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3.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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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의 악순환 척결, 사립학교법의 올바른 개정으로!

이진숙 | 인천지부 회원
<b>사학재단은 현재 분규 중</b>

경제위기 논란이 채 무르익기도 전에 대학가를 강타한 등록금인상에 맞서, 대학간 연대의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두자리수를 상회하는 대학등록금의 인상률은 IMF직격탄을 맞았던 지난 2년간 잠시 유보되었을 뿐이고, 교육수혜자 논리 속에서 그리고 만연화된 시장주의논리 속에서 아무런 사회적 문제제기 없이 수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켠에서는 사학재단의 비리와 권력남용에 맞선 투쟁이 한창이다. 가깝게는 1997년 덕성여대 한상권 교수 복직투쟁이나 상문고 재단비리 투쟁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드러났던 사학재단문제가 다시금 불붙고 있는 것이다.

덕성여대의 경우, 재단이 각종 학내문제에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개입했던 전형적인 사례였다. 당시 한상권 교수를 비롯하여 교수, 학생들의 수업거부를 불사하는 투쟁으로 한상권 교수는 복직되고 이사장 박원국이 해임되는 성과를 얻어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에서의 승소 이후, 박원국 전이사장이 다시 복귀하면서 재단퇴진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 성신여대도 이와 매우 유사한 경우로 교수와 학생들의 반대로 사퇴했던 이사장이 다시 이사로 영입되면서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있었던, 인하대 김영규교수의 파면조치 역시 횡포에 가까운 재단의 권력남용이라는 측면에서 위의 사례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1월 초, 조양호 재단이사장의 징계의결요구에서 시작된 김영규교수의 파면은 불과 한달도 안되는 시간동안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는데, 그 사유에서부터 절차까지 설득력있는 대목이라고는 어느 한곳도 없다.
재단과 학교당국에서 밝히고 있는 징계의 사유는 정치·지역운동에의 가담, 총장과 재단의 명예훼손, 학교비방, 직무태만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들이 '사립학교법 제55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국가 공무원법 제 56조(신의성실임무), 제 63조(품위유지의무)에 위반한 행위이고, 사립학교법 제58조 1항 4호 면직사유에 해당하고, 동법 제 61조 1항 1호, 3호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b>인하대, 비리에 강한 대학?</b>

학교당국에서 잘 파악하고 있는 바와 같이, 아니 그 이상으로 김영규 교수는 지역내외의 운동에 헌신적으로 연대해 온 것이 사실이다. 현재에도 대우자동차대책위, 청년진보당 등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것을 포함해 진보민청 침탈사건, 인권영화제 등 각종 지역현안에 결합해왔다. 이러한 진보적 활동들에 대해 재단과 학교당국이 하는 말을 보자. 이들은 "경제현실을 도외시하고 근로자들에게 그릇된 논리를 제공하며, 향후 이러한 교수문하에서 배출된 학생을 계속 채용해야 할지 의문스러운 지경"이라는 대우자동차 사측의 공문 등을 근거로 교수의 품위를 망각하는 행위라며 매도하고 있다.

'옛날 군사정권 시절의 버릇을 못 버린 듯',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맹종하던 인간으로서 공기관에 존재가치가 없다'는 인하대 교수사회의 여론이 설득력있게 들리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총장에 대한 중간평가에도 이미 반영된 바 있었다.
김영규 교수가 인하대 교수협의회 의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인하학원과 한진과의 유착관계, 비리문제 역시도 재단 비위에 거슬렸음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현 노건일 총장이 교통부장관 재직당시 영종도 신공항건설추진 등에 있어 한진그룹에 특혜를 준 대가로 인하대 총장에 취임하였다는 사실, 인하병원이나 한진그룹의 채무를 학교부채로 전가한 의혹, 학교예산의 전용문제 등이 김영규 교수와 인하대 교협이 폭로해온 내용들이다.

이에 대해 재단과 학교당국은 각종 예결산 자료들을 동원해 적법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 총장의 장관재직경력과 조양호 이사장의 탈세혐의로 인한 기소경력만 헤아려도 진실은 이미 드러나고 남는다.
재단과 학교당국의 입장에서 볼 때, 김영규 교수의 무엇보다 큰 '해교행위'는 노건일 총장에 대한 중간평가에 있었을 것이다. 1998년 취임 이후, 노건일 총장은 취임배경, 각료시절의 업적, 교육자로서의 자질 등 각종 구설수에 시달렸고 독단적이고 비민주적인 학사운영과 대학 구조조정으로 학생과 교수사회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2000년 10월경 진행된 교협의 총장 중간평가는, 인하학원 전체를 포괄하는 대중적인 작업은 아니더라도 가뜩이나 협소한 노건일 총장의 학내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 여지가 충분했다. 그 결과 역시 예상했던 대로 '교육을 모르는 무지로 인해 대학교의 공무원 조직화로 인하여 대학교육의 정상적인 발전을 역행하는 제도와 사건들이 연속', '관료의 폐해적 습성으로 야비하고 기만적인 방식으로 전시적 효과만을 목표로 하여 학교를 독재적으로 운영'이라는 진단과 함께 100점 만점에 17점이라는, F학점에도 한참 미달인 평가를 받았다.

이번 김영규 교수 파면사태을 보면서, 최근 몇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각 대학마다의 특성화·전문화 가운데 모 대학에서 기치로 내건 '진보대학'이라는 이름의 무색함이 불현듯 떠오른다. 그 대학 역시도 한때 학사행정 개입을 빌미로 한 과도한 학생징계문제로 교수단식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고 지금도 모집단위 광역화 문제로 바람잘 날 없으니, '진보대학'이라는 포장지에 연연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기도 하다. 김영규 교수 파면사태를 통해 '비리에 강한 대학', 인하대의 진면모는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b>문제는 사립학교법이다.</b>

김영규 교수의 파면사례만 보아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학내문제에 대한 재단의 부당한 개입과 간섭이 '사립학교법'에 의해 정당화된다는 사실이다. 기실 정당화된다기보다 사립학교법의 존재 자체가 사학 구성원들의 자율성 보장과 사학발전과는 거리가 한참 먼, 사학재단만을 위한 것이다. 인하대의 경우만 보더라도 애초에 여기서 노건일 총장과 교협측 갈등이 시작되었다. '재단이사회의 의결을 거처 이사장이 임명'한다는 총장임명권에 대한 사립학교법상의 규정 때문이었던 것이다. 노동법 개악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현 임시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을 비롯한 교육3법(사립학교법, 고등교육법, 초중등교육법)을 개악하려는 이미 '예고된' 시도에 맞서 사학구성원들을 비롯한 진보적 교육단체들의 대응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1963년에 제정되어 수차례 개정과정을 밟아온 사립학교법은 그 존재부터가 기형적인 한국의 교육제도와 교육정책을 반영한다. 중등교육 40%, 전문대 96%, 일반대학 77%에 이르는 사립학교의 수치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그 유래가 없다.
한국에 이렇듯 많은 사립학교가 존재하는 것은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요구되는 교육기관의 상당수를 국가가 민간에 떠넘기는 형태로 해결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사학은 애초부터 공교육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라 할 수 있고 사학에 대한 국가적 책임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민간에 의존한 국가의 책임은 사업확장하듯이 사학을 설립하는 사학재단들과의 공조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방기되어 왔다.

이 과정이 사립학교법이라는 제도를 통해 합법적 영역에서 더욱 공고화되어온 것이다. 사립학교법에 의해 보호되는 재단은 재단전입금 한푼도 내지 않고 인사권, 예결산권 등 각종 권한을 움켜쥐고 부당인사, 예산전용 등의 온갖 부정을 거침없이 저질러 왔다. 결국 사학분규의 갈등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고 국가의 교육에 대한 공적책임을 강제하고, 본래의 공교육 취지에 맞는 사학발전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 그것이 사립학교법의 올바른 개정인 것이다.

<b>공교육의 위상을 제도화 할 수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b>

많은 진보적 교육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듯이 무엇보다 사립학교의 공공성이, 이를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제도들과 함께 법제화되어야 한다. 기간 사립학교법이 제개정될 때마다 교육당국은 '사학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이것이 '사학재단의 자율성 보장'으로 적용·해석되어 왔다. 실제로 많은 사학들이 재단전입금도 제대로 충당하지 않으면서 내 재산 내 맘대로 한다'는 막가파식 발언도 서슴지 않았는데, 그 이면에는 이사회 장악을 통해 사학의 족벌세습을 정당화하는 사립학교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사장의 측근들로 채워진 이사회는 교장 임명이나 이사 선임 등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왔으며, 이는 덕성여대와 인하대의 사례를 통해 잘 드러난다. 이러한 재단의 횡포를 막고 사학의 공공성을 획득하기 위하여 공익이사제도의 도입, 친인척 이사선임의 공익법인 수준(대략 5/1선)으로의 제한 등의 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
또한 학내구성원들의 학교운영에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의 법제화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이다. 대학마다 학기초 벌어지는 등록금 투쟁에서도 이는 빠지지 않는 이슈인데,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기구화, 교수·학생·직원단체의 법적기구화 등을 통해 밀실에서 행해지는 이사회 회의내용을 공개하도록 하고 예결산 심의 등을 정식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학재단의 부정과 부패를 근본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방안과 이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 사학의 사유재산화, 이사회의 권력남용 등이 사학의 구성원들에게 입히는 피해는, 대부분 재단의 부정과 비리를 제어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덕성여대나 성신여대의 경우처럼 사학비리로 처벌을 받은 당사자가 일정기간이 지난 후 학교로 다시 복귀하는 데에 아무런 법적 제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복귀 후 인사권을 휘둘러 자신의 처벌에 동참했던 학내 민주세력을 또다시 탄압하여 비리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 교원임용의 공개화, 사학비리 당사자에 대한 처벌규정의 강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처벌받은 당사자가 다시 학교로 복귀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이에 덧붙여 교육부·교육청의 사학재단에 대한 감독과 감시를 일상적으로 강화하는 것과 이것이 또 다른 유착관계로 발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민·학부모차원의 감시제도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b>사학비리척결, 지역운동간의 연대로</b>

이번 김영규 교수에 대한 파면조치를 대하면서 한편으로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파면의 주된 사유 때문이다. 김영규 교수가 지역운동에 다방면으로 결합해왔다는 게 파면당한 주요 근거였던 것이다. 한상권 교수문제를 대표로, 과거부터 많은 사학재단들이 보여왔던 교수징계의 비중있는 사유가 진보적 정치활동에 있어왔음을 고려한다면, 이것이 그저 명분에 불과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인하대 재단과 학교당국의 인식은 지역운동의 정당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그들의 표현을 빌자면 그야말로 '해당행위'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는 교육법 개악국면을 맞아 올바른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고 사학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획득하는 일이 진보운동의 갈 길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제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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