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11-12.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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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논리를 넘어선 반전평화운동이 필요합니다

이탈리아 반전평화 활동가 파비오 알베르티 인터뷰

파비오 알베르티 | 대표
정리: 장 진 범 |편집부장

편집자주

인터뷰에 응해준 파비오 알베르티(Fabio Alberti)는 이탈리아의 대표적 반전평화운동 단체 중 하나인 <Un Ponte Per …>('~로의 다리'라는 뜻, 이하 UPP)의 대표다. <UPP>는 1991년 이라크 폭격이 끝난 직후에 <바그다드로의 다리>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으며, 세계의 남반구 국가들에 대한 지배에 반대하고, 특히 중동 등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전쟁에 맞서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기초 위에서 현재 이라크 이외의 중동 지역과 레바논, 터키, 발칸 지역 등으로 활동 지역을 확대했다. 이들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 민중들과의 다양한 교류 및 지원 사업을 펼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내부에서 반전평화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아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사회운동포럼 프로세스에 적극 결합하면서 반전평화운동과 다른 사회운동들의 결합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사회운동: 안녕하세요. 우선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3년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국제 반전 집회에 300만이 참여한 것으로 상징되듯, 이탈리아 반전평화운동은 매우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리적·언어적 제약 때문에 운동의 구체적 상황을 알고 있진 못합니다. 우선 이탈리아 반전평화운동의 역사에 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파비오 알베르티: 자세히 말하자면 상당히 길어질 것 같아서, 간단하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탈리아 평화운동이 생겨난 계기는 1차 세계대전이었습니다. 유럽 열강들의 전쟁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지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두 종류의 평화운동이 분화했습니다. 하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두 진영의 대결에 반대하는 운동으로서, 소련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냉전에서 미국을 지지하는 이탈리아 정부에 주로 반대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비폭력' 평화주의로서, 이탈리아의 일방적 군축(unilateral disarmament)을 요구했고, 지정학적 논리에서 벗어난 평화운동을 주창했지요.
2차 세계대전 후 평화운동에서 커다란 계기가 된 것은 물론 베트남전이었습니다. 아주 거대한 운동이 일어났지요. 또 다른 거대한 운동이 1970년대 말에 벌어졌는데, 당시 미국은 이탈리아에 미사일을 설치하려고 했습니다. 이에 맞서 평화운동의 여러 분파들이 단결하여 거대한 운동을 조직했는데, 여기에는 비폭력 평화주의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톨릭까지 가담했습니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냉전이 종결되면서, 운동의 위기 또는 분기라고 부를 수 있는 국면이 시작됩니다. 당시 사람들은 두 초강대국의 대결 양상을 띠었던 진영 간 대결과 다른 분쟁을 보기 시작합니다. 걸프전, 유고슬라비아 내전 등이 그것이었지요. 이 때 이탈리아는 나토(NATO)의 일원으로 유고슬라비아 내전에 참전했는데, 당시 정권에 참여하고 있던 주요 좌파 정당들은 이 전쟁을 지지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들 정당들 안에서 공개적으로 거대한 분리가 일어났을 뿐더러, 평화운동이 점차 정당에서 자율화됩니다.
1990년대 평화운동의 특징은 핵무기 군축, 비폭력, 평화교육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여러 소그룹 운동들이 벌어졌다는 점입니다. 이 시기를 새로운 평화운동이 일종의 '바닥공사'를 한 때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이들이 완전히 따로 갔던 것은 아니고, 2002년, 그러니까 2003년 이라크 전쟁 발발 1년 전 정도에는 결집하게 됩니다. 그 결과 2003년에는 아시다시피 300만이 모인,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집회를 조직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평화운동의 모든 분파들, 곧 반전, 반제국주의, 비폭력, 여성운동 모두가 한 데 모였습니다. 그리고 2년 후, 우리는 이라크에 파병한 이탈리아 군을 철군시킬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이탈리아 반전 운동의 세 가지 주요 쟁점은, 군축, 아프가니스탄 이탈리아 군 철군, 비센차를 비롯한 새로운 미군기지 반대입니다. 현재 이탈리아 반전운동이 단일한 질서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고, 수많은 다른 운동과 조직들이 수렴과 분기를 반복하는 상황입니다.

사회운동: 10년 간의 '바닥공사'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흥미로운데요. 그 과정에 관해서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파비오 알베르티: 진영 체계가 무너진 후, 그리고 특히 유고슬라비아 내전이라는 새로운 전쟁이 벌어지고 이를 좌파가 지지하면서, 많은 활동가들은 새로운 물결의 조직과 착상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평화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 때 비폭력, 정의, 국제 인권 등의 담론 등이 많이 확산되었습니다.
또 다른 그룹들은 미군 기지가 있는 곳에 공동체를 건설하고, 기지에 반대하는 대중들을 조직하려 했습니다. 잘 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만, 그 결과 현재 이탈리아에는 미군 기지가 있는 거의 모든 곳에 이런 공동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개 시기별, 지역별로 산발적인 투쟁이 벌어지는 식이었지요.
이와 함께 또 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에서의 시위 조직뿐만 아니라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각 나라에서 연대 운동을 벌였습니다. 많은 그룹들이 유고슬라비아, 중동, 남아메리카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연대 기획을 조직하면서, 그 곳 민중과 접촉하고 그들과 함께 그 곳 상황을 조사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들 나라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뿌리에 있는 IMF나 WTO를 감시하고 이에 반대하는 운동도 벌어졌습니다. 또 지뢰 반대 운동이라든지, 무기 생산을 금지하는 이탈리아 법을 제정하려는 큰 운동 등 여러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여러 운동들이, 제노아 G8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투쟁의 장에서 모두 마주친 것입니다. 이 투쟁은 서로 다른 집단들이 함께 모여서 거대한 전쟁에 맞서는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2002년과 2003년에 일어난 거대한 대중들의 결집은 이 같은 긴 작업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운동: 2003년에 일어난 거대한 결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니까, 다양한 경향들이 어떤 계기를 통해 수렴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파비오 알베르티: 무엇보다 세계사회포럼 프로세스가 중요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따로 작업하던 운동들이, 이탈리아 현지에서보다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먼저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서 G8에 맞선 제노아 시위를 어떻게 함께 할 지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사회포럼이 2월 15일 국제공동반전행동의 날을 발의했을 당시, 우리는 이미 그 전 1년 동안 이라크전 반대 운동을 하고 있었고, 이미 준비된 상태였습니다.
전쟁에 반대하는 여론도 매우 높았습니다. 70~75%의 국민이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으니까요. 따라서 수렴점을 찾고 민중들에게 시위를 호소하는 게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1년에서 1년 반 정도 지속되었습니다. 물론 그 뒤 큰 위기를 맞게 되었는데, 왜냐하면 이렇게 대규모의 시위를 계속하는 데도 정권의 모르쇠로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호조건에는 정치적 상황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당시는 베를루스코니의 우파 정부였고, 따라서 이 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운동을 지지했습니다. 또한 노조들도 운동을 지지했습니다. 이 같은 노조의 지지는 반전운동을 대중운동으로 조직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이와 함께 당시 초점이 이라크 전쟁이었고, 이탈리아군의 이라크 참전에 관해서는 모든 좌파가 반대했다는 점도 서로 다른 그룹들이 단결을 용이하게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이라크 철군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상황이 좀 달라지게 됩니다. 이제 다음 번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무엇이냐에 관해서, 혹자는 아프가니스탄을 말하고, 혹자는 군축을 말하며, 혹자는 중동·팔레스타인 위기를 말하는 등 의견이 갈라지기 때문입니다. 평화운동들 사이의 수렴점이 분명하지 않으니까 대중들의 참여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와 함께 중도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권에 대한 입장 때문에 목소리를 낮추는 그룹들도 있습니다.

사회운동: 이탈리아 반전평화운동에서 인상적인 것은 노조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저희 역시 노조를 비롯한 노동자운동이 반전평화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노조를 비롯한 노동자운동이 어떤 과정을 통해 반전평화운동에 동참하는지 궁금합니다.

파비오 알베르티: 우리 역시 같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 시기의 성공의 경험을 돌이켜 보자면 몇 가지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이탈리아 노조는 국제 연대를 오랜 전통으로 갖고 있습니다. 과거 운동이 크게 일어날 때는 항상 노조가 있었지요. 이와 함께 2003년 당시가 노조를 비롯한 노동자운동이 위기를 겪던 시기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노조는 우파 정부의 노동악법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당시는 동시에 사회운동이 노조 외부에서 성장하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지요. 따라서 노조 활동가들, 특히 그 중에서 가장 좌파라고 할 수 있는 노동총동맹 금속노조(CGIL-FIOM)는, 자신들의 노동권 쟁취 투쟁과 성장하고 있는 광범위한 사회운동을 결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성장하는 광범위한 사회운동들과의 동맹 및 그들로부터의 지지가 노동자들의 투쟁을 진전시키는 데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즉 한편으로는 노동자운동의 전통,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치적 판단 때문에 노조가 사회운동과의 동맹을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운동: 오늘날 이탈리아 반전평화운동의 현황은 어떻습니까?

파비오 알베르티: 정권이 바뀐 후 반전평화운동의 상황은 더 어려워진 게 사실입니다. 일부 운동들이 중도좌파 정부가 내놓은 이라크에 관한 입장을 지지할 것을 결정하면서 2004년과 2005년을 거치며 운동 안에서 큰 논쟁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또 현재 이탈리아 운동 대부분은 전쟁 반대 테러 반대를 말하고 있는데, 일부 세력은 미국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지 다른 얘기를 하면 초점이 흐려진다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테러리즘 및 투쟁의 방식이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운동이 갈라져 있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모두가 동의하는 운동을 만들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조의 경우도 다소 관망적입니다. 반전운동이 단결되어 있는 상태가 아닐 때 노조가 운동에 결합하고 지지하는 것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어려운 것이지요.

사회운동: 현재 가장 중요한 쟁점은 무엇입니까?

파비오 알베르티: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현재 지금 최대의 쟁점은 우선 비센차 미군기지입니다. 이는 여전히 모든 운동이 의견을 모으고 있는 지점임과 동시에, 비센차 주민들의 매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또 하나가 아프간 파병 문제이지요. 모든 이들이 이탈리아가 철군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혹자는 이를 제1의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이는 이를 정부에 원칙적으로 반대하기 위해 사용하며, 온건파는 철군해야 하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또 혹자는 정부가 중도 좌파이므로 너무 밀어붙이지 말자고 말하는 등 의견이 크게 갈려 있습니다. 세 번째 의제는 군축입니다. 지금 핵무기에 반대하는 새로운 캠페인과 연대가 시작되고 있고, 이탈리아에서 핵무기를 없애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운동: 아프간 문제에 관한 의견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파비오 알베르티: 이탈리아 정부는, 이탈리아 군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군이 미군에 비해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민간인을 살해하지 않는다 누가 알겠습니까만 고 말하지요. 하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문제는 이탈리아가 인구 전체를 대표할 수 없는, 일종의 군벌들의 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아프간 정부를 지지한다는 사실 바로 그 자체에 있습니다. 물론 탈레반 운동을 지지할 수도 없겠지만요. 그런 점에서 이탈리아 군대가 철군해야 하고, 적어도 미군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야 합니다. 현재 이탈리아 군은 미국의 대(對)테러전쟁의 일부로 기능할 뿐입니다.
파비오 알베르티

문제는 이탈리아 정부의 다수가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좌파는 세가 미약하다는 점입니다. 여론도 그리 유리한 편은 아닙니다. 따라서 철군 운동을 대중적으로 조직해 가는 가운데, 그것이 단기간에 달성되지 않는 현재의 역관계에서는, 군벌과 탈레반 사이의 내부 분쟁에서 이탈리아 정부가 한 쪽 편을 드는 것 자체가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점을 대중적으로 분명히 하면서 최소한 중립적 위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요구해야 합니다.
우리 이탈리아 반전평화운동 대부분은 아프간 시민사회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들은 한편으로 정부에 있는 전쟁 범죄자들이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주장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현재의 군대는 철군해야 하며, 만일 내전을 방지하는 치안이 문제라면, 철군 이후 지금과 전혀 다른 성격과 지위를 갖는 개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요컨대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에게는 두 가지 노선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물론 철군 운동입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단기간에 이길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면, 다른 한편으로 카르자이를 지지하지 않을 것, 아프간 시민사회를 지지할 것, 미군의 지휘에서 벗어날 것, 내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정치적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를 지지할 것 등 좀 더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기조의 정책을 정부에 강제해야 합니다.

사회운동: 유럽을 비롯한 초민족적인 차원에서 벌어지는 반전평화운동은 없습니까?

파비오 알베르티: 유럽 차원의 반전평화운동은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이탈리아 평화운동이 폭력이나 지정학적 접근 등을 둘러싸고 갈라져 있다고 말했는데, 유럽 차원에서는 훨씬 심합니다.
우리 단체가 주로 관심을 갖는 부분은 지중해 차원의 운동입니다. 지중해 북쪽과 지중해 남쪽, (남)유럽과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평화와 인권의 관점을 견지하는 사회운동들이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중해 남부 사회운동들 대부분은, 물론 전쟁과 평화 문제에도 관여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들 정부에 맞서 인권과 시민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 역시 벌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만남은 정부들의 만남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습니다.

사회운동: 그러니까, 초민족적 차원의 운동이 있긴 하지만, 유럽이라기보다는 유로-지중해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말씀이지요?

파비오 알베르티: 초민족화라고 하면 좀 거창하지만(웃음), 적어도 모임을 조직하고 함께 모여서 논의하며 상호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때 모든 사회운동, 곧 인권과 자유를 위한 운동뿐만 아니라 특히 반신자유주의 운동까지를 결집시키는 게 중요한데, 왜냐하면 지중해 남부 사회가 겪는 문제는 자유의 결여뿐만 아니라 또한 IMF의 구조조정에서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중해 차원을 말하는 것은 서방 세계 대 아랍 세계 식의 대립 구도를 깨기 위해서입니다. 이 구도에서는 양쪽 민중들이 서로 모든 서방인은 똑같다, 모든 아랍인은 똑같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서로 연대한다거나 각자의 정치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사라질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아랍인이 다 똑같지 않다는 것을 이쪽 민중에게, 서방인이 다 똑같지 않다는 것을 저쪽 민중에게 보여주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다른 존재들이 만나고 연대하는, 서방도 아랍도 아닌, '유로-지중해'라는 새로운 공간을 건설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현재의 세계적 분쟁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지탱하는 '테러와의 전쟁' 및 반미 이슬람주의에서 벗어나는 평화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사회운동: 마지막으로 반전평화운동의 전반적 방향에 관해 의견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파비오 알베르티: 마지막으로 저는 다시 한 번 평화가, 지리전략적(geo-strategical)이거나 지정학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레바논의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현재 레바논은 정부와 반대파로 나뉘어 있습니다. 정부는 미국의 지지를 받고 반대파는 이란과 시리아의 지지를 받습니다. 레바논 민중의 문제는 미국 편도 시리아 편도 들 수 없다는 것인데 왜냐하면 둘 다 나쁘기 때문입니다. 지정학적 접근에서 말하는 것처럼 '적의 적은 친구'가 아니라 또 다른 지배일 따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레바논 좌파는 지정학적 반제국주의를 취하면 민중에 대한 종교적 통제, 여성과 삶에 대한 억압 등을 받아들여야 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제국주의에 부역하는 정부를 지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습니다. 지정학적 대립은 좌파와 평화운동의 무덤인 것입니다.
문제는 민중과 함께 전쟁에 반대하는 것이지, 미국의 적과 함께 미국에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미국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 점은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 지정학적 반제국주의의 한계 역시 넘어서야 합니다. 바로 여기에 평화운동이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믿습니다.

사회운동: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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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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