 다른 이들은 확신이 없었다. 어떤 이들은 다만 노조가 공격받고 있는 와중에 그 힘을 분열시키는 것에 반대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논쟁이 충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느꼈다. 빌 플레쳐는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존 스위니의 개혁 집행부가 1995년에 선출된 이후, 그는 총연맹의 교육국장이 되었고 뒤에는 스위니의 보좌관이 되었다. 급진적 정치 때문에 밀려난 이후, 그는 미국 노조의 느린 변화 속도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자가 되었다. 한 대담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노조는 심각한 보수주의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 보수주의란 다름 아니라 진행 중인 변화의 성격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 그래서 매우 통찰력 있는 운동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 지도자들 중 대부분은 정말이지 물러나야 합니다. 그들은 이 나라의 정치와 경제에 대해 확실히 잘 못된 가정을 하였습니다. 노조는 지배 엘리트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노조는 자본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노조 지도자들 중 대부분은 노조가 지배엘리트와 자본에 의해 받아들여 질 것이라고 가정하였던 것입니다]”
플레쳐와 다른 이들은, 노조가 자금을 조직가를 고용하는데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데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큰 소리를 내며 논쟁한 반면, 방향, 즉 노조가 어디로 가야할 지에 대해서는 거의 논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AFL-CIO 대의원대회에서 벌어진 이라크에 관한 논쟁은 자금과 노조의 구조에 지배된 논쟁에서 그나마 실체적 내용과 정치를 더해준 것이다.
노동자들에게는 그처럼 훨씬 깊이 있는 토론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1999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AFL-CIO 대의원대회 이후 수백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이주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그들을 방어하겠다는 고귀한 이상이 지금은 사라졌다.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 기층 조합원으로부터 이번 대회에서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와 유사한 외침이 터져 나와 기본적인 정책에서의 또 다른 변화를 대의원대회장에 강제하였다. 그래서 노조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취업을 연방범죄로 만드는 <이주 개혁 및 통제 법>(1986 제정)과 고용허가제에 대한 이전의 지지 입장을 철회하였다.
이제 섬유호텔식당노조 공동의장이 된 존 빌헬름(John Wilhelm)은 허가제를 지지한 것은 중대한 실수였다고 선언했다. 다른 이들도 동의했다. 하지만 오늘날, 실질적으로 고용허가제를 강화시킬 두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고 있다. 양자 모두 거대한 새로운 노동연수제도를 설립할 것인데, 이는 1940-50년대 멕시코 계절 농업노동자 프로그램과 같은 것으로, 이주자들을 임시 비자로 들여와 거대 기업의 노동력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주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이들은 이 계획이 착취적 ― 사실상의 비자발적 노예노동 ― 이라고 보아 전통적으로 반대해 왔다.
이 법안 중 하나인 케네디-맥케인 법안은 노조의 전국 정치간부들 일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는 지역 노조와 기층조합원들 사이에서 그 안이 노동과 이주자들에게 미칠 영향에 관해 어떤 토론도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편 의회의 가장 진보적인 이주법안은 연수생 제도를 담고 있지 않으며 [연수생제도 금지를 위해] 강화된 집행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 안이 흑인연방의원회의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도, 노조로부터는 어떤 주목도 받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섬유호텔식당노조는 이주노동자 프리덤 라이드(Freedom Ride,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버스·기차여행 - 역자)를 발의했다. 단체협상에서 2 지부는 호텔들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설치한 사실상의 인종 차별선을 없앨 것을 요구하면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였다. 많은 조합원들이 노조에게 보고 싶어하는 종류의 변화는 바로 이것이다 ― 원칙에 입각한 실제적 의제, 이를 실천에 옮기려는 정직한 시도, 그리고 워싱턴의 유해한 정치 환경의 조건을 바꾸고자 하는 거리의 열기 말이다. 하지만 대신에 - 심지어 진보적인 노조에서도 -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이라곤 정계 엘리트들과의 거래이다. 플레쳐가 말하듯, 논쟁은 더 첨예해져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노동운동의 단결

그리고 한편 [주요 노조들이 분리해 나간 뒤에도] 샌프란시스코의 노조와 노동평의회는 살아남아야 한다. 노동자들이 새로운 정치·경제적 투쟁의 계절을 맞이하면서 정말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대부분의 다른 지역보다 더 어려운 문제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이 도시의 거대 공공노조, 즉 서비스 790 지부의 사무총장인 조시 무니가 이 도시 평의회 의장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무니는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메디나(국제서비스노조의 서부지역 담당 부의장 - 역자)에 따르면, 무니는 “우리는 지역적이고 전국적인 수준에서 계속 함께 일할 필요가 있으며 AFL-CIO도 동일한 입장을 취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고 있다.
전국에 걸쳐 노조들은 그들이 웬만해선 포기하고 싶지 않은 밀접한 관계들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평의회들은 이제 <승리를 위한 변화>에 속하게 된 노조의 회비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만일 이것 없이 활동해야만 한다면, 그 평의회들은 사무처 요원들을 해고하고 활동을 줄여야만 할 것이다.
평의회들은 선거(예컨대 올 11월 캘리포니아에 찾아오는 선거) 기간 동안 수고스러운 일들의 대부분을 한다. 노조원들은 평의회가 보유한 전화명부를 이용하러 떼 지어 몰려오고, 평의회가 조직한 대중집회들을 좇아 밤에 혹은 주말에 지역을 돌아다니고, 심지어는 평의회 모임에서 누가 親노동 후보인지를 결정한다. [목수·벽돌공·연관공 등의] 건축업에서는, 공항이나 학교 다리와 같은 거대한 건축물을 다루는 프로젝트 노동협약은 주로 평의회가 서명하며, 참여하는 노조들이 부기할 것이 요구된다.
만일 이 구조가 해체된다면 노조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노동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스위니는 이미 성명서 하나를 발표했는데, 어떤 AFL-CIO 사무처요원들은 이를 “자본의 입장”(the company line)이라는 냉소적 명칭으로 불렀다. 이 성명서에 의하면 총연맹에서 탈퇴한 노조들은 이후에는 지역 평의회에서 투표권을 지니고 회비를 납부하는 완전한 대의원으로 참가할 수 없다.
팀 폴슨은 흙먼지가 가라앉길 기다리고 있다. 그는 최근 대담에서 희망적으로 말했다. “나는 우리가 지금껏 벌였던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점을 분명히 압니다. 우리의 국제서비스노조, 트럭운송조합, 연합식품상점노조 지부들은 대의원대회 이전에는 노동운동의 일부였으며,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형제자매입니다. 내 생각에 우리는 전국 지도자들에게 불화를 다스리는 계획표를 제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총연맹을 떠난 노조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트럭운송조합과 자동차노조(UAW)가 1960년대에 탈퇴했을 때 그러했다. 건설에서 가장 큰 노조인 목공노조는 몇 년 전 탈퇴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베이 에어리어 노동자 평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AFL-CIO에 가입한 미국교사연맹은 독립전국교원연합과 협동한다 ―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양쪽의 지부가 몇 년 전 샌프란시스코 교원노조를 결성하기 위해 통합했다.
폴슨은 “제 생각에 우리는 항상 해 왔던 일을 계속하면 될 것 같습니다. 노동자들 간에 강고해지는 연대를 지금 모두 폐기해버리는 건 너무 위험한 도박이에요.”라고 말한다.
노조들은 단결을 지속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아니(Arnie,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별칭 - 역자)가 [우리가 잘못되기를 바라면서] 몰래 지켜보고 있지 않는가?

1) David Bacom, "Unions at War", San Frasico Bay Guardian, 8월 10일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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