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9.5-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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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위기와 이주노동자 운동

정영찬 |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사무국장
들어가며


세계 경제위기에 직면한 한국경제에서 이주노동자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위기의 파급효과가 이주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1998년 한국의 외환위기 시절에 국내에는 약 20만 명의 외국인이 체류하고 있었다(1998년 등록 외국인 168,950명, 미등록 29,220 명). 반면 2009년 현재 국내체류 외국인은 110만 명으로 그중 70만 명 이상이 이주노동자로서 노동을 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전체 취업자의 3%, 임금노동자의 4.4%를 차지하고 전체 생산 및 단순인력의 8.6%에 달한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의 80%가 경제위기의 여파가 직접적으로 몰아치는 30인 미만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며 대부분 한국의 취약계층에 머물러 있다.
1986-88년 3저 호황으로 한국의 재벌체제는 한층 강화되었고 극단적 과잉축적과 과잉투자를 통해 이윤율 저하를 이윤량 확대로 보상 받고자 했다. 3저 호황의 여세와 부동산 호황으로 재벌체제는 호시절을 누렸지만 1997-98년의 불황과 공황이 발생하자 그 책임과 고통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하였다. 금융기관과 기업의 인위적 퇴출, 7대 사업구조조정, 공공부문 구조조정으로 고용 인력의 20~30%가 감축 되었고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도입을 위한 노동법 개악이 진행되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정부가 보여준 위기극복 방식은 사회 취약층과 저소득층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특성을 보여주었다. 사회적 힘 관계가 후퇴하고 노동자계급 단결의식이 침체할 경우 경제위기시 급증하는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는 쉽지 않은 과제다. 이러한 문제에 근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의 이주노동자 문제는 세계적 수준의 이주노동자 문제의 연장선에서 접근하며 장기적인 해결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문제는 그동안 개별 국가 차원의 특수한 경제적 이해와 사회적 관계 속에서만 판단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는 국내법 우선을 고수함으로 인해 한국에서 비준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사회권규약, A규약, 1990.4. 10.),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1978.12.5.) 등이 명시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 금지, 노동권 보장,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의 국제적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정부는 내국인과 동일한 노동권이 아닌 이주노동자의 한정적이고 제한된 ‘노동할 권리’만을 보장하는 형태로 강력한 이주노동자 통제 정책을 행해 왔다. 이는 이주노동자가 국내 노동자와 다른 노동자 혹은 특수한 노동력이라고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을 조장하였다. 정부와 보수 세력은 미등록이주노동자를 불법체류자로 규정하고 범죄자 취급하고 있으며 이들의 노동권과 합법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종교적 이타적 감정으로 치부하고 있다. 이러한 왜곡된 시각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편협한 국수주의나 외국인 혐오증과 같은 우경적 인식과 맞물려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정권과 자본에 의해 노동자계급 전반을 공격하는 도구로 손쉽게 악용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첫째, 경제위기는 한국 사회의 상당 규모를 차지하는 이주노동자 취약계층에게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둘째,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 문제는 공론화되기 어렵고 특히 노동자계급이 분할될 경우 근본적 원인에 대한 해결 지점이 모색되기 어려워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적절한 인식을 결여할 경우 사회 우경화 경향과 맞물려 우발적 상황이 초래되기도 하며 정부와 자본은 종종 이것을 통해 노동자의 분열을 꾀한다.
이글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정부와 자본의 직접적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단순기술인력 이주노동자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우선 세계적인 이주노동자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 내 이주노동자의 실상을 고발한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반 이주노동자적 선동과 정책의 위험성을 비판하고 나아가 이주노동자운동의 중장기적 전망을 밝히고자 한다.

세계 각국 이민정책 변화

이주노동자 유입에 있어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럽과 이민자의 국가인 미국 같은 경우 이주노동에 대한 접근 방식은 기본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노동력의 질적 구분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즉 전문기술 인력의 적극적 유치와 단순기술 노동력에 대한 통제와 배제로 구분된다. 단순기술 인력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자국 내 정착을 막기 위해 이주민가족의 입국에 대해서도 철저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인 이주노동이 급증하면서 더 나은 노동조건을 찾아 이동하는 기술인력은 종종 제3세계의 두뇌유출 문제로 부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각국 정부의 이해관계에 따른 구분법에서는 자신의 생존을 담보로 한 강제적 이주(비자발적 이주)에 대한 고려는 결여되어 있다. 단순기술 이주노동은 노동자의 유입보다는 생산수단이나 노동력이라는 개념으로 인식되고 처리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인식에 근거하여 각국의 이주정책은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정부가 생산하는 ‘공포’라는 이데올로기가 국민들 사이에 쉽게 스며들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빈국 출신의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면 경제, 사회, 문화 등 심각한 문제 생길 수 있다는 공포를 끊임없이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비용과 이를 감당하기 위한 자국의 손해비용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반 이주민 혹은 반 이주노동자 정서는 극단적인 사회혼란으로 불거질 경우 심각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장기적인 수준에서 사회의 통합을 명분으로 이러한 사회적 감정을 관리하고자 한다.
하지만 경제위기 국면이 고조되면 그동안 봉합되어 있던 사회적 감정이 표출된다. 이는 각국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빌미로 이주노동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부추기며 자국 노동자를 우선 보호하는 법안들을 만드는 주요한 기반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상원은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업체들에게 6개월간 미국인 고용자를 해고한 뒤 외국인을 채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통과시켰고 노동허가서에 대한 연방노동부의 심사를 한층 강화했다. 영국은 올해 4월부터 고숙련 분야 이주신청자들에 대해 외국인은 석사 이상의 학력과 최소 2만 파운드(약 4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조건을 갖춰야 비자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고 EU 외의 지역에서 들어오는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국은 금지함으로써 이주노동자들의 진입 문턱을 한층 강화했다.
하지만 사회적 취약계층을 공격하는 방식의 위기 극복방안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다시금 인접한 국가들에서 더욱 악화된 상황을 초래한다. 지난달 “영국의 일자리는 영국국민에게”라는 구호로 시작된 영국건설 노동자의 파업은 사회적 통합을 중요시하고 자유로운 노동과 거주가 보장된 유럽연합에서 발생한 예상치 못한 노동자들의 움직임이었다. 2009년 2월초 영국인 노동자 700여 명이 고용주인 프랑스계 토탈사와 시공사인 아이렘을 상대로 아이렘이 추진하는 정유소 확장 공사에 추가로 소요되는 건설인력 300명을 본사에 고용된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노동자로 채우기로 한 것에 항의하며 집단적 움직임을 보였다. 이틀 만에 22개 지역 에너지 분야 건설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조하면서 이러한 흐름이 전국으로 번지기 시작하였다. 영국정부는 건설노동자의 파업의 적법성을 따지기보다는 관련 노동자뿐만 아니라 국민감정을 자극할 것을 우려하여 린제이 공사현장에 새로이 101개의 영국인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이번 사태는 경제위기로 내몰린 영국 국민들이 일자리 하나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국수주의적 태도를 보일 수 있고, 여기에 극우정당인 영국국민당(BNP)이 적극 지지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실에서 볼 때 국제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이민정책 변화

한국정부 이주정책 역시 국제적인 큰 틀에서 본다면 세계 각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기업은 1990년대 중반부터 산업연수제라는 제도적 틀을 통해 그동안 암묵적으로 활용되었던 이주노동자들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는 최초의 이주노동자 도입 정책이었지만 도입 당시부터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논란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는 2004년에는 고용허가제, 2008년 12월에는 <제1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기본계획은 ‘외국인과 함께하는 세계 일류국가’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정책목표로 ①적극적 이민허용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②질 높은 사회통합 ③질서 있는 이민행정 구현 ④외국인 인권옹호를 주요 내용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정책은 이주민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통제, 노동권의 제한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또한 정부는 이주민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통합력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다문화 사회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해외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결혼이주가 늘면서 등장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다문화 사업은 결혼이주민 여성의 한글시험 등 일방적인 한국문화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을 한국사회에 일방적으로 통합시켜 사회비용을 절감하려는 것이다. 다문화사회라는 개념이 한국사회에 널리 통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인의 거리감은 여전하다.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책에는 편협한 국수주의와 인종주의를 부추기는 것들도 있다. 일례로 법무부가 2009년 3월 입법 발의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 담긴 “외국인 지문날인 의무화 방안”을 들 수 있다. 국내를 입출국하는 외국인을 잠정 범죄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생체정보를 국내 범죄 조사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미등록외국인에 대한 정부의 단속방침에는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는 차이”인 피부색, 얼굴 생김새 등을 근거로 검문검색을 할 수 있다는 인종차별적 규정을 명문화 하고 있다.

경제위기와 세계 이주노동자의 상황

세계 경제위기로 이주노동자 대량해고와 대대적인 귀환이 벌어지고 있다. 선진국 정부들은 실업에 처한 이주노동자들이 빈곤층으로 국내에 계속 체류하는 것을 꺼려 이들에게 출국을 종용하고 있다. 각국에 체류중인 단순기술 이주노동자들은 해고 요건을 규정한 국내법이나 적절한 사회보장 체계를 적용받지 못하여 파국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으로 귀국하자 사회기반시설과 사회복지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제3세계에서는 한꺼번에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본국 민중들의 삶을 동시에 위협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올해 아시아만 보더라도 추가적으로 약 72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며 실업자가 총 9,700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이 보고서는 ‘아시아의 인구증가를 흡수하기 위해서 5,100만 개의 신규일자리가 필요하며 특히 인도에서 2,030만 개, 중국에서 1,090개, 인도네시아에서 360만 개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IMF는 올해 성장률을 -1.3%로 내다보았고 1,000만 명의 실업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 세계 실업자가 2억 명이라는 추산도 제출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보고서는 올해 아시아 국가들이 벌어들일 해외송금액은 지난해 총 1천160억 달러에 비해 9%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으며, 국내총생산(GDP)의 3% 가량을 이주노동자들의 본국송금으로 충당하는 인도와, GDP의 11.6%를 이에 의지하고 있는 필리핀 정부 같은 경우 큰 충격에 휩싸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 외에도 파키스탄, 네팔, 인도네시아 등 많은 아시아 국가들 또한 해외송금 수입 급감으로 상황은 더욱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위기와 한국 이주노동자 상황

세계 경제위기의 여파로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도 더할 나위 없이 힘든 혹한의 시기를 겪고 있다. 많은 중소영세 사업장의 도산과 폐업, 공장경영 악화와 일거리 축소로 이주노동자들은 해고 영순위로 내몰리고 있다. 고용불안이 확산되면서 동시에 반 이주노동자 정서가 형성되고 있다. 2008년 9월부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신청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본국의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을 그만둘 수 없는 노동자들이다. 또한 떨어지는 원화 가치로 인해 본국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의 생활비마저도 줄이며 더 많은 돈을 환율차이를 메우는 데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비자발적 해고를 당한 단순기술인력 노동자와 같은 경우 빈손으로 자본이 이동했던 그 루트를 따라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자신의 생계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계까지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 때문에 미등록상태로 계속 체류를 선택하는 이들도 생겨나게 된다.

하지만 막상 사업장에서 해고된 이주노동자들의 고용보험과 실업급여는 그 대상의 폭이 협소하고 가입이 비강제적이다. 또한 가입된 노동자라 할지라도 실업급여 정책과 그 혜택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해서 실업의 고통을 본인이 스스로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용자들은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무단 해고를 남발하고 있으며, 해고 절차도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해고수당을 지급하지도 않는다.

이주노동자에게 가해지는 경제위기 책임전가

최근 이명박 정부는 실업 해소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으로 현 이주노동자 고용을 내국인으로 교체했을 경우 노동자 1명당 120만원(1회)의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한 더불어 2009년 3월에는 정부는 내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국내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의 수를 매년 평균(10만 명)의 1/3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이용하여 이들이 국내 노동시장을 교란시키고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물경기 침체 속에서도 중소기업들은 지속적인 구인란에 허덕이고 있다. 중소영세 제조사업자의 노동여건 전반이 개선되지 않아 한국인 노동자가 이들 업체에 취업을 꺼리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지금까지 일한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주노동자들의 해고를 통해 실업 확대를 지연하려고 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주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반인권적 강제단속과 추방의 명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더불어 대중 사이에서 미등록 체류자들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여 반이주노동자 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 전체가 등록 여부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열악한 조건에 내몰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는 정부 스스로가 표방하는 다인종 다문화 사회라는 목표와도 모순된다.
한편 정부는 이주노동자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임금에 숙박비를 포함하는 논의는 작년 9월 정부가 발표한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개선방안”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는 당시 이주노동자가 내국인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근거없는 논리를 내세워 최저임금법 및 근로기준법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를 보호하고 최소한의 생계를 확보하기 위한 최저임금제도의 기본취지와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서 내국인노동자와 이주노동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인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각 단위사업장에서는 아직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틈타 임금에 숙박비를 포함 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

최저임금 개악은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최저임금에 머물고 있는 빈곤층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으로서 내국인노동자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에게도 공동의 대응이 시급한 사안이다. 더욱이 숙박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면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80%이상인 30인 미만 사업장의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치명적 타격을 줄 것이다. 또한 이번 최저임금 개정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배타적 감정을 이용하여 내국인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조건과 근로조건을 대폭 하향 시키려는 시도와 일맥상통해 있다.

맺는말

경제위기는 고용관계에서부터 사회적 정서와 감정에 이르기까지 전 사회적인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자국 보호주의 정서와 국경의 장벽을 높이는 자국민 보호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한 1998년 외환 위기의 상황을 되돌아보더라도 이러한 배제와 포섭의 논리가 특정 계층과 계급에 일방적으로 고통을 전가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사회적 취약계층으로서 일상적인 사회적 차별과 빈곤의 고통에 노출되어 있다. 정부와 자본은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입지를 지속적으로 축소해 왔고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노동자로서 혹은 자신의 이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호도해 왔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엄격한 제도적 장치들을 기업주가 이주노동자를 손쉽게 착취할 수 있는 도구로 내놓았고 우리는 이것에 대해 이제까지 묵인해 온 것이다. 경제위기는 노동자들의 생존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은폐되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바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달 경기중서부건설 이주노동자들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건설현장에서 불법 해고된 사건이 있었다. 건설 업주는 이들을 노동자이기 이전에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출입국법을 적용해 노동자와 상의도 없이 현장에서 내쫓았다. 정부와 기업은 지난달부터 이주노동자에 대한 배제 정서가 노골적으로 표출 되었던 건설 현장을 타깃으로 무차별 단속과 해고를 단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경기중서부 건설노동자들은 조합원을 우선 해고함으로써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려는 시도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이 투쟁은 건설 현장에서 관례처럼 행해졌던 일방적 해고와 부당노동행위가 경제위기를 빌미로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아무런 제재조치 없이 전국 건설현장으로 확산될 것을 막기 위한 노동자들의 저항이다. 이 투쟁은 영국노동자들의 자신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린제이 파업과 비교할 때 큰 의미를 지닌다. 정부와 자본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조치를 내국인 노동자들에게도 확대하려 할 것이다. 경제위기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함께 싸우지 않는다면 국내 노동자 전체의 노동조건은 하향 재편되고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잠식당하고 말 것이다.
자본의 위기를 이주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내국인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분열시키려는 흐름에 과감하게 맞서야 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자의 권리조차 찾을 수 없는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몰리는 것에 대해 함께 저항하고 투쟁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가 열심히 일한 것이 지금 경제위기의 원인도 아니며 이주노동자의 잘못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주노동자와 단결하여 당당하게 정권과 자본에 물어야 한다. “이것이 누가 만들어낸 위기인가?”, “누구의 잘못인가?” 나와 다른 이주노동자가 아닌 함께 일하는 노동자로서 단결과 연대를 통해 진정한 노동자의 힘과 이주노동자와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노동자로서의 힘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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