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7-8.76호

노동운동의 변혁적 전망과 전략과제, 실천방안을 모색합시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정책국장 인터뷰

김진억 | 민주노총 서울본부 정책국장
사회운동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열쇠말 기획단이 꾸려지게 된 것은 87년 이후 노동운동에 대한 인식에서 기반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지난 1차 사전워크샵은 ‘노동운동 진단과 평가’라는 제목으로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노동운동에 대해 대략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는지요. 그러한 평가에 기반하여 이 기획단에서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김진억 “노동조합관료 뒤치다꺼리나 하고 노동조합 틀에 안주하려고 목숨 걸고 운동한 것이 아니다.” 언제가 한 활동가가 한탄하며 한 말입니다. 현재의 노동운동은 변혁적 전망과 이념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이는 노동조합주의와 실리주의로 표출되고 있죠. 조합원은 고용안정과 경제적 실리 추구를 위해, 때론 노사협조적 실리주의 지도부를, 때론 전투적 실리주의 지도부를 취사선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많은 현장 활동가들이 현장투쟁이란 미명하에 임단투 중심의 기업별 노동조합 활동에 매몰되었고, 사회단체활동가들은 현장조합원과 괴리되어 있습니다. 또한 노동조합은 제도적으로 기업에 갇히고 의제가 임금과 복지로 제한되고 활동이 임단협으로 제한되고 구조화되면서 노동조합주의의 나락으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10년의 싸움 끝에 민주노조 건설하고 열심히 투쟁했는데 대공장․정규직노동조합, 조직이기주의이라고 비난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이는 노동조합의 지도적 활동가가 내뱉은 말입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억압적 구조를 와해시키고 노동자의 인간적 권리와 시민권이 쟁취되었습니다. 그 결과 대중적 민주노조운동이 성장했지만 곧바로 자본의 반격과 공세에 직면하게 되었죠. 자본은 임금가이드라인, 총액임금제, 업무조사, 3자개입금지 등을 통해 노동조합운동을 옥죄어 왔고, 전노협으로 대표되는 민주노조운동도 강력한 저항을 통하여 이를 분쇄함으로써 힘의 균형, 치열한 대치전선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자본은 저항이 심한 대공장․조직노동자들을 우회해 소위 주변업무에서 외주, 사내하청, 임시직, 소사장제 도입 등의 고용유연화 전략을 관철시켰고, 신경영전략을 통해 노동자를 포섭하는 한편 현장통제를 강화했습니다. 민주노조운동은 당시 공세의 신자유주의적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조직노동자의 임금과 고용보장을 중심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결국 자본의 우회적 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노동자간 분할과 위계화로 귀결되었죠. IMF 경제위기는 이를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노동운동은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산별노조건설, 노동자정치세력화, 신자유주의 공세 저지를 위한 파업투쟁, 기업별 임금인상과 복지투쟁을 넘어선 사회의제투쟁에 나섰지만, 무늬만 산별, 의회주의적 합법정당, 무기력한 파업, 사회의제투쟁의 실종, 분파적 대립과 갈등 등으로 귀결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 새로운 노동운동이라는 의제가 제기되었지만, 그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으며 유의미한 실천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누구나 혁신과 새로운 노동운동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 무엇도 혁신되지 않는, 말만 무수한 사태에 직면하여 ‘혁신’이란 개념이 희화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노동조합과 당 권력을 매개로 한 정파 간 진흙탕 싸움은 운동의 위기를 가속화시켰고, 정파 간 고립분산과 각계약진은 서로 다른 개념과 언어로 소통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기획단’은 노동운동 단위 간 소통을 통해 노동운동의 변혁적 전망과 전략과제,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변혁적 전망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주체적 계급투쟁의 전략이 결합될 때만이 확고히 정립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자본운동,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분석이 요구되는 것이죠. 계급투쟁의 무기로서 전략과제가 정립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실천방안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결합 방안, 산별운동, 노동자 정치세력화, 사회의제-공공성투쟁, 지역운동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더 나아간다면 포럼을 계기로 해서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을 위한 공동실천과 실천단위가 모색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회운동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은 사회운동적 노조주의(social movement unionism)에서 나온 것일 텐데요, 일각에서는 이를 사회적 타협주의 혹은 코포라티즘으로 왜곡되게 이해하고 있기도 합니다. 노동자운동이 보편적인 해방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의 방향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김진억 노동자운동은 자본에 의한 모든 억압, 착취, 지배, 소외로부터의 해방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은 보편적인 인간해방운동으로서, 사회변혁을 위한 노동운동의 실현 방도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은 현장의 계급투쟁에 기초하되, 이를 넘어 전체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담아내는 사회의제 투쟁으로 정치적 실천을 강화해야합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생산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재생산 영역에서도 노동자와 민중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는 일상이 되었고, 비정규직 등 노동 간 분할과 위계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의료, 교육, 물, 철도, 에너지 등 기간산업과 사회서비스의 모든 영역에서 시장화와 사유화 공세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생산 영역에서의 기업별 임금과 복지 중심의 조합주의적 활동을 극복하고 노동유연화에 맞선 투쟁을 전면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재생산 영역에서의 시장화와 사유화에 맞선 투쟁을 전개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와 민중을 변혁적 주체로 형성하고 훈련시켜야 합니다. 현장과 지역에서부터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실천을 조직하고 현장과 사회에 대한 민중적 통제를 통해서 새로운 사회의 주인으로서 경험과 훈련을 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은 신자유주의 저지를 넘어 해방된 사회 건설을 위한 노동자의 주체적 운동인 것입니다. 또한 보편적 의제를 통해 민중과의 연대를 확장하는 운동인 것입니다.
강조되어야 할 것은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의식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중 동원 방식으로는 자발성을 이끌어 낼 수 없으며 교육만으로는 노동자의 의식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자발성은 스스로 주인임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자발성은 의식성에 기초해 있고 실천성을 바탕으로 합니다. 의식성은 교육, 그것도 수동적 교육으로부터 나오지 않으며 주체적 학습과 실천이 상호 결합할 때 보다 강화될 것입니다.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은 주체적 실천과 의식성이 상호 작용하고 상승 발전될 때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운동 노동자운동의 혁신과 관련하여 페미니즘과의 결합 문제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노동자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운동포럼 사전 워크샵도 진행되고 있고요. 이러한 주제는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기획단에서도 중요한 고민의 축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노동운동과 페미니즘이 어떻게 결합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진억 이번 포럼을 통하여 배우고 고민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함을 전제하고 의견을 말한다면, ‘여성의 권리에 대한 완전한 실현을 위한 노동운동의 인식과 실천, 이를 위한 조직․문화․투쟁, 생활․환경의 혁신,’ 이것이 노동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이 아닌가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노동권과 여성권은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권이 무엇인가?’라고 하면,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는 권리, 차별 받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여성이건 남성이건, 고용형태별이건 조직규모별이건, 내국인이건 이주노동자건 모두에게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모성에 대한 권리 같은 특수한 영역의 여성권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내용상으로는 일치하지만 현실 운동에서 여성의 노동권, 즉 여성권이 주요하게 인식되지 않을뿐더러 차별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운동으로 외화될 때 결국 노동운동이 여성노동자 권리를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정규직․남성․대공장․조직노동자 중심의 민주노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겠지요.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함께 고민하고 바꾸어가자는 것입니다. 여성만의 문제로서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여성과 남성 함께 논의하고 실천하는 단위와 구조를 민주노총과 사회운동 차원에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적으로 이번 사회운동포럼을 통하여 그러한 단위 구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노동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을 조직하기 위한 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사회운동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기획단에서 진행한 지난 1차 워크숍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특히 지역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왔습니다. 지역 노동자운동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고 보이는데요, 현재 노동운동의 상황과 관련지어 볼 때, 지역운동이 어떤 측면에서 중요한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김진억 지역은 노동자․민중이 생산을 하는 공간이자, 생활․문화, 즉 삶을 영위하는 공간입니다. 조합원이 사업장에서 머리띠를 묶고, 그 순간 노동자계급으로서 사고하고 실천하지만 자신의 생활․문화, 재생산 공간에서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무장해제 당한 채 몰계급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예를 들어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면서도, 우리 아이들을 무한경쟁, 사교육 시장과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방치한 채 신자유주의 인간형으로 양육되도록 내버려두거나 오히려 조장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우리가 어떻게 자본주의를 넘어 설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삶의 공간을 자본에 내 맡길 수는 없기 때문에 생활조건과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투쟁의 공간으로서 지역을 주목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시장화, 사유화 공세가 강화되는 현시점에서, 지역은 교육․의료․주거․문화․사회서비스 등 각 영역에서 시장화를 저지하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계급투쟁의 장입니다. 공공성 영역은 조직노동자보다도 미조직노동자, 민중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역은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 민중들이 사회공공성 같은 보편적 의제를 통하여 공동실천을 전개하는 연대 투쟁의 장입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은 지역사회의 의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공공적 영역을 통제함으로써 사회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요구를 관철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의 주체로서 훈련, 단련되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지역은 변혁운동의 주체 형성과 진지 구축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의 불안정성을 야기합니다. 생산단위만의 조직과 투쟁으로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 비공식노동자를 포괄할 수 없습니다. 전체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 조직하고 투쟁할 수 있는 공간, 기업별 노조와 산별노조의 한계를 넘어 전체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투쟁을 만들어 내는 장으로서 지역의 중요성은 강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운동 사회운동포럼 사전에 공개워크숍과 내부워크숍을 포함해 총 7 차례의 워크숍을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주제와 내용들로 논의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김진억 워크샵의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노동운동 진단과 평가, ②세계 자본주의와 한국 자본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③세계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의 현 상황, ④87~97년 체제 분석과 노동계급 형성, ⑤사회공공성, 지역운동의 의미와 실천방안, ⑥산별, 정치세력화 문제, ⑦노동운동과 사회운동, 폐미니즘과의 결합, 노동자 교육과 학습.
워크샵 주제는 노동운동의 전망과 전략과제, 실천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내용으로 잡혀 있습니다. 노동운동을 진단함으로써 그간 운동에 대해 평가하고 향후 논의 과제, 쟁점을 도출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한국자본주의에 대한 분석과 전망은 노동운동의 전망과 전략과제를 도출하는 데 매우 중요한 논의입니다. 그리고 세계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의 흐름을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을 위한 실천적 함의를 이끌어낼 수 있지요. 한국사회 및 노동체제에 대한 분석과 노동계급 형성에 대한 논의는 시대적 흐름을 읽고 주체적 관점에서 개입과 실천과제를 정립하고 변혁의 주체로서 노동계급 형성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입니다. 5차 워크숍부터는 사회변혁적 노동운동, 그 실현 방도로서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을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와 산별운동, 노동자 정치세력화, 사회의제-공공성투쟁, 지역운동 등 각 영역에서의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노동운동의 혁신을 위한 새로운 과제를 모색하는 과정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주제어
경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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