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3.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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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좌담> 사회 양극화인가 빈곤 심화 확산인가?

빈곤과 불안정노동에 맞서는 2006년 사회운동의 투쟁과제

배기남, 유의선, 이진숙, 조동진 |
<사회자>
최예륜| 정책편집부장
<토론자>
이진숙| 사회진보연대 인천지부 집행위원
유의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배기남| 민주노총 서울본부 정책기획국장
조동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정책국장
<일 시> 2006년 2월 20일 8시
<장 소> 사회진보연대 사무실
<정 리> 권태훈, 안성민, 최예륜


사회자 : 한국 사회 빈곤인구가 700만에 달한다고 합니다. 빈곤은 주어진 하나의 현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를 ‘사회 양극화’로 인식하고 2006년 해결해야 할 주력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정부의 양극화 해소 방안에 대해 진단하고 불안정노동과 빈곤의 확산에 맞선 과제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결과인 빈곤 심화를 사회 양극화로 볼 수 있는가?

유의선; 빈곤의 심각성은 일하는 빈곤층의 문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진숙 : 빈곤의 심화 양상을 사회 양극화의 틀로 접근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접근이다
조동진 : 부동산, 금융 등 자산 격차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유의선

유의선 : 빈곤의 원인과 양상의 핵심으로 신빈곤, 일하는 빈곤층의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지금의 빈곤은 열심히 일해도 점점 더 가난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일을 더 해도 소득은 일정하거나 더 줄어들고 소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기되는 빈곤의 심각성은 인구 수 대비 빈곤인구가 많기 때문만이 아니라 일하는 빈곤층의 문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빈곤이 구조화되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금융시장의 문제로서 신용불량의 문제나 가계부채의 문제가 드러나고 특징적으로 여성의 빈곤화 문제, 사회안전망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의 사각지대의 문제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 빈곤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드러나고 하나의 구조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회자 : 일하는 빈곤층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현재 노동의 불안정화에 따라 비정규직이 비율상으로도 절반이 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핵심 화두가 아닌가 싶은데요, 이에 관해 배기남국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배기남 : 87년 이전에는 특별한 계층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모두가 가난해서 국가적 수준의 ‘잘살아보세’를 외치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87년 이후, 가깝게는 노태우 정권의 반동기를 거치고 나서 민주노총이 건설되고 기업별 노조체제가 관철되면서부터 그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같이 일하던 사람 사이에서도 정규직은 잘 살고 비정규직은 상대적으로 못사는 양상이 주변에서 눈에 보이게 된 것이죠. 임금도 두세 배 차이가 나고, 생활수준도 누구는 자가용을 몰고 누구는 잘해야 중고차 몰고 다니고 하는 이런 차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새로운 빈곤개념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노동자들 내부를 봤을 때도 조직되지 않은 영세사업장 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상황은 훨씬 심각합니다. 80년대 중반에 현장에 들어갈 때만 해도 포드주의적 시스템에 의해 노동집약 산업인 전자, 섬유 등이 산업의 중심이었는데 이것이 도산하거나 외국으로 이전되면서 영세자영업에 종사하는 새로운 빈곤층이 등장하기도 했죠. 어쩌면 이 빈 공간을 60만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조동진 : 지역적 상황을 본다면 대도시의 문제점 중 하나가 거주지에 따라 격차가 심화된다는 점입니다. 외국의 경우도 양극화문제가 심화되면서 계층 간 분리현상이 드러나는데 이것이 고착화, 심화되면 이중도시화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강남-북 간 불균형을 소득, 금융, 부동산의 구체적인 항목별로 살펴보면 소득격차도 심하지만 결정적으로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부동산과 금융자산입니다. 빈곤문제와 양극화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은데 양극화 관련 논의에서는 주로 소득 불균형 관련한 문제를 불평등으로 제기하는데 그보다는 부동산, 금융 등의 자산 격차로 인해 불평등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양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근로빈곤의 양상이 지금 현재의 빈곤 문제를 핵심적으로 설명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빈곤은 소득에 비해서 소비지출규모가 맞지 않으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서울의 생계비 문제를 살펴보면 생계비 지수가 세계 2~5위 안에 들만큼 높다고 합니다. 최근 5년 동안 근로소득이 20% 올랐다면 주거비와 직결된 부동산 가격은 70%가 증가하였습니다. 주거비용 등을 중심으로 생계비 부담이 굉장히 많이 오른 거죠. 정부에서 사회적 일자리, 사회서비스 확대를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대부분 민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생계비가 더 상승하게 됩니다. 이것이 빈곤화를 가속하는 원인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소득격차와 생계비 부담의 증가를 함께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진숙

이진숙 : 세 분 모두 각각 다른 각도에서 빈곤에 접근하는 맥락을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빈곤 인구 자체가 증가했고 여성빈곤, 노인빈곤, 노동빈곤 인구의 증가 등 빈곤의 양상이 과거와 달라진 상황이라는 것은 운동사회나 정부에서도 대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떤 틀을 통해 어떻게 개념화, 분석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사회진보연대는 사회 양극화라는 말을 가급적 쓰지 말자고 하고 싶습니다. 양극화라는 말은 여러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먼저, 현실을 묘사하기에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극소수 고소득자를 제외한 다수가 빈민이고 또 다양한 층위를 이루고 있는 상황을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개념화의 틀과 연관 지어서 사고해보더라도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에서 소득이 양극화되는 배경이 무엇인가를 분석할 때 노동시장이 양극화되어있고 산업이 양극화되어 있다는 방식의 단계적 분석틀을 사용하고 있으며, 대응방안 역시 그런 맥락에서 도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단계적으로 접근할 경우 근본적 원인을 보지 못하게 될 뿐더러 은폐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 저희의 기본 입장입니다. 소득격차나 산업양극화 등은 모두 금융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 구조개혁 과정을 고찰함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죠. 이렇게 보면 사회 양극화는 올바른 묘사 또는 개념화가 아닙니다.
양극화는 사회적 배제라는 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1980년대를 경과하면서 장기실업, 가족 해체 등으로 인해 빈곤이 확대되면서 프랑스를 선두로 하여 유럽의 국가들이 이를 사회적 배제라는 말로 개념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양극화라는 개념은 주로 대도시 지역에서의 이와 같은 양상을 지칭하는 말로 많이 쓰이는데, 중산층이 붕괴되고 소득분배구조가 극단적으로 이분화 되었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입니다. 여기에 유럽 고유의 문제라 할 수 있는 이민자 문제, 지역 간 격차 등이 결합되어 도시 자체가 이중화된다는 식으로 분석을 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기존의 복지체제나 사회적 결속을 지탱해 주던 계급연대의 해체가 지목되고, 그에 따라 국가 중심의 사회통합 정책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죠. 즉 양극화, 사회적 배제 등의 개념화는 빈곤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있어 필연적으로 계급적 관점을 희석화 할 수 밖에 없으며 또한 사회통합정책이라는 것은 결국 신자유주의에 걸맞은 복지개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와 같이 여러 측면을 고려해봤을 때, 빈곤의 심화 양상을 사회 양극화의 틀로 접근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배기남 :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 중 하나가 분할지배입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정보통신혁명이 진행되면서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네트워크 생산 시스템, 하층계열화가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심한 부분이 건설이나 섬유산업입니다. 유명의류업체의 경우 제조업 생산라인을 갖고 있는 업체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IMF 이후 변화된 자본 축적 과정에서 고용수준이 더욱 낮아진 현상에 대해 직접적으로 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결과로서 주택문제와 같은 여러 양적 지표들이 나타나는 것이죠.

사회자 : 자본주의 생산양식 내에서 빈곤층의 지속적인 양산과 일상적 관리가 심화된 상황도 있을 것입니다. 조동진 국장님이 생계비 문제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듯이, 노동빈곤의 문제와 결부시키지 않더라도 현재 빈곤의 절대치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조동진

조동진 : 대응 전략과 연결되는 문제인데요, 생계비 지수가 높다는 것은 소득 대비 생계비 부담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사유화 저지 투쟁을 전개해왔지만 이미 사유화된 영역이 워낙 많습니다. 특히 보육 부문을 보더라도 대다수 국가에서는 비영리 기관을 포함한 공공보육이 80%에서 많게는 100%까지 보장됩니다. 한국의 경우 5% 대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영유아보육법이 만들어진 다음, 정부는 민간에 집중 융자를 해줌으로써 보육 인프라를 공급하게 하면서 민간에 보육을 맡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회공공성 논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미 시장화된 것을 공공화하자는 이야기도 포함됩니다. 한편에서는 지금 민간자본유치사업(BTL) 방식을 통한 사회적 서비스 확대도 사회화라고 모호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서비스가 증가하더라도 이것이 모두 민간 자본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유의선 : 지금 정부 추계로 빈곤인구가 700만이라고 합니다. 이는 최상위 계층까지를 포함한 것으로 최저생계비 120% 기준입니다. 2006년 기준으로 최저생계비가 1인가구가 40만 천원이고 4인가구가 117만원이니까, 1인가구면 50만원 이하, 4인가구면 130만원 수준을 빈곤계층이라고 일컫는 것이죠. 이러한 사람들이 700만 명이라는 말입니다. 여섯 명 중 한 명은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자 중에서는 최저임금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빈곤계층에 속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죠. 가구원 중 노동인구가 적다면 그럴 수도 있는데 비정규직이 저임금이라고 얘기하지만 그래도 일을 하면 최저임금은 최저생계비 수준을 약간 넘어서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비정규직 인구가 엄청 많이 있습니다. 사회 양극화가 곧 빈곤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데 이러한 현상을 일부 고소득자에 비한 상대적 빈곤감이라고만 이야기할 수도 없습니다. 양극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가를 논의하려면, 지금 절대빈곤의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는 점을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빈곤은 절대빈곤의 문제뿐만 아니라 빈곤화가 지속되는 구조와 과정이 문제인 것이고 지역 간, 산업 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빈곤 문제의 양상과 원인이 복합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채 양극화라는 담론에 묻혀가는 데 대해서는 고민이 듭니다.

이진숙 : 특정 용어는 제기되는 맥락과 해결방향에 있어서의 계획까지도 포함한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양극화가 아니더라도 ‘신빈곤’ 등 개념어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신빈곤이라는 표현은 연구자들과 NGO들이 자주 쓰는 표현인 것 같아요. 사회적 배제라는 용어는 소득이 절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에 대해 표면적으로 빈곤을 진단하던 과거의 방식과 다르게 실제로 달라진 빈곤의 양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고 이들이 어떤 권리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인식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는 최소한의 긍정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역사적인 맥락과 탈계급적인 해결방향이 내포되어 있는 용어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빈곤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의선 : 사회 양극화라는 말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논의할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분석틀을 담아낼 수 있는 확장된 빈곤의 문제를 포괄할 논의 틀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노숙인, 장애인 등의 문제, 노동의 문제, 지역 간 격차 등 모두가 처한 빈곤화를 공통적으로 분석할 틀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배기남 : 저는 교육할 때 1-3-6 체제라는 말을 즐겨 쓰는 데, 한국사회에는 세대를 걸쳐 부를 축적하는 국가나 기업의 권력집단으로 형성된 귀족계급이 10%, 전문기술을 가진 소위 신 중산층 및 구 중산층,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고 있는 대학출신 기술직들이 30%를 이루고, 나머지가 대다수 노동자 및 영세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단순기능직 노동자라도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 간의 격차가 엄청나게 큽니다. 이전에는 빈곤의 원인을 사회적 권력관계를 중심으로 고찰했는데, 지금은 노동조합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자 : 정부는 양극화를 설명하면서 소득 격차 뿐 아니라 기업 내,직종 별, 업종 별, 산업간 양극화로까지 단계적으로 설명하면서 사회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노동자운동과의 합의주의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는 정부여당의 양극화 해소 담론과 구별되는 우리의 틀을 통해 빈곤의 원인을 분석하는 일입니다.

사회 양극화 해소가 화두인 정부의 사회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조동진 : 지역 간 불균형에 현상적으로 접근하면 자본 투하를 통해 열악한 지역을 집중적으로 개발하자는 결론에 빠지는 위험성이 있다
유의선: 복지정책이 노동연계를 강화하는 경향이 문제다
배기남 : 정부의 대책은 빈곤층을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진숙 : 노무현 정부는 양극화 해소 담론을 통해 사회통합과 시민운동의 동원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자 : 현재 정부가 내놓은 이른바 양극화해소 정책들에 대해 논의해보았으면 합니다. 핵심비판지점과 핵심과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을 텐데요. 정부에서는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몇 가지를 일단 발표해놓고 결국 구체적인 과제들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어 놓았습니다. 일단, 일자리 창출이 핵심적 과제이고 근로소득보전세제 도입이나 자활, 사회적 일자리의 확충 등이 중심축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대응방안이 또한 중요하게 사고되면서 노인복지 확대, 여성인력활용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펼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현재 정부가 양극화 해소 방안에 대해 내놓은 정책 전반에 대한 입장을 확인해보았으면 합니다.

조동진 : 정부에서 주장하는 근로연계복지 강화 방안이나 사회 서비스 확대 과정에 대한 민간 참여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아까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지방선거 공약으로 공공부문 확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일자리라는 말을 대체할 다른 표현을 고민 중입니다. 지금의 사회적 일자리는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고착화되어 있습니다. 정부가 현재 이야기하는 사회적 일자리도 조금 더 오래갈 수 있다는 차이 말고는 저임금의 일자리라는 점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양적 개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실제로 어떠한 일자리인지에 대한 논의가 누락됩니다. 결국 저임금 비정규직이 늘면서 오히려 빈곤의 심화를 초래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또한 사회서비스에 민간이 참여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아도 사회서비스가 민간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를 더 심화하자는 취지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보육을 사회가 책임지자’고 하면서 BTL방식을 취하는 문제들이 그렇죠. 취약계층의 직업능력계발확대나 자활근로사업 등은 결과적으로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일단 밀어 넣고 보자는 것에 불과합니다. 서울시 저소득층 실태조사를 보면 당사자들은 직업훈련을 원하지 않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자료를 보더라도 그 직업훈련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편입되는 것을 보면 이것이 빈곤해결의 근본 방안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합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관련한 정부 입장도 부정적으로 평가한 점이 많은데, 일부 부양의무조건 완화 같은 것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결정적으로 생계비 관련 빈곤선 문제에 있어 우리가 요구하는 것과 격차가 워낙 너무 큽니다. 관련해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생계비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전제로 빈곤선을 잡는다면 서울만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15~10% 정도는 나올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런데 실제 수급 자격을 얻게 되는 사람은 2%도 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일부 자격요건 완화가 핵심 해결방안은 아니라는 것이죠. 더 조목조목 따지자면 대부분의 영세자영업자 보완대책 역시 실효성이 없는 대책에 불과합니다. 한편에서는 대형 할인점 등이 들어서고 있는데 이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도 없이 어떤 실효성이 있겠냐는 것이죠. 기업도시나 국가균형발전시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남․ 북 이야기도 했지만 사실 그것은 상당히 위험한 논리입니다. 소득별 계층별로 특정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함으로써 드러나는 현상을 현상적으로만 접근해서 지역 간 불균형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이것을 강남․ 북 문제 즉, 지역 간 격차로 치환하여 열악한 지역을 집중적으로 개발하자는 방식의 결론으로 이어지게 되죠. 예를 들면 자본 투하를 하면 된다는 논리인데, 이런 방식에 따라 뉴타운 등 열악한 지역의 개발논리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계층 간, 계급 간 격차보다는 지역적 격차 등이 언론 차원에서나 사회적으로도 부각이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보도자료 앞에 ‘강남․ 북’만 붙이면 언론에 보도될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오던데요. 지역별 집중도의 차이가 지역문제로 발전하는 점에 대해서 정책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사실은 이것이 본질은 아닙니다. 논의가 언론이 설정하는 방식대로 의제를 따라가는 측면이 많아 핵심에서 빗겨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아까 지적하셨는데 양극화 담론 관련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중산층에 초점을 맞추고 대책이 중산층 중심으로 마련되도록 한다는 점입니다. 최근에 국민연금 보완에 관련해서도 갑자기 역 모기지론 1)이야기가 나와 버리면서 결국은 주택 등의 일정한 자산을 가진 계층을 보호해서 중산층이 빈곤화되는 것을 막자는 방식으로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역 모기지론은 금융을 중심으로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만들자는 대표적인 주장인데 특히 주택 문제와 관련 소득 불평등이 극심한 대한민국에서는 금융세계화 비판의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유의선 : 제가 보기에 양극화 해소 정책의 핵심적인 우려지점은 복지부문이 아닌 것을 복지대책이라 일컫는다는 것입니다. 사회적일자리나 자활사업, 근로소득보전세제(EITC)나 보육정책 등의 목표가 경제활동 인구 확대 등 일자리 창출의 방향성 하에 이야기되면서 그대로 복지정책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복지정책이 노동연계를 강화하는 경향이 문제입니다. 더 이상 한국사회에 노동유인효과는 필요 없다고 봅니다. 누구든 일을 하고자 하는데 사실 그 일자리가 자신과 가족의 생계에 적절한 일자리가 되고 있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러한 복지와 노동을 연계하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일자리가 사실은 최저임금 수준의 일자리입니다. 그나마 시행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도 개정과정에서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은 제외시킬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 아니라 어떤 일자리인지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죠. 즉 이러한 노동빈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주요한 과제로 상정되어야 합니다. 또, 자활 사업이라는 것이 일정한 사회구조적 기능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노동시장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 임금수준이 최저임금보단 높을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그동안 안정적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계속되었는데 재정경제부 차원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표방하고 나섰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안정적 일자리를 요구할 것인가가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EITC 방안이 발표될 당시에 좀 무리가 있었음에도 빈곤사회연대에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가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낮추는 효과를 낳고 오히려 노동능력자들의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문제제기하였습니다. 일자리 창출이 문제가 아니라 노동빈곤의 문제, 이 안에서 정부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최저임금제도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조동진 국장님이 제기한 공공복지 서비스 확대 등이 이와 함께 요구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논의가 빠진 채 이야기되는 일자리 창출은 오히려 노동빈곤을 강화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자리 정책을 저출산․ 고령화 정책의 핵심인 경제활동인구의 확보라는 측면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듭니다. 사회 서비스 확대 과정의 공공성 확보가 사회적 배제를 낳는 구조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정부의 정책들은 그런 문제점 해결로 나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중산층을 두텁게 한다지만 실제로 그러한 실효성도 없으며 절대빈곤층의 빈곤탈출과는 무관한 논의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예륜

사회자 : 정부가 양극화 담론을 제기하면서 우려지점으로 내세우는 것이 투자 부진으로 인한 고용감소입니다. 이는 성장잠재력을 마련하고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현재의 고용구조를 분석해볼 때 정부의 이러한 인식이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 배기남 국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배기남 : 현재 무역수준이 세계 12위인 한국에서 개개인이 갖는 생활수준에 대한 기대는 매우 높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자발적 실업문제도 일정하게 있다고는 봅니다. 단순기능직․ 단순노무직 같은 경우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틀거리가 없고 여전히 한국 노동자운동이 기업복지의 틀에서 벗어나있지 못한 상황에서 매우 위험한 상태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는 정부의 대책은 빈곤층을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제가 서울지방노동청의 실업자 교육훈련 기관을 선정하는 심사위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선정되는 업종은 미용, 요리, 재봉기술, 심지어는 점성술과 같은 것이었고, 이러한 자영 서비스업을 주로 교육․ 훈련하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취업률로 이어지는 비율이 20%를 넘지 않았습니다. 단순기능직을 순수하게 교육시켜 빈곤의 문제나 저임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 하는 실질적인 문제가 있죠. 사교육비를 비롯한 교육비 전반에 대해 해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으며,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비 지원체계에 대한 초보적 수준의 논의조차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택문제 역시 저소득층이 훨씬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진숙 :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가 함께 제시되고 있는데 최근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세 가지 방향 정도로 정리해서 말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근로연계복지라는 이름 하에 사회복지정책들이 여러 가지 시행될 것이라는 점, 또 하나는 기초생활보장 관련된 것인데 극빈층을 대상으로 한 제도들을 일정하게 확대하거나 보완하는 방향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도시계획과 맞물린 국가균형발전 등의 수사를 활용한 다양한 발전계획의 맥락이 있습니다. 이러한 세 가지 방향성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상호 결합되고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IMF 이후 불안정노동층이 급격히 증가한 후 운동사회 안에서 1-2차 구조조정에 대해 진단하면서 2차 구조조정의 경우 법제를 완비하는 형태로 가면서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이 완료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와 유비해보면 현재 빈곤관련 정부 대응이 2차의 상태에 온 것 아니냐 생각합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다양한 빈곤 정책이 쏟아져 나왔고, 현재는 앞서 말한 세 가지 방향성이 법․ 제도적 틀을 갖추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틀이 향후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근로연계복지의 경우 많은 분들이 분석하듯이 불안정노동의 증가와 연계하지 않고선 해명할 수 없는 맥락이 있습니다. 최근 ‘골간 노동력화’라는 개념이 등장할 만큼 불안정 노동이 정상적인 고용형태처럼 간주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밑으로 한 층 정도가 더 생긴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산업예비군 층을 사회적 일자리, 저임금 공공서비스 등 상시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불안정노동 밑에 한 층을 더 두는 형태, 이를 제도적으로 만드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현재의 절대 빈곤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일정한 확대는 불가피할 것 같지만 조동진 국장님의 말씀대로 정부의 정책으로는 효과가 매우 미비할 것입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정부의 이러한 정책에 어떤 비판과 대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있어, 대응방식이 외형상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방향성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예를 들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기준을 완화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실제로 수혜를 더 받는 숫자가 1%에도 미치지 않는 굉장히 적은 수치입니다. 이런 것을 왜 하냐고 비판할 수도 있겠고 생색내기 하지 말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죠. 참여연대 같은 경우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만드는 데 많은 기여를 한 단체인데, 실제로 돈도 별로 안 드는데 왜 못하냐는 방식으로 접근하더라구요. 어떤 식으로 비판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유의선 : 한나라당조차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데는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놓고 있는 일자리창출 정책에는 큰 이견이 없는 듯해요. 다만 복지부문 확대를 더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는 거죠. 기초생활보장제도 관련해서 예를 들면 한나라당은 그 많은 돈을 써서 이 정도밖에 해결 못하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노동능력자는 아예 떼어내어 버리자, 노동무능력자만 보장하자고 하는 정도의 견해차가 있을 따름이죠. 비단 참여정부의 기조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은 큰 틀에서 노동시장을 최대한 유연화하고 최소한의 복지를 갖추는 것은 대략적으로 합의하는 방향인 것 같은데, 사회 양극화 담론을 통해 노무현 정부가 핵심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조세를 통한 이슈파이팅인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이슈를 선점해왔던 노무현정권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죠. 지금 양극화 해소 관련해서 감세냐 증세냐 라는 그들만의 논쟁이 있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양극화 대책이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생색내기 방식보다는 정계개편까지 바라보면서 이후 대선까지의 우위 선점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자 : 조세 논란 관련해서는 정부가 양극화해소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가 언론 학계 등에서 증세냐 감세냐를 두고 논란을 벌였지요. 그러다가 재경부 입단속 문제까지 얘기되면서 지방 선거 이후로 미뤄졌습니다. 지금 조세개혁 논란 관련해서 민주노동당이 부유세 문제도 제기했잖아요. 일부 언론에서는 부유세를 걷는 것 말고 어떤 구체적 대책이 있느냐는 비판도 있던데요. 현재 양극화해소 재원조달을 위한 조세개혁 논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조동진 : 굳이 양극화를 말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조세체계가 워낙 기본적인 문제가 많고 누진성도 굉장히 많이 떨어지고 금융자산․ 부동산자산 등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과세가 안 되고 있어서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부유세라는 세목 하나를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이나 금융 소득에 대한 종합과세라든지 전반적 조세체계 개혁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당연히 앞으로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포괄적 의미의 사회 공공성, 주거 등을 포함한 부분에 있어 기본적인 재원마련 방안과 맞물려 있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진전이 안 되고 있어 당 내에서도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갑자기 노무현정부에서 조세개혁 문제를 양극화 해소 방향으로 들고 나왔지요.
지역에서 재산세 감면 문제 등도 쟁점인데 재산세가 감면되면 고가의 중대형 주택이나 주상복합에 사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보통의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원래 해당이 안 되고 집을 소유한 사람들 가운데서 연관되어있는 재산세가 10만원 미만이어서 감면을 못 받거나 받아봤자 평균 3천 원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이것밖에 안되는데도 이것이 대중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조․ 중․ 동 등 언론에서 떠들어댄 효과이기도 합니다. 워낙 허약한 복지체제와 서비스체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에게는 나간 다음에 돌아올 것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어쨌든 당장은 내 주머니에서는 안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한 거죠.
이런 조건 속에서 정부가 조세개혁을 말하다가 얻어맞은 건데 이런 맥락을 떠나서 구체적 방안을 봐도 고소득, 자영업자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근로소득자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건 상식적으로 조세개혁 차원에서는 맞는 이야기이지만 함정이 있다고 봅니다. 위험한 측면이 있는 거죠. 아까 이야기한 대로 노동시장 내에서 양극화, 그리고 소득자 중에서도 근로소득자 비 근로소득자 간의 양극화를 말하면서, 양극화라고 했을 때 어떤 부위를 칠 것인가가 불확실했고 그러한 쟁점이 조세개혁논란에 들어있다고 생각됩니다.
부유세 프로젝트의 핵심은 부동산이나 금융에 대한 과세 강화가 취지였는데 지금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 조세개혁론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지금 양극화라고 했을 때 각자가 일정부분 부담을 해서 이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성립되고 모두의 책임이 되어버리니까 결과적으로 누가 원인 제공자인가 하는 문제가 굉장히 불분명해지는 거죠. 보수언론도 근로자가 봉이냐고 계속 이야기하잖아요. 지금 조세개혁론은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평가를 해봐야 합니다.

이진숙 : 노무현정부는 실제 추진의지 유무와 무관하게 조세개혁에 대한 말만 던져놓고 효과를 챙기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얼핏 흘린 말을 가지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시민단체에서 분석하는 대리전 양상으로 가는 거죠. 증세냐 감세냐 하는 논쟁구도는 전통적인 것인데, 현재 한국의 상황은 이것과 다소 상이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선거 시기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감세를 주장하고 민주당은 증세를 말하는데 집권하고 나면 결국 흐지부지되는 양상이 반복됩니다. 한국의 경우 워낙 양극화 담론이 많이 형성되어서 한나라당도 노골적으로 고소득층이나 법인들을 대변하는 방식으로 감세를 주장하진 않잖아요. 뭉뚱그려서 투자에 굉장히 위험하다고만 말하죠. 열린우리당 같은 경우에도 구체적인 방향성을 언급하지 못하는데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나서 사회복지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고 빈곤층이 너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모두가 합심해서 증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참여연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OECD 평균 수준에 비해 전 국민 조세부담률이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실제로 증세를 할 계획이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현재까지의 구도는 정부가 의도한 바대로 흘러간다는 생각입니다.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진보연대 뿐만 아니라 많은 운동진영에서 노무현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NGO를 동원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조세 논란도 예외가 아닙니다.
배기남

배기남 : 부동산에서 세금을 강화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실사용자에게 책임이 전가됩니다. 부동산 관련 소유권을 전혀 건드릴 생각이 없는 것이죠. 이 문제에 대한 운동진영의 정면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유구조를 해체하기 위한 문제제기가 필요합니다. 민주노동당에서 1가구 1주택을 선언을 했던데 전혀 실천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더군요. 이러한 것들을 정말 운동으로 조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소득관계를 누진적으로 역 재분배해야 합니다. 그 바탕 위에 그럼에도 돈을 더 잘 버는 자에게 과세율이 높이는 것이 부유세겠지요. 문제의 접근 수순이 뒤바뀐 것 같습니다.

유의선 : 양극화 해소 재원 조달 방안으로서의 증세냐 감세냐 하는 논쟁은 허구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세수 확대로 양극화 해소를 한다는 것은 예를 들면 자활 같은 경우 조건부 수급자를 취업시키는 기업에 고용장려금을 주는 형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거죠. 중요한 것은 양극화 해소 방안이나 빈곤해결을 위한 구체적 대책이 마련되고 미약한 복지재정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빈곤사회연대가 타워팰리스 앞에서 발족할 때 한 얘기이지만 용산 주상복합단지를 분양하는 데 하루만에 8조원이 모였다고 하고 얼마 전에 롯데백화점이 마트 확장하려고 주식을 모으면서 하루만에 20조원의 돈이 모였다는데, 이 돈이 다 부자들의 돈인가 하면 아니라는 거죠. 중산층이나 서민들이 빚내서 투자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의 사회에서는 빚을 내서라도 먹고 사는 것은 어떻게든 해결되는데 빈곤을 탈출하고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은 부동산, 주식밖에 없다는 거죠. 주식은 불안정하니까 안정적 부동산에 투기가 집중되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들을 깨고 분배구조의 형평성을 만들지 않고서 재분배 중심으로만 이야기하는 것은 한계적이라는 겁니다. 이미 빈부격차가 엄청나게 확장되었는데 부를 환수해 다시 나누는 것으로만 사고되면 구조적 문제를 우회하고 그러한 구조의 양산에 대해 결국 면죄부를 주는 것밖에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빈곤사회연대에서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올해 주거권운동 관련한 요구들이 가장 높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주거 빈활의 성과이기도 한데, 단순히 무주택 서민이나 지하셋방이나 쪽방 비닐하우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전월세 거주 서민들까지 광범위하게 구조화되어 있는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사고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 여러 비판지점과 우려지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죠. 현재 정부정책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거나 일정한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재진행중인 상황에서 핵심적으로 주의 깊게 봐야할 것이 무엇인지 의견을 나눠봅시다.

이진숙 :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예전에 사회진보연대가 결성반대의 입장을 피력했던 양극화해소 국민연대의 워크샵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요. 초창기 단계의 회의였는데 노동, 여성 등 각 부문이 자신의 숙원사업을 들고 나오는 것을 취합하는 형태였습니다. 그 때 부문의 요구가 아닌 형태로 제기된 유일한 문제가 참여연대가 제기한 조세개혁문제와 부동산문제였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작년에 워낙 논란이 많이 되었던 것이었잖아요. 그런데 자산소득 격차가 심각한 문제인데, 부동산 문제를 건드린다고 해서 해결되는가 하는 점과,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을 잡겠다고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전통적으로 전철연 등의 빈곤운동을 해오던 단위들이 제기해온 주거권 개념과도 차이가 난다는 것을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면 빈곤이 고착화되는 원인이 무엇인지와도 연관이 있는 것입니다. NGO의 경우 자산소득 격차 해소를 부동산문제를 통해 제기하려는 방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나 금융세계화의 문제, 금융자산이 팽창되는 문제를 봐야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한국에서는 땅 부자가 진짜 부자라는 오래된 관념 때문에 부자들을 공격한다든가 가난한 사람들 위로해주는 차원에서 부동산 문제가 효과적인 기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그렇게 활용되는 측면이 큰 것 같습니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자산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가, 그리고 운동진영이 주장을 해야 되는 문제인가라는 의문이 많이 듭니다. 주도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제시할 때는 말씀하신 것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부동산을 말했을 때는 토지공개념이나 이렇게 부자가 많다고 활용되는 측면이 많은 것 같거든요.

배기남 : 자산이라는 개념에는 실사용이 아니고 재테크라는 개념이 포함되는데 주택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통계를 보면 3주택 이상 소유자가 부동산 담보대출 비율이 제일 높습니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우리가 진보적인 요구를 할 때 1가구 1주택을 실현하자는 기치 속에 2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담보대출을 회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빚을 1억 쯤 져본 사람은 정말 급한 상황을 많이 겪었을 텐데 담보가치가 조금만 하락해도 은행은 바로 회수하려고 하거든요. 이렇게 해서 주택가격의 하락을 유도하는 것이지요. 건물은 마모되는 것이기 때문에 건물과 토지를 분리해서 생각해보면 핵심 문제는 토지에 대한 소유관계입니다. 실제로 소유관계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투쟁을 벌여나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정말 대중의 절실한 요구가 무엇인지, 체제 변혁적 요소가 있는지, 조직화하기에 유용한지 고려해봐야 하겠지요. 제가 보기에는 주택문제가 교육이나 의료보다 훨씬 더 대중적 설득력을 가진다고 봅니다.

노동연계복지의 강화, 사회적 일자리 사업,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표현되는 정부 노동정책의 문제는 무엇인가?

유의선: 사회적 일자리 사업 등은 필수적인 사회 서비스를 수익형 지향으로 규정하는 한편 전체 임금을 하향 평준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진숙 : 사회적 일자리는 결국 비정규직보다 낮은 산업예비군을 관리하는 정책으로 기능할 것이다


사회자 : EITC 도입, 자활이나 사회적 일자리 확대로 표현되는 노동연계복지 강화라는 양상에 대해 어떤 측면을 핵심적으로 보아야 하는지, 현재 빈곤층의 일자리, 노동에 관한 요구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자활이나 사회적 일자리 관련해서 간단하게 언급이 되었는데 자활 노조도 있고 자활 후견기관에서 일하는 분들의 여러 고민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가 산업재편의 과정에서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의 일환으로 긍정성이 있는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의선 국장님이 그 부분의 쟁점을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유의선 : 이전에는 자활사업이 사회적 일자리의 일부였다면 이제는 이미 자활사업 참여자가 12만이고 사회적 일자리까지 더하면 18만 명 수준인 데다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아까 언급했지만 양적 확대에 대한 목표는 있는데 일자리의 질적 향상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사회적 일자리 혹은 사회적 기업이라고 이야기되면서 정부가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2~3년 안에 시장형으로 나아가게끔 한다는 점입니다. 최저임금으로 고정된 일자리들의 내용이 주로 간병이나 집수리, 활동보조서비스 등 사회적 서비스의 확대가 요구되면서 노동시장 내에서 필요로 하는 일자리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공공의 일자리인 것처럼 하면서 실제로는 수익형으로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놓아 전체 노동시장의 임금을 하향화시키고 있는 측면이 지적되어야 합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보호 법안을 보면 정부가 지원하는 일자리는 무기한 기간제로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활이나 사회적일자리로 늘어난 일자리들은 무기한 기간제가 되는 것이죠. 복지부가 이미 조건부 수급자에 대해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법으로 명시했는데 법은 아직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노동부에서 지침을 그렇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산재보험도 적용되지 않거나 일부 지자체별로만 적용되고 고용보험도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활노조에서는 자활사업 참여자나 사회적 일자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노동조합 결성, 노동자성 인정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고 여기에서부터 일자리 안정성 확보를 해야 한다는 고민이 한축으로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자활이나 사회적 일자리가 정부가 직접 고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모두 민간 위탁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민간 위탁된 단체들 간의 협의체나 연합체가 결성되어 있고,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위탁받기 위한 민간부문에서 경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활동보조서비스가 늘어나고 장애인 자립생활센터들이 여기저기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민간단위에서 아웅다웅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는 거죠.
현상적으로 드는 고민은 저임금의 확대, 이것이 시장에서 갖는 의미 측면에서, 또 운동적 기능의 측면에서 지금은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점을 발견하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사회적일자리 없애고 자활사업 하지 말자고 하기는 힘들어요. 이것이 나쁜 일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당장 중단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 무엇을 중심으로 어떤 제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남습니다.

사회자 : 세계화 국면에서 노동구조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부에서는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을 해왔었는데 사실은 자본 축적의 방식이 고용 파괴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실제로 정부가 주장하듯이 지금의 사회가 절대적 고용감소에 직면했는가, 정말 일자리가 없는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오히려 실업률은 줄고 있다는 거죠. 워낙에 필요한 서비스산업을 사회적 일자리라는 형태로 탈바꿈시켜서 임금을 낮추는가 하면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밑으로 또 다른 층위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도 있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대응 방식을 고민할 때 노동구조의 변화에 걸맞는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이라고 표현되는 것에 대해서 기존의 비정규직 철폐투쟁보다 더욱더 심화된 고민이 한축으로 있어야 하겠고, 일하는 빈곤층의 문제 등 여러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일자리정책이 양극화해소 방안과 맞물려 이야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의견을 더 들어봤으면 합니다.

유의선 : 지금 시급하고 핵심적인 문제는 일자리창출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일자리 나누기의 구체적 의미를 IMF 직후의 일자리 나누기와 비교해서 더 설명해야 합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말하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고 말하든 물러설 수 없는 요구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이고 튼튼한 일자리의 실제 형태는 무엇이냐, 요구가 무엇인지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배기남 : 그동안 단순하고 즉자적으로 요구했던 것은 비정규직 철폐였습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봐도 노동시간을 연장해서라도 잔업특근을 더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산별노조관련 금속의 정책담당자에게 제조 금속 노동자들의 전국적 단결을 위한 공동투쟁과제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8시간의 임금기준을 정상화하는 것으로 접근하고 연장근로만 줄이기만 해도 현대자동차 조합원이나 계열사 하청노동자, 다른 업종의 노동자들과도 충분히 연대할 수 있다고 말하더랍니다. 현재 한국의 노동구조가 내부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판을 짜면서 임금격차를 둬 분절화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의미의 일자리나누기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해소라는 측면에서 일자리 창출문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5일제를 못 박고 하루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갔어야 하는데 성장하는 큰 대기업에서는 노동시간을 더 연장하는 방식으로 왜곡된 측면이 있습니다.

이진숙 : 경제위기 이후, 실업이 심각해지고 난 후 몇 십 만개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정부 선언을 빼면 일자리 나누기 명목으로 추진했던 것이 노동유연화와 주5일제였습니다. 주5일제가 실시되고 노동유연화는 말할 것도 없이 확대되었는데 사실 고용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실증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자료가 없습니다. 사회적 일자리 문제는 사회진보연대 빈곤팀 논의에서도 뜨거운 감자입니다. 정부의 양극화 대책 방향성이 명확히 드러났는데 사회적 일자리는 결국 비정규직보다 낮은 산업예비군을 관리하는 정책으로 기능한다는 면에서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는 다른 쟁점이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IMF 이후 사회적 일자리를 만든 것이 사실은 운동진영인데요, 자활센터 등이 그 예이지요. 그런데 그들이 사회적 일자리 참여자에게는 사용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새삼스럽게 사회적 일자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하기에 앞서 그 동안 5~6년을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겁니다. 또 하나는 민주노동당에서 말한 것과 맞물리는데 현재의 빈곤 문제가 소득자체의 저하 문제뿐만 아니라 생계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사회공공성을 보장하는 것이 생계비 부담이 감소될 수 있다는 것은 이론적 차원에서는 이해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의료나 교육의 사회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이야기가 현재적으로는 사회적 일자리를 확대하는 현재 정부정책과 만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회적 일자리 대부분이 그런 내용을 담고 있고, 사업의 명분도 그러합니다. 그 밖에도 성별분업을 고착화하는 문제도 있는 겁니다. 가정에서 하는 것을 사회 나가서 또 하는 거지요. 여러 쟁점을 함께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유의선 : 정부가 사회 양극화 해결의 핵심으로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일자리를 말하면서 이것이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방식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NGO들이 이야기하는 민간에서 바라는 안정성의 담보 및 적정한 임금이라는 주장과 맞물리고 있는 거죠. 오히려 사회적 공공성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는 전체 민중적 통제가 가능한 형태, 그 책임이 분명히 국가적 차원에 있는 형태 속에서 각 영역의 공공성이 보장되었을 때 가능할텐데, 현재 정부정책이 과연 그러한 방식으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저임금이 업종과 무관하게 사회적 일자리의 임금 가이드라인이 되는 것이고 최저생계비가 자활사업의 임금수준을 결정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맞물려가고 있는 구조나 관계들이 더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공공성 강화의 쟁점과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조동진 : 이전의 노동조합 투쟁과 사회공공성 제기가 괴리되는 측면이 있다. 결국 시장을 통제하고 시장화를 막는 핵심 방안이 무엇인가가 고민되어야 한다
이진숙 : 사회공공성 확대라는 과제가 올바르게 제기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쟁점들과 결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유의선 : 담론과 언명의 차이는 실천방식의 차이를 포함한다. 함께 할 수 있는 공동행동과 연대를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배기남 : 민주노총은 대중의 절실한 요구를 담고, 체제변혁의 고리가 될 수 있고, 조직화의 유용성이 있는 측면에서 사회공공성에 접근해야 한다


사회자 : 사회공공성 강화나 공공부문의 확대 등이 이야기될 수 있겠는데, 사회공공성위원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방향성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시고 쟁점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배기남 : 보건의료노조에서는 의료보험 보장을 80%까지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방어적으로는 영리법인화 반대를 이야기하고 있고 어디부터 실시할 것인가와 관련해서 저소득층 무상의료, 취학 전 어린이 예방접종 무료화, 산전산후 진찰 무료, 65세 이상 노인 틀니 급여화 등이 기본적인 주장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1995년도 민주노총 창립 시, 핵심슬로건이 산별건설, 사회개혁투쟁, 정치세력화였습니다. 당시에도 기업별 노조의 체계를 시급히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기업별 임금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균열이 나타났으며 노동자계층의 위계화가 드러나기 시작했지요. 1997년 대선에서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제기되었는데 당시 가장 중요한 슬로건이었습니다. 이것을 중심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자운동을 하자는 것이었죠. 그렇지만 사회개혁투쟁의 요구는 각 연맹의 직업적 연관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2006년 메이데이 때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을 하자고 했는데 내부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확산되지 못하고 무상의료․무상교육 같은 경우 보건의료노조와 전교조만의 오래된 주장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지금은 열린우리당의 개혁드라이브 때문에 핵심적으로 제기되었던 각 연맹의 주장이 집권당의 정책에 수렴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포괄한 전체적 진보진영의 요구를 그들이 수렴해가면서 성과가 모호해졌고 초점을 새롭게 설정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거죠. 새로운 단계의 초점은 좀 더 포괄적이고 계급적 성격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사회자 : 현재 사회공공성 쟁취라는 슬로건이 핵심 화두가 되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조동진 :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포함한 사회공공성의 폭넓은 맥락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기간산업의 사유화 저지 투쟁을 해왔었는데, 이는 사실 단지 반대적 의미에서 시장화되어 있는 부분들을 다시 공공영역으로 가져오고 공공성을 높여내자는 것이었지요. 민주노동당에서도 무상의료를 이야기할 때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공공기관을 대폭 늘리자는 방향을 함께 얘기하는데 표면적으로는 무상의료만 이야기되어왔습니다. 우리가 아동,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무상의료를 확대하자고 주장하면, 정부에서는 암과 같은 보다 대중적인 쟁점을 제기하면서 시스템 전체를 포괄적으로 바꾸기보다는 당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을 건드리는 식입니다. 핵심은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할 때도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지요. 시장으로부터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오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윤의 논리를 감축시키고 전반적으로 생계비를 낮추는 효과를 낳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노동자운동이 최저임금이나 비정규직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사회공공성 투쟁으로 넘어오는 과정을 보면 심각한 간극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해왔던 노동자운동의 임금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이냐 했을 때, 생활임금의 논리로 사회공공성이 강화되면 생계비 절감효과가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임금 상승의 효과를 갖는다고 극단적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별노조 차원에서 벌여온 임금투쟁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더라도, 사회공공성 강화 투쟁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는 것으로 대안이 마련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평가가 필요합니다. 최저임금이나 최저생계비 문제에 대해서 노동자운동이 적극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투쟁하지 못했던 것까지 포괄되어 이야기되어야 하는데 급작스럽게 문제를 뛰어넘은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이야기가 이 두 쟁점이 어디에서 만날 것인가 하는 논의로까지도 가는데요. 핵심을 건드리는 문제제기는 무엇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시장을 통제하고 시장화를 막기 위한 핵심은 무엇인지가 고민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무상교육을 이야기해도 사교육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죠. 각각의 영역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분석해야 합니다. 소유와 운영의 문제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요새 무상이라는 말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본질적인 측면이 간과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자 : 앞서 공공부문의 고용 확대 등이나 공공성 강화에 있어 한계가 지적되기도 합니다. 공공성 강화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병행되어야 할 과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의선 : 빈곤의 문제가 경제적 결핍으로 등치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권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권리의 측면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빈곤계층, 민중들에게 사회적 권리로서 주거, 교육, 교통 등이 제기되기 위해서는 노동자운동도 최저임금의 문제, 노동유연화 등을 가지고 자기과제를 중심으로 사회공공성 강화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진숙 : 사회 공공성 쟁취 투쟁 과정에서 공공성이 제기되어왔던 맥락이 있는 것입니다.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 논쟁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노동자대중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보편적인 과제들을 수행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사회공공성 강화로 수렴되는 데 비판할 지점들이 있습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기존의 노동자운동이 해왔던 긍정적 효과들이 탈각되는 과정에서 일정하게 노동자운동의 이념적 노선과 결합된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임금인상과 같은 경제적인 투쟁들은 호황기라는 조건에서 어느 정도 가능한 투쟁들이었는데 그것이 어려운 조건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현실적인 측면에서만 보아도 노동자운동이 쇠락했다는 것은 경제적이고 방어적 투쟁을 할 수 있는 역량마저 취약한 상황을 말할 텐데, ‘무상의료, 무상교육’으로 표현되는 사회공공성에 대한 일반적 요구들은 이전의 투쟁에 비해 더 많은 역량이 필요한 투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렇게 본다면, 민주노총의 무상의료․무상교육 등 사회공공성을 요구하는 투쟁은 그 투쟁의 본래적 의미를 매우 편의적으로 제기하면서, 한편으로는 기존의 노동자운동의 기본적이고 긍정적인 역할들을 후퇴시키는 방향이 아닌가 합니다. 사회공공성 확대라는 과제가 올바르게 제기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쟁점들과 결합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를 통해서 구체적인 고민이 확장될 수 있는 공간이 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현재 운동사회 내에 권리의 담론으로서 사회공공성이나 사회권 등의 유사하면서 다소 차이가 있는 다양한 논의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담론들의 기본 취지, 즉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보다 보편적인 형태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내용은 공동체 구성원인 시민으로서의 권리일 테고, 이것이 기본 바탕에 깔려 있어야 다음 논의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 같이 보편적인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제기하는 것은 정부에서 주도하는 사회적 배제나 양극화 담론에 맞서는 것이기도 한데, 정부는 복지수급의 자격을 규정하는 형태로 시민권과 배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담론을 넘어서 시민으로서의 보편적 권리를 제기해야 하고 그것이 어떻게 구성 가능한 지를 더욱 활발히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조동진 : 사회공공성 투쟁이 기본권 쟁취 투쟁과 함께 가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의료나 교육의 무상화에 집중되기보다는 어떤 것이 우리가 누려야할 기본적인 권리인가를 밝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영역별로 제기되어왔는데 보편적으로 가기 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교통공공성을 이야기 할 때 그 내용이 구체화되면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까지 포함하면서 같이 갈 필요가 있습니다. 즉, 공공성은 소유와 운영의 공적 통제를 일컫는 것이므로 그 내용이 풍부화 되기 위해서는 일단 각 부문에서 나오고 있는 요구들을 포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노동조합에서는 사회공공성이 사회적 임금이라는 효과를 낳고 결과적으로 생계비 규모를 낮출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그런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노동을 바꾸는 투쟁에서 세상을 바꾸는 투쟁으로 확장되기 보다는, 중간 내용 없이 갑자기 뛰어넘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하기 전에 그 과정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 지가 불분명합니다. 노동조합이 그동안 해왔던 노동을 바꾸는 투쟁과 지금 하고자 하는 사회공공성 투쟁과의 결합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유의선 : 이미 다양한 운동과 조직에서 사회공공성에 대한 서로 다른 담론과 언명을 하고 있습니다. 담론이나 언명 자체를 분명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차이는 실천양태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함께 할 수 있는 공동행동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빈곤사회연대 내에서는 사회적 일자리나 최저임금의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노동부문의 쟁점’라는 인식이 강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빈곤운동진영은 소위 ‘노동부문의 쟁점’과 중첩되지 않는 사안인 기초생활보장제도, 최저생계비, 주거권, 금융피해자 파산문제 등을 고유한 자신의 과제로 삼게 되는 것이죠. 이는 사회운동 내에서 비주류화되었던 부문들이 주류 노동자운동에 대해 괴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소위 부문운동에서 노동자운동에 과도하게 거리를 두거나 사회운동이 노동자운동이 선차적 과제라고 사고하게 되는 양 측면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기남 : 민주노총 초기에 주장했던 사회개혁이라는 표현이 자본주의 틀 내에서 일정한 개혁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적 입장을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였고, 사회주의를 그냥 주장하자니 좀 어색하고 그 결과 시장을 최소화한다는 의미에서 공공성이라는 의제가 나온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노동자는 생활인이고, 노동자 개개인은 자신의 요구를 실현하고자 노동조합을 이루고 있죠.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최저임금 투쟁은 활동가 수준의 투쟁이 되고 맙니다. 노조운동의 대중적 차원에서 연대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민주노총이 대중의 절실한 요구이자, 체제변혁의 고리가 될 수 있고, 조직화하기에 유용하다는 측면에서 사회공공성에 접근해보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들여야 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무상이라는 말이 의료에서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데 교육은 꼭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죠. 학벌의 문제, 사교육 시장의 문제 등 구조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않고 교육비용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절실한 문제를 찾는 것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가 주거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대부분이 자신의 임금의 30~40%를 주택을 구입하는 데 씁니다. 주택 및 부동산에 대한 전면적인 제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올해는 기업별노조의 체제를 극복하는 것과 관련, 해석과 의미부여가 다양하지만 이미 공론화한 무상의료․ 무상교육 투쟁이라도 제대로 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이것이 민주노총이 살아나갈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6년 빈곤과 불안정노동에 대응하는 연대투쟁의 활성화 방안과 의제는 무엇인가?

유의선 : 기존의 기초생활보장법, 최저임금제도 등의 쟁점을 더욱 확장해서 새로운 빈곤운동의 주체 형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배기남 : 주택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자본축적의 고리를 끊는 중요한 변혁적 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진숙 : 양극화 혹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전 국민적 위기로 규정하면서 정책을 제기하는 정부 논리와 명확히 단절해야 하고 비판해야 한다
조동진 : 신개발주의와 지역균형발전론에 대한 정책적 비판도 중요하지만 당사자들의 투쟁과 어떻게 연대하여 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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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 다방면에 걸쳐 주체를 형성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과제나 요구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정부의 양극화 해소방안, 노동연계복지, 사회적 일자리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정책의 문제점도 지적되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2006년의 핵심 요구와 투쟁과제를 논의해보았으면 합니다.

유의선 : 노동연계복지에 대한 비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자리 창출이 아닌 노동빈곤의 문제를 전면화해야 합니다. 올해 고민하고 있는 것은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 최저임금제도 등의 쟁점을 더욱 확장해서 새로운 빈곤운동의 주체 형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주로 제기되는 것은 주거권입니다. 빈곤사회연대에서는 극빈층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많이 해왔었는데, 올해는 쪽방 철거에 대한 대응, 다가구 매입임대주택 문제 등과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제기까지 주거권 운동을 더욱 사회적이고 대중적으로 벌여보고자 합니다. 또한 금융피해자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자 합니다. 신용불량의 문제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화시켜내야 할 쟁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고민해왔고 올해는 구체적인 활동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 역시 연대를 확장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데, 다른 부문에 있어서도 함께 투쟁 가능한 내용을 만들기 위해 워크샵을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노동정책에 있어서 함께 적극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사회공공성 역시 마찬가지죠.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과제를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이 전유하고 있는 것처럼 인식되면서 우리만의 또다른 과제를 모색하게 되고 연대의 계기가 형성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양한 방식의 폭넓은 연대가 필요합니다.
또한 시민권의 문제에 있어서 고민이 됩니다. ‘시민=세금을 내는 자’라는 인식 속에서 시민권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서 시민권에 대한 개념과 이를 통한 논의의 확장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배기남 : 민주노총은 여러 부문계층의 다양한 요구를 운동으로 기획할 때, 대중적 가능성과 축적체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조직화의 가능성이 있는 방향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운동은 지난 수년간 반복되어온 수세적 국면을 지나오면서 현재 남아있는 활동가들이 조직을 추스르기조차 벅찬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안 찾기 자체를 힘겨워하는 것 같습니다. 적극적인 정책계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점에서 저는 주택문제를 중요하게 사고하고 있습니다.
주택문제는 단순히 집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자본축적의 고리를 끊는 중요한 변혁적 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가구 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주택담보 대출을 회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제까지 금융권의 대출 관행이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혀 혜택이 돌아갈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왔는데 이것의 변화를 추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동진 : 당장은 지방선거를 고리로 활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일단 무상의료부터 적극적인 운동을 시작하였고, 지역별로 보육관련 운동도 진행 중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사회공공성을 주요 화두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입니다. 역시 고민되는 지점은 무상의료․ 무상교육이 민주노동당만의 정책의제인 것처럼 인식되면서 당사자들과의 연대운동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한계로 인해 더욱 큰 운동을 만들고 있지 못합니다.
앞에서 시민권의 이야기가 많았는데, 저 역시 시민권 혹은 기본권 차원에서 사회공공성 투쟁이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사회공공성 투쟁은 지방선거를 통해 더욱 잘 될 수도 있고 오히려 정부 논리에 말려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가 지역 차원에서는 신개발주의라는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 일반적이고 선거 때는 특히 개발공약이 판을 치는데, 이에 맞서 도시계획을 어떻게 민중적으로 통제할 것인가를 말하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동일한 맥락에서 주거권의 문제도 시장선거 등을 통해 주되게 제기할 계획입니다. ‘1가구 1주택’이라는 정책은 주택의 소유불평등 문제를 주로 제기되는 것인데,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소유자와 세입자의 점유권의 문제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자체 수준에서 ‘1가구 1주택’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담론 수준에서 이야기되는 것과 별개로 강제철거 금지를 뛰어넘어 점유권을 권리로 확보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개발권의 공유화 등으로 담론화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정책적인 것을 뛰어넘어 선거 전후로 구체적으로 당사자들의 투쟁과 어떻게 연대하여 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잘못하면 4년마다 선거주기에 맞춘 정책이슈로만 한정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빈곤문제까지 포함하여 같이 투쟁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역시 고민 중입니다. 사회공공성 확보가 사회적 임금의 형태로 생계비의 규모를 낮추는 성과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임금문제에서 해결되어야 할 고유한 문제들은 여전히 남는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문제는 함께 또 별개의 과제로 논의되고 제기되어야 할 듯합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 관련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보육을 말하다 보면 성인 중심으로 되어 애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관념이 드러나게 되고 이것이 출산장려정책과 비슷해지는 문제가 생기더라는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에서 역시 보육문제의 어떻게 제기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정부의 정책과 다른 차별성을 갖고자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동의 권리에 초점을 맞춰보려고 하는데 보육의 공공인프라를 확보해도 여성의 가정에서의 혹은 직장에서의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 봅니다. 저출산 문제가 워낙 사회적 쟁점이 되다보니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한데 이에 관한 논의가 더욱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진숙 : 그동안 사회 양극화 담론은 말만 무성하다가 최근 들어 저출산․ 고령화 대책기구 발족 등 정책실현과정에 들어선 상황입니다. 한편 이 과정에서 부각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운동진영에서도 대응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운동사회 내 토론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수련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운동진영이 너무 무력하게 손 놓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회원들의 제기가 많았습니다. 타당한 제기라고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떠한 내용과 방식으로 대응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현 정부는 양극화 혹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전 국민적 위기로 규정하면서 협박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것과는 명확히 단절해야 하고 비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독자적인 방안을 구성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NGO를 비롯한 상당수의 운동단체들이 저출산- 고령화 대책기구에 참여하는 현상에 대해 우려가 생깁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민사회운동을 제도적으로 흡수해 나가면서 위기를 관리하는 노무현 정부의 경향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봅니다. 이제까지 해오던 사회운동의 자율성과 방향성이 상당히 훼손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에 대한 운동사회 내 인식이 확장되어야 합니다.
얼마 후 있을 지방선거가 이러한 문제들을 운동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어 상당히 위험한 시기인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노동당과 같은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단위에서는 각 지역에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양극화나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독자적 입장을 제출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모두들 알다시피 출산율이라는 것은 자본의 필요노동력의 수준이나 형태에 따라 언제나 ‘상대적’으로 해석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라는 것은 결국 성장잠재력을 말하면서 장기적으로 산업예비군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것입니다. 노동시장 관리전략, 즉 저임금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다는 것이죠. 또한 저출산 문제가 왜곡된 형태로 사회화되면서 여성들이 취약한 위치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갈수록 출산을 강요당하고 저임금 노동시장에 노출되게 될 것입니다. 여성에게 여러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면서 가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공세도 이미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운동진영의 대응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적 위기, 합의를 명목으로 이와 같은 저출산 대책을 정당화하고 있는데, 오히려 시민으로서 여성의 권리는 무엇인가를 논의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인 대응에 있어 대안적인 정책을 계발해가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구도에서 정책 중심의 대응은 때로는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맹점이 있기도 하고 정부정책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나 싶습니다. 각종의 위기 담론을 등에 업고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이 빈곤이나 비정규직 문제, 직장과 가사라는 여성들의 이중부담 해소 등에 있어 당장은 요긴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대중의 생존이나 사회운동의 진로를 돌이킬 수 없는 더 큰 위험으로 이끌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1)[정리자 주]모기지론(Mortgage Loan)은 부동산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Mortgage Backed Securities)을 발행하여 장기주택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다. 역(逆) 모기지론(reverse mortgage loan)은, 고령층 인구가 많은 미국·캐나다 같은 국가에서 도입된 바 있는 노인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매달 일정액의 생활비를 빌려 쓰는 제도다. 2월 16일 재경부가 발표한 ‘역모기지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6억 원(공시가격 기준) 이하 주택을 한 채 가진 노인 부부가 역모기지 대출을 평생 동안 매월 연금 식으로 받으려면 부부 모두 만 65세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대출자격이 까다롭고 지방과 주택 값이 낮은 지역의 노인들이 세금감면혜택에서 제외된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노후보장을 개인이 소유한 집을 담보로 받도록 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양극화 해소 방안이 중산층의 보호라는 측면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과, 이러한 담보대출 등 금융자본의 유동성을 확장하려는 계획의 일환으로서 계획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될 필요가 있다. 본문으로

주제어
경제 빈민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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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금융규제 금융개혁 금융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