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4.73호
첨부파일
73_반전_권태훈.hwp

이란 핵문제와 미국의 확전 가능성

권태훈 | 노동부장
미국의 이란 공격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3월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작년 12월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한 1차 제재에 추가해서 이 결의안 1747호는 이란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관계가 있다고 추정되는 개인·단체·기관 28곳의 자산을 동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결의안은 결의안 채택 이후 60일 이내에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곧장 제재를 이행할 것이라도 밝히고 있다. 게다가 60일 이내에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유엔헌장 41조에 따라 군사행동까지 가능한 추가제재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결의안이 통과되자마자 이란 외무부 장관 마뉴세르 모타키는 안보리 추가제재 결의가 불법적이고 불필요한 행위라고 비난하며, 안보리 결의안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결의안의 만장일치 통과는 중동지역에 전쟁의 기운을 감돌게 하고 있으며, 이미 중동 지역의 민중들이 일상적으로 느끼고 있는 전쟁의 공포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의 여러 보고서들은 이란의 핵심 핵시설이 군사적 용도와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이미 핵사찰을 수행한 국제원자력기구 역시 이란 핵시설이 군사적 용도와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1)

미국의 중동 전략2)과 이란 문제의 중요성

냉전 해체 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무질서 속에서 지역 헤게모니 국가들의 등장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유일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이를 저지할 필요가 있었으며, 군사 행동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 헤게모니 국가들의 등장을 분쇄했다.
엄청난 양의 석유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중동 지역은 세계 주요 열강들의 각축장이었고, 식민지배와 분할통치, 상호 갈등의 역사를 갖고 있다. 현재에도 이러한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미국에게 중동 지역은 유라시아 대륙을 둘러쌀 수 있는 중앙아시아로의 진출을 위한 발판, 거점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지리적 이해관계가 있으며, 석유자원의 독점적 통제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을 활용해 중동 지역의 거점을 확보해서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중동 지역 주요 국가들의 지배계급을 친미세력으로 포섭하는 데 성공해왔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중동 지역에서 반미저항운동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군중들의 대중 행동과 무장저항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중심부에 위치한 이라크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의 군대에 의해 수년 간 점령되면서 중동 지역의 반미저항운동의 전선이 이라크 내전을 중심으로 구축되었고, 중동 지역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란이 저항의 중심으로 상징화되고 있다. 이에 더해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지에서도 반미·반이스라엘 저항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고, 200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팔레스타인 침공은 이러한 저항운동을 더욱 폭발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이라크 전쟁이 지나치게 장기화되자 미국 내에서도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정치그룹들도 철군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외적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미국의 군사전략이 전혀 수정되지 않았음은 명백하다. 미국은 여전히 냉전 이후 새로운 군사전략에 기초해 각종 정책을 구사하고 있으며, 세계 헤게모니 국가로서 미국의 행보는 미국 지배계급의 입장에서는 논리적으로 타당하기조차 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미국 내에서 철군을 주장하는 자들의 상당수가 이라크에서의 철군을 중동지역에서의 통치권 유지를 포기하는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철군을 강력히 주장했다고 알려진 이라크연구그룹(Iraq Study Group)3) 의 보고서도 이라크에서 전투여단들의 철군 이후에도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미군 주둔기지 건설, 이라크 군대를 지원할 미국 군사요원들의 대폭 증강, 반란군을 진압할 이라크 군대 내의 '경찰특공대' 운용, 아프가니스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에서의 강력한 공군·해군·지상군의 유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 군사력의 완전한 철군이 아니라 미군의 부분적 철군과 전략적 재배치를 의미한다. 즉 이라크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실패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이익을 거머쥔 채 물러나려는 것이다.
현재 이라크 전쟁은 결국 미국이 아니라, 이라크에게 던져진 재앙일 뿐이다. 미국은 중동지역에서의 통치성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치고 있으며, 다가오는 여러 혼란들에 대해 무력 대응을 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 핵문제가 미국이 만들어낸 의혹인지, 실제 핵무기가 개발 중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미국은 이란 문제를 우회하거나 봉합하는 것으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란 문제는 미국이 구상 중인 광범위한 중동 지역에서의 공군·해군·지상군 합동 전개 작전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것이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정권 붕괴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데 장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총체적 중동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은 결국 무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든 이란의 진출을 봉쇄하는 것은 미국에게 사활적 과제다. 이와 반대로 이란 역시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이란은 동쪽과 서쪽 국경에서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군대인 미군을 마주하고 있다. 이란의 동쪽은 아프가니스탄이며, 서쪽은 이라크다. 이 두 나라는 미국의 침공으로 정권이 붕괴되는 경험을 했으며, 여전히 수십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또한 미사일 사정권 내에 위치한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은 NPT에 가입하지 않은 채 여전히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이란이 현재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더라도 결국 자국 방위를 내세우며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정면충돌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다.

전쟁을 통한 통치성 유지의 불가능성

이란은 1981년 이스라엘의 이라크 공격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이미 공개된 것 이외에 여분의 핵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특히 상당수가 지하시설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공개된 핵시설에 대한 수위 높은 방어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일부 미국 논자들은 이란이 도시 근교 등 부수적 피해가 심각할 지역에 핵시설을 건설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들은 실제 미국 또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무력 침공을 감행하더라도 결코 쉬운 전쟁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이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진 않다. 물론 이스라엘은 이란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란의 핵개발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이미 발표했고, 몇몇 논자들은 자기 방위를 위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을 주장했다. 또한 2004년 8월 이스라엘 국방장관 모세 야론 장군은 "핵을 갖고 있는 이란은 중동을 더욱 극단주의로 몰고 갈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란 핵문제가 심각한 갈등으로 치닫던 2006년 1월 이란의 국방부 관리는 "이스라엘이 3월까지 이란의 핵시설에 대해 군사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4)
그러나 일단 이스라엘은 군사적 부문에서 취약한 면이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는 전격적인 작전에 필요한 재래식 미사일이나 크루즈 미사일이 충분하지 않으며, 공중 작전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요르단과 이라크를 통과해 1500km 이상을 날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핵무기를 포함한 상당히 발달된 무기 체계를 도입하고 이를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왔으며, 미국의 충분한 지원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제한적 수준에서 이란을 직접 공격할 수 있다. 게다가 이란은 양은 많으나 질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이러한 방어시스템으로 미국의 주도면밀한 작전 수행을 모두 막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이란 등을 상대로 전쟁을 준비하면서 2005년부터 'Global Strike' 계획을 추진해왔다. 'Global Strike' 계획은 말 그대로 지구적 규모의 공격 능력, 핵을 탑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순항미사일 등 최신 통상전력을 통합 운용해 적의 군사거점이나 대량살상무기 저장시설 등을 몇 시간 이내에 파괴하는 공격능력을 말한다. 미국 전략군의 카트 라이트 사령관은 SLBM 등의 전략핵전력과 정밀유도폭탄, 순항미사일 등의 첨단 무기를 이용해 '1시간 이내에' 표적을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계획의 통합사령부는 2005년에 창설된 '우주, 지구규모 공격을 위한 통합기능부대사령부(JFCCSGS)'다. 2005년 말 250명이던 부대는 두 배 이상의 규모로 증강됐으며, 미군 당국자는 "2006년 말까지 핵과 통상전력을 통합 운용해 공격하는 '완전작전능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의 통합적인 운용은 기존의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 사이의 구분을 매우 모호하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변화는 앞으로 벌어질 전쟁에서 핵무기의 공공연한 사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 분명하며, 이미 미국이 '악의 축' 국가들을 상대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정밀타격무기들은 그 탄두가 소형 핵무기로 이루어져 있다.5)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던 간에 군사적인 행동은 가장 불행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헤아릴 수 없이 반복되었던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한 대량살상이 이란에서도 자행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이 주장하는 제한된 전쟁, 깨끗한 전쟁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그 어떤 정밀타격도 중동 지역이 또다시 불바다로 변하게 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전쟁이라는 방법을 동원해 통치성의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미국의 시도들은 계속 실패해왔고, 미국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제 이란을 상대로 하는 미국의 전쟁 계획 역시 그것이 실행되는 즉시 미국의 통치성을 더욱 근본부터 뒤흔들 것이다.

세계 반전평화운동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예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는 미국이 실제로 이란을 공격하는 것이다. 현재의 사태에 가장 커다란 책임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히 미국이다. 미국이 핵무기를 언제라도 사용하겠다고 공언하는 마당에 평화에 대한 권리는 언제라도 짓밟힐 수 있다. 또한 미국이 일방적인 핵공격을 전제하고 있는 한 전 세계적인 핵 경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불량한 국가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민중이 평화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폭력적 질서에 저항해야 하며 핵을 포함한 선제공격 전략을 폐기하도록 투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라크 전쟁을 경과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세계 반전운동이 앞장서야 한다. 세계 반전운동은 미국의 호전적인 군사전략을 폐기시키고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지역의 미군이 즉각 철수할 것을 주장해야 한다. 또한 이란에 대한 공격을 반대하고 중동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전 민중이 누려야할 평화에 대한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야말로 사태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1)물론 국제원자력기구 등과 같은 국제기구들이 어떤 업무를 수행하건 미국의 국제정치행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는 억지 주장을 펴면서 이라크를 침공해 수십만 명을 학살했으며, 미국 지배계급의 이익을 가로막는 각종 협약·조약들을 차례로 탈퇴하거나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 역시 작년 여름 UN의 비난 성명들과 각국의 우려들을 모조리 무시하고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을 침공해 수천 명의 민중들을 학살했다. 이처럼 미국과 이스라엘은 국제기구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게다가 국제기구들은 전쟁과 분쟁을 막는 것이 아니라 전쟁과 분쟁에 '합리적 명분'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UN이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유엔 결의에 따라 각종 제재를 당하고 무력 침공을 당한 지역의 민중들은 자신들의 삶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본문으로

2)냉전 이후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내용은 권태훈, 「미국의 군사전략과 전략적 유연성의 의미」, 『월간 사회운동』, 통권 63호, 2006년 4월호를 참조하시오.본문으로

3) 민주당과 공화당 고위인사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본문으로

4) 미국의 일부 논자들은 이스라엘이 핵보유 국가임을 선언하고 'mutually assured destruction : deterrence(상호확증파괴 : 억지력)'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다. 이러한 균형 억제 정책은 전 민중을 핵전쟁의 공포로 몰아넣는 최악의 시나리오다.본문으로

5)미국은 이미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때 '초정밀 지하관통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지하시설을 파괴하는 동시에 지상에 심각한 낙진을 유발하고 지반을 붕괴시키게 되는데, 결국 이란 민중 수만 명이 한꺼번에 학살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후 미국은 냉전 시대에는 그 사용처가 불분명했던 핵무기의 사용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며, 최소한의 합의인 NPT 역시 '실질적'으로 폐기처분될 것이다. 이에 따라 핵무기의 사용은 이제까지의 모든 윤리적 기준에서 벗어나게 될 근거를 얻게 된다. 모든 측면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은 전세계 민중들에게 최악의 재앙이다.본문으로

주제어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