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8.11-12.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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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운동에 관한 의견

임월산 | 이주노조 국제연대차장
나는 최근 민주노총 간부들과 마숨 이주노조 전 사무국장, 이주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과 함께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차 이주와 개발에 관한 국제포럼(GFMD)>에 참가했다. GFMD는 WTO와 같은 정부 간 기구로, 이주 정책을 논의한다. 그렇지만 구속력 있는 합의를 도출하지는 않는다. 이 기구는 2006년 UN 내에서 열린 ‘국제 이주와 개발에 관한 고위급 회담’을 통해 조직되었다. 그러나 2007년 브뤼셀에서 1차 GFMD가 개최될 당시 각 국 정부가 참여하면서 UN의 틀을 벗어나게 되었다. GFMD는 이렇듯 UN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고, 단기 방문자 프로그램, 송금이익, 이주로 인한 ‘부정적 효과(예컨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GFMD의 주요 의제가 인간의 생존과 존엄을 대가로 정부와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며, 따라서 국내적, 국제적 영역에서 광범위한 신자유주의적 조류와 일치하는 흐름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UN 고위급회담 시절에 뉴욕에서 개최된 대응행사를 시작으로 GFMD에 비판적으로 개입해왔고 브뤼셀에서도 비슷한 활동을 계속했다. 그러나 올해 열린 포럼은 시민사회단체, 특히 노동조합의 참여가 획기적으로 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0월 22일부터 30일 사이에 마닐라에서 세 가지 대응행사가 개최되었다. 이틀간 열린 국제산별연맹(Global Union Federations, GUFs) 주최 회의, 세계이주민권리(Migrants’ Rights International)와 국제 NGO들이 ‘이주와 개발, 인권에 관한 국제 민중행동’이라는 이름하에 주최한 여러 행사, 최근 결성된 세계이주민연대(International Migrants Alliance- 풀뿌리 이주민 단체들과 노조 연대체인데 국제적인 필리핀 단체인 Migrante International이 주도적인 역할을 함) 주최로 열린 사흘간의 ‘이주민과 난민의 세계대회’가 각각 개최되었다.
세 그룹은 GFMD 논의에서 인권에 기초한 담론이 중심이 되도록 비판적 개입을 해야 한다는 입장부터 GFMD의 신자유주의적 지향을 고려하여 전면적으로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GFMD에 대한 각기 다른 입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세 그룹 모두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이주노동자의 필요에 복무했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제안했다.
민주노총 참가단은 마닐라에 가기 전 GFMD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마련하지 못했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서로 갈등적인 의제를 지니고 있는 세 행사에 모두 참여했다. 때로는 우리 참가단의 활동 초점이 명확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마닐라에서 이주정책의 세계적 흐름과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노력을 배우는 중요한 기회를 가졌고,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상황을 평가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신자유주의, 이주관리, 가중되는 탄압

GFMD는 세계 각국에서 이주, 이주 ‘관리’ 방법, 이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들이 중심적인 이슈가 된 상황에서 개시되었다. 미국의 이민과 난민권리를 위한 전국네트워크(National Network for Immigrant and Refugee Rights, NNIRR)에서 활동하는 콜린 라자(Colin Rajah)는 24일 개막식 연설에서 이러한 경향을 빈틈없이 묘사했다. 그는 현재 이민정책이 기업의 이윤을 목표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무역정책과 노동정책의 세계적인 강화라는 맥락 안에서 수립되고 있으며 각 국 정부들은 자본의 국경 간 이동의 자유화와 노동 유연화를 통해 이런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국가의 이민정책은 고급기술과 자본을 가져오는 이민자들에게는 국경을 개방하면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력으로서 착취당할 이들을 단기적으로 순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주민을 보내는 국가의 이민정책은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계획을 대체하는 노동력 수출 정책이다.
GFMD의 핵심 목표 중의 하나인 성공적인 ‘이주 관리’가 바로 이런 정책이다. 물론 그 이면에서는 미등록 이주민을 범죄자 취급하고 추방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미등록 이주민들이 신분증 절도 혐의로 형사 기소되어 수감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민자 단속임무를 지닌 무장한 민간부대 RELA가 무차별적인 체포, 고문, 강간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최근 2010년까지 ‘불법체류자’를 추방할 것을 목표로 그 기준을 유럽차원에서 설정한 법(Directive on Return)을 통과시켰다.
불행히도 이명박 정부는 고도의 기술과 자본을 지닌 외국인을 유인하면서 동시에 미숙련 이주노동자를 극심하게 통제하고 착취하여 위에서 언급한 국제적 경향에 발을 맞추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개선 방안’에 잘 드러나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계획은 이 방안을 2009년 봄까지 이행한다는 것인데, 정부는 출입국관리법과 외국인근로자 고용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 최저임금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미숙련 외국인 노동력 수입의 ‘합리화’를 외치며 노동자에게 (기숙사비와 식대와 같은) 비용을 더 부담시킴으로써 외국인을 고용하는 사업주들의 비용을 덜어주려고 한다. 또한 심지어 현재 전체 이주노동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 숫자를 5년 내에 체류 외국인의 10%로 줄일 것을 목표로 더욱 강력한 합동단속을 하겠다고 한다.
이 방안은 야만적이다. 그 실질적인 의미는 지난 11월 12일 아침 마석에서 발생한 사건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전경과 법무부 차량이 마석 성생가구공단의 출입구를 차단하고 대규모 단속을 자행하여 100명 이상이 연행되고 수 명이 부상당한 것이다.
한국과 전 세계에서 이러한 암울한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GFMD 대응행사들은 실질적인 자극을 주었다. 이주민 관련 단체들이 이토록 큰 규모로 세계적으로 결집하여 경험을 공유하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집단적으로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국제산별연맹이 정책개입에서부터 조직화 방식에 이르는 주제들을 다룬 이틀간의 회의를 주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세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주노동자의 노조 결성권과 가입권이 커다란 주목을 받았고, 이주노조와 이주노조 합법화에 관한 대법원 소송이 결사의 자유권을 위한 미등록이주노동자의 투쟁의 중요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주노조가 지도부에 대한 표적단속의 영향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을 때, 우리 투쟁의 상징적 의미에 대한 인식과 국제적 수준의 연대는 힘을 주었고 국내에서 우리 투쟁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이렇듯 이주노동자 운동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는 늘어나고 있지만 불행히도 우리 지도부에 대한 표적단속과 현재의 광범위한 합동단속 때문에 이주노조는 약화되었다. 단속추방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힘들어졌고 이에 따라 노조와 기층 조합원의 접촉이 어려워져 조합원의 활동은 감소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세워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또한 단속에 반대하는 뜻을 강력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들과 연대하는 사회운동 단체들의 역량은 작고, 민주노총과 조직 노동자들은 항상 그렇듯이 이주노동자 투쟁을 중심 이슈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하나 : 전진을 위한 몇 가지 실천 과제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강제단속에 대해 이주관련 단체들과 사회운동 연대단체들은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단속 감시와 같은 현장 활동에 더 많은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민주노총과 산하 노조들이 정책적 개입 수준부터 현장 활동 수준까지 강제단속에 대항해 함께 싸우고 활동한다면 저항하는 우리의 힘이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해 왔지만 다시 한번 다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민주노총과 조직된 노동자운동이 이주노동자를 한국노동자로 인식하고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스스로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GFMD 대응행사들에서 명백히 드러난 것처럼 이명박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강력하게 탄압하는 것은 세계적인 이민정책 흐름의 일부이다. 동시에 국내적으로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노동자와 진보세력 전반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탄압의 일부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노총은 GFMD 대응 행사에 참가함으로써 크지는 않지만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특히 참가자들은 여기서 제기된 이슈에 대해 직접 성실하게 개입하고자 노력했다. 민주노총 중앙지도부와 산별노조, 지역본부 간부들이 이주노조와 이주노조의 밀접한 연대단위와 함께 이주노동자 관련 활동을 전개한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각기 다른 조직에 속하여 다양한 관점을 가진 경험 많은 활동가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유용한 경험이었다. 한 주 동안 참가단 내부 논의를 진행할 기회가 많았는데 이 때마다 민주노총 내에 이주노동자 관련 활동을 계획하고 조정하는 ‘이주노동자 특별위원회’와 같은 구조를 둘 것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주노조의 상황은 특위나 내부 소통구조가 설립되기를 기다리느라 한국 노동조합들과 협력을 미룰 만큼 여유롭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이주노동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산별노조, 지역본부와 어디서 협력이 가능한지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아마 우리가 구체적인 논의와 활동을 시작한다면 이것이 민주노총의 중앙지도부를 움직이는 동력이 될 것이다.
단속 추방에 대항하는 투쟁과 이주노동자 조직화도 마찬가지다. 특히 조직화에 대해 더 언급하고 싶은데, 단속 때문에 조직화가 더 어려워지므로 단속을 비판하는 활동에 더 많은 역량을 투여해야 한다는 정치적인 필요성 때문에 조직화를 우선순위에서 제쳐두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이런 이유로 조직화를 후순위에 둘 것이 아니라 조직화의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여러 산별노조와 지부, 지역본부와 논의를 통해 이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표적단속의 결과로 우리의 역량이 약화된 것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다시 말해 이주노조(그리고 연대단체들이)가 한국 노조들이 이주노동자를 조합원으로 조직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더불어 양자가 전략 지역과 특정 사업장에서 공동 조직화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을 할 때 반드시 조직화가 단순한 조합원 모집이 아니며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님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조직화는 또한 지도력을 개발하는 것이고 항상적인 주의와 관심을 요한다. 매우 기본적인 수준에서 조직화와 지도력 개발이란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인데, 이는 다른 일상 활동에 비해 더 큰 고민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복합적인 과제다.
마닐라에서 향후 과제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이는 지난 6월에 네팔에서 추방당한 이주노조와 평등노조이주지부 전 지도부들과의 회의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우리 간부들 및 한국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다른 이주노동자들이 돌아가서 본국 사회에서 새로운 활동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 본국의 시야에서 이주문제를 고민할 기회를 제공해주며 우리 활동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리핀에서 카사마코(한국 이주노동자운동에서 적극적인 필리핀공동체 연합단체) 이전 회원들은 아로요 정부의 노동력 수출정책에 반대하고 다른 나라에서 돌아온 이주민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운동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이 네팔과 방글라데시에 돌아가서 일자리와 기회 창출을 통해 이주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지역 교육과 개발에 관한 장기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이 동지들 중 일부는 네팔노총(GEFONT) 이주노동자 부서에서 활동하고 있고, 한국으로 이주해오려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출국 전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방글라데시 동지들과 논의하고 있다.
이주노조와 한국 이주노동자운동이 이 동지들의 활동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주노동자들의 본국에서 막 시작된 사회적 변화를 위한 노력과 한국에서의 조직화 양자에 대해 협력하여 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가 한국에서의 이주민 권리에 대해서만 집중하여 진행한 협소한 분석을 본국의 실업, 저발전, 사회적 불안정, 그리고 이주를 발생시키는 나라간 불평등에 대한 분석으로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맺을까 한다. 나는 얼마 후 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당분간은 이 글이 『사회운동』에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탄압이 맹렬하고 운동역량이 부족하며 앞날이 불투명한 어려운 시기에, 좋든 나쁘든 지난 2년 반 넘게 집과 같았던 이주노조와 사회진보연대, 한국운동을 떠나게 되어 더욱 안타깝다. 나는 이번 호와 지난 호에서 한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얻은 몇 가지 생각과 뉴욕 유색인 운동에서 훈련받은 활동가로서의 고유한 관점을 바탕으로 발언하고자 했다. 이 글들은 내가 한국을 떠나면서 남기는 마지막 당부라기보다는 오히려 동지들이 나에게 준 기회를 빌려 평소에 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이다. 이주, 이민정책, 이주노동자 조직화, 운동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논의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쉽지 않았는데, 이 글들을 통해 한마디 보탠 셈이다. 아니 그 이상이길 바란다. 이러한 논의가 지속되면서 관심 있는 당사자들을 더욱 더 포괄했으면 하는 기대와 믿음을 말하면서 마치고자 한다. 한국에서 지낸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동지들이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 중에는 현재 네팔, 방글라데시, 필리핀으로 떠난 동지들도 있다. 이들이 크나큰 어려움 속에서도 힘을 유지하고 이와 같은 논의를 새로운 조직화 방식과 새로운 투쟁으로 전화해 낼 것이라고 믿는다.
주제어
노동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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