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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진보적 노조운동의 국제연대 강화가 절실하다

국제노총의 출범에 즈음한 인터뷰

이진숙 | 건설산업연맹 국제부장
편집자 주 -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국제노총(ITUC-UI, International Trade Union Congress) 창립대회가 열렸다. 창립대회에서는 규약과 강령이 통과되었고 가맹조직 승인과 지도부 선출이 있었다. 형식적으로 보면 국제노총은 기존의 국제자유노련(ICFTU, 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Free Trade Union)과 기독교 계열의 세계노동총연맹(WCL, World Confederation of Labor)이 통합된 것이다. 여기에 어느 쪽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던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네팔노총(GEFONT), 콜롬비아 노총(CUT) 등 8개 조직이 이번에 새로 가입하였다. 이로써 154개국의 306개 조직, 1억 6천만 명의 거대 국제조직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국제노동조합 기구의 몸집불리기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노조운동이 거센 도전을 받으며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효과적인 저항전략을 개발하고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과 국제적 연대를 고취시킬지는 의문이다. 과거 국제자유노련은 사회주의적인 노동자운동을 견제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이후 반공주의․노사협조주의를 표방하면서 국제노동기구(ILO),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 긴밀히 협조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해서도 투쟁과 저항 전략보다는 국제노동기준, 생산규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제도화하려는 전략을 취해 왔다. 통합된 국제노총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수준에서도 국제자유노련의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그대로 국제노총의 위원장과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것은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한다.
한편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저항하는 세계의 사회운동은 세계사회포럼으로 상징되는 대안세계화 운동을 이어왔고 서로를 강화시켜 왔다. 농민운동, 원주민 운동, 생태운동, 여성운동, 반전운동, 인권운동 등 ‘국제적 정의와 연대 운동’으로 불리는 사회운동 진영은 전통적인 노조운동에도 영감과 자극을 주고 있다. 노조운동도 사회운동적인 성격을 복원하기 위해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노조운동은 임금, 고용 이슈뿐만 아니라 구조조정과 외주․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 문제에 직면해 있는 바, 노동운동의 국제연대 역시 이러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사회운동과 광범위하게 결합해야 할 것이다. 국제노총 출범에 즈음하여 『사회운동』에서는 건설연맹 이진숙 국제부장으로부터 세계 노동운동의 현실과 국제연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들어보았다.


- 일시 : 2006년 11월 22일(수) 저녁 6시
- 인터뷰 : 이진숙 (건설산업연맹 국제부장)
- 정리 : 정영섭 (노동국장)


지난 11월 초에 국제노총(ITUC-UI)이 출범했습니다. 형식적으로 보면 국제자유노련(ICFTU)과 세계노동총연맹(WCL)의 통합, 제3그룹의 합류 등 조직통합을 통한 새로운 조직건설인데요, 통합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국제노총의 출범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우선 현실적으로 노조운동이 조직을 키우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본은 국경을 넘어서 규모를 키우고 움직이고 있어서 이것에 대해 노동운동이 대응하려면 힘이 있어야 되요.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죠. 그 결과가 큰 관료조직이라면 문제잖아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야죠. 통합과정도 쉬운 것은 아니었는데, 제가 미국에서 노조활동 할 때 1999년도부터도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그런 비판도 있어요. 일부 상층부에서만 논의한다는 것이죠.
유럽은 문화가 비슷하고, 아시아에는 기독교 노총이 별로 없으니 문제가 없다고 봤는데, 남미나 아프리카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보았죠. 기독교 노총 쪽에서는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활동이 많았죠. 통합하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세계화에 맞서 싸우고 노동자의 이익을 위하는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데 단순한 통합을 통해 거대 조직을 만드는 것만 해서는 문제가 있는 것이죠.
전통적인 유럽, 미국의 노조가 세계화, 신자유주의 문제에 대해서 인식하게 된 것은 긍정적입니다. 산업별 차원에서도 통합을 하게 됩니다. 국제건설목공노련에서도 기독교 노총 쪽 산별노총과 통합하고 있습니다. 구 공산주의 계열 노총(WFTU)이 남아 있는데 이쪽과는 아직 대화가 없어요.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있겠지만 대화는 해야 해요.
또 하나는 국제노조기구나 산별기구들의 지도부를 보면 5~10년 내에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에 통합을 했는데 지도부들은 똑같아요. 통합을 우선시해서 다른 문제들을 통합 이후로 다 미룬 것이죠. 또한 국제노총 내에서 진보적인 노조들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가 원하는 새로운 진보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해요. 네팔의 GEFONT, 프랑스의 CGT, 인도의 SEWA, 콜롬비아 노총 등이 제3그룹으로 이번에 새로 가입했는데 이런 노조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해요. SEWA는 비공식 노동자 조직인데 전통적인 의미에서 노조형태가 아니죠.
또 문제는 미국의 AFL-CIO에서 분리된 노조연합이 Change to Win인데, Change to Win은 이번에 통합대회 초청장도 못 받았죠. 재정 등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AFL-CIO가 막았기 때문이죠. 일본도 마찬가지예요. 전노련도 가입하려고 했는데, 렌고가 반대해서 초청장도 못 받았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싸우려 한다면 노조가 서로 대화해서 단결해야죠. AFL-CIO나 렌고 같은 거대 노총이 국제노총을 여전히 통제하고 있는 건 문제예요. 진보적인 노조들이 세력을 형성해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해요.

그동안 ICFTU로 대표되었던 국제노동기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것 보다는 국제기구(ILO, UN, WTO 등)나 각국 정부와의 협상을 중요시해왔습니다. 국제노총의 출범으로 이러한 노선이 변화될 가능성이 있는지요?

그 문제도 마찬가지로 진보적 노조들이 연합해서 흐름을 만들어야 해요. 돈 문제도 커요. 거대 노조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거든요. 규모가 크고 돈을 많이 내면 의사결정에서도 많은 대의원을 보낼 수 있는 구조거든요. 한 노총 당 1표가 아닌 것이지요. 캐나다 CLC나 민주노총, 호주노총 일부, 남아공 COSATU, 브라질 CUT 등 진보적 노총이 여전히 많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 기대가 있지요. 통합된 국제노총이 ILO, WTO, IMF랑 계속 협상을 할 것이고 가까운 장래에 그러한 정책에 급진적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국제노총이 이번에 출범하면서 “세계화에 대항하는 단결된 국제 노동조직 건설(To Create a United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to Fight Globalization)"으로 비전을 표방하기는 했죠. 세계화, 신자유주의, 자유무역 등에 의해 조직률이 점점 하락하고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는 것이죠. 그래서 비정규직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가 중요해요. 비공식 노동자조직인 인도의 SEWA가 가입한 것은 의미가 있는 것이죠. 이주노동자 운동을 많이 하는 네팔의 GEFONT가 가입한 것도 의미가 있죠. 이들이 그러한 문제의식을 제기해야죠. 저는 상층보다는 현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진보적인 노조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책을 내고 압박하면 흐름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지도부가 바뀌는 것에 관계없이 조직적인 흐름이 이어져야 해요. 남반구노조연대회의(SIGTUR)도 처음에 만들어질 때의 지도부와 실무자들이 바뀌었는데, 지금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한 블록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강화하는 게 더 중요한 거죠.

세계의 노동운동은 어떻게 노동자 국제연대를 하고 있습니까? 기존의 공식화되고 제도화된 노동운동을 넘어 새롭게 노동운동을 개척하고,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국제연대를 실천하고 있는 해외사례가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중요한 질문이에요. 어떻게 국제연대를 현장과 연계하고, 현장에서 시작할 수 있는가는 활동가들에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요. 제가 건설연맹에서 일하고 있지만, 국제 업무를 비행기타고 출장 가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실제 노동자들의 투쟁을 국제적으로 연계하고, 조합원들이 그러한 것을 알게 해야 되요. 2년 전에 우리가 공안탄압 문제를 ILO에 제소했는데 그 때는 별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기대와는 다르게 권고문이 잘 나왔는데, 그게 현장에 알려지고 나서는 권고문 내용이 구호가 된 거에요. 전에는 조합원들이 관심도 없고 몰랐을 텐데 지금은 알게 된 거죠. 물론 그 권고문이 실제로 효과가 없으니까 해봤자 무슨 소용이냐 하는 반응도 있죠. 국제적 캠페인을 할 수는 있지만 현장의 노동조건을 바꾸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에요.
아무튼 현장의 노동자들이 국제연대를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스웨덴 건설노조가 있는데 그들은 국제연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쪽은 조직률도 높고 탄압도 받지 않으니 다른 나라를 도와줘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어요. 지도부뿐만 아니라 조합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이번에 거기 대의원대회를 갔는데 분위기가 그랬어요. 좀 놀랐죠. 조합에서 계속 조합원들에게 다른 나라들의 투쟁사례를 소개하고 교육하죠. 그래서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고 분위기를 만드는 거죠. 백 년 전에 그들이 투쟁할 때 아르헨티나 노조에서 연대 지원을 많이 받았대요. 그런 연대의 전통도 있는 거죠.

건설연맹에서는 국제목공노련과 연대를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하고 있고 어떤 성과가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현장 조합원들이 같이 만나고 교류하는 것이 중요해요. 조합원들이 서로 공통의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함께 싸워야겠다고 느끼는 거죠.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구호를 현실화하는 게 중요한데, 서로 교류를 하고 공통의 이슈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함께 활동을 하는 것이죠. 현장 조합원들이 직접 봐야 되요. 건설연맹에서 저도 3년밖에 안됐지만, 예를 들어 조합원들은 일자리 걱정이 제일이에요. 한미 FTA 반대투쟁에서도 그래요. 노조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면 FTA 반대집회에 나오겠죠. 노조는 그래서 현실적으로 운동을 통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바꿀 수 있어야 해요. 국제연대도 이런 운동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해요.
국제건설목공노련과 건설연맹의 관계는 오래됐어요. 국제건설목공노련에는 사무직도 있고 일용직도 있는데 아시아 쪽은 일본 빼고 대부분 일용직 노조죠. 대만은 어느 정도 팀장들이고 홍콩,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은 일용직이에요. 말레이시아는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이고, 캄보디아, 인도는 여성이 많아요. 국제건설목공노련도 비정규직을 조직하는 게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조직가 양성 프로그램을 지원했어요. 6년(1999년~2005년) 동안 재정․교육․훈련을 지원했죠. 스웨덴 건설노조 같은 데에서는 투쟁기금도 전달했죠. 현재 저는 국제건설목공노련 차원에서 아시아 지역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건설노조 네크워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번에 민주노총이 11월 15일 경고파업에 맞춰 국제 공동행동을 조직해서 15개 나라에서 동참했는데요, 일단 참가국 숫자가 이전보다 늘어났고 한국의 노동 상황이 아직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사실 외국에서는 한국의 노동 문제가 이제는 없다고 보거든요. 노무현 정부도 한국 노사정관계가 너무 잘되고 있다고 캠페인을 하고, 국제적으로도 많은 프로젝트를 지원해요. 특히 민주노총이 제외되어 있는 한국국제노동재단(Korea International Labor Foundation)을 통해서 주로 아시아 쪽 노조 지도자들을 초청해서 그런 선전을 해대죠.
또 비정규직 문제가 한국의 국제연대운동에서 중요해요. 성공적이든 그렇지 않든 한국 노동운동은 비정규직 조직화에 애쓰거든요. 외국에서 비정규직 조직하는 노조는 많지 않아요. 그래서 한국 노동운동의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게 중요해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건설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건설연맹에서 몇 년 동안 성과가 있었어요. 이러한 사례는 아시아 지역에서도 드물고 그래서 다른 나라에도 자극이 되고 있어요.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기 위해서는 노동자 국제연대 운동의 강화가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 노동운동은 국제연대 지원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남아프리카도 그렇죠. 노동운동이 민주화 운동이나 정치운동과 함께 성장했는데 그 때는 노동운동 뿐 아니라 대부분의 운동이 지원을 받았지요. 이제 우리가 국제연대에 더 활발히 나서야 해요. 콜롬비아나 필리핀에서는 노동운동을 하면 살해당하는 상황이에요. 현실적으로 국제연대를 보여줘야 해요. 그래서 한국 노동운동의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건설연맹에서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2년 전부터 투쟁기금을 배정해서 국제적으로 더 어려운 곳을 지원하고 있어요.
국제연대 활동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아져야 해요. 영어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노동자 국제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되고 마인드를 갖추는 게 중요해요. 국제적인 시야에서 노동자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지요. 건설연맹에서도 고민하고 있어요. 활동가들을 키워야 하고요. 현장 조합원들이나 조직가들이 다른 나라에도 가서 보고 경험해서 생각이 바뀌어야 해요. 그런 것이 교육과 연계되어야 해요. 프로그램도 있어야 되고요. 홍콩에서 트럭운전사들을 조직하고 있는데, 8월에 한국에 와서 덤프연대 의장과 만났어요. 그런 프로그램 같은 게 필요하죠.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국제적 연대가 더욱 강화되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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