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8.7-8.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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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위기와 이명박정부의 선택

임필수 | 정책위원장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세계적 신용경색으로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또한 2008년 6월 현재 서부텍사스중질유가 140달러 대에 이르렀다. 석유수출국기구나 골드만삭스는 올해 내에 유가가 2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한 경제연구소는 유가가 200달러 대에 이르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4.9%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바이유 가격이 100달러 수준이라고 가정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4.7%라고 할 때 석유가격이 200달러 대로 오르면 한국경제는 1980년 당시 2차 오일쇼크 때처럼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다는 뜻이다. 석유뿐만 아니라 철광석, 구리, 소맥과 같은 원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달러화 약세와 국제 금융불안으로 인해 원자재에 대한 투기가 확대되는 것도 유가, 원자재가 급등의 심각한 원인의 하나다.
이미 2008년 상반기 한국은 경상수지 적자로 돌아섰다. 2008년 1/4분기 수출은 2007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5% 증가했지만,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품수지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는 대략 80-90억 달러에 이를 것이다. 또한 2007년 11월 이후 6개월 연속으로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중기 인플레이션 목표 2.5%-3.5%를 넘어섰다. 2008년 4월에는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가 2007년 4월 대비 5.1% 상승했다. 하반기에는 정부가 가격인상을 억제했던 전기료,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도 인상될 전망이다.
한국은 박정희 시대 이후로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기반을 둔 대외의존적 수출지향공업화를 채택했다. 1960년대 초반부터 자본과 기술을 선진국으로부터 도입하고 원자재와 자본재를 수입하여 이를 조립가공한 후 완제품을 선진국에 수출하는 방식의 공업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무역규모는 급신장했고 경제의 무역의존도도 급속히 심화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경공업중심에서 중화학공업, 정보통신산업 등으로 수출산업의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의 경제구조는 유가인상과 같은 교역조건의 악화나 환율과 금리의 변화에 지극히 취약하다. 고유가가 지속되고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된다면 이는 국제 금융투기자본의 급속한 이탈과 외환위기를 낳을 수도 있다.
나아가 유가를 비롯한 물가상승, 실업으로 인한 고통은 노동자, 빈민에게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소득 대비 광열비, 교통비 지출 비중은 저소득층(하위 20%)이 고소득층(상위 20%)에 비해 두 배가량 크다. 즉 유가가 상승하면 가난한 사람일수록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게 된다. 최근까지 파업을 전개했던 화물연대는 “4대 정유사들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지만, 독과점과 가격담합에 따른 제제는 미약하다”며 “원가공개, 담합행위근절 등 제제를 강화하고, 독과점 이익의 사회환원 등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며, 국영정유사 추진 등 에너지 가격결정에 정부가 적극 개입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실업 문제도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실업률은 지난 2월 3.5%를 기록한 이후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중이 체감하는 현실과 너무나 큰 격차를 보여준다. 취업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했지만 실업률 지표는 현재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실업자만을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만약 취업준비자와 구직단념자, 비자발적 단시간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다면 실업률은 14.1%로 추산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촛불집회가 전혀 가라앉을 기색이 없고 민주노총이 ‘광우병 쇠고기 전면재협상, 물 전기 가스 철도 교육 의료 언론 시장화, 사유화 정책 폐기, 기름값 물가폭등에 대한 실질적 대책 수립’ 등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하려 하자 이명박정부는 경찰폭력과 흑색선전을 통한 강경진압 태세에 돌입했다. 이는 한국경제가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매우 위태로운 징조다. 경제위기라는 객관적 조건에 따라 민중투쟁이 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연 이명박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회운동 7-8월호는 촛불집회로 촉발된 현 정세를 진단하고 우리 운동의 과제를 전망하는 글들을 묶은 특집을 마련했다. 또한 세계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다룬 5-6월호 특집에 이어 경제위기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에너지, 생태 위기를 다루는 특집도 준비했다. 촛불집회로 인해 더욱 부각된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이나 의료민영화의 문제를 분석하는 기사도 실었다. 지난 4.19 총선에서 핵심 공약으로 부상했던 서울시의 뉴타운과 도시개발 정책이 도시 빈곤층에게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사와 6월 27일 북한 영변 핵시설인 냉각탑 폭파 행사 이후 6자회담과 동아시아 비핵화 전망을 분석하는 기사도 담았다. 향후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 가능성과 고물가, 고실업이라는 민중의 고통은 이명박정부가 더더군다나 감내할 수 없는 국면을 야기할 수 있다. 이번 기관지가 현실 정세와 우리 운동의 임무를 인식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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