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0.1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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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세계의 노동자

지오반니 아리기(Giovanni Arrighi) |
Giovanni Arrighi, Workers of the World at Century's End, Review, XIX, 3, Summer,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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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노동자 계급정당, 나아가 사회주의 국가 - 특히 다양한 공산주의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국가들 -- 모두가 지난 15-20년 사이에 스스로를 구조조정하고 방향을 바꾸거나 그렇지 않으면 쇠퇴에 직면할 것이라는 상당한 압력을 어떤 형태로 경험해왔는가. 1990년에 쓰여진 논문에서, 나는 이 문제를 분석했다. 어떤 경우는 전략상의 단순한 변화를 통해서 쇠퇴를 피하고 심지어는 번영을 누릴 수도 있을 지 모른다. 다른 경우는 철저한 자체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서만 동일한 결과를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경우는 그들이 무엇을 하건간에 다시 쇠퇴하게 될 수밖에 없다(Arrighi, 1990: 179).

이러한 경향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나는 현존하는 모든 노동자 계급조직들이 20세기 초반에 전형적이었던 분절화된 세계 시장의 상황하에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한 상황하에서, 고소득("중심부") 국가들 -- 미국을 포함한 -- 의 조직 노동자들은 상당한 사회적 권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하였다. 반면 공산주의 혁명은 중간 소득('반주변부')과 저소득('주변부') 국가들 -- 우선, 그리고 특히 러시아와 중국 -- 에서 커다란 진전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미국의 헤게모니하에서 출현한 세계 시장의 재활성화는 중심부 국가 조직노동자의 사회적 권력과 반주변부, 주변부 국가에서 공산주의 혁명의 발전이 근거하고 있던 일국적인 경제적 쇄국의 조건들을 차츰 침식해 들어갔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모든 노동 계급조직들은 -- 그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도전들에 대응하고, 지나간 시기의 기회들을 포착해왔는지와는 무관하게 -- 일국적 경제가 단일한 세계 시장으로 통합되어감에 따라 창출된, 새로운 도전들에 대응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글이 쓰여진 이후로, 공산당들은 유럽 전체에서 거의 사라졌고, 사민당과 노동당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스스로를 변화시켰으며, 한때 강력했던 노동조합들은 조직율과 정치적 영향력의 쇠퇴를 저지하려고 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만일 조직노동자들과 공산주의 정권의 공통적인 위기에 대한 나의 진단이 과소평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위기가 전개되는 속도와 그 결과 발생하는 노동 계급조직의 단순한 변화를 넘어선 소멸의 범위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위기와 속도와 파괴성은 20세기 초반에 '형성된' 노동자 계급조직들이 세기 말에 이르러 '해체되는' 과정에 있었다는 내 주장의 유효성을 극단적으로 확인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세계 노동운동에 아무런 미래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21세기 세계 노동운동이 어쨌든 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마치 20세기의 노동운동이 19세기의 노동운동과 달랐던 것만큼이나 20세기 노동운동과는 다른 전략과 구조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자본주의는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세계의 노동 계급들이 그들 스스로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조건도 역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들이 어떤 형태로 진화 중인지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현재 세계의 노동자들이 부딪히고 있는 위기에 대한 두 가지 잘못된 이해를 떨쳐버려야 한다.


첫째, 일차적인 위기의 원인이 노동조건과 생활 조건을 보호하거나 개선하려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성향의 쇠퇴나, 고소득에서 저소득 국가로의 산업 활동의 입지 변화에 존재한다는 잘못된 이해가 존재한다. 둘째, 위기는 그 한계와 모순들을 무한히 극복하는 세계 자본주의의 능력을 보여주며 동시에 20세기의 전반부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제도화된 세계 노동운동의 실패를 보여준다는 잘못된 이해가 존재한다.

첫 번째 잘못된 이해는 중심부 국가의 노동운동에게만 협소하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발생하며, 동시에 산업 활동 입지 변화의 더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주의 부족으로 특징지워진다. 자본, 특히 미국의 자본은, 20세기 전반에 걸쳐 자신들의 산업 활동을 상대적으로 저소득인 국가로 재배치해왔다. 미국의 법인 기업들은 세기의 전환기에 대륙적 규모의 국내적 통합을 완성하자마자 거의 즉각적으로 초민족화되었다. 1914년까지 미국의 해외 직접 투자는 미국 국민총생산(GNP)의 7%에 달하게 되었는데, 이는 1960년대 후반과 같은 수준이며 오늘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Hymer, 1971: 121; Wilkins, 1970: 201-02; Kapstein, 199/92: 57).

이와 같은 재입지는 미국 노동계급의 협상력과 투쟁성을 봉쇄하고 종종 주저앉혔다. 그러나 이러한 국내적 영향들은 산업 활동이 재입지되었던 국가에서 노동계급의 협상력과 투쟁성을 강화시켰고, 그 결과 세계적인 수준에서 보면 미국 노동계급의 약화 이상으로 다른 지역 노동계급의 강화를 낳았다(Arrighi & Silver, 1984).
일반적인 시각에서 볼 때, 노동자 소요에 대한 뉴욕 타임즈와 타임즈 기사에 근거한 새로운 세계적 자료는 2차 대전이래 노동자 소요가 오직 중심부 국가들에서만 하향 추세를 그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같은 시기의 반주변부 국가와, 1970년대 이후의 주변부 국가에서는 대조적으로 노동자 소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Silver, 1995: 177-79). 비벌리 실버(Beverly Silver)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초기에 법인 기업들은 값싸고 온순한 노동력을 제공했던 특정한 반주변부 지역들(예를 들면, 브라질, 남아프리카 공화국, 남한)에 매료되었다. 이에 따른 (직·간접적인) 외국인 투자의 유입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일어났던 일련의 반주변부적 '경제 기적'에 공헌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기적'에 수반된 자본 집약적 대량 생산 산업의 확장은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새롭고 전투적인 노동 계급을 동시에 창출시켰다. 1970년대 브라질과 남아공에서부터 1980년대 남한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들은 1970-80년대의 반주변부적 기적들과 함께 펼쳐진 투쟁의 물결 속에서 이와 같은 힘을 발휘했다(Silver, 1995: 182).

공간적 재배치가 현재 진행중인 세계 자본주의 구조조정의 주요한 공격이었다면,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 우리가 대규모의 전세계적 노동자 소요를 목격하게 된 것은 우연일 것이며, 오늘날 세계 노동의 위기라고 말할 일조차 없었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그러한 위기를 말한다면, 그것은 저소득 국가로의 산업 활동의 공간적 재배치 -- 최신의 기술적 발전에 의해 가능해진 심지어 가장 빠른 재배치조차 -- 가 지난 25년간 자본주의적 구조조정의 가장 근본적인 측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른 곳(Arrighi, 1994)에서 충분히 논의되었던 것처럼, 이러한 구조조정의 주요한 측면은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 과정이 물질적 팽창에서 금융적 팽창으로 국면 전환을 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자본에 의한 자본주의적 축적에 있어 일탈적인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발전 과정이다. 600년 전의 맹아적 형태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항상 번갈아 나타나는 두 국면을 통해 팽창해왔다. 이는 점증하는 대량의 화폐 자본이 무역과 생산으로 흘러드는 물질적 팽창 국면과, 점증하는 대량의 자본이 화폐자본으로 전환되어 대부, 대출, 투기로 나아가는 금융적 팽창 국면으로 구성된다. 16세기와 18세기, 그리고 19세기에 이와 같은 형태가 반복되었음을 지적하면서 페르낭 브로델이 주목했던 것처럼,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질서의 모든 자본주의적 발전은 금융적 팽창 단계에 도달함으로써 자신의 성숙성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즉, 그것은 가을이 되었다는 신호인 것이다"(Braudel, 1984: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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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델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른바 '자본주의의 황금기'였다는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세계 무역과 생산의 거대한 팽창은 1970년대와 1980년대의 금융 팽창으로 전환되면서 자신의 성숙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금융 활동의 팽창은 고소득 국가에서 저소득 국가로의 자본 유입의 팽창과 연관되었으며 또 여러 면에서 볼 때 그것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1980년대에 국경을 초월한 대출과 대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국제적 은행의 대출은 1980년에 OECD 전체 가입국 국내총생산(GDP) 총합계의 4%에 1991년에 44%까지 증가하였다. 그러나 고소득 국가로부터 저소득 국가로의 자본 유입은 1980년대 초반에 급격히 축소된 이후 1980년대 후반 무렵에야 겨우 회복되기 시작했다(Economist, "World Economy Survey, 1992년 9월 19일자: 6-9, 14-17). 달리 말해, 중심부 지역에서 무역과 생산으로부터 철수한 자본의 최종적이고 특권적인 목표지는 저소득 국가가 아니라 고소득 국가들을 연결하는 금융 투기의 "숨겨진 거처"였던 것이다. 1980년대 세계 노동의 위기의 전조가 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자본의 철수였던 것이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와 같은 위기가, 20세기 전반부의 세계 노동운동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거나 세계 자본주의가 무한히 그 한계와 모순을 극복해낼 수 있다는 증거로 오해되어선 안된다. 노동조합과 사회민주당, 그리고 다양한 공산주의적 조직 등과 같은 강력한 노동 계급조직들은, 20세기의 전반부에,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의 거의 중단 없는 전쟁 준비와 전쟁이라는 조건하에서 세계 사회의 핵심적 제도로서 스스로를 구축했다. 우선 러시아에서 그리고 중국에서 세계 정치 내 하나의 세력으로 공산주의 혁명의 구축은 당연하게도 두 번의 세계대전이라는 참화의 직접적인 결과였다. 그러나 심지어 중심부 자본주의 국가에서조차 2차 대전 말기와 직후에 가장 거대한 계급투쟁의 물결이 일어났다(Silver, 1977: 158-73)


미국의 냉전 세계 질서, 그리고 그 질서의 보호 하에서 이루어진 세계 무역과 생산의 엄청난 팽창은, 전적으로 중심부 국가들의 조직노동자와 반주변부, 주변부 국가들에서 일어난 공산주의 혁명의 결합된 발전에 의해서 틀지워진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이처럼 결합된 진전이 세계 자본주의의 생존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으로 광범위하게 인식되었다. 만일 그와 같은 진전이 봉쇄되어 결국 역전되지 않았다면, 남겨진 문제는 세계 자본주의가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것이 아니라, 개량과 혁명의 어떠한 조합에 의해 그것이 붕괴할 것인가 라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미국이 냉전을 '발명'한 것은 일차적으로 세계 자본주의의 이러한 긴급 상황에 대한 대처였다.

냉전 세계 질서 아래서 20세기 전반부 세계 노동운동의 발전은 사실상 봉쇄되었고, 결국 그 목표의 부분적 타협을 통해 역전되고 말았다. 중심부 자본주의 국가들은 고용안정('완전 고용')과 고도의 대중 소비라는 노동 계급의 목표를 전유하도록 독려받았다. 식민지 국가들은 법적 주권을 하사받았다. 다른 주변부·반주변부 국가들의 경우도 근대화와 "발전"을 추구하도록 자극되었는데, 그것은 지금 중심부 국가의 노동자들만이 누리고 있는 고용안정과 고도의 대중 소비를 그들 나라의 노동자에게도 머지 않은 미래에 제공해줄 것이라 약속했다.

확실히 중심부 노동자들의 복지에 대한 추구나 비중심부 노동자들의 "발전"에 대한 추구는 일차적으로 반공 십자군의 수단으로 정부 활동의 목표가 되었다. 그리고, 동일하게 그와 같은 추구는 평화적인 역사적 시간을 한번도 가지지 못한 미국 중심의 군사동맹 체제와 미소간의 군비 경쟁 속에 배태되었다. 그러나 두 초강대국간의 냉전은 '차가운' 상태로 유지되었고, 게다가 그것은 다양한 민족적 경쟁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보증해주도록 고안된 세계 자본주의의 근본적 재조직의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재조직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다. 윌슨 대통령이 그의 14개 조항을 통해 세계 혁명에 대한 레닌의 호소에 대응한 이래로(Barraclough, 1976: 127), 미국 지배계급의 더욱 계몽된 분파들은,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식민지와 영토를 둘러싼 자본주의 내부의 쟁투로부터 발생한다는 레닌의 주장에 절대적으로 동의했다. 따라서 레닌이 바라던 대로, 그리고 윌슨이 우려했던 대로 2차대전이 발발하자마자, 미국 정부는 공산주의 혁명에 대한 공포를 기술적으로 활용해서 서유럽의 정부들로 하여금 식민지를 포기하고 미국과의 장기적인 군사 협력에 참가하며 그들의 민족 경제를 대륙적 차원의 단일한 공동 시장 속으로 통합시키도록 유도했다는 점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은 서유럽과 과거의 식민지였던 세계에서 미국 법인 자본을 위해 수익성 있는 새로운 팽창의 무대를 창조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서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정치적, 경제적 협력의 지속가능한 구조를 창조했고, 이는 서로간의 전쟁을 향한 그들의 성향과 능력을 침식했다.
세계 자본주의의 미국식 개혁의 성과는 그것을 촉진시킨 사람들의 장미빛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토마스 맥코믹(Thomas McCormick)의 말을 빌자면, 1950년대와 1960년대는 "세계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고 가장 수익성이 높은 경제 성장기"였다(McCormik, 1989: 99). 공산주의 혁명은 계속 진전되었지만, -- 쿠바에서,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아프리카에서 -- 더욱 주변부적 위치에서 이루어졌다. 더 나아가, 공산주의 혁명에 있어서의 독창적인 두 중심은 상호간의 적대를 심화시켜, 미국과 그 동맹들이 한쪽 중심을 다른 한쪽 중심에 대항하게 만드는 것이 더 용이해졌다.

그리고 공산주의 혁명은 주변화되거나 길들여져 갔고, 동시에 중심부 국가들 내에서의 노사 갈등은 점차 일상화되었다. 그것은 1960년대 후반 일시적인 부활 이후 가파르게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상력을 펼치지 않더라도, 이러한 세계 자본주의의 기적적 회복은 세계 노동운동의 실패로 이해될 수 있으며, 자본주의의 모순의 지속적 해결로 보기는 힘들다. 반면 세계 자본주의의 회복은 과거 반세기 세계 노동운동의 목표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자본주의 스스로에 의한 그것의 부분적 실현에 일차적으로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타협은 역사적 사회 체제로서 세계 자본주의가 가지는 엄청난 적응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1970년대 무렵의 새로운 금융 팽창의 개시는 이러한 적응력이 한계를 가지며 이러한 한계로의 접근은 자본주의의 전통적이면서도 새로운 위기 경향이 전면에 나서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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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적 팽창은 자본주의 세계 경제의 위기와 근본적 재조직화의 계기이다. 지나간 세기들의 모든 금융팽창에서와 같이, 상품(임금 노동, 공장, 설비를 포함한)의 구매와 판매로부터 대출, 대부, 투기로 자본이 전환되는 것 이면의 추진력은 그 때까지 진행된 세계 무역과 생산 팽창의 결과인 자본 내부의 경쟁 심화였다. 이것은 충분히 논의되고 입증되었다(Arrighi, 1994). 오래된, 그리고 새로운 기업들이 더 많은 양의 자본을 상품의 구매와 판매에 투자함에 따라, 그것은 각각의 사업 부문들에서 이윤 폭을 감소시켰다. 또한 더 많은 수의 기업들이 감소하는 수익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과 사업 부문을 가로질러 그들의 활동을 다변화시킴에 따라, 그들은 서로간의 시장 적소(market niches)에 침범했으며, 따라서 모든 분야의 무역과 생산에서 경쟁적 압력과 불확실성을 심화시켰다.

이러한 환경에서 더 많은 양의 자본이 무역과 생산 분야로부터 철수하고, 증가하는 경쟁적이고 불확실한 사업 환경에서 투자의 위험과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처럼 거대하고 점증하는 잉여 자본량 -- 즉, 상품의 구매와 판매에 수익성 있게 재투자될 수 없는 자본 -- 은 대출, 대부, 투기를 진행하는 금융적 매개자를 위한 모든 종류의 수익성 있는 기회를 창출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언제나 가장 번성했던 금융 팽창은 무역과 생산으로부터 철수한 자본을 위한 국가간 경쟁의 심화와 연결되어 있다. 상품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정부들은 투쟁에 돌입하고 상호간의 경쟁으로 나아가는 경향을 가지는데, 왜냐하면 자본은 군비 경쟁의 심화를 통해서 비록 배타적이지는 않지만 경쟁자들을 압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이러한 경쟁은 대부, 대출, 투기에서 잉여 자본의 동원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기회를 증폭시켰다.

이러한 유형은 현재와 과거의 금융 팽창들 속에서 분명하게 인식될 수 있다. 1970년대 전반에 걸쳐 잉여자본은 방향을 전환했는데 -- 반주변부와 주변부 국가들에 대한 대부, 그리고 외환 시장들에 대한 투기를 향해 --, 금융 시장에서 증가하는 수익 없이 세계 무역과 생산에서 경쟁 압력과 불확실성은 더욱 증가했다. 값싸고 풍부한 신용은 반주변부와 주변부 국가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산업화와 근대화의 노력을 한 단계 더 높여서, 이전에는 중심부 국가들의 특권적 영역이었던 시장과 자원(가장 눈에 띄게는 석유)을 놓고 경쟁하도록 고무시켰다. 외환 시장에 대한 투기는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세계 경제 조건의 안정성에 공헌해왔던 고정환율제를 처음에는 침식시켰고 결국에는 파괴시켰다.

이처럼 심화된 경쟁 압력과 불확실성은 무역과 생산으로부터 철수하려는 자본의 전반적 경향을 강화시켰다. 또한 그것은 잉여 자본의 급속하게 팽창하는 공급과 침체된 수요 사이의 불균형을 심화시켰으며, 금융시장에서의 수익성을 저하시켰다.
1979년 이후에 이르러서야, 처음에는 카터 정권 하에서 그리고 이후에는 레이건 정권 하에서 훨씬 더 과감하게, 미국 정부는 진행중인 금융 팽창에 매우 우호적인 수요 조건을 창출하는 조치들을 취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소련과의 이념 투쟁과 군비 경쟁 -- 프레드 할리데이(Fred Halliday)가 2차 냉전이라고 불렀던 --의 주요한 확대라는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다. 인도차이나에서의 군사적 패배와 이란에서의 외교적 패배로 인해 미국의 힘과 위신이 심각하게 저하되면서, 미국 정부는 세계 금융 시장에서 실질 이자율을 공격적으로 부양하여 난타당한 달러를 구조하는데 나섰다. 그 후 미국 정부는 사실상 무제한적인 신용을 이용했는데, 이러한 수단을 통해 소련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군비 경쟁을 격화시키고, 동시에 새로운 반공 십자군에 대한 선거상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조세를 삭감했다.

그 결과 미국의 국가 채무는 엄청난 규모로 증가했는데, 이는 국내 및 해외 잉여 자본들에게 금융 팽창의 개시이래 최고의 안전하고 수익성 있는 시장을 제공했다.
따라서 국가간 권력 투쟁의 확대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현재의 금융 팽창을 지속시키는데 있어서 도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물론 이후에 살펴볼 것처럼, 현재의 금융 팽창의 동학은 다른 몇 가지 측면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경험과 분명하게 구별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들로 돌아가기 전에, 오늘날 세계자본주의 구조조정의 추진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 가지 유사성을 더 다루어야만 할 것이다.

두 가지 유사성은 모두 다음과 같은 사실, 즉 과거의 모든 금융적 팽창이 자본주의 세계 경제의 주요한 물질적 팽창의 "수확의 계절"은 아니었다는 사실과 관련된다. 금융적 팽창의 근저에 놓인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의 심화는, 또한 공간적 배치와 세계적 수준의 자본 축적 과정의 조직적 구조에 있어서의 획기적인 변화를 야기했다. 그러한 변화는 세계 무역과 생산의 확장의 새로운 국면을 위한 토대를 준비했고 적절한 경로를 통해 그것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종류의 획기적인 변화는 항상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대체로 금융적 팽창의 시작으로부터 약 반세기 이상이 소요되었다. 처음에는 이전의 지배적 중심이 언제나 자본가간 경쟁의 강화를 자신의 이익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1899년에 핼포드 맥킨더(Halford MacKinder)가 영국 산업 경쟁력의 상대적 쇠퇴를 언급하면서 지적했던 것처럼, "우리[영국인 -원주]는 본질적으로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며, 자본을 가진 사람들은 항상 다른 나라들의 두뇌와 근육 활동을 공유한다"(Hugill, 1993: 305에서 재인용).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본의 최대 소유자'조차 이전 시대 지배적 중심들이 비용을 맞추고 격화된 경쟁적 투쟁의 단절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돕지 못한다. 그러한 경쟁의 이득은 불균형적인 형태로 새롭게 출현 중인 중심으로 흘러든다. 따라서, 1차대전 기간 동안 영국이 미국에 졌던 무거운 채무는 자본주의 세계 경제에서 주도적 위치에 선 두 나라 사이의 방어 자세에 있어 변화를 가져왔고, 이와 같은 변화는 2차 대전 동안의 더 많은 대부를 통해 완성된다.

아주 비슷한 사례는 아니라도, 이와 유사한 일이 1980년대에도 일어났던 것처럼 보인다. 미국 경제의 부양과 소련 경제의 파산이라는 그 모든 극적인 결과들에도 불구하고, 2차 냉전기간 동안 전례없이 폭등했던 미국 국가 채무가, 미국을 영국의 경우와 유사한 쇠퇴의 길로 빠뜨렸던 것도 당연한 일이다. 케빈 필립스(Kevin Phillips)가 주목했던 것처럼, "이전에 세계의 주도적 채권국이었던 미국은, 1914년에서 1945년에 걸친 영국의 망령처럼, 세계의 주도적 채무국이 되기에 충분한 돈을 해외로부터 빌렸다."(Phillips, 1993: 220).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사실은, 미국의 금융적 패권의 쇠퇴가 동아시아 지역의 극적인 성장을 동반해왔다는 점이다. 이들 지역은 단순히 '세계 유동성의 담지자(container)'로서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작업장'으로 성장했다. 두 번의 세계 대전에서 영국의 승리는,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 과정의 지정학적 중심이 북서부 유럽에서 북미로 이동하는 것을 완화시키기보다는 가속화했다. 따라서 회고적으로 볼 때 2차 냉전에서 미국의 승리가 북아메리카에서 동아시아로 유사한 이동을 결정지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해도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오늘날과 과거의 금융적 팽창 사이의 또 다른 유비는 이와 같은 일이 정말 사실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강화시켜 준다. '비공식화'와 '유연 전문화'를 주장하는 이론가들이 강조해온 것처럼, 1970년 이후 미국 경제력의 상대적 쇠퇴는 금세기에 전반에 걸친 자본주의의 조직적 추동력에서의 주요한 역전과 관련되어 있다. 마누엘 카스텔스(Manuel Castells)와 알레한드로 포르테스(Alejandro Portes)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일국적인 수직적 구조와 스텝 및 라인 사이의 기능적 분리를 특징으로 하는 거대 법인 기업이 합리화된 노무관리의 필연적인 최종적 단계라는 주장은 오늘날 틀린 것처럼 보인다. 경제 활동의 네트워크, 기업들의 네트워크, 그리고 노동자들의 조정된 군집들은 현재 출현 중인 성공적인 생산과 분배의 새로운 모델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1989: 29-30).

이와 유사한 특질에 대해 마이클 피오레(Michael Piore)와 찰스 세이블(Charles Sable)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가장 현대적인 법인 기업들의 기술과 운영 절차들; 많은 노동운동에 의해 방어되는 노동 시장 통제 형태들; 복지국가의 관료들과 경제학자들에 의해 발전된 거시 경제적 통제의 수단들; 그리고 2차 대전 이후 즉각적으로 설립된 국제적인 통화 및 무역 체제의 규칙들, 만일 우리 시대의 만성적인 경제적 질병들이 치료되기를 바란다면, 이 모든 것이 수정되거나 심지어는 폐기되어야 한다(1984: 4-5).

세계 자본주의의 주요한 조직적 추동력의 역전은 20세기 후반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따라서 약 80여 년 전에 앙리 삐렌느(Henri Pirenne)는 유럽 자본주의의 사회적 역사에서 '경제적 자유'의 국면과 '경제적 규제'의 국면이 상호교차되는 거대한 규칙성을 관찰했다. 그에 따르면, 마치 거대한 진자운동처럼 자본주의 조직이 하나의 방향으로 이동하면 다음 번에는 반대의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며, 이러한 이동 방향은 자본주의 발전의 연속적 단계에서 지배적인 것이 된다. 그래서 '경제적 자유'를 향한 16세기의 운동은 '경제적 규제'를 향한 17세기와 18세기의 운동을 이끌어냈고 이것은 순서를 바꿔 '경제적 자유'를 향한 19세기의 운동을 이끌었는데, 이는 다시 '경제적 규제'를 향한 20세기의 운동을 불러왔다(Pirenne, 1953: 515-16).

자본주의의 주요한 조직적 추동력에서 이 모든 역전들은 금융 팽창의 시기에 일어났고, 위에서 논의했던 세계적 수준에서의 자본축적 과정의 공간적 배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왔다. 삐렌느에 의해 강조된 '탈규제적' 추동력과 '규제적' 추동력의 상호 대체는 이처럼 되풀이되는 역전의 한 가지 양상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양상은 '비공식화 대 공식화', '외연적 축적 대 내포적 축적', '시장 자본주의 대 법인 자본주의' 등과 같은 이분법을 통해 포착된다(Arrighi, 1994: 127-74, 239-300).
비공식화와 유연 전문화론자들이 강조해왔던 것처럼, 공식적으로 조직되고 경직적으로 전문화된 지난 세기의 정부 및 기업 구조가 역전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수많은 증거가 존재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모든 지역들이 현재 출현중인 비공식화와 유연 전문화 경향으로부터 손해가 아니라 이득을 얻는 투쟁에서 동등한 기회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와 지리학의 '선물들'이 서구를 세계 자본주의의 일등석에 앉힌 지 600년이 지난 이후, 오늘날 동아시아의 문명(들)은 세계 자본주의의 조직적 추동력에 있어서 이와 같은 최근의 역전을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Hamilton, 198-89; Arrighi, 1994: 에필로그, 참조).
이것은 현재와 과거의 금융적 팽창 사이의 첫 번째 중요한 차이점이다. 과거의 금융적 팽창 과정 동안, 세계적 규모의 자본 축적 과정의 지정학적 중심은 서구 세계의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현재의 금융적 팽창에서 중심은 비서구 세계의 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동일하게 중요한 점은,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 과정에서 최근의 지정학적 중심의 이동이 또 다른 관점에서도 예외적이라는 사실이다. 과거에 이러한 종류의 이동은, 이전의 지배적 복합체에 비해 군사나 금융 양 측면 모두에서 훨씬 강력한 정부와 기업 조직의 복합체가 자본주의 세계에서 주도적 위치를 형성했던 것과 관련되었다. 미국식 복합체가 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력했고, 영국은 네덜란드에 비해 강력했으며, 네덜란드는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정부와 기업 조직들보다 강력했다. 달리 말해, 과거의 금융 팽창과 그것을 규정짓는 경쟁적 투쟁은 헤게모니적 중심의 조직적 범위 내에서 세계적인 군사적 권력과 금융적 권력의 더욱 강력한 융합을 낳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현재의 금융적 팽창은 두 가지 종류의 권력의 분열을 낳고 있다. 금융적 권력이 동아시아 쪽으로 점점 집중되는 반면에 군사적 권력은 미국에 훨씬 더 집중되어있다.

현재의 금융적 팽창이 가지는 이 두 번째 예외는 세 번째 예외와 밀접히 연관되어있다. 모든 과거의 금융적 팽창 과정에서 발생했던 것과는 반대로, 1980년대의 국가간 권력 투쟁의 격화는 전면적인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미국은 군사적이고 외교적인 수단을 통해 승리할 수 없었던 냉전에서 금융적 수단을 통해 '승리'했지만, 냉전은 여전히 "차갑게" 남아 있었다. 확실히 2차 냉전기간 동안 그리고 그 이후에 '열전(hot war)'은 세계 경제의 대다수 주변부와 반주변부 --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 아프리카, 남동 유럽, 서 아시아, 남 아시아, 중앙 아시아 -- 로 확산되어왔고, 종종 중심부 국가들은 여기에 직간접적인 참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이 끝난 이후에도 지속되는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의 변함없는 상호적 분쟁이 과거 모든 금융적 팽창기에 발발했었던 전면전으로 번져갈 경향을 보이지는 않았다.

현재의 금융적 팽창의 이러한 예외들은, 자신의 전임자들보다 더 큰 군사적 권력을 부여받은 정치적 조직체의 형성을 통해 팽창하는, 역사적 자본주의의 장기적 경향의 근본적 한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이처럼 더욱 강력해진 조직체의 출현은 성장하는 자본주의 국가와 쇠퇴하는 자본주의 국가 사이의 장기간의 일반화된 전쟁의 결과였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새롭게 등장하는 자본주의 국가에 의해, 군사적으로 도전받지 않을 만큼 강력한 조직의 출현으로 인해 마침내 그 한계를 맞게 된 것이다. 군사적 힘이 미국과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에 집중되어 국가간 전쟁이 더 이상 자본주의적 경쟁의 수단이 될 수 없게 되면서, 미국 헤게모니 하의 세계 자본주의는 당연히 이러한 한계를 도달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이 다음과 같은 사실, 즉 미국이 국가간 전쟁 이외의 수단을 통한 자본주의적 경쟁의 결과나 주변부, 반주변부 국가들에서 일어나는 국지적 전쟁의 확산에 취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2차 냉전 동안의 세계적 -- 단순히 국지적이거나 지역적인 것의 반대로써 -- 군사력에 대한 미국의 준(準)독점의 강화는 고정 비용과 특정한 정신 상태라는 유산을 남겼는데, 그것은 전례없는 규모, 범위, 밀도를 가지는 세계 무역 체계에서 미국의 정부적 혹은 기업적 기관들이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심각하게 제한했다. 역사적이고 지리적인 '선물' 탓에 낮은 보호 비용과 재생산 비용을 누릴 수 있었던 동아시아와 같은 지역의 정부 및 기업 기관들과 비교해볼 때,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미국에 축적된 역사적으로 전례 없는 군사력은, 세계적 규모의 자본 축적 과정의 지정학적 중심이 태평양을 건너 '이민'하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그것을 실질적으로 촉진하게 될 것이다.

***

이제 다시 현재 진행중인 자본주의 세계 경제의 구조조정과 재조직화로부터 세계 노동 계급투쟁의 조건들에 어떤 변화가 뒤따를 것인가 라는 쟁점으로 돌아와 보자. 20세기의 세계 노동운동은 영국 헤게모니 하에서 성립된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응하면서 발전했다. 미국 헤게모니 하에서 성립된 세계 자본주의의 '가을'이 그 전임자만큼 효과적으로 세계 노동운동에 가져다 줄 기회들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러한 노동운동은 어떤 모습일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은 그것을 말하기에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19세기 말 금융적 팽창의 전반부 25년은 노동 계급조직의 극단적인 불안정성과 대부분 국가에서 노동자 계급의 승리보다 훨씬 많은 패배로 특징지을 수 있었다. 세계 노동운동의 이데올로기적이고 조직적인 윤곽이 형성되어 드러나기까지 그 이후 25년이 걸렸으며, 운동이 세계 자본주의에 자신들의 목표의 일부를 부과할 수 있을 만큼 힘을 기르는 데는 또 25년이 걸렸다(Arrighi. 1990: 24-47). 물론, 21세기의 세계 노동운동이 그 전임자와 같은 속도로 같은 궤도를 따라 발전할 것이라고 가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출현하게 될지, 그것이 어떤 형태를 취할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등의 쟁점들은 최근의, 또는 앞으로의 10-20년의 추세에 근거해서 결론 내릴 수 없는 주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노동자들이 21세기에 자신들의 역사를 만들어가게 될 조건들은 지나간 세기의 조건들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지나치게 이른 것은 아니다. 확실히, 지나간 금융적 팽창처럼 현재의 금융적 팽창은 하나의 공간적 배치와 조직적 구조에서 다른 공간적 배치와 조직적 구조로 세계 자본주의의 변화의 시작을 나타낸다. 그러나 각각의 변화는 노동 계급투쟁의 조건들을 이전의 변화 동안에 이루어졌던 것과는 다르도록 만드는 그 자신만의 특수성을 갖는다.
첫 번째 차이점은 자본주의 세계 경제의 변화하고 있는 공간적 배치가 노동 계급투쟁의 중심지를 일반적으로는 주변부와 반주변부 국가들로 그리고 특히 동아시아로 이동시키리라고 예측된다는 점이다. 앞에서 주목했던 것처럼, 고소득 국가에서 중저소득 국가로 산업 활동의 대규모 재배치에 의해 세계 노동운동이 약해졌다는 관념은 신화에 불과하다. 그러한 대규모의 재배치가 실제로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세계 노동운동이 벌써 다시 활성화되는 기회였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못했던 주요한 원인은, 1980년대의 자본 이동의 주요한 종착지가 중저소득 국가가 아니라 치외법권적인 금융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반적 경향의 중요한 예외는 동아시아 지역이었는데, 그 곳에서 금융적 팽창은 무역과 생산의 급속한 성장을 동반했다. 이러한 경향이 이어진다면, 중국을 포함하는 이 지역에서 강력한 노동운동이 형성되리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 경제의 물질적 팽창이 전체 세계 경제의 새로운 물질적 팽창으로 전환되는 충분한 계기를 발전시키는 것에 발맞추어, 이처럼 강력한 노동운동은 그 규모에 있어 세계적인 것이 될 것이다.
두 번째 차이점은 공식적으로 조직되고 견고하게 전문화된 정부와 기업 구조를 향한 지난 세기의 경향의 역전이 세계 노동운동의 주요한 추동력 또한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1870년 이후 세기의 자본의 점진적 관료화는 노동운동에서도 관료화에도 우호적인 조건을 창출했다. 이러한 경향의 역전은 19세기 노동운동에 전형적이었던 더 유연하고 비공식적인 조직적 구조를 지녔으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띤 노동운동의 부활 조건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활이 일어난다면, 그때 우리는 또한 세계 노동운동의 인종-종족적, 성적 구성에서의 주요한 변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의 자본과 노동의 공동적인 관료화는 일차적으로 세계 노동력의 중심부 백인 남성 구성원에게 혜택을 주었다. 노동력 시장과 상품 시장은 중심부 자본의 관료적 구조들 속에서 '내부화'되었고, '완전고용'과 고도의 대량 소비라는 목표는 중심부 자본주의 국가들의 정부에 의해 달성되었으며, 백인 남성 노동자들은 더 고소득의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계속해서 독점했다.

그러나 1970년 이래의 자본주의 내부 경쟁의 심화는 보다 값싸고 보다 유연한 노동력의 원천을 추구하게 했는데, 이들은 단지 중저소득 국가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의 여성 및 비백인 남성 노동자들로 구성되었다. 단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경향의 중요한 충격은 중심부 국가의 백인 남성 노동자들의 '추락에 대한 공포'를 증가시켜왔다. 그러나 결국에 그것의 주요 효과는 새로운 세계 노동운동의 출현이며, 그 속에서 여성과 유색 인종은 과거에 그들이 가졌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무게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본주의적 경쟁의 한 도구로서의 국가간 전쟁의 쇠퇴는 세계 노동운동의 민족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인 지향을 약화시키리라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밝혔듯이, 20세기의 세계 노동운동은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의 중단 없는 전쟁이나 혹은 전쟁 준비라는 조건하에서 발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들의 군사력은 지배 계급들에 의해 움직여질 수 있었고, (노동자 계급을 포함한) 하위 계급들에게는 국가의 부와 복지의 핵심적 요소로 인식되었다. 그 결과 20세기에 민족주의는 거의 모든 곳에서 노동운동의 통합적 요소가 되었고 계급 투쟁은 국가간의 권력 투쟁과 풀릴 수 없도록 뒤섞여 버렸다.

향후에 자본주의적 경쟁의 한 도구로서의 국가간 전쟁의 쇠퇴가 하나의 추세로 강화되는 정도에 따라서, 계급 투쟁은 점차적으로 국가간 권력 투쟁으로부터 빠져나올 것이다. 물론 계급투쟁의 이같은 분리가능성이 세계의 노동자들 사이에서 '종족주의적' 성향이 아니라, 보다 국제주의적인 성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세계 시장의 경쟁 심화와 국가의 붕괴라는 상황에서 국경과 문화적 차이를 가로지르는 계급적 연대의 형성보다는 인종이나 종교라는 분절선을 따르는 '상상된 공동체'가 과거의 형태로 강화되거나 혹은 새로운 형태로 고안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러나 구(舊) 유고슬라비아의 경험이 비극적으로 말해주는 것처럼 더 손쉬운 대응은 질병을 치료하기보다는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민병대가 21세기 프롤레타리아 조직의 유력한 형태를 미리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동일한 수준에서, 미국-멕시코 국경을 가로질러 아래로부터 느리고 느슨하게 조직되고 있는 일종의 노동자 계급 협력체가 미래의 유력한 형태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는 상대적으로 약한 국제주의의 바람이 종국에는 '종족주의' 바람을 압도하게 될 것인가? 그것은 궁극적으로 세계 노동자들 자신의 손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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