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1-2.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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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개악, 연대의 확장으로 돌파하자!

윤애림 | 불안정노동팀, 파견철폐공대위 집행위원
정부·기업·언론 등이 내놓은 2001년 노사관계전망자료를 보면, 노동법 개정이 올해 '노동'을 둘러싼 핵심쟁점이 되리라는 데 분석이 일치한다. 2000년에서 넘어온 노동시간 단축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에다가, 2002년부터 허용될 복수노조의 교섭권 문제, 비정규노동자들의 분출하는 투쟁과 제도개선 요구, 2월 출범하는 금속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의 문제 등 확실히 올해의 노동관련 쟁점들은 '노동법'의 문제와 교차하는 것들이다. 또한 금융·공공·노동개혁의 시한을 2001년 2월로 정해놓은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일정도 올해 노동법 개정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하나, 이번 노동법 개정의 폭과 깊이는 1997년 노동법 개정의 수준과 맞먹는 본질적이고 광범위한 것이라는데 많은 연구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현재 공론화되는 쟁점만 보아도 노동시간·임금체계·고용·모성보호 등 근로기준법 전반과 복수노조 하에서의 교섭권 및 파업권, 단체협약의 실효성 확보 등 노동조합법 전반에 걸쳐있는 것들이다. 게다가, 실업의 일상화와 불안정노동의 양산 속에서 4대 사회보험의 개편문제도 함께 논의되고 있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제도화할 수 있는 노동관계법령의 총체적 정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올해 노동법 개정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前史로서 1996-1997년의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서의 논의와 1998년 이후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논의의 맥락을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대부분의 사안이 이미 1996년의 노개위 때부터 다루어졌던 것들일 뿐만 아니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문제나 복수노조하 교섭권문제와 같이 노동법에서 처리시한을 2001년 말까지로 정해놓고 있었던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범위를 좁혀 1999년 하반기부터의 제3기 노사정위를 둘러싼 논의들을 살펴보자. 여기에서는 일단 현재의 노동법 개정의 쟁점들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이 시기에 집중하고자 한다.


<b>2001년 노동법 개정논의의 맥락과 경과</b>

그간의 경과는 대강 3개의 국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번째, 대략 1999년 7월에서 12월까지.
이 시기는 김대중 정부가 '생산적 복지'와 '신노사문화'를 전면에 내걸고, 민주노총의 합법화 및 한국노총의 국민회의 점거농성 등을 거쳐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시기이다. 1998년 4/4분기부터 지표상 경기회복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대조적으로 빈부격차 확대와 비정규노동자의 대량양산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정치·경제·사회적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 속에서 노사정위원회는 법제화되었고 민주노총이 합법화되었다. 1999년 11월15일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논의중단을 선언한 이래 12월6일부터는 전경련 및 국민회의에서 점거농성에 돌입한다.

같은 날 민주노총도 국회앞에서 농성에 돌입하고 노동시간단축특별법 등 10대 개혁입법 제정, 공기업의 해외매각과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등을 요구하는 양대노총의 공동투쟁이 전개된다.
이처럼 양대노총의 투쟁이 전개되는 속에서 노사정위는 '공익위원안'이라는 형태로 노동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이를 기본바탕으로 하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 때 개정노조법에 들어간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문제, 복수노조하 교섭창구 단일화문제, 단체협약 실효성 확보방안 등은 현재까지도 이른바 '공익위원안'의 기본틀로 이어지게 된다.

두 번째 시기는 2000년 5월에서 10월까지의 시기이다. 이 시기에 '노동시간단축'문제가 노동법개정의 핵심으로 떠오르게 된다. 노동부장관의 기자회견(5.26), 김대중 대통령의 주5일 근무제 긍정적 검토지시(5.30), 노사정위의 연내 노동시간단축 입법추진 선언 등으로, 노동시간단축문제는 노동계의 요구에서 정부의 노동법개정안으로 쟁점이 이동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노동부장관의 기자회견 때부터 이미 노동시간단축과 노동시간·임금체계의 변동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문제가 한 묶음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점이다. 즉 5월26일의 노동부장관 기자회견에서부터 "노동시간단축과 임금·노동시간·휴일·휴가제도를 포괄적으로 묶어 개정" "업종별 기업별로 단계적 노동시간단축" 등이 노동시간단축논의의 기본틀로 상정된 것이다.

이런 흐름은 7.30 노동부의 연구용역결과인 한국노동연구원의 {근로시간 단축의 쟁점과 과제}가 발표되면서 더욱 노골화된다. 여기서는 노동시간단축의 조건으로서 업종별·규모별 단계적 단축,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지급 대신 대체휴가 부여, 주휴 무급화, 월차휴가 폐지, 생리휴가를 무급휴가로 전환, 1년 또는 6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및 재량근로시간제 대상 확대, 임금보전 문제는 노사자율로 해결 등의 정부와 자본의 '원칙'이 종합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이후 노사정위에서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10.23 노사정위의 [노동시간 단축관련 합의문]은 이런 흐름을 반영하면서 추상적 표현으로 '노사정의 합의'만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한편 이 시기동안 노사정위를 중심으로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보호대책이 논의되었다. 1999년 이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비정규노동자의 대량양산과 투쟁분출에 정부 차원의 대처가 필요했을 뿐 아니라, 2000년 7월 롯데호텔노조 파업투쟁과 파견노동자 대량해고사태와 같은 계기가 맞물리면서 급속도록 논의가 진행된다. 여기서도 노자 양측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지만 10.4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의결된 [비정형근로자보호종합대책]에서 현재의 논의지형을 살펴볼 수 있다.

원래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제출된 안은 계약직 3년까지 확대와 정규직화,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에 대해 '근로자에 준하는 자'라는 개념 적용,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4대보험 확대 등이었는데 첫번째 것은 노사 양측의 반발과 정부부처간의 이견으로 의결이 유보되었다.
이 기간동안의 노동법 개정논의는 노동계의 법제도개선요구를 수용하는 형태를 띠었지만, 내용면에서는 고용·임금·노동시간을 탄력화하려는 자본의 요구가 관철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경총, 전경련, 대한상의 등의 경제단체는 연일 반대입장을 제출하면서 정부의 노동법개정작업이 지나치게 노동측에 기울어져 있다고 공격하였다.

세번째 시기, 2000년 11월에서 현재까지이다. 11.3의 퇴출기업 발표로부터 시작하여 기업·금융·공공부문 구조조정 드라이브가 강력하게 추진되고 경제위기론이 재등장하게 되는 시기이다. 11.3의 퇴출기업발표에서부터 11.20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공무원이든 노동자든 필요하면 쓰고 필요없으면 해고해 기업의 수지를 맞춰야 한다"), 11.27 대우차노조 구조조정 합의, 11.28 재경부장관의 [공적자금제도개선안 발표](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의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 체결시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 제출 의무화) 등 정부의 구조조정 드라이브가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논의중단 선언(11.11), 양대노총의 공투위 구성과 공공부문연대투쟁 등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투쟁이 전개되었으나 전력노조의 파업철회(12.4), 철도노조의 노사정합의(12.10) 등의 계기 속에서 투쟁의 전선은 무너져갔다. 이후 금융노조와 한국통신노조의 파업투쟁이 강도높게 진행되었지만,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12.11)와 금융노조의 파업철회(12.28) 등 투쟁전선은 복구되지 못했다.
이처럼 경제위기론과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정갈등이 첨예화되는 과정에서 노동법개정논의에 대한 노동측의 요구는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 경제단체는 잇단 입장발표를 통해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를 조절하는 일체의 노동법개정논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고,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주문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제한적으로나마 개선된 내용을 담고 있었던 법개정안은 모두 유보된다. 임시·일용직 노동자를 직장국민연금으로 전환하는 계획이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보류되고(11.13) 모성보호관련 개정법률안이 환경노동위원회 상임위에서 부결된 것이다(12.7).

이런 상황에서 노사정위에서의 논의를 재개한 한국노총이 노조법 개정을 재촉하고 있고 단체협약 실효성 확보방안 등 부분적인 노사정합의(12.19)가 이루어졌지만 노동시간 단축논의는 연내입법에서 2001년 2월로 연기되었다. 그리고, 비정규노동자 관련 개정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며 정부와 자본의 개악안이 계속적으로 제출되고 있다.


<b>노동법 개정의 쟁점정리</b>

이러한 맥락을 유의하면서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제기된 쟁점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그러나 이상의 쟁점은 그야말로 노사 양측이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입장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자본은 계속 더욱더 개악된 노동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고 노동은 양보를 거듭하고 있다.

우선 자본측은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조합의 반발을 차단할 수 있는 개정안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이미 1999년 11월에 전경련은 [기업변동에 따른 노사문제 해결방안]을 발표하였는데 여기서 기업인수·합병·분사시 사용자에게 기존 노조와의 단체교섭 거부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또 2000.10.25의 경제5단체장과 경제장관들간의 간담회에서는 ▲합병시 포괄적 고용승계 의무,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제약요건 등의 정비를 통해 외자유치,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을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주5일제 근무 도입시 예상되는 기업들의 부담경감을 위해 각종 근로기준에 관한 현행 제한을 완화하는 한편 파견근로 활성화를 통한 노동유연성을 제고할 것을 요구한다.

또 이를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재량 근로시간제 적용대상 확대 ▲연장근로에 관한 사항 개선 ▲연·월차휴가제 개선 ▲근로시간·휴게·휴일 비적용범위 확대 ▲생리휴가제 폐지 ▲야업 및 휴일근로금지 완화 ▲여성근로자에 대한 시간외근로의 제한 완화 ▲근로계약기간 연장 ▲파견근로의 활성화 ▲쟁의기간 중 도급금지 철폐 등을 요구했다.
그리고 2001.1.16 노사정위에는 △기업의 인수·합병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요건을 완화 △노동위원회 제도개선 △노조의 불법 또는 부당행위 개념 도입 및 처벌규정 신설 △쟁의행위 제도 개선 △체크오프(check-off) 요건 엄격화 등을 추가의제로서 제기하였다.

이런 자본의 공세와는 대조적으로 노동측은 노동법개정 논의에서 계속 수세에 몰리고 있는데, 단적으로 이미 1999년말 공익위원안 및 정부안을 통해 단체협약 실효성 확보방안,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 등에 대해 일정한 합의가 이루어졌음에도 최근에는 한국노총이 '조속한 일괄타결'에 매달리면서 이보다 후퇴한 수준에서 잠정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b>2001년 노동법 개정의 성격과 전망</b>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2001년 노동법 개정의 이니셔티브는 정권과 자본이 가지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노동자 보호'와 같은 노동계의 투쟁요구는 현재 상황에서는 노동법 개정논의에서 거래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대표적으로 한국노총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등 일정한 성과를 얻는다면, 여타의 쟁점들은 양보할 수 있다는 의견을 계속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살펴보았듯이 이러한 '거래'의 성과는 지극히 모호한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 노사정합의나 구조조정에 관한 각종 노사정합의가 그러했던 것처럼 추상적 수준에서 '노사정 합의'라는 명분 이외에는 그 내용은 지극히 불분명한 것이거나, 심지어는 자본의 요구가 전면적으로 관철된 것들에 불과하다. 반면 노동계가 거래를 통해 내주려(!)하는 부분들은 노동자 생존권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들이거나 최소한의 보루마저 무너지는 성격을 가진 것들이다. 단적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연계되어 논의되는 임금·휴일·휴가·노동시간제도의 탄력화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함께 논의되는 복수노조에서의 교섭창구 단일화나 쟁의행위 제한의 문제, 더 나아가 기업의 일상적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개입불가 및 고용승계 불인정 등은, 향후 노자관계에서의 자본우위를 제도화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것들이다.

2000년 11-12월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전선이 붕괴한 것은 그동안의 노동법개정 논의에서 노동의 수세를 고착화시켜 버렸다. 그동안의 노동법 개정논의에서 수사적으로나마 동원되었던 '비정규노동자 보호'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 등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대신 '구조조정의 활성화' '노동유연화의 확대' '불법적 파업 및 노동조합 이기주의 타파' 등이 전면에 부각되었다.
"노사정합의를 통한 노동법개정"은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정부에 의해 계속 권장되고 있지만 정부는 이것에 집착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노사정합의를 강제하거나, 이마저 가능하지 않으면 정부의 일방적 주도 하에 관철시키는 것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은 노사정위에서의 논의에 계속 집착하지만 실제 그 실효성이란 대단히 의심스러운 것이다. 현재로서 노동법 개정의 일정과 폭을 좌우하고 있는 것은 정치권의 권력다툼과 구조조정의 일정들일 뿐이다.

현재의 상황은 사회적으로 노동운동진영을 고립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노동대중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1999-2000년의 투쟁 속에서 '노동시간 단축요구'와 '비정규직 철폐요구'는 끊임없이 충돌했다. 일자리지키기의 수세적 차원에서 제기된 노동시간 단축요구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확산 및 노동조건 저하에 대해 침묵하도록 만들었다.
2001년 정세 속에서 노동법 개정문제가 어떻게 자리매김될 것인가는 노동운동진영이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전선을 복구시켜 낼 수 있을 것인가와 노동대중 내부의 연대를 확장시켜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주제어
노동
태그
비정규직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원하청 노동기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