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0.8-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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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의 불가피성을 말하면서 관치청산을 외치는 자들을 의심하라 !

<사회화와노동> 편집부 |
- 금융노련의 은행파업투쟁 평가 -


※7월 7일, 사회진보연대는 7월 11일에 예정되어 있었던 금융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것은 노동계를 제외한 사회단체로서는 유일한 지지성명이었다. 사회진보연대가 금융노조의 파업투쟁을 지지한 이유는 금융노조의 파업이 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금융화 정책'을 반대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성명을 통해 사회진보연대는 금융노조에게 과거의 비민주적이고 파행적인 결과를 낳았던 관치금융을 청산하는 것도 의미를 가지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금융시스템을 투기적 주식시장을 지원하는 구조로 만들고, 초국적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장으로 만들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를 포함한 금융구조조정 자체에 투쟁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을 밝힌 바 있었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총파업 당일 오후 정부와 전격 합의를 통해 파업종결을 선언하였다. 이에 대해 사회진보연대는 주간팩스신문 '사회화와 노동'을 통해 금융노조와 정부간의 합의 내용에 대한 평가를 하였고, 아래는 그 내용이다.



은행노동자들의 파업, 무엇을 남겼나

7월 11일 오후 7시반, 이용득 금융노련 위원장과 이용근 금감위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김호진 노사정위원장은 "노·정이 금융산업발전 방안에 대해 실질적인 합의를 이루었다"고 밝혔고, 곧이여 이용득 위원장은 연세대에서 농성중인 금융노련 노동자들에게 파업투쟁이 승리했음을 선언하였다. 이로써 금융노련의 은행파업은 하루만에 마무리되었으며, 금융노련은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유보와 명시적인 고용보장 이외의 거의 모든 요구사항을 성취(?)하였다.
정부와 금융노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금융지주회사제 도입 △관치금융 재발방지책 마련 △정부주도 강제합병 금지 △정부가 지급할 책임있는 은행부실의 조기지급 등이며 이 내용은 다음날 노사정위원장이 발표하였다.

물론 우리는 고용안정을 위한 금융노련 투쟁의 진심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금융노련이 얻어낸 투쟁의 성과는 금융개혁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투명성을 부여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금융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높이는 데에 일조했을 뿐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파업이 한창이던 11일, 모든 은행의 주가가 오르고, 특히 한빛, 국민 등 파업참여 은행들의 주가가 평균치(2.5%)를 넘어 3%이상 오른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증시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은행 구조조정이 빨라져 시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시장이 파업을 호재로 판단한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대체 은행 노동자들의 파업은 무엇을 남긴것인가!


금융노련 투쟁목표상의 문제점

지난 1998년 1차 금융구조조정 당시 약 4만2천여명의 동료들이 감원되었던 기억을 가진 금융노련은, 고용안정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아래로부터의 강한 압력을 받고 있었고 이는 지난 6월15일 공청회이후 급하게 이루어지고 있던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움직임과 임박한 2차 금융개혁 일정에 맞추어 7월11일 파업투쟁으로 분출되었다. 그러나 이번 은행파업은 애초에 매우 제한되고 잘못된 투쟁기조를 가지고 출발하였다. 비록 금융지주회사법 유보와 합병반대·고용안정의 요구를 내세우긴 했으나, 금융노련은 금융지주회사법 제정과정의 비민주성과 졸속성만을 지적하는데 그쳤으며, 금융개혁 자체에 관한 분명한 반대와 고용안정요구에 대한 전면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하였다.

금융개혁 저지와 고용안정을 대신한 최상위 슬로건은 <관치청산과 올바른(참여적이고 민주적인) 금융개혁>이었다. 그러나 관치금융 청산과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은 신자유주의적 금융개혁의 핵심으로 동전의 앞뒷면이다. 왜냐하면 관치를 청산하고, 자본시장중심의 금융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은행시스템의 개혁을 위한 제도가 바로 금융지주회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본래 '관치금융'이란 말은 중앙은행의 독립을 추진하기 위해 신자유주의자들이 만들어낸 개념으로 그 뜻이 애매모호할 뿐더러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정당성을 지지/보족해주기위한 유력한 이데올로기로서 사용된다. 이것이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개혁 자체가 이미 강력한 국가개입과 폭력을 동원하지 않고는 수행될 수 없는 국가개입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차에 걸친 협상과정에서 "관치가 없었다"는 정부와 "관치 때문에 은행부실이 커졌다"는 노조간의 다툼은 참으로 웃지못할 해프닝이었다. 은행 소유주나 채권 해결사도 아닌 노조가 왜 러시아 경협자금 미회수분과 종금사 퇴출시 정부(예금보험공사)가 은행권에서 빌린 대지급금의 조속한 상환을 요구하고, 이것을 파업의 목표로 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노조는 오히려 고용주인 은행이 망하더라도 국가가 자신들의 생존권적인 고용을 보장해줄 것과 국가기간 금융시스템의 유지를 위해 국가의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했어야 한다. 문제가 되는 경제관료들의 무능·부패·비효율의 문제는 국가의 민주화와 정부경제정책의 그릇됨을 비판함으로써 해결할 문제이지, '관치금융청산'을 통해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합의는 이해할 수 없는 일

금융노련의 이번 파업에서 정부측과의 가장 첨예하고 근본적이며 유일한 쟁점은 사실상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에 대한 노·정간의 상반된 이해관계였다.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금융개혁의 결과는 일차적으로는 은행노동자들의 대량감원으로 나타날 것이기 떄문이다. 그러나 은행점포 축소와 정규직 은행노동자들의 감원은,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으로 인한 많은 반민중적인 결과들 중 시간적으로 가장 먼저 나타날 결과일 뿐이지 가장 중요한 결과이거나 본질적인 결과가 아님을 분명히 할필요가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의 도입의 진정한 의미는 초민족자본의 금융장악(은행사유화와 해외매각)과 신자유주의적 기업지배소유구조 도입(재벌개혁과 자본투기시장의 활성화)으로 인한 노동의 불안정화(비정규·임시직화, 연봉제 우리사주제 등 임금체계 개편, 노동 강도/통제 강화)를 이루기 위한 2차 기업·공공·노동 개혁의 전제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통한 금융개혁이 직접적인 합병에 의한, 보다 확실한 구조조정 방식에 비해 느리고 불철저한 개혁방식이라는 일부 보수주의자들의 반대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금융지주회사법 제정만이 은행노조와 우리경제가 살 길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던 것이다.

애초에 법제정 시기와 논의과정의 졸속성, 법조항 내부의 불철저함으로 자신의 요구를 제한했던 은행노조는 결국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은 당초 일정대로 추진하되, 강제적인 은행합병은 없을 것임을 선언하는 선에서 정부측의 절충안을 받아들였다.


김대중 정권 집권후반기 신자유주의적 통치전략의 핵심을 옳게 보아야 한다

물론 우리 역시 이번 은행노조의 파업으로, 신자유주의 개혁의 전제이자 하드코아인 금융개혁이 단번에 송두리째 뒤엎어지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는 이번 파업이 그같은 개혁의 첫 번째 피해자가 될 은행노동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만큼, 금융개혁의 반민중성에 대한 최초의 문제제기가 이후 전개될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소중한 출발점이자 밑거름이 되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김대중 정권의 금융개혁이 내포한 반민중성에 대한 선도적인(시간적으로) 폭로와 타격은 고사하고, 이번 파업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였던 은행노동자 고용보장에 대한 실질적인 보장을 얻어내는 데에도 실패한 채 김대중 정권의 금융개혁에 대하여 그 정당성과 투명성을 더해주는 역할만을 수행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회사에 의한 금융개혁이 강제합병에 의한 구조조정에 비해, 보다 점진적인 감원을 시행할망정 보다 근본적인 신자유주의적 금융·기업·공공·노동부문의 구조개혁을 위한 전제라면, "금융지주회사법을 통한 금융개혁 추진·강제적 합병 금지"를 선언하기로 한 노정간 합의는(그것도 노사정위장의 발표로) 금융개혁에 대항한 파업의 종결이유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였다.

집권후반기를 맞은 김대중 정권의 통치전략은 "위기 극복을 위한 대국민 총동원 체제"에서 "사회통합적 개혁의 지속적 추진"으로 그 중심점을 옮겨갔다. 여기에는 단순한 위기수습용 개혁을 넘어서는 말그대로의 '구조'개혁이 중심을 차지하고, 덜 파괴적이고 더 많은 개혁세력의(관리주의적 중재자인 개혁적 시민운동의 등장과 육성) 동참이 전제되며, 남북화해와 빈곤문제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대안이 가미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신자유주의 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자·민중운동의 배제와 폭력적 탄압과 함께 진행됨을 유의해서 보아야한다. 즉 김대중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진실은 보수주의자에 비견한 상대적인 합리성과 참여적 성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민중과 독점자본·개혁주체들간의 대립을 가장 첨예한 형태로 발전시키는 핵심 원동력으로서의 기능에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개혁에의 굴욕적 참여인가, 폭력적 배제를 감수한 사회통합적 개혁에 대한 분명한 반대와 이탈을 통한 민족경제와 생존권 사수인가에 전선은 놓여있다.

(사회진보연대 주간팩스신문 '사회화와 노동' 49호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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