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5.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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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군사전략과 전략적 유연성의 의미

권태훈 | 집행위원
들어가며

지난 1월 19일 한미 고위급전략회담에서 기간 쟁점이었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전면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사회 각층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의 의미를 축소시키기에 급급했고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사건 등의 계기로 전략적 유연성의 진정한 의미가 밝혀지는 것을 막고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 운운하며 사태를 무마하려고 하였었다. 그리고 애써 󰡐한반도를 동북아 분쟁의 발진기지로 사용하는 것을 배제󰡑한 합의임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사태들의 기저에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되는 군사세계화의 일환으로서 전 세계 미군 주둔군의 재편이 깔려있다. 새로운 유형의 전쟁 및 분쟁에 대응하는 신속기동군 개념을 도입하여 언제라도 그 어떤 곳이라도 특정 지역의 미군이 긴급히 투입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현재 한미 간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와 주한미군의 재배치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들과 전략적 유연성의 합의, 한-미-일 삼각동맹의 공고화, 주한미군의 재배치 등이 과연 동북아시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일말의 도움이라도 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와 미국이 운운하는 한반도 안정화는 사실상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민중들의 평화에 대한 염원과는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들이다. 노무현 정부가 밝혔던 '평화번영정책'을 비롯하여 동북아시아 평화에 대한 계획들은 실제 초 민족 금융자본의 투자유치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투쟁이야말로 한미 양국의 지배계급의 군사전략 재편에 전면적으로 저항하는 투쟁이며, 한미일 삼각동맹에 균열을 가하고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에 훨씬 도움이 된다.
이 글에서는 부시행정부 이후 새롭게 등장한 미국의 군사전략의 전후 맥락을 되짚어보고, 얼마 전 발표된 2006년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보고서(QDR)」의 검토를 통해 최근 합의된 전략적 유연성의 함의를 분석한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의 동북아시아-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증대의 과정이며 새로운 군사적 긴장을 형성할 것임을 제기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쟁들과 이란에 대한 공격임박설 등이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과 어떻게 맞물리고 있는지 밝힌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군사전략에 맞서 전 세계 민중들의 투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한다.

탈냉전 이후의 변화된 조건과 미국의 군사전략

아버지 부시 정권을 대체하여 등장한 클린턴 정부는 기존의 미국의 군사전략을 수정하는 작업을 하였다. 이 작업에는 미국의 군사전략을 규정해왔던 전통적인 조건인 '냉전 체제'의 붕괴라는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였다. 클린턴 정부의 군사전략은 '개입과 확대'와 '윈-윈 전략'1)
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이는 기존의 세계 규모의 위협에 대한 대응(구소련 등)을 중심으로 해왔던 전략을 폐기하고 이라크, 북한 등 지역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1994년에 발표된 '개입과 확대' 전략은 미국이 세계의 여러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세계적으로 확대할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이는 선진자본주의 국가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안보전략이며, 통상관계 확대가 상대국의 정치체제를 변화시키고, 서로가 민주주의가 되면 쟁점을 무력으로 해결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발상이었다. 하지만 결국 '개입과 확대' 전략의 중심은 미국이 다른 나라의 내정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간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실제 현실로 나타났는데 미국 의회가 공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군은 본질적으로 '클린턴적'인 1990-99년 시기에 1945-90년 시기보다 더 많은 대외개입을 수행했다. 결국 '개입과 확대' 전략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국을 세계자본주의 체제에 통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출처 : 2006년 1월 20일 경향신문)
미국의 동북아지역 기동군의 역할


2000년대 미국의 군사전략 - 미 헤게모니 쇠퇴와 일방주의의 앙상블

1) 몰락을 자초하는 제국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이 누려온 헤게모니국가로서의 지위를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 이미 수 차례 제기되었다. 생산의 팽창을 동반하지 못한 채 금융팽창에 기반 한 '신경제'의 위기 조짐이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 경제는 1950-60년대 전성기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이 그 어느 국가도 도전하지 못할만한 세계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음은 여전하지만 정치적 지도력에 있어서는 상당한 의문을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과거처럼 헤게모니 국가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하며 자신의 세계전략을 다른 국가들로부터 승인 받지 못한 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충돌을 감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사태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미국은 스스로를 일방주의의 무덤으로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심각한 위협으로 분석하는 적대적 국가들, 집단들의 출현이라는 것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과정에 저항하는 인민들의 저항이다. 또한 다양한 이유로 미국의 군사패권에 반대하는 흐름들이 추가된다.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관철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필연적으로 군사력을 동원하게 되며 이는 금융세계화와 동시에 군사세계화를 추동한다. 요컨대 미국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통치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막강한 군사력을 동원하고 있으며, 금융세계화의 주변부를 선별적으로 포섭 혹은 배제하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갈등들을 관리하는데 세계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군사세계화는 이라크전쟁에서 볼 수 있듯 결국 미국을 수렁으로 몰아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 중동, 라틴아메리카, 중앙아시아 등에서의 분쟁들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오히려 이들의 전쟁을 무한한 악순환으로 몰아넣고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보장하고자 동원한 최강의 군사력이 전 세계 민중들을 전쟁이 소용돌이에 밀어 넣고 있으며 미국 또한 스스로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자초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 '윈-윈 전략'의 폐기와 핵공격을 포함한 선제공격의 명문화
2000년대의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은 이러한 상황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미국은 주요 목표로 설정했던 '윈-윈 전략'을 폐기하였으며, 기존의 '봉쇄와 억제' 전략에서 '억제와 격퇴' 전략으로 전환하였다. 또한 핵무기공격을 포함한 선제공격 전략을 채택함으로서 냉전 시기 그 사용 용도가 불명확하던 핵무기의 사용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윈-윈 전략'의 폐기는 현재 미국의 국력으로 감당할 수 없었던 미군의 전 세계적인 분산배치의 한계를 스스로 깨달은 것이며, 향후 미국이 전 세계적 군사적 우위를 유지한 가운데 각 지역에서 발발하는 새로운 전쟁들에 유연하게 개입할 것을 앞으로의 전략 방향으로 제시한 것이다. 대신 미국은 유럽동북아시아중앙아시아중동의 네 지역 중 두 곳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 그 두 곳 중 한 곳에서 결정적으로 승리한다는 내용의 전략을 발표하였다. 2개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벌인 후 한 곳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해당 지역의 군사력을 완전히 파괴하고 정권교체를 상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미국의 전면적인 침공으로 현실화되었다. 그리고 그 후의 대상으로는 악의 축으로 이란, 북한 등이 누누이 지목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과거 냉전 시기의 '봉쇄와 억제' 전략을 '억제와 격퇴' 전략으로 전환하였다. 기존의 전략이 방어적 입장이라면 현재의 전략은 공세적이고 개입을 확대하는 전략인 것이다. 이러한 선제공격 전략은 2002년 발표된 미 국방부의 보고「2002년 국방부 연례보고」와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다. 보고서는 '테러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선제공격도 필요하며, 방위에는 모든 수단을 사용한다.' 고 밝힌 고 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공격의 교훈을 제시하며 '미국의 방어를 위해서는 때로는 선제공격이 필요하다.'며 '최선의 방어는 양질의 공격'이라고 언급하였다. 이와 함께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또다시 악의 축으로 명시하였고 중국이 새롭게 떠오르는 위협적인 국가라 지목하였다. 게다가 2002년 9월 14일「국가안보를 위한 대통령작전명령-17(NSPD-17)」에서는 '미국은 본토는 물론 해외주둔 미군, 우방 및 동맹국이 대량살상무기에 공격당할 경우 핵무기를 포함한 압도적 무력으로 대응할 권리를 갖는다.' 고 규정하여 핵무기 사용을 주요 대응방안으로 명시하였다.2)

2월 12일 평택 대추초등학교에서 진행된 '평택 미군기지확장반대! 강제토지수용반대 제3차 평화대행진'에 참석한 일본인들. 주일미군 역시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하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전략 발표들은 2002년 9월「국가안보전략(NSS)」에서 이른바 '부시독트린'으로 집약되어 나타났다. 이는 미국과 그 우방에게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세력에 대해 적극적인 선제공격의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단지 대량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였던 것이 지금 현재 어떠한 결과를 낳고 있는지 차분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부시독트린에서 발표된 핵을 포함한 선제공격 전략은 세계 곳곳의 잠재된 분쟁 가능성을 실제적인 무력충돌로 더욱 증폭시켰을 뿐이다. 이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뿌린 저주의 씨앗을 전쟁과 학살, 친미정권의 수립으로 싹트게 만들었고 그 악순환은 현재진행형이다. 결국 미국은 애초에 대외적으로 내걸었던 목표대로 분쟁을 억제하고 각 지역의 평화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일방주의의 이름으로 오히려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꼴이 된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인민의 보편적 염원인 평화와는 전혀 거리가 먼 무한전쟁의 시작일 뿐이다.

3) 2006년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전략보고서
얼마 전 미국에서 새로운 군사전략들이 발표되었다. 새로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보고서(QDR)」는 기존의 군사전략을 평가하고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위협들을 열거하며 이를 동맹국들과 함께 해결해나갈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위협은 크게 테러,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각 지역의 분쟁들, 자본주의 질서에 포섭되지 않고 있는 이른바 '독재 국가들'이다.
이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말로 도배가 되어 있다. 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때론 외교적 압박, 경제봉쇄 등의 방법을 때론 정밀폭격 등 무력사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테러의 위협과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의 방지를 위한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3천여 명 규모의 특수부대 창설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그토록 강조되고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확산에 다름 아니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재편을 통한 전 세계의 금융세계화로의 통합, 이것이야말로 미국과 초 민족적 금융자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초 민족적 금융자본이 더욱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들이 그토록 주장하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순경제적인 영역에서 보장되지 못할 경우 전혀 망설이지 않고 무력을 사용하여 초 민족적 금융자본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예를 들어 2006년 국가안보전략(NSS)에서는 이라크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경제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라크의 경제를 시장경제의 원리에 입각하여 새롭게 개혁할 것'과 '기업들의 능력을 재건하여 세계경제에 통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친미적 신자유주의적 정권을 수립하는 선거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확산'이고 군정을 통해 노동조합을 분쇄하고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자유의 확산'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미국에 저항하던 국가 혹은 정권에 대해서 미국이 직접적인 무력개입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였던 경험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개입 이후 미국은 해당 국가에서 민중들에게 '자유'가 주어졌고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고 선언하였지만 그 결과는 IMF가 권고하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실행 후 파탄 나버린 민중들의 삶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고통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무한한 악순환의 수렁에 빠져있다. 미국과 초 민족적 금융자본의 다음 목표는 어디가 될 것인가? 그리고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무한전쟁의 끝은 어디가 될 것인가?

(출처: 로이터/연합)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월 19일 워싱턴 국무부에서 '제1차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를 갖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의 진실과 한반도-동북아시아의 미래

1) 전략적 유연성과 한반도-동북아시아
이상과 같은 미국의 군사전략들은 새롭게 변한 국제정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지가 담겨 있다. 예전에는 군대와 무기 등을 이용한 위협을 억제력으로 사용하여 왔던 측면이 크다. 즉 미국은 거대한 핵 억제력을 통해 냉전체제를 유지시켜왔다. 하지만 냉전 해체 이후 제기된 새로운 군사전략은 초 민족적 금융자본의 이해가 심각히 훼손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해당지역에 군대를 투입하겠다는 기본적인 뜻을 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억제와 격퇴'라는 공세적인 기본 방침이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낳았고 신속기동군 창설, 주한미군의 유연한 재배치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미국은 기존 동맹국과의 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구축하며 동맹국들에게 지역 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독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이 현재 한반도에서 적극 추진되고 있다. 2006년 1월 19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미 워싱턴에서 고위급전략회담을 갖고 이제까지 논란이 되어 왔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기존의 한미동맹을 더욱 강고 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은 미국의 세계 군사전력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키로 했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전략적 유연성은 부시 행정부 이후 변화해오던 미국의 군사전략을 반영하는 실질적인 계획 추진이다.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 세계 주둔 미군이 기동성과 신속성을 갖춘 기동타격대 성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말하자면 기존의 붙박이 주둔군의 형태가 아니라 필요할 경우 실제로 특정 지역을 무력으로 타격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이 갈등분쟁에 대한 예방과 평화적인 해결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정부와 사회 일각의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님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이미 분석하였듯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이 도출되는 근거에는 전통적인 세력균형의 원리(봉쇄와 억제)에서 더욱 나아간 󰡐선제공격의 원리󰡑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은 동아시아 내 각종 갈등에 있어 주한미군의 군사적 개입을 더 쉽게 함으로써 새로운 갈등과 분쟁, 그리고 파국을 초래할 것이 매우 확실하다.
이를 수행하기 위하여 미국은 포괄적 동맹의 공고화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미국은 한미동맹이 대응해야 할 위협의 종류를 기존의 북한의 위협만이 아니라 대 테러,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방지, 평화유지 활동 등으로 광범위하게 규정하였다. 한-미-일 삼각동맹의 범위를 동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노림수인 것이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유연한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의 지배계급은 마치 자신의 사활적 이익이 달린 듯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2) 한미 학살동맹 강화를 위한 노무현 정권의 행보
한국 정부는 분쟁에 대한 불개입 원칙을 미국이 수용했다고 발표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한반도 영토와 영공, 영해를 미국의 군사행동에 이용하는 순간 한국이 어떤 형태로든 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자들과 한미동맹 강화론자들이 해대는 거짓말에 우리 민중들은 진절머리가 날 수밖에 없다. 이미 지배계급의 평화체제에 대한 구상이 한 여름날의 꿈 혹은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난 마당에 그들에게 무엇을 더 기대할 것인가.
만약 중국-대만간의 양안문제가 어떠한 형태의 군사충돌로 이어진다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한 원칙대로 주한미군은 중국-대만 문제에 개입하게 될 것이고 한반도 내 미군기지는 발진기지로 사용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한반도 내 미군기지는 중국과 한국간의 새롭고 심각한 갈등을 조장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미국이 이미 명문화한대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을 포함한 선제공격이 감행된다면 한반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전략적 유연성은 결국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구축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제기에 한국정부는 더 이상 '괜찮다. 우린 안 한다.'라는 말로 문제의 본질을 감출 수 없다.
또한 정부는 '구체적 이행방안 마련은 오히려 자승자박(自繩自縛)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3)
현실적으로 확률이 거의 없는 미-중 군사대결 등을 상정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논의를 한다면 중국을 자극하는 등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현재 중국 위협론을 내세우며 전략적 유연성을 포함한 새로운 군사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이 그다지 설득력이 없음을 반증한다. 오히려 중국과 북한 등 미국의 위협적이라 지목한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새로운 긴장을 낳고 있는 것이 지금의 동북아 현실이다.4)
노무현 정부가 이제까지 내세웠던 '동북아 평화번영 정책'은 필연적으로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증대를 요구하는 것이며 이는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구축과는 멀어도 한참 먼 이야기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권은 김선일 씨를 살해한 살인 정권이다. 그리고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통해 미국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학살 정책을 깊숙하게 지원하고 있다. 그런 노무현 정권이 이제 다시 한반도에서의 한미 동맹 강화를 부르짖으며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였다. 이제 한국정부가 발 벗고 나서 동아시아 내의 모든 분쟁에 다 끼어 들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전도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래의 한반도 전쟁 위기에 더하여 모든 분쟁을 다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에 끼어 들어 베트남 민중들의 반제국주의 투쟁을 짓밟고 무차별 학살했던 역사가 아직 시퍼렇게 살아있다. 노무현 정권의 꼬마제국주의 구상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전쟁위기만을 고조시킬 한미동맹은 당장 해체되어야 한다.

3) 동북아시아 긴장을 고조시키는 과장된 중국 위협론
현재 미국 내 군사전략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위협론이 대두되면서 북한 등을 상대로 한 재래식 전쟁보다는 중국의 위협을 상정하는 미래 전 대책이 새로운 군사전략의 주축이 되고 있다. 2002년 7월 12일 발표된 「미-중 안보 검토보고서」는 부시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 현재 혹은 가까운 장래에 미국에 비견되는 글로벌 패권국가로 부상할 것이라는 위협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전략과 전혀 관계없는 독자적인 성장을 하고 있음을 주목하는 것이다. 즉, 미국과 최소한의 군사협정 등을 맺지도 않았을 뿐더러 미국이 현재 적절하게 통제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는 잠재적인 지역패권국가로의 성장을 염두에 둔 것인데, 현재로선 중국 위협론은 매우 과장되었음을 지적할 수 있겠다.
중국의 전통적인 군사전력은 '인민전쟁' 개념에 바탕을 둔 방어적 개념으로서 현재 미국의 군사력에 비하면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최근 중국 군대의 현대화 등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이는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리는 것이며 오히려 미국의 중국 위협론에 자극받은 측면이 크다. 게다가 이미 중국은 WTO에 가입하는 등 세계자본주의 질서에 적극적으로 통합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볼 때 중국이 개별 사안에 있어 약간의 이견이 있을지언정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정면으로 반대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미국의 과장된 중국 위협론이 오히려 동아시아 내 전반적인 군사력 증강을 추동하고 있는 셈이며 전략적 유연성의 관철을 위한 빌미가 되고 있는 것이다.

4) 전략적 유연성과 중동지역의 전쟁 위기5)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은 중동지역에 심각한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미 이라크 전쟁을 거치며 이라크 민중들의 삶을 완전히 파탄 낸 바 있으며 그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제 미국은 새로운 목표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다. 이란 핵 개발을 문제삼으며 중동 지역의 전쟁위기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으며, 특히 핵무기를 포함한 선제공격의 가능성을 말하며 중동 민중들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포섭되지 않거나 초 민족적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지역은 군사적 대응으로 짓밟겠다는 기본적인 전략이 현재 수년 째 중동 지역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수많은 중동 지역 민중들은 '비정상적'인 사람들로 인식되어 왔다. 이들은 이미 20여 년 가까이 미국의 경제봉쇄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미국의 조장하는 항시 적인 전쟁 위협 속에 기본적인 생존에 대한 권리, 정치적 자주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하루빨리 벗어나고 중동 지역 민중들의 정치-경제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의 폭력적 재편에 대한 반대투쟁이 전면화 되어야 한다. 또한 이라크에서의 미군의 전면적인 철수, 한국군 파병부대의 즉각 철수,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위협 중단 등을 계속 주장하고 투쟁해야 한다.

반전-대안세계화 운동으로 민중의 평화권을 쟁취하자!

현재 평택에서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투쟁이 진행 중이다. 평택으로의 미군 재배치는 전략적 유연성에 기반 한 주한미군의 유연한 재배치를 위한 것이며 한미학살동맹의 강화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평택에서의 투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한국의 반전 운동에 중요한 기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평택에서의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은 이미 평택 농민들의 생존권적 요구 투쟁을 넘어서고 있다.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들게 하고 종국에는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 재편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게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개별 사안들의 양태가 다를지라도, 현재 미국의 군사전략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관철하기 위한 주요 수단이라는 것,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통한 한미학살동맹의 강화는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은커녕 새로운 전쟁위기를 고조시킬 뿐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식을 바탕으로 전 세계 반전운동이 미국반대와 전쟁반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반대를 일관되게 외치는 것이다. 대안세계화 운동과 결합하지 못하는 반전 또는 반미 운동은 도덕주의나 민족주의에 갇힐 수밖에 없으며 무기력한 평화주의와 맞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 민중들의 정치적 권리, 평화에 대한 권리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맞서 끈질기게 투쟁하는 동시에 금융세계화가 수반하는 무한 전쟁을 반대하는 것으로부터 획득될 수 있다.
주제어
평화
태그
자동차 임금 고용 노동소득분배율 실질임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