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5년 노동안전보건 투쟁 평가와 2006년 전망과 과제

이경진 | 광주노동보건연대 사무차장
2005년, 노동자들은 건강하게 살기 위해 투쟁했다.

2005년 1월, 화성에 위치한 모니터부품 공장에서 일하던 태국 이주 여성노동자들이 노말헥산 중독에 의한 다발성 신경장애(앉은뱅이 병)증상을 호소하면서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의 현실, 즉 작업환경,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등 기본적인 노동조건이 무시된 작업장의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현재 한국의 이주노동자는 33만 명(05년 8월 통계)을 넘어섰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3D 업종이라고 불리는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이건 ‘합법적인’ 산업연수생이건 최저임금, 강제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 빈번한 산재사고, 송출업체에 의한 중간착취, 여권압류, 공장 밖 출입통제 및 폭행 등 기본적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만큼은 아니지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도 열악하다.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미조직된 경우가 많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 편, 고용불안정이 심하며, 작업환경이 취약하다. 유해공정에 배치되는 일이 많고, 장시간 노동과 반복되는 작업형태에 시달린다. 쉴 틈을 안 주는 노동강도는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고 직업병에 노동자를 노출시키면서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외에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4대 사회보험 적용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고, 노동자 10명 가운데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노동자는 3명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회보험의 부담을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한편 일부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고 모든 권리를 상실해 버렸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상태로 생계와 고용을 상시적으로 위협받는 고통에 처해있다. 뿐만 아니라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어도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며, 의료보험료도 모두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에서도 소외된 채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대부분 노동자들의 실태가 이렇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노동자들을 보호하고 권익을 보장하면서, 치료 후 원활한 사회복귀를 돕는다는 설립취지와 전혀 상반된 길을 걷고 있다. 2004년 말부터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산재 적용을 어렵게 하기 위해 환자의 퇴행성 질환여부, 질병의 경력, 생활습관 등을 철저히 조사하는 「근골격계 질환 업무관련성 인정기준 처리지침」과, 치료권이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요양 기관에 대한 구체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치료권을 제한하겠다는 개악안인 「요양업무 처리규정 개정안」을 만들어 노동자들의 산재승인 비율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2005년 6월에는 「과격집단민원 대응요령」이라는 괴상한 지침을 마련하여 민원인을 예비 범죄자로 취급, 고소·고발·가처분 등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근로복지공단은 간판에서 ‘복지’라는 말을 떼고‘탄압’이라는 말을 새로 새겨 넣어야 할 정도이다.
이에 각종 규정과 지침으로 무장한 근로복지공단의 부당한 처사로 인해, 전국 지사에서 불승인이 남발되고, 강제 치료종결과 강제 통원치료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하였다. 그래서 원칙을 상실한 공단의 횡포에 맞서는 전국적인 투쟁이 서울, 경남, 전남, 전북, 충청지역에서 가열차게 전개되었다. 2005년 4월 노동자 건강권 쟁취의 달을 맞이하면서 인천지역의 근로복지공단 경인본부의 13일간의 점거농성을 시작으로 창원에서는 4월 11일부터 10일간의 창원지사 앞 천막농성을, 광주에서는 4월 말부터 5월 14일까지 광주본부에서 천막농성투쟁을 진행하였다. 7월과 8월에는 근로복지공단의 부당한 결과 통보와 합의 번복, 형식적인 현장조사, 고압적인 태도, 고소·고발로 인해 투쟁이 계속되었다. 7월에 있었던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산재노협)의 공단 서울북부지사 투쟁과 전북평등노조의 공단 전주지사 1인 시위는 합의를 깨고 현장조사 없이 혹은 형식적인 현장조사를 통해 승인과 불승인을 판별하는 불합리한 공단의 복지행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으며, 공단 통영지사에서 벌어진 민주노총, 금속연맹,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산추련)의 천막농성투쟁은 불승인 산재노동자에 대한 재조사 합의를 번복하고 오히려 이에 항의하는 노조관계자 3명을 고발하는 공단의 강압적인 태도를 바로 잡기 위한 투쟁이었다. 이런 행태는 근로복지공단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며 산재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인‘치료받을 권리’마저 박탈하려는 속셈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한 투쟁은 근로복지공단의 반노동자적 행태와 탄압을 좌시할 수 없는 전국 노동자들의 속 타는 마음과 분노를 표현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하이텍알씨디 코리아 여성노동자들은 회사측의 노조탄압으로 4년여의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조합원들에게 대한 감시, 차별 그리고 해고를 자행하는 탄압을 감내해야 했던 13명의 노동자들은 급기야 전원 ‘우울증을 수반한 적응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앓아 2005년 5월 10일 산재신청을 하였으나 공단은 전원 불승인을 처리하였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의 반노동자적인 입장에 맞서 생존을 걸로 천막농성, 54일간의 아사단식, 100인·500인 동조단식 등을 진행하였지만 공단은 모르쇠로, 정권은 테러진압부대인 경찰특공대를 집회대오를 향해 투입하는 등 폭력탄압으로 일관하였다. 이미 200여 일이 훌쩍 넘어간 하이텍 노동자의 투쟁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며 이 땅 노동자의 절박함을 투쟁으로 나타내고 있다.
노동안전보건진영은 공세적인 투쟁을 통해 2004년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유해요인 조사를 통해 ‘근골격계질환 사용주 예방의무’ 쟁취라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제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현장에서 활력 있는 예방투쟁(작업환경개선)으로 나아가지 못함으로서 2005년 상반기 유해요인 개선 투쟁이 사실상 멈춰버렸다. 그 빌미로 반노동자적인 근로복지공단의 폭력행정이 강화된 것을 비춰 보건대, 직업병을 중심으로 하는 재해의 승인 및 처리에 관한 정권과 자본의 대응이 공세적으로 전환되었다. 정권과 자본의 총력적인 산재보험 제도 개악에 직면하면서 1년을 넘게 투쟁을 전개했지만, 민주노조운동 진영은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 문제로 산재보험제도 개혁 투쟁을 비중 있게 배치하지 못했고 조직적인 대응은 아직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하이텍 노동자들의 집단정신질환을 매개로 한 투쟁은 비록 해를 넘겼지만 해당 단위사업장의 일정한 투쟁의 활력이었으며, 단사 산재승인 투쟁을 넘어 정권과 자본의 산재보험 제도 개악에 맞서 산재보험을 노동자를 위한 것으로 바꿔내기 위한 전국적인 투쟁의 거점과 전선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공단의 폭력행정이나 독소규정 등에 대한 전국적인 폭로 속에서 산재보험제도 개악에 맞선 대안과 실천 그리고 투쟁의 의지가 어디서, 어떻게 발현되어야 하는지를 일깨워 주었다.

2006년 정세 속에서 바라본 노동자 건강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사로 시작된 2006년은 노동자민중의 한해살이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견하고 있다. 노무현은 양극화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서민들의 삶을 위로하면서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노무현의 신년사는 신자유주의로 비롯된 필연적인 민중들의 불만과 저항을 적절히 제어하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다른 방식으로 전가시키려는 교묘한 저의를 내포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이는 양극화와 빈곤화로 야기된 노동자민중의 위기가 노무현정권의 정치적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들이 추구하던 신자유주의 개혁정책이 파산했음을 스스로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IMF 경제위기를 명분 삼아 정권은 고통분담을 노동자에게만 전가시키고 더 나아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으로 노동자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반면에 독점재벌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과 혜택을 강화하여 ‘대한민국’을 가진 자의 천국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누구인가. 그 결과가 바로 노무현이 떠들어대는 한국사회 위기의 본질인 사회 양극화와 노동자민중의 빈곤화이다. 하지만 노무현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 원인은 노동자의 희생을 기반으로 항시적인 위기를 지연시키고자 하는 신자유주의와 금융세계화 그 자체이다.‘양극화’라고 표현하면서 원인을 경제위기로 지목하고 문제가 경쟁력 약화, 일자리의 부족인 것처럼 선동하지만 문제는 일자리 부족이 아니라 일자리의 불안정성이다. 저임금 일자리, 고용이 불안정한 일자리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약화시키고 이것이 곧 빈곤화로 나타난 것이다.
문제의 원인이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음에도 정권과 자본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양극화 해소라는 명목으로 노동의 유연화를 확대하고 노동조합의 힘을 무력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아니 사활을 걸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안이라고 이름 붙여진 노동법 개악으로 비정규직을 확대양산하고 그 책임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임금’과 ‘철밥통’에 있다고 호도하면서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노사관계로드맵’을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 정권은 “양극화는 세계화, 정보화 시대의 일반적 현상”이라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와 함께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여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타협안을 노동자민중 진영에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민중의 빈곤화에 따른 사회적 위기와 극단적 폭력, 저항을 지연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일 뿐이다.
이러한 정세 속에 노동자들의 건강권도 맞물려 있다. 정권과 자본이 요구하는 비정규직의 확대와 노동자들의 분열에 따른 노동조합의 무력화는 노동기본권의 후퇴, 자본에 의한 현장 통제·관리의 강화로 나타나고 작업환경의 악화, 노동강도의 강화로 현장의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일터에서 정규직 노동자는 끊임없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노동강도 강화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속적인 해고위협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 때문에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구조조정과 불안정 노동의 일상화는 모든 노동자들을 근로복지공단 앞의 유령으로 떠돌게 하고 있다. 예전에는 ‘직업병’이라고 하면 조선업을 비롯한 금속제조업과 건설업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제는 업종에 구애받지 않고 있다. 2005년에 전개되었던 도시철도 노동자 공황장애 인정투쟁, 건설노동자의 공황장애 인정투쟁과 사고사 관련투쟁, 서울대병원 노동자의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투쟁, 하이텍알씨디 코리아 노동자의 투쟁들을 돌아볼 때 강화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동자 건강의 파괴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노무현 정권은 산재보험을 적극적으로 개정하고자 한다. 과거에는 산재보험제도의 개혁을 노동안전보건진영이 주장하면 정권과 자본은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논쟁을 전개했던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정권이 2004년부터‘산재보험제도발전위원회’를 구성 운영하면서 다양한 의견수렴의 통로를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산재보험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각 부분의 개선방안에 대해서 사회적 공론화와 전문가가 참여하여 개선 방향을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열린 구조와 합의, 재활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담고 있다.

2006년 산재보험제도를 둘러싼 정권과 자본의 음모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인 노무현 정권은 보수/개혁이라는 허구적 구도를 통해 신자유주의 지배분파간의 헤게모니 다툼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 확립과 지지세력의 규합을 도모해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적 개혁은 신자유주의에 의한 사회적 위기로 인한 민중들의 불만과 저항을 봉합하고 그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 합의와 대타협이라는 허구적 개혁 이데올로기는 산재보험제도를 둘러싼 논쟁에도 그대로 관철된다.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고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산재보험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정권의 의지는 노동자들의 고통과 희생을 기반으로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신의 굶주린 배를 채우고자 하는 자본의 의지와 맞닿아 있다.
정권은 전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있음에도 산재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고 새로운 직업관련성 질환이 증가함에 따라 산재보험의 재정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요양급여 제한, 직업병 인정장벽 강화를 통제함으로써 산재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재정적자의 위기를 탈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또한 일부 보험 자본을 중심으로 산재보험을 민영화하는 방식으로 노동자 건강의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자본의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노동현장에서 일하다 다치고 아프면 우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적 성격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노동기본권, 노동건강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와 이주·여성 노동자에게는 현장에서 일하다 쓰러지면 현장에서 죽던지 자신의 부담으로 치료하라는 말밖에는 되지 않는다.
정권의 산재보험제도 개혁안 논의에 맞추어 언론과 자본이 대대적인 선전을 해대고 있는 산재노동자의 ‘도덕적 해이’의 진실을 살펴보면 산재보험제도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경총이 2005년 10월에 발표한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보면 최소한의 산재보상법이 개정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조차 없이 36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산재노동자에 대한 공격, 나아가 전체 노동자에 대한 공격으로 가득 채웠다. 자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산재보험의 문제점으로 70.5%가 ‘도덕적 해이 감시부족’을 들었다고 발표하면서 산재보험은 보험료부담자(자본)와 급여 수혜자(노동자), 그리고 산재심사 및 급여 지급자(공단)가 완전히 상이하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산재보험 재정 악화의 모든 책임은 노동자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노동자의 도덕적 해이 사례가 전체규모가 얼마인지 또한 그로 인한 산재보험 손실 액수가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를 밝히는 자료는 거의 없다.
오히려 도덕적 해이는 산재를 은폐하고 이를 공상으로 돌리며, 노동자의 임금을 실제보다 작게 신고해 산재보험료를 줄이거나 경영악화를 이유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자본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산재보험의 재정악화를 돕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15년 전 미국에서 지금의 한국처럼 산재노동자들을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는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고 이로 인하여 산재보험법 개악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되새겨본다면 정권과 자본의 개정방안은 개혁이 아닌 개악임을 알 수 있다.
노무현정권의 산재보험에 대한 전면적 제도개악의 자신감은 노동자 건강 문제를 주요 과제로 담아내지 못하는 민주노조운동의 현실에서 비롯되었다. 단위조합이나 전체 민주노조운동 진영이나 갈수록 노동자 건강권 투쟁은 안전보건 담당자, 간부들만의 투쟁으로 국한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노동안전보건 투쟁의 동력이 300~500명을 벗어날 수 없다. 노무현 정권은 노동자 건강과 관련된 어떤 제도개악을 추진해도 민주노총은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것을 간파하고 있는 듯하다.

반민중적인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연대전선으로 노동자 건강권 투쟁을 사고하자!

2006년 노동자들은 정권과 자본의 산재보험제도 개악에 맞서는 강고한 연대투쟁을 예비해야 한다. 이는 사활을 걸고 비정규직법 개악과 노사관계로드맵, 특수고용직 관련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려는 정권과 자본에 맞서는 반신자유주의 전선 강화의 한 축을 형성할 것이다. 정권과 자본의 집중적인 공격 앞에 개별적이고 분산된 건강권 투쟁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단위노조 단체협약 투쟁에서 자주 발생하는 고용과 임금 현안에 밀려 노동보건 영역이 등한시되는 관행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하기에 고립 분산적인 산재보험 개악저지 투쟁을 넘어 노동자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전 민주노조운동진영의 조직적인 과제 수립과 문제인식이 필요하다. 이는 민주노총 총연맹이 투쟁과제를 설정하고 지침으로 내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공감대와 저항 주체 형성을 통해서만 그 기능을 가능케 한다. 노동자 건강권 투쟁의 주체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활동가들과 산업안전 간부들의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고민과 활동이 필요하다. 작업장의 유해요인들을 조사하고 조합원들의 작업환경개선과 건강에 대한 요구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개별자본과 맞서는 공동요구와 투쟁과제를 현장에서부터 조직해야 한다. 또한 가시적인 성과와 사례를 중심으로 조합원들을 선전·교육함으로써 임금과 고용에 가려 간과되기 쉬운 노동건강과 작업환경 개선이라는 의제를 수면으로 부각시켜낼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현장이 바뀌지 않으면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현장 조합원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대부분의 산재노동자들이 치료·요양·재활 이후에 작업현장에 복귀하지만 바뀌지 않은 작업환경과 노동강도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고 다시 건강을 잃고 있는 실정이다. 지속적인 노동강도 저하를 핵심 투쟁의제로 설정하여 현장의 문제와 연결하면‘적정인원 확보’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인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해서는 안 된다. 정규직화를 요구해야 한다. 현장노동자들의 노동건강에 대한 관심을 통해 작업환경개선과 노동강도 저하라는 대중투쟁을 조직하고 투쟁 속에서 의제를 비정규직 채용금지, 정규직화로 연결시킨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의 간극을 해소하고 현장 통제권을 회복하여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노동자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복원된 현장의 투쟁력과 발굴된 현장주체를 통해 지역투쟁을 전제로 전국적 투쟁의 전선을 형성해 나간다면 정권과 자본의 공세적인 산재보험제도 개악을 막아내고 진정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의 산재보험제도 개혁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자본의 통제와 감시체계로 노동자의 건강권을 편입시킨다는 것은 결국 노동자의 모든 권리를 자본의 손에 넘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산재보험제도 개악을 막아내고 개혁하자는 것은 단지 법률과 제도를 몇 개 고치는 것이 아니다. 산재보험제도 개혁요구가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전면 적용인 만큼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고 모든 노동자들이 차별 없이 인간답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민주노조운동의 기본원칙과 투쟁방향을 담고 있는 것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불기 시작한 민주노조 운동 바람이 1988년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문송면군 사건과 원진 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 사건과 만나 노동자 건강권 투쟁이 대중과 결합하면서 노동안전보건운동의 활로가 확장되고 전체 민주노조운동이 성장했던 역사가 있다. 이처럼 노동 건강권 투쟁은 불안정 노동과 노동강도 강화를 저지하는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기제로 만들어내야 한다. 또한 끊임없이 작업환경 개선 투쟁 및 현장통제권을 확보하는 투쟁을 통해 현장조직력을 복원하고 혁신하면서 궁극적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아래로부터 혁신에 복무할 수 있어야 한다. 끊임없는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만이 민주노조운동을 혁신할 수 있다.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답게 일하는 세상, 노동자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향한 대장정은 바로 동지의 건강을 현장에서부터 지키는 투쟁부터 시작된다.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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