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1999.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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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망원경1파업권.hwp

[망원경]파업은 노동조합의 최후의 행동이다.

정종권 | 사회진보연대 사무국장
대화와 협상요구를 거부한 것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정부와 기획예산위원회이다..
파업에 돌입하기 이전 공공연맹은 "노동시간 단축 / 공기업 공익성 유지, 공기업 재벌매각․해외매각 반대 / 연봉제 철회 / 퇴직금 개악, 복리후생 축소 저지 / 공공부문 임금 대정부 직접 교섭 / 노동조합의 경영참가" 등을 요구조건으로 정부에 대해 직접 교섭을 벌일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해 교섭의 대상이 아니며, 또한 정부가 교섭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형식논리만을 반복하며 노동조합의 대화와 협상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하지만 지난 4월 18일 총파업에 들어가기 직전 공공연맹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서울시와 지하철공사는 구조조정과 체력단련비, 학자금 문제등 교섭의 핵심현안에 대해서는 기획예산위원회의 지침이기 때문에 결정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노동조합은 결정권한이 없는 서울시와 지하철공사와의 교섭은 더 이상 무의미하며, 교섭의 현안에 대해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실질적인 지침을 내리고 있는 기획예산위와 정부에 대해 교섭을 요구한 것이다 지난 4월 1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도 성명서를 발표하여 “기획예산위의 공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지침에는 노사가 합의 내지 협의하여 시행하라는 내용이 있지만, 그 지침의 이행 여부는 공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에 반영될 뿐만 아니라 예산삭감과 결부되기 때문에 해당 공공기업은 기획예산위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적용하거나 해당 노동조합에 통보하는 형식만 취할 뿐 실질적인 교섭 내지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라며 기획예산위 지침의 문제점을 비판하였다. 이렇듯 공기업의 배후에서 각종 구조조정 및 제도개편을 지휘하고 있는 결정권자는 기획예산위와 정부이며, 이러한 기획예산위의 지침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확립된 단체교섭의 내용을 부정하거나 위반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것은 두가지 문제점을 제기한다. 대화와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책임있는 주체가 나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공부문의 구조조정과 고용문제에 대해 결정권한을 가진 정부와 기획예산위가 대화와 협상을 거부한 1차적 책임이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로 단체협상이라는 노사간의 자율적 대화를 통해 확립된 규범을 파괴하고 부정한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하지 않고 양비론을 주장하거나, 시민의 발을 묶는 파업이었다는 비판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조합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에 다름아닌 것이다.

파업은 노동조합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권리이다.
파업이란 파국이 아니라 사용자와의 교섭에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권리 행사이다. 물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모색한 후에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권리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최근의 지하철 파업의 1차적 원인제공자는 18%의 인력을 정리하고, 단체협상을 통해 확립된 각종 규범을 무시하고 있는 정부에게 있다. 노동조합의 존재의의가 조합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 향상에 있다면 이러한 정부의 일방적인 횡포에 저항하는 것은 노동조합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노동조합은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결정권자인 정부에게 대화와 협상을 통해 논의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정부는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 대화와 협상이 거부당한 이후에 노동조합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체행동권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노동쟁의법에서는 공익사업에 대해 파업과 쟁의행위를 사실상 금지시키는 직권(강제)중재와 긴급조정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즉 교섭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해 중재를 요청하는 임의중재와 달리 행정관청이 직권으로 강제절차를 개시하여 쟁의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제도인 것이다. 공익사업장이라는 모호하고 자의적인 규정에 근거하여 ⌈노사자치의 원칙⌋과 ⌈단체행동의 권리⌋을 부정하는 직권중재제도를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익사업장과 대규모사업에 대해서는 긴급조정의 대상으로 선정하여 노동부장관이 관계당사자에게 쟁의행위를 금지시키는 통보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이러한 직권중재와 긴급조정은 대규모사업장의 노동조합과 공공부문 노동조합에서 투쟁이 벌어질 때면 언제나 발동되어 단체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노동운동의 탄압도구가 되어 왔다. 즉 이러한 노동악법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의 지하철노조의 파업에 대해서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이러한 직권중재와 긴급조정 제도에 근거한 것이다. 참고로 이러한 긴급조정과 직권중재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 자유위원회’로부터 지나치게 막연하고 광범위하여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악용될 수 있어 시정이 요구된다는 권고를 받기도 하였다. 이런 점에서 지하철파업이 적법한 과정을 거쳤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라 왜 정부는 대화와 협상을 회피하였는가? 왜 지하철노조는 총력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문제의 근본을 해결할 때 우리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즉 공공부문을 포함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노동자와 민중들의 삶을 어떻게 피폐화시키고 있으며, 400만에 이르는 대량실업시대를 가져온 원인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참고로 소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파업’이라는 것에 대해서

먼저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한 것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정부와 기획예산위이다. 시민의 안전을 진정으로 생각했다면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형식논리만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 지하철 운행을 서투르기 그지없는 대체인력에게 전담시키고, 노동조합과의 교섭과 대화에는 일절 응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가 오히려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하는 것이다.
두번째 구조조정으로 피해를 입고, 실업과 빈곤의 낭떠러지에 직면한 것은 지하철과 공공부문의 노동자만이 아니다. 이미 작년부터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이라는 말로 대량실업시대에 돌입하였다. 그러나 400만이 넘는 실업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경제위기의 극복, 구조조정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400만 실업자라는 말은 그 가족을 포함하여 1000만이 넘는 사람이 실업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시민이 노동자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면 구조조정으로 고통받는 대다수 노동대중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은 철회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은 시민을 볼모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업과 정리해고에 대한 대다수 시민들의 위기의식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인 것이다.
세번째 나의 권리는 남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파업권이 일시적으로 지하철 이용자에게 불편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불편때문에 노동자의 파업권과 단체행동권이 부정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것은 시민이라는 이름에 기대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정부와 사용자들의 욕심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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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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