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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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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이후 멕시코의 변화와 현실

정지영 | 편집국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자 재계와 대부분의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을 환영했고, 각종 연구소들은 한미 FTA가 한국 경제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보고서를 내어 한미 FTA를 지지·옹호하는 데 몰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하 나프타)으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는 한미 FTA가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임을 보여주는 선례로 제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회원국 경제에 미친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여 나프타가 멕시코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나프타를 둘러싼 엇갈린 해석이 나프타의 영향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대부분은 나프타 이후 멕시코 등의 상황을 전적으로 나프타의 영향으로 해석하는 단순한 평가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나프타의 영향에 대한 ‘객관적’ 실증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나프타는 각 회원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되었다. 특히 보고서는 멕시코의 경우 경제성장률 하락 추세가 반전되었고, ‘외국인투자 증가 → 투자율 상승 → 경제성장’의 효과가 강하게 나타났으며, 하이테크 제품의 수출 비중이 크게 상승하여 산업구조 고도화의 효과를 누렸다고 분석하면서, 멕시코 경제난의 원인은 나프타가 아니라 오랜 정치·경제·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며 내부개혁의 부진으로 개방 효과를 최대화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나프타의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근거 없는 과도한 우려나 기대를 불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보고서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대내적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도출하면서 끝을 맺었다.
그렇다면 나프타 이후 어려워진 멕시코의 현실에서 한국 사회의 미래를 보았던 사람들의 우려는 불충분한 분석이나 단순한 평가에 기반을 둔 것인가? 물론 전혀 그렇지 않다. 이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나프타가 경제에 미친 영향을 별도로 분리해서 평가한” 보고서의 실증 분석 결과나 구체적인 수치가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면서부터 우리는 “한미 FTA는 제2의 성장 동력”이라거나 “한미 FTA를 기회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선진화를 이루자”는 이야기를 지겹게 들어왔다. 분명 이런 수사는 경제성장률 상승, 외국인투자 증가와 같은 경제 지표상의 변화 이상의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 현재까지 추진되어 온 신자유주의 개혁,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더욱 확실하게 추진하는 것이 우리의 장밋빛 미래를 위한 길이며, 한미 FTA는 이를 위한 중요한 매개가 될 것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프타가 멕시코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것은, 나프타가 멕시코의 신자유주의적 전환 과정에서 가진 의미는 무엇이었고 이 과정에서 약속된 미래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은 실현되었는지 또는 실현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가운데 결론을 맺어야 할 문제다. 이것은 순전히 경제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이고 계급적인 문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나프타 이후 멕시코의 사회의 암울한 모습은 현재 한미 FTA가 자극하고 있는 기대가 과연 실현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다소나마 보여줄 수 있다.


나프타에 이르는 길: 수입대체 산업화에서 신자유주의로

1994년 멕시코, 미국, 캐나다는 나프타를 출범시켰는데, 이것은 지역 내 무역 장벽을 완전히 제거하는 선구적인 협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멕시코 정부에게, 나프타는 무역을 촉진하는 것 이상을 의미했다. 멕시코가 1940년대부터 지속해 온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은 1980년대 이후 급격히 변화되었는데, 이 변화는, 세계 도처에서 나타난 것과 마찬가지로 워싱턴 컨센서스에 따른 신자유주의적 전환이었고, 나프타는 이런 전환의 절정을 의미한다.
통상 이러한 전환은 멕시코의 수입대체 산업화 모델의 한계와 문제점 때문에 불가피했던 것처럼 설명된다. 물론 수입대체 산업화에는 국제수지 불균형, 외채에 대한 높은 의존도, 만성적인 재정 적자, 높은 인플레이션과 같은 취약성이 있긴 했지만, 1940년에서 1980년까지 이 전략 하에서 멕시코는 평균 6.4%에 달하는 경제 성장률을 보였다. 멕시코가 1982년 직면하게 된 급작스럽고 파괴적인 위기는 이런 취약성에서 바로 도출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외부로부터 부과된 측면이 크다. 주지하다시피 1970년에 들어서면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저하하는데, 이에 대한 해법은 이른바 신자유주의로의 이행이었다. 미국을 위시한 중심부 국가들의 이행은 동시에 자신들의 위기를 (반)주변부, 제3세계 국가들로 이전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1979년 새롭게 연방준비은행장으로 취임한 폴 볼커는 긴축정책을 시행하고 이자율을 20%로 올리는 ‘반혁명’을 통해 그 이전 뉴딜적 정책전통을 최종적으로 청산하고, 신자유주의로 가는 결정적 발판을 마련했다. 이 정책은 그 이전 석유달러의 환류 메커니즘 속에서 대규모 외채를 도입해 중화학공업화를 꾀하던 제3세계 국가들에게 치명적이었다. 이 시기 제3세계 국가들이 도입한 외채의 대부분은 미국의 금리와 연동되는 변동 금리였고, 따라서 미국의 이자율 인상은 이 국가들의 원리금 상환 비용을 급격하게 증가시켰다. 게다가 미국의 이자율이 높아지자 금융기관들은 위험부담이 큰 제3세계 국가들에게 차관을 제공하지 않으려 했고 결국 외채 상환이 어려워진 제3세계 국가들은 외채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 위기는 1982년 멕시코에서 시작되었는데, 멕시코는 1970년대 후반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인해 수입대체 전략이 쇠퇴기에 접어들자 석유 수출과 외채에 의존하는 발전 전략을 구상했으나, 이는 결국 1982년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끝이 났다.
이 위기의 원인을 논할 때, 세계 경제의 둔화와 이에 대응하는 자본의 정책으로서 국제적인 고도금융의 팽창이라는 측면은 통상 사장된 채 과도한 외채에 의존한 수입대체 전략이 문제라는 식의 논리가 우세했기 때문에, 외채 위기는 멕시코를 신자유주의적인 방향으로 역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은 IMF가 부과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방향.1)
을 따르며, 국가예산 삭감, 금융시장 자유화, 경쟁적 수준으로의 환율 단일화, 관세 인하, 국유산업의 사유화, 경쟁을 기초로 한 외국인 투자에 대한 경제 개방, 정부 규제의 합리화 및 축소, 소유권의 보장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합의를 담은 워싱턴 컨센서스의 내용을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 델 라 마드리드(Del la Madrid) 대통령(1982~1988)은 무역·금융 자유화, 외국인직접투자(FDI) 탈규제, 사유화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984년부터 시작된 이 조치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의 일방적인 축소·철폐나 1985년 미국과 체결한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과 같은 국제협정 체결을 통해 곧 가속이 붙었다. 같은 해 약 8,000개의 품목 중 908개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 대해 수입허가요건이 철폐됨으로써 멕시코 국내 시장은 급속히 개방되었다. 1986년 멕시코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가입했고, FDI, 특히 자본 집약적이거나 기술 집약적 산업에 대한 FDI에 관한 제한은 완화되었다. 1988년 취임한 살리나스 대통령은 GATT의 규정에 따라 일체의 보조금, 세금 감면, 무역 보호 체계를 철폐했다. 더불어 부문별 발전 전략의 내용은 무역 장벽 제거나 투자 유치를 위한 행정 절차 간소화 같은 것으로 채워졌다. 이 같은 조치들은 멕시코의 산업 정책이 수출 지향적인 전략으로 변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사실 당시에는 이런 조치들을 통해 수출 정거장(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으로서 멕시코의 가능성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일반적인 합의가 존재했고, 이를 위해 재수출을 목적으로 한 일시적 수입품에 대한 면세 제도가 시행되었다.
나프타가 이런 신자유주의적 전환 과정과 궤를 같이 할 뿐만 아니라, 이를 심화하고 안착시키는 데 중요한 매개이자 그 절정이었음은 분명하다.


나프타가 약속한 것

나프타 협상이 시작되자 멕시코 내부에서는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진행되었다. 살리나스 당시 대통령은 “나프타가 ‘제1세계’로 가는 티켓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지지자들 또한 북반구 이웃 국가들과의 통합이 멕시코 경제를 민주화·선진화할 것이며 따라서 불법 이주가 줄어들 것이라 주장했다. 미 무역위원회는 멕시코를 나프타의 최대 수혜국으로 지목했고, 그 혜택은 주로 자본유입과 교역확대 등에 의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나프타로 인해 멕시코 경제의 신인도가 상승하여 자본이 유입될 것이며, 특히 멕시코의 저임금을 활용하려는 미국과 캐나다 기업의 투자뿐만 아니라 멕시코를 경유하여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유럽, 일본 등 제3국의 직접투자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단기적으로는 대미교역에서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완화시킬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무엇보다 나프타는 멕시코의 새로운 경제 전략 내에서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한 수단으로 생각되었다. 첫째는 멕시코 경제를 제조업 상품의 수출에 주력하고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수출 주도적 경로에 안착시키는 것이다. 나프타가 1980년대 후반부터 추진된 무역자유화를 심화시켜 수출 상품에 대한 국내 및 외국인 투자를 촉진시킬 것이고 이로써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의 정거장으로서의 멕시코의 가능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가정이었다. 멕시코 제조업 부문의 급속한 성장(특히 노동집약적인 상품 수출로 인한 성장)은 국내 경제의 나머지 부문을 지속적인 고성장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동력이라 주장되었다. 더불어 공공 부문의 축소와 보조금 철폐를 통해 재정 적자가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이 통제될 것이었다. 둘째는 이전에 자발적으로 추진된 무역자유화 조치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개혁 과정을 국가 간 협정을 통해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나프타 이후 멕시코는 번영했는가?

1) 수출과 경제성장
무역 자유화와 나프타 이후 멕시코의 수출은 증가했다. 1985년 이래, 특히 나프타 발효 이후인 1995년 이래로 멕시코는 세계 (비-석유) 시장에서 계속 점유율이 커졌고, 특히 1994년 1.71%였던 점유율은 2001년 3.28%로 증가해 그 증가율이 중국 다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멕시코의 수출 붐은 나프타 타결로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 기회가 전례 없이 커진 것에서 기인한다. 이런 수출 붐의 주력 부문은 제조업이었는데, 오늘날 제조업이 멕시코의 총 수출 중 차지하는 비중은 85%를 넘었다. 그러나 제조업의 수출과 동시에 제조업 상품에 대한 수입 또한 증가했다. 처음에 이런 수입 증가는 오랫동안 지속된 보호주의가 해체되면서 일시적으로 수입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되었지만, 나프타 발효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수입은 감소하지 않고 있다. 사실 멕시코 제조업 수출품의 70%는 면세나 세금 보조를 받아 싸게 수입된 중간재를 조립하여 수출하는 것이다. 수입 중간재를 사용하는 제조 기업은 국산 중간재를 사용하는 기업에 비해 약 30%의 비용을 절감한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제조업 상품의 수입은 수출 비중의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 결과 경제가 성장하면 무역적자도 증가하는 구조가 되었다. 현재 수입품 수요의 소득탄력성은 약 3%에 달한다.2) 이런 상황은 수출이 국내 생산과 가지는 연관이 파괴되었음을 증명하며, 결국 초민족적 자본과 연관이 있거나 외국인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들만 수출 시장에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입된 중간재를 조립해 (주로 미국으로) 수출하는 정거장 역할은 숙련이나 지식과 같은 경쟁력 요인보다는 차라리 저임금 요인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현재 제조업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금속이고, 그 다음이 섬유와 의복이며, 이외에 식품과 음료 산업의 비중도 늘었다. 이 부문들은 전통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이고, 노동조건이나 임금에서의 바닥을 향한 경쟁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멕시코에 진출한 해외 기업의 경우 일차적으로 노동비용 절감을 통해 미국으로의 수출에서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며, 그것이 아니라면 나프타가 보장하는 멕시코 국내 규정들이 기업에 주는 혜택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게다가 멕시코의 대미 수출은 미국 경제의 둔화로 인해 크게 증가하지 못했으며, 최근에는 멕시코의 대미 수출 정거장의 지위는 중국에게 1위를 내주었다.

2) 외국인직접투자
1990년대 초반 멕시코 정부가 나프타를 원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수출지향 제조업 분야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프타가 발효된 후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는 대부분 기존의 기업을 매입하는 데 사용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이미 잘 알려진 시티그룹의 바나멕스(BANAMEX) 은행 매입이다. 바나멕스 은행은 나프타 이전 추진된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 사유화되었고, 은행에 대한 외국인 소유 금지 조항이 나프타로 인해 폐지된 후 시티그룹에 매각된 것이다. 이 매입금 125억 달러가 들어온 2001년은 멕시코에 가장 많은 외국인자본이 유입된 해로 기록되고 있다.3)
외국인직접투자는 특히 마낄라도라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목적의 자본 유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유입된 외국인 투자의 멕시코 전체에 큰 이익을 주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기술 이전 효과가 거의 없고 다른 멕시코 기업이나 산업의 생산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금이 대부분 기업 간 거래를 통해 다시 나가고, 직접적으로 남는 것은 얼마 안 되는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에 그친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3) 고용과 실업
나프타의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가장 자주 사용되는 사례 중 하나는 멕시코의 실업률이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프타 이후 멕시코에서 창출된 일자리 수는 노동력이 증가하는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낮은 실업률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우선 하나의 요인으로 잘 알려진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을 들 수 있다. 나프타 이후 불법 이민자 수는 상당히 증가했다. 1990년~1994년 동안 연평균 불법이민자 수는 26만 명이었지만, 2000년~2004년에는 연평균 49만 명에 달한다.
그리고 나프타 이후 창출된 일자리의 성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0년 2/4분기~2004년 2/4분기 동안 새롭게 창출된 임금노동 일자리는 약 150만 개에 이르는데, 이 중 23%는 사회보장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이었고, 완전하게 모든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 일자리는 37%였다. 2004년 2/4분기에 전제 임금 노동자의 43%가 구두 계약 하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의 65%는 5인 이하 사업장에서 창출되었다. 2000년 2/4분기와 2004년 2/4분기에 일시적으로 실업자 수가 급증했는데, 이것은 일시적 해고와 임시직 노동의 계약 종료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통계는 새로운 일자리의 성격이 저숙련, 저임금, 불안정 노동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다. 마낄라도라에서도 일자리가 창출되었지만, 이곳의 노동조건과 임금 수준은 더 열악하다. 최근 마낄라도라의 생산성은 정체되어 있고, 기술 수준 역시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 이것은 마낄라도라가 다른 어떤 것보다 저임금에 의해 유지되었다는 의미이자 이제 많은 기업들이 멕시코보다 더 낮은 임금을 찾아 마낄라도라를 떠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4) 농업
농업은 나프타의 부정적인 영향을 가장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지만, 나프타 찬성론자들은 이조차 나프타 때문만은 아니고 낙후한 멕시코 농업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프타 이전 멕시코는 주식인 옥수수를 자급했지만, 현재에는 세계 3위의 옥수수 수입국이 되었다. 나프타 협정에 따라 멕시코는 대부분의 농산품 관세를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철폐했다. 그 결과 농산물 수입은 급증하여 농산물 수입액은 현재 12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는 나프타 이전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멕시코 정부는 나프타를 추진하면서 선결 과제로 에히도(소작농들의 공동소유·공동경작 농지)를 보장하는 헌법 27조를 폐지했고, 이 때문에 땅을 잃은 많은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비(非)농민이나 외국인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12개 주요 곡물에 대한 약정가격수매제를 포함한 보조금도 철폐했으며, 게다가 농산물의 가공·유통 단계를 민영화하면서 카길, 아처대니얼스(ADM)와 같은 초국적 농기업들이나 멕시코 대형 기업들이 이를 장악했다.
물론 과일, 채소, 원예 작물과 같은 환금작물의 대미 수출은 증가했지만, 이런 농사는 멕시코 민중을 위한 식량 자급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게다가 단작성 환금작물 재배는 토지와 생태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치고, 세계적인 식량 공급과는 상관없이 초민족 농기업들의 이윤과 농업 지배를 강화하는 지속 불가능한 농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나프타를 매개로 추진된 농업 개방과 수출성 환금작물 재배는 수많은 농민들(전체 농민의 1/6)을 토지에서 쫓아내 도시와 농촌의 빈민으로 전락시켰고, 소농과 가족농을 파괴했으며, 멕시코의 식량자급률을 떨어뜨렸고, 남아 있는 농민들은 농업 노동자로 전락시켰다.4) 최근의 한 통계에 따르면 2002년 현재 빈곤한 소작농의 74%가 도시와 미국에서 일하는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송금을 받아 소득의 38%를 보충한다(참고로 멕시코 가계의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미국에서 들어오는 이런 송금액은 2005년 현재 총 150억 달러에 달한다.). 멕시코 북부 지역의 몇몇 수출 농가는 성공했겠지만, 멕시코는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농산물 수입국이 되었고, 멕시코의 농업은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


한미 FTA는 장밋빛 미래인가?

나프타 이후 멕시코의 경제 실적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수출 증가, 외국인직접투자 증가, 낮은 실업률), 그렇다고 좋다고 볼 수도 없다(지속되는 무역적자, 불안정한 일자리 증가, 농업 및 농민의 파탄). 그래서 한미 FTA를 찬성하는 진영이나 반대하는 진영 모두가 나프타 이후 멕시코를 자기주장의 근거로 드는 것이다. 사실 나프타는 애초에 그것을 추진한 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이나 성공한 사례다. 나프타는 분명 자본의 위기를 민중에게 전가하기 위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절정에 있었다. 멕시코 민중이 겪고 있는 빈곤과 삶의 어려움, 그리고 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멕시코의 백만장자들5)과 초민족자본의 높은 수익은 나프타가 의도했던 바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나프타가 약속한 장밋빛 미래는 분명 모두의 미래가 아니었다. 현재 멕시코 민중들이 겪고 있는 빈곤과 불안정한 일자리, 목숨을 건 이주와 비참한 삶은 나프타와 상관없는 멕시코 내부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다. 이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나프타에 예정된 결과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상황에 대한 처방으로 좀 더 근본적인 신자유주의 개혁을 주문하는 것은 더 높은 자유화, 탈규제, 금융화를 통해 초민족자본과 소수 부유층의 이익을 위해 민중에게 더 큰 희생과 착취를 인내하라는 말일 뿐이다. 하기에 나프타 사례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경제 지표상의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이고 계급적인 문제이며, 이 관점에서 보자면 나프타가 민중에게 재앙이었음은 분명하다.
지난 해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멕시코의 현실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들이 많이 방영되었다. 그 중 PD 수첩에서 취재한 멕시코 민중의 삶은 한국인 대다수를 경악시켰고, 이에 따라 한미 FTA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청와대가 반박 자료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보여준 나프타 이후 멕시코 민중의 삶은 거짓이나 과장이 아닌 현실이다. 나프타의 혜택은 애초부터 그들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었고, 초민족자본과 지배 세력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달성했다.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완성시킬 한미 FTA가 가져올 미래는 과연 다를 것인가?


1) 이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통화기금의 안정화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된 채무국에 대한 긴축적 구조조정, 둘째,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단기적 지불 유예, 셋째, 무역을 위한 은행 간 신용, 넷째, 국제통화기금의 조정을 통한 민간은행의 대부 갱신과 재조정, 다섯째, 민간과 국제통화기금의 대부가 실행되기까지 채무국을 지탱시킬 긴급융자. 이를 반영하는 긴축-재조정 프로그램은 위기의 비용을 채무국으로 전가시킨다. 채권자 측은 이 프로그램에 기초해 순조롭게 공동행동을 진행하지만, 채무자들은 개별적이고 분리된 개인으로 취급되면서 고립된다. 결과적으로 금융순환의 보존은 가능해지지만, 축적과정이 훼손당하고, 기존 자산의 청산에까지 이른다.본문으로
2) 소득탄력성이란 소득이 1% 증가했을 때 수요는 몇 % 증가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로, 멕시코는 현재 GDP가 1% 성장하면 수입에 대한 수요는 2.66% 증가할 정도로 수입에 대한 의존이 크다.본문으로
3) 참고로, 시티그룹에 매각된 바나멕스 은행은 중소기업 대출보다는 주로 상류층 고객을 공략하는 전략을 유지함으로써 “인수 2년 만에 빈부격차가 심한 멕시코에서 영업수익 34% 증가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여주며 세계 여러 은행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또 시티그룹은 바나멕스를 인수한 후 멕시코 전역에서 1,400여 개의 지점을 폐쇄했고, 대규모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본문으로
4)자본의 농업 지배와 이로 인한 농민의 농업 노동자화, 생태 파괴, 지속 불가능한 농업의 세계적 확산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이 책에 실린 <좌담> 「농민운동의 전망」을 참조하시오.본문으로
5) 멕시코 인구 0.000001%의 소득은 4천만 명의 소득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사실 이들은 경제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추진된 신자유주의 정책(최저임금 삭감, 사회서비스에 대한 공공 지출 삭감, 노동규제 완화 등)을 통해 백만장자가 되었다. 특히 핵심적인 기제는 사유화 정책이었다. 세계 2대 부자인 카를로스 슬림(그는 얼마 전 워렌 버핏을 제치고 2위에 등극했다.)은 사유화 정책을 통해 헐값에 전국전화망을 장악하여 백만장자가 되었다. 그의 뒤를 잇는 다른 두 백만장자들(알프레도 하프와 로베르토 헤르난데스)은 은행 사유화 정책을 통해 바나멕스를 차지한 후 이를 시티은행에 매각함으로써 지금의 부를 축적했다.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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