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4.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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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_특집_류미경.hwp

"자유무역"에 대한 베네수엘라의 응답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

데이빗 해리스, 디에고 아지 | 브라질 사회운동 활동가
<번역> 류미경 | 정책편집국장

<역주>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운동들이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Venezuela's Answer to "Free Trade": The Bolivarian Alternative for the Americas라는 글의 일부를 발췌, 번역하여 소개한다. 전문은 http://pssp.org 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 2005년 11월 아르헨티나의 마르 델 플라타에서 열린 미주정상회의 기간동안 라틴아메리카 사회운동들은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여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협상을 진척시키겠다는 부시 미 대통령의 계획을 좌절시킨 바 있다. 사회운동들은 ALBA가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여타의 무역 협상과는 달리 민중의 시급한 요구를 우선시하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적 전망을 제시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미주자유무역지대에 반대하는 운동을 조직하고, 이에 관한 교육을 진행하는 데 ALBA 구상을 활용하고 있다. ALBA의 실현가능성보다는 그 상징적 힘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ALBA가 ’민중의 연대, 민중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지역통합‘을 표방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와 쿠바 정부 간 협정으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내용을 축약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의역된 부분이 있음을 밝힌다. 필자들은 브라질 사회운동 활동가로, 디에고 아지는 세계사회운동네트워크(International Social Movement Network) 사무국에서 활동했다.

볼리바르 대안

세계 여러 강대국이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자유무역’1)을 주문처럼 반복하고 있는 동안, 라틴아메리카 몇 몇 나라의 지도자들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해방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개도국’ 간 지역통합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2)은 각 국 사이의 무역을 장려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장벽의 제거를 지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ALBA의 핵심은 그 이상이다. ALBA가 내세우는 목표는 라틴아메리카 각 국이 협력하여 빈곤을 제거하고 사회적 배제에 대항함으로써 발전의 “사회적” 측면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2004년 말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과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 평의회 의장은 ALBA의 첫 번째 단계로서 의미를 지니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매우 단순한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료 분야에서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으뜸을 차지하는 쿠바가 베네수엘라에 15,000명의 의사를 파견하여 마을 곳곳에 진료소를 구축하는 사업을 지원한다. 그 대가로 석유 부국인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연간 십억 달러라는 싼 값에 석유를 제공한다. 협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렇듯 새로운 형태의 국제 협력에 주변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서로 협력하여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지역의 백내장, 여타 안질환 환자들에게 무상 수술을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2005년까지 쿠바의 병원에서 122,000명의 환자가 수술을 받았고, 베네수엘라 정부는 환자들에게 항공권과 숙소를 무료로 제공했다.3)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아우르는 텔레비전 네트워크로 2005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텔레수르(TeleSur) 역시 ALBA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쿠바, 우루과이 정부가 출자하고 브라질 정부는 장비를 제공하여 설립된 텔레수르는 일종의 라틴아메리카판 ‘알- 자지라 방송’으로, 라틴아메리카에 의한, 라틴아메리카를 위한 텔레비전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미국에 본사를 둔 CNN과 유니비전이라는 사기업이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획일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바, 특별히 라틴아메리카에 초점을 둔 정보는 공백상태인데 텔레수르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로 동시에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텔레수르는 궁극적으로 성인과 어린이를 위한 뉴스, 문화, 스포츠, 교육을 각각 다루는 네 개의 채널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ALBA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재정-금융적 측면에서는 채권국 클럽의 결성, 외채 상환을 위해 지출되어야 할 예산의 50%를 지역 차원의 발전기금으로 조성한다는 계획, 지역적인 통화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라틴아메리카 판 IMF 구축 등의 계획이 있다. 이미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지역 내 문맹퇴치, 보건의료 서비스 강화 및 기반시설 구축 사업에 쓰일 공동 해외 원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인문학, 사회과학, 의학, 공학 분야에서의 교육적 교류를 증진하기 위한 장학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이 지역 내에서 축산업이 가장 발달한 아르헨티나는 베네수엘라와 가축과 싼 값의 석유를 서로 교환하기로 했다. 석유 탐사 및 채취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ALBA가 라틴아메리카 전 지역에 걸쳐 실현되는 것은 아직까지 요원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인, 그리고 시민 사회는 이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모델에 대항하는 강고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ALBA는 라틴아메리카를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과 이상을 매력적으로 뒤섞어 놓은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라틴아메리카 각 국이 상호 협력적인 국제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각 국 민중을 위해 활용하도록 하는 굳건한 원칙이다.

현존하는 라틴아메리카 내 통합을 위한 시도

남미공동체(CSN-Comunidad Sudamericana de Naciones)는 남아메리카의 지역통합을 제도화하기 위한 가장 최근의 시도이다. 2004년 12월 페루의 꾸스꼬에서 공식적으로 출범한 남미 공동체에는 남미 대륙의 12개국 모두가 참여하게 된다.
남미 공동체를 둘러싼 담론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남미공동시장(Mercosur) 혹은 안데스 공동체와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창립 당시의 자료를 살펴보면, 회원국 공통의 역사를 강조하고 있으며, ALBA와 마찬가지로 19세기 베네수엘라 독립운동가 시몬 볼리바르가 제시한 라틴아메리카 통합 프로젝트를 상기시키는 문구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남미공동체의 공식 문서를 살펴보더라도, 경제적인 발전이 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며 단순한 무역의 탈규제화를 넘어서는 통합의 형태를 추구하는 것이 이 협정이 내세우는 목표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남미공동체의 창립 문서에는 이 계획이 정부 간에 이루어지는 통합에 그쳐서는 안 되며, 각 국 민중의 연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민중의” 중요한 관심 사항, 예를 들어 외채 거부 및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협정 체결 반대 등의 주제는 통합과 관련된 공식문서에서 빠뜨리고 있다는 점이 눈에 두드러진다. “풀뿌리에서” 조직되는 통합이라는 담론은 수사에 불과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꾸스꼬 선언문이 표방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 국 정부가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여기기는 힘들다. 남미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는 각 국 정부가 FTAA, 혹은 미국과의 양자간 FTA 체결 논의에서 보건의료, 교육, 식량안보, 생태 보호 등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를 민중의 “권리”로 인식하고, 이를 보장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남미공동체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이 계획이 남미공동시장과 안데스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적 지배의 법률적 기초가 되는 원칙을 토대로 삼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초민족적 투자자들이 전 대륙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자본과 상품을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법적인 틀일 뿐, 이미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는 각국의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계획이다.
이렇듯 남미공동체는 라틴아메리카 대륙 내에서 미국의 헤게모니, 그리고 경제적 지배에 저항하는 역할을 하는 통합 계획이라고 보기 힘들다. 남미공동체 계획과 ALBA 사이에는 핵심적인 차이가 있다. 남미공동체는 기껏해야 현재의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관료주의라는 장애물을 완화하려는 노력이지만, ALBA는 핵심적인 권력구조를 바꿔내고 진정한 국제적 협력을 구축하려는 노력인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나라에서 좌파 혹은 중도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지역 내 여러 협상에서 전례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게 되자 미국은 협상에 성공하기 위한 다른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각 국과 양자간 FTA를 공세적으로 체결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칠레와의 양자간 FTA를 체결했고, CAFTA(중미자유무역협정 협상)4)을 타결했으며,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와는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를 둘러싼 미국의 핵심적인 관심사는 여전히 남미공동시장(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이라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을 놓치지 않으면서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를 완성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추가적인 양자간 협정은 미주자유무역지대에 대한 저항을 약화시키려는 것에 불과하다.
남미공동시장은 각 회원국이 볼리비아와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한다는 협정을 체결했으며, 이는 1996년에 발효되었다. 이후 2002년에는 남미공동시장과 안데스공동체 간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었다. 이 협정은 “역내, 그리고 역외의 제3국과의 무역에서 비용절감 및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외적 통합을 발전시키고 이를 활용한다.”라고 그 목표를 밝히고 있다. 이 협정은 엄밀한 의미에서 무역협정이며 각 국 간 통합을 심화하기 위한 계획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협정은 관세 철폐와 비용 절감을 위한 기반시설 구축에 대한 상호 협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외에도 1994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 간에 체결되어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중요한 흐름으로 언급할 수 있다. 미국이 포함된 FTA 협상은 정치적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WTO, 그리고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를 통해 미국이 추구하려는 자유화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게 된다.
더불어, 최근 들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정부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협상에서 미국에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농산물 수출국인 양 국이] 농업분야에서 기대했던 이익이 만족스러울 만큼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의 농장 및 농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려는 의지가 없고, 이로 인해 남미공동시장 회원국은 미국 농산물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이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협상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남미공동시장과 유럽연합 간에 진행되고 있는 무역자유화 협상 역시 별로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 역시 라틴아메리카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협상이 될 리 만무하다.
최근까지 라틴아메리카 내에서 일어난 대중적인 저항은 이렇듯 다양하고 광범위한 FTA 협상을 실질적으로 저지시켜낼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 이러한 저항은 협정 체결로 인한 문제점을 비판하고 공론화하는 한편 협상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ALBA에 대한 대중의 참여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제안과 ALBA의 중요한 차이 중 한 가지는 ALBA를 구상하고 창설하는 전 과정에 대중이 참여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는 폭넓은 무역협상이며, 소수의 NGO만이 이 협상과정에 ‘참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ALBA는 “민중”의 참여를 호소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참여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ALBA 제안은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의 각 국 정부의 제안 및 통합 협정과 조율을 이루는 가운데 대중조직이 ALBA 구성을 발의하도록 하기 위한 토론의 기초자료”의 형태로 제출되었다. 이 자료는 “현재 ALBA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진전을 거듭하고 있다. ALBA는 각종 세미나, 총회 등을 통한 대중의 폭넓은 참여의 결과물로서 건설되어야 한다.” 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같은 자료에 ALBA 제안이 “베네수엘라와 쿠바 양국 간 협정을 통해 그 실체를 갖추게 되었다”고 언급되어 있다. 다시 말해, ALBA를 둘러싼 담론과 ALBA를 건설하는 실제 과정이 꼭 들어맞지는 않는 것이다. ALBA의 공식적인 제안서에는 ALBA의 건설이 “민중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 드러나는 ALBA의 실체는 베네수엘라와 쿠바 양국 정부의 수반이 서명한 정부 간 협정인 셈이다. 쿠바-베네수엘라 협정은 “베네수엘라 민중은 의료, 교육, 스포츠 훈련 분야의 원조 수당을 받게 되며 쿠바 민중은 석유 등의 에너지 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라고 밝히고 있다.
ALBA의 공식 제안서는 계획 및 실행 과정에 대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고 있는데, 대중적 참여를 위한 틀(지방 차원의 참여예산제), 투명성 제고를 위한 세 가지 메커니즘(국민총투표, 예산 공표, 의견수렴을 위한 일반투표), 그리고 제도적인 정치 계급(시장, 국회의원)을 겨냥한 세 가지 제안 등이 그것이다.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리안 민중 의회(Volivarian Peolpe's Congress)가 제출한 제안서 중 “민중 주도의 참여 민주주의(Protagonist and Paticipatory Demogracy)"라는 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의 정책이 제시되어 있다.

1. 지방 차원에서 참여 예산제의 시행
2.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 해 지역 지방자치단체장 네트워크의 구축
3. 라틴아메리카 의회(브라질 상파울로에 본부를 둠) 강화 및 직선제 도입
4.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의원 네트워크의 구축
5. 모든 선출된 대표에 대한 소환투표 청원의 이행
6. 예산 및 선출된 대표의 소득 공개
7. 의견수렴을 위한 일반투표 발의 및 대중적 의견수렴 기제의 촉진

사회운동- 중요한 지지 세력이 되어가다

라틴아메리카 내 사회운동 및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서 ALBA에 대한 인식은 아직 특별하게 높은 편이 아니다. 이 주제에 대해 분석한 자료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베네수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사회의 분명한 제안도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에 벌어진 ALBA에 대한 토론 및 논쟁을 통해 이 주제가 점점 주목을 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2005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서 ALBA 구상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포럼에 참석한 주요한 사회운동 활동가들이 ALBA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여러 그룹들이 성명서를 통해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ALBA를 “민중으로부터” 건설하겠다는 제안 안에는 이 문서를 작성한 이들이 특정한 사회운동세력과 맺고 있는 관계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토지, 식량주권, 토지 개혁”에 관한 항에는 ALBA가 “Nuestra America(우리의 아메리카)라는 단일한 농촌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그 핵이 될 라틴아메리카 농촌 조직 연합(CLOC)을 지지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대학”에 관한 항에서는 ALBA가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 해 지역 학생 조직(OCLAE)를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 해 지역 대학생들의 연대체로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ALBA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최근의 성명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라틴아메리카 사회운동의 두 가지 중요한 회합(과테말라에서 열린 라틴아메리카 농촌 조직 연합-비아 캄페시나 라틴아메리카 4차 총회와 아르헨티나 마르 델 플라타에서 열린 아메리카 민중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최종선언문이다. 2005년 10월에 열린 라틴아메리카 농촌 조직 연합/비아캄페시나 총회에는 25개국의 88개 소농, 원주민 조직의 대표 178명이 참석했다. 선언문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자유무역, WTO 규범, 그리고 미국과 유럽연합이 강요하는 경제 지배 구조에 대해 항구적인 대응을 조직할 것이다. 우리는 미주지역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을 지지하며 이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중략)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리안 혁명을 통해 촉진된 농촌지역의 정의를 위한 제안 및 토지 개혁을 지지한다.

가장 최근에 제출된 것으로는 3회 아메리카 민중정상회의에서 열린 사회운동 총회에서 채택된 선언문을 들 수 있다. 3회 아메리카 민중정상회의는 2005년 미주지역 정상회의에 대항하여 열렸는데, 이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협상에 진전을 이루고자 했으나 강력한 대중 투쟁에 부딪쳐 실패했다. 사회운동 총회에 참가한 여러 원주민 조직, 노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운동들은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ALBA와 같은 대안적인 지역 통합 과정을 지지하며 이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며 다소 소극적인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이렇듯 모호한 지지 표명에서 볼 수 있듯이, 베네수엘라와 쿠바 정부 사이의 협정을 제외하면 ALBA 구상이 사실상 실체가 있는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사회운동들은 ALBA의 구상 및 실행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장기적인 정치 과정, 그리고 차베스를 둘러싼 향후 몇 년 간의 세력 관계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ALBA는 라틴아메리카 내 핵심적인 사회운동의 다양한 토대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마르 델 플라타에서 차베스가 보여준 태도에 대한 답변이다. 그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 및 부시에 반대하는 시위와 함께 열린 민중정상회의에 참가한 사회운동 및 정치조직과 나란히 섰다.

ALBA를 제도화하려는 제안들

볼리바리안 민중 의회가 제출한 문서에는 ALBA 제안을 19개의 독자적인 의제로 분류해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5) 문서는 각각의 의제에 대한 몇 가지 정책 제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무역, 금융, 이주, 노동, 환경에 대한 새로운 협정과 규제를 마련할 것과, 새로운 기구, 네트워크, 위원회, 회사, 기금, 은행, 캠페인, 법인, 대학 및 이러한 기관들의 연합을 세워낼 것을 제안하고 있다. ALBA라는 지역 산하에 놓이게 될 준-독립적인 기관의 주인은 볼리바르 대안에 관료주의적인 성격을 더하게 될 숨은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자유무역, 자유화된 기업을 추구하는 협정인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와 달리, ALBA는 단순한 협정의 체결 혹은 법률을 넘어서는 통합을 제안하고 있다. ALBA는 제안된 19개 항목에 대한 해법을 제공하기 위해 현존하는 국가 구조에 밀착된 복합적인 기관들을 형성해낼 것을 제안하고 있다.
ALBA 구상에는 위에서 언급한 관료적인 구조와 별도로 라틴아메리카 내 몇몇 공기업을 확대하거나 신설하자는 제안이 담겨있다. 페트로 수르(PetroSur, 최근 형성된 석유 국영기업들의 연합),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에너지회사(지역 내 국영기업 연합), 가스수르(GasSur, 천연가스의 탐사 및 판매를 위한 공동 국영기업),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항공(LALC), 남미 보험회사, 남미공동은행(“(우리의 아메리카)”라는 신용카드 발급), 남미 위성 텔레비전 방송사(텔레수르),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라디오 네트워크, 라틴아메리카 통신회사 등이 이러한 제안에 포함된다.

결론

ALBA 구상의 세부적인 사항들에서 한 발 물러나서 보면, 이 제안이 여러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11월 마르 델 플라타에서 열린 아메리카 민중 정상회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ALBA는 구체적인 대안을 구성하는 과정에 사회운동이 동참할 것을 호소하면서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협상 반대 운동을 조직하고 이에 관한 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ALBA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정부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를 넘어서는 대안적인 통합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깨닫도록 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동시에, ALBA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쿠바와의 연대 행동을 공식화하고 정당화하는 것을 돕는 중요한 정치적 수단이 되고 있다(쿠바는 라틴아메리카 지역 내에서 미주자유무역지대 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이다). 또한 ALBA는 백악관과의 긴장 관계, 그리고 국제 무역협상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효과는 ALBA의 실효성 때문이 아니라 이것이 가지는 상징적인 힘에 기인한 것이다. ALBA를 통해서 차베스 대통령은 자유무역에 초점을 둔 지역 통합이라는 미국식 모델에 맞서는 굳건한 대안을 제시하는 이 지역 내 유일한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LBA의 건설은 급속하게, 그리고 예측불가능하게 변화하는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상황에 따라 진전 혹은 후퇴, 패배를 겪게 될 것이다. 선거 정치, 국제적인 정치 지형, 미국의 압력, 혹은 대통령 한 사람의 이념 변화 등이 ALBA의 성패 여부를 판가름할 요소가 될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 통합 프로그램은 정치적 과정, 생산 구조, 그리고 통합과정에 참여하는 국가 내부, 뿐만 아니라 지역, 혹은 전 세계적인 세력의 상호 관계에 그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최근 라틴아메리카 민중 그리고 정치인들은 지난 20년 동안 대륙 전체를 휩쓴 신자유주의적 워싱턴 컨센선스에 지쳐있다. 선거에 출마한 보수적인 후보조차도 신자유주의 반대 입장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멕시코에서 2006년에 진행될 대선에서 NAFTA협정을 채결한 장본인이자 71년간의 독재를 유지해왔던 제도혁명당의 후보로 나서는 로베르토 마드라소는 “신자유주의적 전망은 수명을 다했고, 실패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전 세계의 사회민주주의자들과 동맹을 결성하는 일이다.”라며 “반신자유주의” 강령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패배가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재집권을 위한 최후의 카드로 꺼내든 수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볼리비아 대선에서는 좌파, 중도파, 우파 세 후보 모두가 각기 다른 내용의 “탄화수소의 국유화”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이는 지난 450년에 걸친 은, 금, 주석, 석유, 가스, 코카에 이르는 자원 수탈의 역사를 뒤집을 만한 것이다. 처음에는 스페인, 그 다음에는 미국, 그리고 현재는 초국적기업이 이를 수탈해가며 매년 어마어마한 액수의 소득을 챙겨가고 있다. 반면 볼리비아 민중 대부분은 빈곤이라는 절망의 늪에 빠져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LBA와 같은 제안의 중요성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라틴 아메리카에서 인민주의적 지도자들은 민중이 처한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의미 있는 방안을 제시하려는 노력 없이 자국의 부를 은밀히 자루에 담으면서 가까스로 대중을 사로잡고 당선되었다. 차베스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러한 라틴아메리카의 지도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내세운 수사(rhetoric)에 불과한 공약들을 지키도록 만들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아우르는 지도자로서의 차베스의 미래, 그리고 ALBA의 미래를 주목해야 한다.


1) “탈규제화된 국제무역”이라고 일컫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본문으로
2) ALBA는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이라는 뜻의 스페인어(Alternativa Bolivariana para la Americas) 머릿글자이면서 ‘새벽’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단어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3) 베네수엘라-쿠바 간 협정문은 http://www.mltoday.com/Pages/NLiberation/Cuba-VenePact.html에서 영문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본문으로
4) <퍼블릭 시티즌>이 발간한 세계 무역 감시(2005)에 따르면,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는 미국과 중미 5개국(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및 도미니카 공화국 사이에 체결한 협정이다. 2004년 5월 28일에 서명이 이루어졌고, 2005년 7월 27일 한 밤중에 미 의회에서 아주 근소한 차이로 (217대 215) 비준되었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니카라과, 온두라스에서도 비준을 거쳤으며, 코스타리카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비준을 앞두고 있다. 중미자유무역협정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라는 조각 퍼즐의 한 조각이며 실패한 신자유주의적 NAFTA 모델에 기초를 두고 있다. 또한 NAFTA는 노동 ․환경 기준에 대한 ‘바닥을 향한 경쟁’을 부추겼으며, 핵심 공공서비스에 대한 사유화와 탈규제화를 촉진했다. 본문으로
5) 1. 석유와 에너지 2. 통신과 교통 3. 군사 4. 외채 5. 경제와 금융 6. 경공업 및 기초 산업 7. 자연자원 8. 토지, 식량주권, 토지개혁 9. 교육 10. 대학 11. 과학 기술 발전 12. 매스미디어 13. 의료 14. 젠더 15. 이주-정체성(Identity) 16. 주거 17. 민중주도의 참여 민주주의 18. 원주민운동 19. 노동자운동 본문으로
주제어
경제 국제 민중생존권
태그
사회운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