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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12.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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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툰 부대 파병, 하루라도 더는 안 된다

정영섭 | 반전팀


이라크 파병연장 + 레바논 파병

노무현 정부가 또 다시 이라크 파병연장을 들고 나왔다. 세 번째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1월 18일 베트남에서 열린 아펙(APEC) 정상회의 기간 중 가진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라크 파병연장을 약속했다. 이번에는 레바논 파병 약속까지 덤으로 안겨주었다. 노무현 정부의 계획은 자이툰 부대 숫자를 지금의 2,300명에서 1,200명 선으로 줄여 파병을 연장하고 레바논에 1개 대대급 400명 정도의 특전사 병력을 파병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이라크 파병 문제를 맞교환했다는 것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명백히 드러났지만, 그 간의 정세를 보건데 미국이 파병의 대가로 북에 대한 악의적 무시 정책을 수정하지는 않았다. 맞교환은 노무현 정부의 희망사항이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또 파병연장을 하는 것은 노무현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며, 오로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과 점령에 동참하면서 끝까지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이라크 파병연장에 더해 레바논 파병까지 한다는 것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정책에 철저히 따르겠다는 것으로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선택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편에 서서 중동의 저항세력을 억누르는데 동참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이는 더 큰 갈등과 폭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미국의 군사전략에 깊숙이 발을 담그는 파병연장과 레바논 파병을 그냥 놔둬서는 안 된다.


내년 말까지 철군?

미국에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고 철군여론이 들끓고, 국내에서도 자이툰 부대가 돌아와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자 열린우리당도 슬그머니 “정부가 ‘철군계획서’를 제출하면 파병연장을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이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국 정치상황, 혼돈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 정세 등을 고려했을 때 파병 연장에 그냥 도장을 찍어줄 수는 없으니 정부가 최소한의 성의표시를 해 달라는 것일 뿐 파병연장이라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 또한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철군 언급 없이 파병연장안을 통과시킨 이후 열린우리당 의총에서는 정부안을 수정하여 ‘내년 상반기까지 임무종결 계획을 수립하고 종결시한은 2007년 내로 한다'는 내용을 결정했다. 즉 2007년 말까지 자이툰 부대를 철군시킨다는 안이다. 겉으로 보면 내년 말까지 철군하겠다는 것이니 이전보다 한걸음 나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이러한 현혹에 속아서는 안 된다. 문제의 핵심은 ‘1년 더 파병연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절대로 인정할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다. 학살과 점령으로 점철된 이라크 전쟁에 동참하는 전쟁범죄를 하루도 더 연장해서는 안 되고, 제2의 이라크 파병이 될 레바논 파병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와 이라크 정책의 전망

이라크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는 압도적인 반전여론을 다시금 확인시켰을 뿐 아니라 즉각적이고 완전한 철군만이 해답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전쟁의 설계자라고 할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이 경질되는 등 네오콘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철군 계획을 바로 내올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단계적 철군을 주장하고 있다고는 하나 확실한 계획은 없으며 민주당 역시 미국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있다. AP통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 57%는 민주당이 이라크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했다. 또한 초당파적이라는 이라크 연구그룹(Iraq Study Group)이 12월에 내놓을 보고서에도 즉각적인 철군계획은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을 이라크라는 수렁에서 구출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과 함께 중동지역에서 패권전략을 계속 유지하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의 예상되는 내용 첫 번째는 안정화 방안이다. 이는 최근 부시가 최대 2만 명의 미군을 더 투입하여 ‘최후의 대공세’를 주장한 것이나,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군 사령관이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미군 철수는 불가하고 단기적으로 병력 증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미군은 이를 통해 종파 간 분쟁과 폭력을 억제하여 치안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저항세력들을 제도 정치 내로 끌어들이고 이라크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란, 시리아와의 외교협상을 통한 정치적 안정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친미국가들에게는 경제적 지원을 하게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두 번째는 미군 재배치 및 봉쇄 전략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을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줄이고, 재배치된 미군이 기동성과 효율성을 갖추게 하여 이라크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대테러전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군을 이라크나 주변 국가들의 미군기지에 재배치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방안들은 어느 것이나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익과 군사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입장은 미국의 이익에 맞게 현 상황을 수습하는 한에서 일치하고 있으며, 선거 패배로 심판받은 부시 행정부와 선거 승리로 인해 대안 제시를 요구받는 민주당이 적절한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한에서 안정화 방안이 됐건 미군 재배치 방안이 됐건 장기적으로 미군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단계적 철군이라는 제스처를 취해 미국 내 여론을 달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완전한 철군과 이라크에서 손을 떼는 것은 그들의 선택지에 있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중동 민주화 혹은 새로운 중동 건설 구상의 연장선상에서 이라크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영향을 지속시키려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군은 이라크에 수많은 군사기지를 건설하였다. 이라크에는 수십억 달러를 들인 미군기지가 아직도 약 55개나 있으며 이 가운데 4개는 영구 군사기지로 만들 계획이다. 바그다드 북부, 바그다드 공항, 안바르 주, 자이툰 부대가 있는 아르빌 등이 그것들이며 거대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지들은 재배치된 미군, 특히 공군력을 중심으로 신속기동군화 될 미군의 장기주둔지가 될 것이다. 또한 ‘부시의 궁전’이라 불리는 새로운 미 대사관이 건설 중인데, 크기가 거의 바티칸 시에 버금간다고 한다. 여기에는 아파트, 자체적인 전력과 수도공급 시설, 각종 편의시설,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이 갖춰진다.
그러나 이라크와 중동에서 미국의 근본적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 전술적 변화만으로 이라크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종파 간 갈등을 부추기고 민중의 생활을 파탄에 빠트리는 점령정책으로 인해 이라크를 파괴해 왔으며, 또한 그러한 정책으로 인해 스스로도 치안을 유지하지 못하고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군대와 재정을 소모하는 무능으로 일관해 왔다. 미군이 즉각적이고 완전히 철수하고 이라크의 문제를 이라크인들의 손에 맡기지 않는다면 미국 주도하의 그 어떤 해결책도 이라크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다.

미국에서 향후 이라크 정책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와중에도 이라크의 민중들은 전쟁과 점령의 크나큰 상처로 고통받고 있다. 2004년 영국의 의학잡지 <랜싯>이 추정한 민간인 사망자 숫자는 10만 명이었는데, 올해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는 사망자가 65만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이라크 민중이 더 죽어야 한단 말인가? 사회 기간시설의 파괴, 교육․의료․전기․교통 등 공공서비스의 붕괴로 인한 열악한 생활, 60%가 넘는 실업률, 만연한 폭력과 갈등 등 인간 생존의 기본적인 조건이 상실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군의 점령 정책이 초래한 종파, 종족 간 갈등은 이라크를 내전과도 같은 상황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라크 전쟁 후 이라크 전체 2,600만 인구 중 160만명이 이라크를 떠났고, 150만명이 이라크 내에서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피신했다.
그래서 이라크의 분노는 점령군으로 향하고 이라크 국민 대다수는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를 바라고 있다. 미 메릴랜드대학 부설 국제정책평가프로그램(PIPA)이 2006년 9월 1~4일 이라크 전국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철수 시점을 묻는 질문에 이라크 주민 71%가 ‘1년 안에 철군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라크인들에게 점령의 연장은 재앙의 연장이며 갈등과 폭력의 연장이다.

결국, 부시의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실패한 이라크 전쟁이 심판받긴 했지만 그것이 이라크 점령의 종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미국 내 외부에서 철군 운동이 더욱 강력해져야 한다. 미국 반전운동 역시 민주당 주도의 의회가 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한했던 신디 시핸, 메데아 벤자민 등은 미국의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반전연대체인 평화정의연합(United for Peace and Justice)은 내년 1월 미 의회 개원에 맞춰 대규모 반전시위를 계획하고 있고, A.N.S.W.E.R(Act Now to Stop War and End Racism)는 3월 20일 이라크 개전 4주년에 맞춰 전국적인 시위를 호소하고 있다. 한국에서 자이툰 부대를 철수시키는 것도 미국에 타격을 가하고 점령 종식을 앞당기는 길이 될 것이다.


장기주둔 꾀하는 자이툰 부대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국내 여론 등을 고려하여 정부가 내놓은 자이툰 부대 감군과 파병연장은 사실상 미군과 더불어 이라크에 장기주둔 하는 방안이다. 자이툰 부대는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 사령부(MNF)의 지휘를 받고 있으며,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는 아르빌에 대규모 미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더 이상 철군을 미루면 미군과 한 몸이 되어 아예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최근에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한국의 협력을 제안하면서 군사동맹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 제안에는 한국, 일본, 호주, 스웨덴, 핀란드 등이 포함된다. 이는 나토와 아시아태평양, 중동 지역 간의 군사활동을 강화하려는 것이며 세계적인 ‘대 테러전쟁 동맹’을 완성하려는 것이다. 나토가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3만 명을 파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나토의 군사적 협력이란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더 파병하라는 요구가 된다.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에 공병과 의료부대 200여명을 파병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력 증파 요구는 전투병 파병 요구일 것이다. 결국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미명하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략하여 국토를 황폐화시키고 민중의 생존을 파괴했으며, 스스로의 전략을 성공시키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자 동맹국들을 더욱 수렁으로 밀어 넣고자 한다. 이 전쟁동맹을 끊어내지 못하면 앞으로 무수한 파병요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국민 대다수는 즉각적인 철군을 원하고 있다. 최근 CBS 여론조사는 자이툰 철군에 대한 여론을 잘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의 60.8%가 자이툰 부대 철수에 찬성했다. 3명중 2명이 철군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국 가운데 이미 수많은 나라들이 철수했고 올해에는 일본마저 육상자위대를 전원 철수시켰다. 미 국방부 보고서에 의하면 자이툰 부대가 주둔해 있는 아르빌 지역은 ‘치안 이양 가능지역’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자이툰 부대는 미군의 점령을 돕는 역할일 뿐 평화와 재건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파병예산의 1/10만이 재건에 쓰이며 그 가운데 또 절반은 치안유지비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이툰 부대의 파병을 더 연장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세계사의 흐름은 부당한 전쟁의 실패를 사죄하고 철군하라는 것이다. 군대로 평화를 얻을 수는 없다. 전쟁동맹을 해체해야 한다.


제2의 이라크 파병이 될 레바논 파병

정부는 레바논 유엔임시군 참여를 밝힌 국가들이 이미 상당수 파병했고, UN 사무총장까지 배출했으니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대고 있다. 여러 나라가 레바논에 파병했다는 논리는 이라크 파병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도 40여 국가가 이라크 전쟁에 파병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3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영국, 한국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나라들이 철수하지 않았는가?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것도 군대를 더 많이 파병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런 논리라면 모든 분쟁지역에 파병해야 한다는 것인가?
레바논 파병은 레바논의 평화에 기여하기보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패권적인 대중동정책을 정당화하는데 이용될 것이다. 미국은 ‘새로운 중동’ 정책을 표방하면서 헤즈볼라와 하마스 같은 저항세력을 제거하여 이란과 시리아 같은 반미국가를 압박하고 봉쇄하여 이스라엘이 중심이 되는 친미 중동을 만들려 하고 있다. 지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도 이러한 미국의 구상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파병의 근거가 되는 UN 결의안 1701호는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에만 유리하게 되어 있다. 유엔군은 헤즈볼라를 압박하여 무장을 해제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고 이는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또한 최근의 레바논 정세 역시 엄중하기 짝이 없다. 내각 추가 배분을 요구하는 헤즈볼라와 정부의 협상이 결렬되었고 그 이후 기독교 계열의 장관이 피살되는 사건이 일어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정전 이후에도 계속 레바논 영공을 침범하는 등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고 공공연하게 헤즈볼라와의 '2차전'을 준비 중이라 밝히고 있다. 미 백악관 역시 지난 11월 성명을 통해 이란과 헤즈볼라를 '전 세계 테러의 중심'이라고 재차 위협하고 나섰다. 이 같은 적대적이고 편파적인 조건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군의 파병은 일방적 패권정책과 전쟁정책에 걸림돌이 되면 무조건 제거의 대상으로 간주하여 무력사용도 불사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돕는 것일 뿐이다.


거짓과 기만의 전쟁을 끝내야 할 때

오늘날 세계 민중은 초국적 금융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미국의 군사세계화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민중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신자유주의 금융-군사 세계화에 우리는 맞설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군사주의는 전쟁을 일으키고 미군기지를 확장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생명을 유린하며 평화를 파괴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또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군사동맹 확장 전략을 충실히 추종하여 파병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추진한다. 9.11 사태 이후 5년, 이라크 전쟁 이후 3년의 시간은 이제 끝나야 한다. 거짓된 점령과 파병을 막 내리게 해야 한다. 미국은 이라크 점령을 즉각 중단하라! 자이툰 부대는 즉각 철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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