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9.1-2.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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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세력, 전교조를 정조준하다

이현수 | 교사
일제고사와 교육감 선거

일제고사와 교육감 선거, 그리고 연이은 단체협약 파기로 인해 다시금 전교조가 화두에 올랐다. 학부모에게 편지를 통해 일제고사를 선택할 권리를 안내한 교사들 중 서울지역 7명이 파면과 해임의 시련을 겪고 있고, 강원지역에서도 4명의 교사에 대한 징계가 진행되었다. 편지를 통해 이 사실을 안내한 교사가 11명만이 있는 것은 아닐 텐데, 교육청이나 학교 관리자의 표적 징계로 인해 11명의 동료 조합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끝나고 주경복 선본에 대한 징벌성 수사가 세간의 도마에 올랐다. 전교조가 지지후보로 결정했고,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아 교사들이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대여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반면, 교장 등의 후원금과 학원 계통에서 흘러든 공정택 현 교육감의 선거자금에 대해 검찰은 문제삼지 않았다. 대부분이 언론이 주경복 후보 공정택 교육감을 동시에 기소했다고 보도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주경복 선본에서는 상당수의 전교조 조합원이 기소되었지만, 공정택 교육감 측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정택 교육감이 무죄 또는 거의 무죄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파기한다고 해도 언론지상에 오르내리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청이 단체협약을 파기한 것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단체협약은 교사에게도 직접적인 사안이지만,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시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사태는 이명박 교육정책을 전면화하기 위한 단체협약 파기이기 때문에 일제고사 거부, 주경복 선본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궤를 같이 한다.
정권은 전교조를 탄압하면서 조합원과 지도부, 지향이 다른 활동가를 분리시키고, 전교조 활동을 위축시키려 하고 있다. 실제로 페이퍼 조합원의 일부는 이명박 정부가 전교조를 정조준하는 것이 분명해지자 전교조에서 탈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전교조에 희망을 발견한 젊은 교사들이 가입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전교조와 사회단체가 현 사태에 어떤 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일련의 사태로 미루어 봤을 때 보수세력, 특히 이명박 정부가 전교조를 굉장히 싫어하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보수세력의 전교조 혐오증은 굉장히 오래된 것이다, 그리고 사회에 대한 그들 나름의 통찰을 기초로 한다. 현재 전교조 탄압에 대한 진보진영의 인식이 넓어져야만 이번 사태의 전말을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보수세력은 왜 전교조를 싫어하는가?

전교조는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유산
일부 매체는 전교조에 대해 이념의 과잉, 과격한 실천 때문에 비난받는다고 하지만 이런 분석은 그리 유효하지 않다. 전교조가 사회로부터 주목받은 것은 1989년 결성을 전후한 시기, 그리고 1998년 합법화 시기였다. 그 이후 전교조가 제기한 사회적 이슈가 바로 ‘네이스와 정보인권’이었다. 그런데 네이스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부터 전교조에 대한 보수세력의 비난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네이스는 학교 울타리를 넘어 사회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슈의 사회화라는 측면에서 전교조는 새로운 장을 펼쳐보였다.
보수세력은 네이스 사태를 계기로 전교조가 갖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간파했다. 이들은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진보적인 인식을 전교조가 학교에서 활동해서 만들어낸 분위기라고 판단한다. 물론 이런 판단은 전교조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지향은 전교조 조합원이 학교에서 진보적인 생각을 전파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시대의 변화를 읽었기 때문이다.
보수세력이 전교조에 혐오 수준의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전교조라는 조직 자체가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한국 보수세력은 군부독재에 동참하거나 지지, 묵인했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들에게 전교조 결성은 자신들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는 상징성을 갖는 사건이었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한국 보수세력은 전교조를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풍토 간직
최근 민주노조가 민주적 풍토와 단결, 연대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일부 노조는 더 이상 민주노조라고 부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경우도 있다. 그래서 노동운동 내부에서 혁신을 주창하는 세력이 더욱 늘어나는 분위기이다.
전교조 역시 비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내부에 정파 갈등이 상존하고, 조합원이 고령화하면서 활동력이 저하되고 있다. 더군다나 정규직 교사로만 구성된 노조이기 때문에 사회의 아픔을 절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는 민주노조 중에서도 비교적 건강한 풍토를 간직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내부에 이견이 존재하지만, 비상식적인 행동이나 발언을 규제할 만큼의 건강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파 간의 경쟁은 조직의 관료화와 부패를 막는 순작용을 하고 있다. 조퇴와 연가 사용이 어려운 교사라는 신분제약 때문에 집회 참여율은 낮지만 비정규직 투쟁이나 사회현안 기금도 잘 조성된다. 임금을 갖고 중앙정부와 협상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집단이기주의 세력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조합원은 상대적인 자율성을 가진 신분
전교조의 조합원은 교사이고, 교사는 국가직 공무원이다. 즉 전교조는 다른 전국단위 공무원노조처럼 중앙정부와 단체협상을 한다. 물론 임용권이 시도교육감에게 있고, 초중등교육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은 시도교육청이 갖고 있지만 법률상 중앙정부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 많다. 또한 교원노조는 법률(교원노조법)상 교육정책이 단체협상의 대상이 아니지만, 교육정책의 대부분이 노동자(혹은 조합원)의 처우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논의하지 않으면 논의할 것이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교사는 다른 공무원에 비해 굉장히 높은 자율성을 갖고 있다. 보수세력은 이러한 자율성을 ‘좌파적 사고를 주입하는 기제’라고 판단하고 히스테리 반응을 보인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활동가층
대부분의 노조에서 활동가층이 엷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점은 전교조도 예외는 아니다. 전교조 1세대는 대부분 원로가 되었고, 합법화 이후 가입한 2세대의 활동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교조에는 많은 활동가들이 존재한다. 전교조 내 각 정파에 가입되어 활동하고 있는 조합원이 1천 명 이상은 될 것이라는 비공식적인 이야기도 있다. 전교조 역시 지회, 분회 대표(지회장, 분회장) 선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상당히 많은 활동가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거꾸로 보면 보수세력의 입장에서 전교조 활동가층이 두텁다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십여년 동안 비합법 시절을 겪었고, 합법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탄압을 받은 노조에 활동가들이 두텁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 일제고사 사태로 징계를 받은 교사 중 일부는 열혈 조합원도 아니다. 그렇다보니 보수세력의 입장에서 전교조 조합원은 열혈 조합원이든, 페이퍼 조합원이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징계 그 이후

촛불과 함께 한 아이콘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스타로 떠오른 조직은 단연 전국언론노동조합이다. 보수언론과 재벌이 방송사를 사실상 소유할 수 있도록 방송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파업으로 일단 유보시켰다. 언론노조 MBC 본부를 중심으로 이뤄진 이번 파업은 전국민의 관심을 모으면서 날치기 통과를 막아냈다. 2009년 1월 중순 현재, 언론노조는 현직으로 복귀했지만 언제든지 다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에 이어 주목받은 조직으로는 전교조를 꼽을 수 있다. 촛불정국에서 수많은 청소년이 촛불소녀를 들고 ‘이명박 교육정책 반대’를 외쳤다. 그 당시 전교조는 ‘이명박 교육정책 반대’의 상징적인 조직이었다. 2008년 상반기의 일제고사가 시범적으로 운영된 것이라면, 하반기는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촛불 당시 광장에 섰던 다수의 청소년, 사회단체가 전교조의 일제고사 저지투쟁에 동참했다. 서울시 교육청 앞 농성장은 제2의 광화문 앞 사거리이다. 그래서 전교조는 여전히 촛불이다.

일제고사의 귀환
촛불이 끝나고 미네르바도 구속되었으며 전교조에 대한 탄압도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또 다시 일제고사가 최소 3회 이상 추진되고, 이를 거부할 경우 보다 단호한 응징이 기다리고 있다. 일제고사는 더 이상 교육과학기술부에 의해서만 추진되지 않는다. 법적 권한이 없는 시도교육청에서도 일제고사를 흉내낸다. 실제로 지난 12월 23일에는 교육부가 아닌 전국 시도교육청이 연합해서 일제고사를 실시했다. 이미 서울지역에서 7명의 교사가 파면 또는 해임되고, 강원에서는 4명의 교사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황이라 12월 23일 전교조의 대응이 주목을 받았다. 전국적으로 꽤 많은 학생들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고, 전북지역에서는 교육청 차원에서 불참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기도 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해당학교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서 혹은 문책이 두려워서 일제고사 거부를 보고하지 않기도 했다. 그 결과 공식적인 일제고사 거부자는 실제와 꽤 많은 차이를 드러냈다.
일제고사 선택권을 안내한 교사가 징계되자 전교조는 물론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했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조직했던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시민모임’(http://happyedu.jinbo.net)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곧이어 촛불투쟁의 성과로 활동력이 증대된 서울사회공공성연대회의가 촛불집회를 진행하는 등 일제고사 징계사태는 교사사회를 넘어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더군다나 2009년 초부터 일제고사가 강행될 예정이라 또 다시 징계자가 다수 발생할 여지가 크다. 그렇다고 현 시점에서 전교조가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 현 시점에서 후퇴는 앞으로 4년 동안 암흑의 시기를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무리를 대신하며
주경복 선본 사건으로 송원재 전 서울지부장과 해직자로 전교조를 휴직하고 선거운동본부 활동을 도왔던 이을재 선생 등 전교조 조합원 2명이 구속되었다. 다수의 해직자가 나왔고, 농성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의 탄압은 확실히 전교조를 정조준하고 있다. 문제는 전교조가 여기서 후퇴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2, 제3의 탄압 목표가 자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교조 탄압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과정에서 등장한 하나의 부산물일 뿐, 최종적 목표가 아니다.
탄압에 위축되지 않는다면, 현재 탄압은 내부를 공고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조합원에 대한 최소한의 신의를 지켜간다면 탄압 속에서도 조직을 지킨 경험은 훗날 더 큰 결실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더불어 전교조 탄압에 맞서 다양한 사회단체가 연대했듯, 전교조도 이와 같은 경험을 살릴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구속, 수배, 손해배상 가압류, 때론 협박 등 다양한 형태의 위협에 맞서는 이들을 돌아볼 기회를 갖자. 최소한 그런 탄압보다 명백하게 보수세력이 잘못한 일제고사 문제는 지금 상대하기 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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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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