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9.7-8.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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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시기 사회보장 확대 투쟁의 의미와 쟁점

이진숙 | 인천지부 집행위원장
작년 하반기와 올해 1/4분기에 비해 최근 각종 경제지표들이 개선되면서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이를 경기회복의 신호로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으며, IMF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동조 현상이 강화되고 한국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더욱 높아졌기 때문에 한국경제의 전망은 낙관적일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경기회복의 주요 원인으로 과감한 민생안정 대책을 꼽고 있다. 기업과 가계에 현금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빈곤층에 대한 사회보장을 강화해 소비기반을 확대하는 일련의 정책처방들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전통적인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추진된 정책들이 실제 효과를 낳고 있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증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그와 같은 정책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재정투입과 장기간에 걸친 정책실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와 같은 불황에서는 평시보다 다소간 확대된 수준의 재정지출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역사적인 경험들이 주는 교훈이다. 그렇다면 더욱 과감한 정부 재정지출과 사회보장 확대에 대한 요구가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현재 사회운동의 전략적 요구가 되어야 하는가?

시기 미국의 대응

대공황의 시작과 구호사업

1929년 10월에 시작된 대공황은 초기의 낙관적인 기대에도 불구하고 점차 심화되어 미국사회에 전례 없는 위기를 초래하였다. 1929년부터 1932년 사이 국민소득은 874억 달러에서 417억 달러로, 임금총액은 500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하락하였다. 같은 기간에 실업자는 150만 명에서 1,200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유주의적 이념에 따라 최소한의 구호만을 제공하던 사회정책의 기조는 대폭 수정되었다. 대공황의 여파로 인한 사회적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뿐 아니라 좌우익 급진주의의 정치적 위협에도 대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공황 초기부터 실업자들은 식량폭동 등의 산발적인 소요를 일으켰다. 이들은 점차 조직화되어 지역적 규모로 수만 명의 회원을 가진 실업자협의회나 실업자동맹과 같은 단체로 조직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공산당 등의 급진적 운동과 결합되었고 1932년에는 미국실업노동자동맹연합체 등 전국적인 조직체가 결성되기도 하였다. 실업자단체들은 연방정부가 구호사업을 확대하고 실업보험과 노령보험제도를 도입하라고 요구하였다.
한편 뉴딜정책을 공격하던 우익들의 반응도 여러 양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 주목 받고 있는 기본소득제와 유사한 주장들이 우익 급진주의자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루이지애나 출신 민주당 상원의원 롱이 대표적이다. 그는 재산소유에 상한을 두고 국가가 국민 1인당 연간 5,000달러의 소득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롱은 당시 반뉴딜 우익정치단체들을 통합하고 민주당을 분열시킬 만한 정치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의사인 타운센드는 60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0달러의 연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였다. 이른바 ‘타운센드운동’으로 불렸던 이 운동은 1934년부터 세력을 얻어 1936년에는 약 2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할 만큼 대중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1933년 출범한 뉴딜행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연방정부 차원의 대규모 구호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1933년 5월에 설립된 연방긴급구호청은 연방정부가 주정부에 구호사업에 쓰일 교부금을 지원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였다. 1933년에 연방정부 재정의 5억 달러가량이 여기에 할당되었다. 그 중 절반이 각 주에 교부금으로 지원되었고, 나머지 절반은 긴급 구호사업에 투입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용된 자금이 사업이 종결된 1935년까지 총 4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러한 직접적인 구호사업과 함께 1933년 가을부터 긴급취로계획이 수립되어 구호대상자들에게 취로사업을 통해 임금을 지급하는 형식의 구호수당이 제공되었다. 1933년은 대공황이 시작된 이래 실업률이 가장 높았던 해였고 실업률은 농업부문을 제외하고도 35.3%에 이르렀다. 따라서 뉴딜행정부는 취로구호사업을 더욱 확대할 구상으로 토목사업청을 설립하고 토목사업계획을 신속히 수립하였다. 그에 따라 1933년 겨울에만 수로와 도로건설, 학교와 비행장 신축과 보수 등의 사업에 최대 400만 명 이상의 실업자가 동원되었다. 이어서 뉴딜 행정부는 경기회복을 목적으로 1933년 6월에 제정된 전국산업부흥법에 근거하여 공공사업청을 설립하고 약 33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공공사업을 수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 공공사업청의 사업은 직접 사업을 수행하거나 기타 공공사업에 재정을 투여했을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게 자금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기업계에 자금을 살포하기도 했다. 공공사업청이 벌인 각종 공공 토목, 건설 사업에 투여된 자금은 1939년 공공사업청이 폐지될 때까지 약 6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처럼 로저벨트 행정부의 구호정책은 초기인 1933-34년에는 연방긴급구호청을 중심으로 한 직접구호와 공공사업청을 통한 취로구호의 두 가지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1935년이 되면 정책의 전환이 일어난다. 그 골격은 구호대상자를 취업가능자와 취업불가능자로 구분하여 취업가능자는 연방정부가 주관하는 공공사업에 진입하게 하고 취업불가능자는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시행하는 구호사업의 지원을 받게 한 것이다.

구호사업에서 경기부양책으로의 정책전환

1933~34년의 뉴딜사업은 경기부양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구호사업에 중심을 두었다. 하지만 1936년을 경과하며 경기부양의 효과를 만들고 실업률을 15%까지 끌어내린 것은 공공사업청이 주도한 대규모 공공사업이었다. 당시 연방정부는 1935년 4월 제정된 긴급구호지출법에 근거해 공공사업촉진청을 설치하고 48.8억 달러의 재정을 확보하여 거대한 공공사업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 우선 취업불가능자와의 구분에 따라 공공사업에는 취업가능자만 동원이 되었다. 그리고 취업자는 이른바 생활보장임금(security wage)을 받았다. 생활보장임금은 직접구호수당보다는 많지만 민간기업의 임금수준보다는 낮게 책정된 취로구호수당이었다. 또한 공공사업은 사기업과 경쟁관계를 형성하지 말아야 했고, 사업기금도 민간기업에 대여하는 데 우선적으로 배당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공공사업촉진청은 이후 뉴딜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구호기관이 되었다. 이 기관은 1941년 폐지될 때까지 113억 달러라는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여 주로 공공건설사업을 중심으로 25만 건의 사업을 진행하였다. 이 사업에 참여한 실업자는 약 850만 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같은 정책전환의 배경에는 노동자계급과 자본 간의 대립을 포함한 매우 복잡한 정치적 동학이 자리 잡고 있었다. 1934년 2월경 취로사업을 이끌었던 토목사업청이 폐지되려 하자, 이를 저지하고 공공사업을 더 폭넓은 분야로 확대하고 취로수당을 높이기 위한 실업자운동과 사회주의운동 그룹의 소요와 파업이 대대적으로 벌여졌다. 미국노동총동맹(AFL) 역시 이러한 흐름에 가담했지만 그들의 목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당시 미국노동총동맹에 가입하고 있던 노동자들에게 대규모의 실업자군의 존재는 자신의 일자리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의미했다. 또한 그들의 임금수준도 더 싼 임금으로 일하려는 실업자들 때문에 삭감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은 로저벨트 행정부가 생활보장임금을 제시했을 때 그것을 각 지역의 평균적인 임금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투쟁했다.
물론 자본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자본 측은 취로사업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었다. 세금인상을 두려워했고 공공사업이 민간기업과 경쟁하거나 자신의 영역을 침범할 것을 우려했다. 그들은 연방정부가 벌이던 농산물 가공사업을 가리켜 ‘민간기업의 영역에 박은 사회주의의 쐐기’라고 비난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주들은 취로구호는 폐지하고 빈민들에 대한 직접구호만 소규모로 수행할 것을 요구하였다.
뉴딜 행정부의 대규모 공공사업은 수많은 실업자와 빈민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보장과 실업자들의 급진적인 저항을 무마하기 위한 적정한 대응책을 마련하라거나 경기회복을 위해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라는 다양한 대립적인 요구들 사이에 놓여있었다. 한편 민주당 내부를 포함한 지배계급 내에서도 적자재정에 대한 심각한 우려나 균형재정을 달성하라는 강력한 요구가 나타났다. 이러한 상반된 요구들이 빗발치는 가운데 탄생한 공공사업촉진청을 비롯한 대규모 공공사업은 로저벨트가 제시한 다음과 같은 원칙에 입각한 것이었다. 첫째, 연방정부의 직접 구호사업은 일정한 시기에 종결되어야 한다. 둘째, 이후 직접구호 사업은 주정부 및 지방정부가 수행하는 극빈자구호로 제한한다. 셋째, 연방정부는 대규모 공공사업을 수행하되 그 규모는 1차 년도에 50억 달러로 하고, 이후에는 점차 감축시킨다. 결국 뉴딜 행정부의 구호정책은 구호기능과 경기부양 기능을 통합하여 광범한 실업자군과 빈곤층의 생계를 유지시키고 동시에 민간기업의 활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실업을 감축시킨다는 계획에 입각한 것이었다.

사회보장법의 제정과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도입

한편 로저벨트 행정부의 정책전환 시기에는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1934년 로저벨트는 경제보장법안을 제정하며 사회재건이 경기회복과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35년 사회보장법이 제정되고 그에 근거해 노령연금, 실업보험, 빈곤노인부조, 빈곤아동부조, 시각장애인부조, 유족 및 장애연금(1939년 연금제도의 확대) 등의 사회보장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쟁점적인 것은 실업보험이었다. 당시 조건에서 실업보험의 도입은 필수적이었지만 우익보수파들의 반대로 사회보장법안의 도입은 위헌 논란을 일으켰다.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은 실업보험에 소요될 조세의 도입과 그것을 운영할 연방기구만을 규정하고 세부적인 운영과 조건은 각 주정부의 재량에 맡겼다. 각종 공적부조는 구호사업을 주정부 책임 하에 실행한다는 1934년의 결정에 따라 각주가 관련 제도를 수립하면 연방정부는 주의 관련 예산의 1/2을 보조해 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의료보험의 도입은 미국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관련 이익집단들의 완강한 반대로 제외되었다. 이들은 사회보장법안에 의료보험 도입이 포함된다면 사회보장법안의 제정 자체를 저지하겠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만들어진 법안은 제정 과정에서도 다양한 반대세력들과 싸워야 했다. 공화당의 보수파 의원들은 이 법안이 ‘미국인의 생활과 산업에 대한 사회주의적 통제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경기회복을 저해하고 노동자를 노예화 할 것이다’는 식의 선동으로 맞섰다. 그리고 기본소득제 부류를 주장한 민주당의 롱 상원의원 그룹이나 전국의 타운센트 클럽 등의 우익보수파들은 자신의 지역구 출신 의원들에게 법안반대에 대한 압력을 행사했다. 실업자단체들은 공산주의 성향의 하원의원 런딘이 1933년 초에 제안했던 법안을 다시 상정하며 뉴딜행정부의 사회보장법안에 맞섰다.
그러나 대중적 여론이 로저벨트 행정부가 상정한 법안에 호의적인 방향으로 기울면서 일부 내용의 수정을 거쳐 사회보장법이 제정되었다. 사회보장법안은 이후 미국 사회보장제도의 기본 틀과 특징들을 결정했다. 물론 당시 도입된 제도들은 많은 한계를 지녔다. 대표적인 것이 실업보험이다. 당시 도입된 실업보험은 주정부에 재량권을 대폭 부여함으로써 각 주마다 매우 큰 편차가 나타났다. 이는 지리적 이동을 많이 하던 불안정한 지위의 노동자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그리고 기업주와 노동자의 기여금을 전제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미 실업자가 된 수많은 사람들은 연방정부의 구호를 받을 수도,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도 없었다. 또한 실업보험의 운영에서 기업별 개별계정을 두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고용주들이 기여금을 충분히 회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사회보장제도 전반이 개인의 기여금으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의 원리를 채택했기 때문에, 소득재분배 효과는 거의 없었다.
이와 같은 한계는 뉴딜행정부가 대공황 시기에 취한 일련의 정책들 가운데 사회보장법이 차지하는 위치를 뚜렷이 보여준다. 뉴딜행정부는 1935년을 거치며 균형재정의 원칙을 깨고 다소간의 적자재정을 감수하는 정책들을 펼쳤지만,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이 자본 측의 부담을 증대시킴으로써 경기회복을 저해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칠 수 없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노동자계급은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을 추동하는 힘을 발휘하기는 했지만, 사회보장법안의 성안에는 사실상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실업자단체들은 대부분 급진적인 런딘 법안을 지지했으며 미국노동총동맹은 성안과정에 참여하기는 했으나 역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했다. 사무엘 곰퍼스 사무총장 이래 미국노동총동맹은 전반적인 사회보장의 확대가 자신들의 부담증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여 사회보험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통적으로 취하고 있었다. 미국노동총동맹은 폭증하는 실업률 아래서 실업보험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으로 입장을 변경하였지만 그다지 적극적으로 입법에 개입하지는 않았다. 당시 조직된 숙련노동자들의 이해에 전적으로 근거해 활동하던 미국노동총동맹은 사회보장법의 도입으로 조합원들의 노조에 대한 지지와 의존도가 정부쪽으로 기울어 버릴 것을 우려했다.
결국 실업자와 빈민의 생계지원을 위한 뉴딜행정부의 사회보장책은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한 고용확대, 취로구호사업, 사회보장제도라는 삼각 틀 안에서 위태위태하게 지탱되었다. 그러나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과 취업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었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는 소득재분배나 실업자들에 대한 즉각적이고 충분한 지원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다.

경제위기 이후 주요 국제기구와 국가들의 대응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8년 10월 초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은 시급히 금융부문 안정화 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GDP 대비 4.9%, 영국은 2.5%, 독일과 프랑스는 20%에 가까운 과감한 자금을 금융시스템 안정화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직접적인 금융위기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경미했던 일본, 중국, 호주 등에서는 금융부문 구제를 위한 별도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부문의 위기가 실물부문의 위기로 나타나고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실업자, 빈민을 위한 정책과 함께 경기부양책을 마련하여 실행에 들어갔다.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은 GDP 대비 5~10% 이상의 대규모 지출을 결정했고, 영국, 독일, 호주 등은 GDP 대비 약 1% 내외의 정책을 발표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신속하게 엄청난 규모의 대응책을 마련해 집행에 들어간 상태다. 미국 의회예산처가 올해 1월 8일 발표한 정부 예산관련 보고서를 보면, 지난 2월 의회의 승인을 받은 ‘신뉴딜정책’에 소요되는 예산을 제외하고도 2009년 미국의 재정적자가 1.2조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 GDP 대비 8.3%에 이르는 규모로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적자규모다. 여기에 ‘신뉴딜정책’을 위한 2년에 걸친 7,87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추가하면(조세감면성 예산의 경우 일부는 2009~2019년까지 약 10여년에 걸쳐 집행), 실제 재정적자의 규모는 GDP 대비 10%를 넘어설 것이라고 의회예산처는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의회예산처는 이후 경제상황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2011년에는 재정적자가 GDP 대비 3.3%를 기록한 후 차츰 감소해 1%대를 유지할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채무는 대규모 재정적자로 인해 2008년의 GDP 대비 40.8%에서 2009년 50.5%로 9.7%의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현재까지 추진해온 위기대응 정책들은 대략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8년 10월 3일 마련된 구제금융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이다. 이 법은 긴급경제안정화법, 에너지향상 및 확대법, 감면확대 및 최저한세면제법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2009년에만 총 8,086억 달러(조세지출 1,086억 달러 포함)의 재정지출이 소요될 전망이다. 애초 폴슨 전 재무장관과 버냉키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이 주도하여 구제금융 법안을 만들던 당시에는 긴급경제안정화법이 중심이었으나, 의회에서 한차례 부결된 후 공화당의 감세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여 수정된 안에 에너지 향상 및 확대법과 최저한세면제법이 포함되었다. 따라서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긴급경제안정화법이 가장 중점적이며, 나머지 정책들의 대부분은 기업과 투자에 대한 조세감면이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두 번째 단계는 2008년 11월 20일 발표된 소규모 경기부양책이다. 금융부문에서 시작된 위기가 점차 경제전반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당초에는 500억 달러 규모로 실업수당을 대폭 확대하고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1,5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자는 법안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심의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 부문은 제외되고 규모가 축소되어 최종적으로 상원을 통과하게 되었다. 세 번째 단계는 오바마 진영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이른바 ‘신뉴딜정책’을 제안하여 2009년 2월 13일 의회승인을 받은 경기부양법안이다. 여기에는 앞선 정책들에서 소극적으로 담겨있던 가계와 개인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8,000억 달러에 이르는 재정확대 정책들이 담겨있다.
경기부양을 목표로 하는 ‘신뉴딜정책’에는 △개인 및 가구에 대한 조세 지원정책, 즉 근로장려세제(EITC), 자녀세액공제(CTC), 생애첫주택세액공제 등 기존 제도들의 확대적용 △개인에게 400달러, 부부에게 800달러의 최대급여액 한도 내에서 근로소득의 6.2%를 환급하는 새로운 제도인 근로소득 세금공제(Making Work Pay Credit)의 2년간 한시적 도입 △에너지 부분 지원세제. 재생에너지 생산품에 대한 세액공제 △기업에 대한 조세지원제도 확대 △빈곤층, 취약지역 출신 청소년 등 노동능력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기업에게 임금의 40%까지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인 일자리세액공제(WOTC)의 적용대상 확대 △실업자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과 비자발적 퇴직자가 지속적인 건강보험을 받을 수 있도록 유지보험료의 65%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최장 9개월까지 지원하는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의 정책기조는 최근 IMF가 내놓은 정책처방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지난 1998년 금융위기 당시 IMF는 구제금융을 제공하며 한국정부에 각 부문에서의 구조조정 가속화, 사회안전망의 정비 등을 주문했다. 작년 하반기에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IMF는 2008년 12월 29일에 ‘위기에 대응한 재정정책’이라는 제목의 정책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여기서 IMF는 금융시스템의 복구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과 아울러 총수요진작을 위한 정책 즉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총수요격감으로 규정하고 수출주도의 회복전략, 금리인하 등의 통화정책과 같은 통상적인 거시경제정책이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IMF는 1930년대 대공황, 1980~199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위기, 1990년대 초반 북유럽 경제위기, 1997년의 일본과 한국의 금융위기 등 심각한 경기침체의 다섯 개 사례를 분석하면서 금융위기로 인해 기업과 가계부문의 재정여건이 악화될 경우 정부의 재정확장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제안한다. 특히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의 과감한 금융 및 재정조치가 필수적이라 강조하면서 이러한 기조 하에 재정정책의 원칙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현 상황에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소비와 투자를 통한 재정지출이 감세 및 이전지출보다 효과적이다. 즉 감세 및 이전지출을 통한 소득증가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개별 정책의 효과예측이 불가능하므로 다각적인 정책을 동원할 필요성이 있다. 셋째, 재정확장 정책은 국가부채와 중기안정성을 고려하며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이런 원칙에 따라 IMF는 다음과 같은 정책들을 권고하고 있다. △투자지출 확대, △실업수당, 빈곤층 지원 등 사회보장 이전지출의 확대, △소비세의 일시적 감면, 일괄적인 세금환급과 근로소득보전세제(EITC)의 일시적 확대, △기업주의 실업보험료의 일시적 감면(연금보험료의 감면은 원상복귀가 힘들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부실한 은행이나 기업 인수합병에 다양한 조세 인센티브 제공. 한편 IMF는 지양해야 할 재정정책으로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제시하고 있다. △대규모의 새로운 법정지출(사회보장제도) 도입 △공공부문 임금인상 △특정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법인세와 배당금 및 자본이득에 대한 세율인하 및 감가상각에 대한 특별한 인센티브 제공(이는 현재와 같이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은 조건에서 고용을 늘릴 동기가 되기 힘들다) △부실기업에 대한 사면 및 일시적인 세금경감 △자본이득세,또는 거래세의 경감.
한편 ILO도 지난 2월 24일 경기부양책에 대한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각국 정부들이 경기부양책 가운데 금융 부문 구제금융에 투입된 자금의 규모가 실물경제를 회복시키고 고용과 사회적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 사용된 자금의 5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특히 각국 정부가 구제금융 및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에 주력하면서 경제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투입한 전체 자금 중 노동자의 고용과 관련된 것은 약 9.2%, 각종 사회보장 관련 부문은 1.8%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ILO의 전반적인 대응 기조가 현재 상황에서 매우 제한적임은 소마비아 ILO 사무총장의 발언을 통해 잘 드러난다. 그는 “일자리 문제들에 시급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한 미국 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경기부양책과 사회보장정책들도 대부분 미국과 대동소이하다. 즉 개인과 가계에 대한 지원책들은 대부분 조세제도의 활용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은 기존제도들을 제한적으로 확대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빈민들에 대해서만 일시적인 현금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기업에 대한 각종 감세조치들은 전례 없이 확대되고 있다. ‘민간부문에서의 고용확대를 위한 지원이냐 아니면 사회보장의 확대냐’는 개인과 가계에 대한 지원을 둘러싼 전통적인 쟁점이 조세제도를 활용한 다양한 정책수단들로 점차 수렴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를 활용한 지원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는 국가들은 거의 없다. 또한 이러한 정책기조의 전면화 속에서 금융과 기업에 대한 막대한 지원은 극히 일부분의 사회보장 부문에 대한 지원만으로도 정당화되고 있다.

한국의 빈곤 실업 현황

IMF 당시에 경험에 비춰 보면, 거시경제나 실업률이 다소 회복되더라도 빈곤, 소득불평등 등 가계영역 지표는 쉽게 회복이 되지 않는다. 1997년 당시 실업률이 7%를 기록한 이후 2008년까지 공식 실업률은 3%대까지 하락하였다. 그러나 빈곤율은 1998년 8.6%를 나타난 이후 현재까지도 6~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복합적 요인이 빚어낸 결과다. 즉 경제위기 이후 노동신축화의 확대로 인해 이른바 근로빈곤층이 증가하고, 경제위기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밀려나는 노동능력 취약계층이 노동시장으로 복귀하기 힘들어지고, 영세자영업자의 폐업, 파산 등으로 인한 금융채무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위기와 함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신축화를 제도화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을 고려한다면 이번 경제위기를 경과하며 한국에서 높은 빈곤율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된다고 가정한 빈곤 추이 전망은 다음과 같다. △경제성장률 0%, 실업률 3.95% 가정시, 중위 가처분소득 40% 미만의 상대빈곤율 13.96%, 최저생계비 미만의 절대빈곤율 13.42% △경제성장률 -2%, 실업률 4.25% 가정시, 상대빈곤율 14.74%, 절대빈곤율 14.20% △IMF 전망대로 경제성장율 -4%, 실업률 4.55% 가정시, 상대빈곤율 15.52%, 절대빈곤율 14.98%. 주목할 것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는 빈곤율 수치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소득을 반영하여 추산하는 상대빈곤율과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추산하는 절대빈곤율의 차이가 거의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노동자 민중 전반의 소득 및 임금 감소가 자명하게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업률 상승은 이미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의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가 2,465.8만 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3.4만 명(-0.1%) 감소하였고, 경제활동참가율은 61.6%로 전년 동월대비 0.8% 하락하였다. 취업자 수는 2,372만 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21.9만 명(-0.9%) 감소하였는데, 이는 IMF 위기 당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또한 고용률(취업인구비율)은 59.3%로 전년동월 대비 1.2% 하락하였으며, 실업률은 3.8%로 전년동월 대비 0.8% 상승했고 청년실업률은 7.6%로 전년동월 대비 0.7% 상승하였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536.9만 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52.1만 명, 3.5% 증가하였다. 익히 알려져 있듯, 가장 대표적인 고용지표인 실업률은 고용현황을 정확히 드러내지 못한다. 앞의 지표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비경제활동인구가 큰 규모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노동자 민중 내부의 소득 및 임금 수준과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은 중요한 쟁점이다.
표1에서 나타나듯이, IMF 금융위기를 거쳐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섰던 2002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전체 노동자 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정규직 임금 대비 비정규직 임금)는 점차 증가되어 왔다. 2002년 대비 2007년 수준을 보자면 그 격차의 증가폭은 7.9%로 매우 크다. 성별 임금 격차는 전체적으로 소폭 감소하였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불문하고 남성 대비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여전히 60% 수준이다. 주목할 것은 여성노동자 내부의 임금 격차(정규직 여성노동자 임금 대비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임금)가 다른 어떤 부문의 임금격차보다 큰 10.3%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저임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임금 격차 현황은 가구단위로 가면 더욱 심각한 현실을 그리고 있다.
아래 두 개 그림은 1998년에서 2005년까지 남성노동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그 배우자인 여성노동자들의 고용형태와 소득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첫 번째 그림에서 한눈에 드러나듯이 남성 배우자의 소득이 중간소득 이하로 내려갈수록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급증한다. 고소득 남성 배우자의 고용형태가 정규직일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또한 그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남성 배우자의 소득에 비례하여 여성의 소득도 높아진다. 특히 고소득 여성의 임금 상승폭이 매우 크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정규직 중심의 사회보험제도나 기타 자산보유 현황 등을 고려했을 때, 가구 단위로 갈수록 소득뿐 아니라 전반적인 부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노동자 민중 내부의 금융자산의 확대가 매우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소득과 자산 격차 확대에서 주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요소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자 내부의 임금격차는 경기침체 속에서 지속되어온 노동자 전반의 임금인상 억제와 노동분배율 악화 등 객관적 조건과 함께 파악되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에 피용자보수는 5% 증가했는데, 이는 2003년의 9%에서 꾸준히 증가폭이 하락한 수치이다. 작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7%였던 것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상승 효과는 거의 없었던 셈이다. 노동부의 2008년 작년 4/4분기 임금근로시간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상용직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5.9%, 임시일용직노동자의 실질임금은 12.9%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소득분배율(GDP대비 피용자보수)의 경우 1998년 금융위기 이후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1996년 47%까지 꾸준히 상승했다가 1998년 이후에는 4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기업의 현금보유량을 가늠할 수 있는 기업저축율은 2007년 15.8%에서 17%까지 상승하였다.

이명박 정부의 대응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이명박 정부가 내놓고 있는 경제위기 대응책 가운데 재정정책의 경우 감세부문이 정부재정 지출확대에 비해 압도적이다. 올해 초 정부가 편성한 ‘민생안정을 위한 일자리 추경예산’은 28조 원이다. 이 가운데 11조 가량이 감세로 인한 세입결손보존액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의 감세로 인한 세입감소는 96조에 이를 것이다. 정부는 추경예산의 조기집행과 규제완화, 민간투자 확대 등을 통해 약 2%의 성장률 제고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이명박 정부는 대략 다음과 같이 10여 차례에 걸쳐 민생안정 관련 정책들을 발표해왔다. △(1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뉴딜 사업, 서민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소액대출 확대, 위기가구 보호를 위한 민생안정지원본부 설치, 위기가구 보호를 위한 통합지원체계 구축방안 △(2월) 빈곤층 푸드쿠폰 지원 검토, 영세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확대, 긴급생계안정 지원을 위한 6조 원 지원, 일자리 55만 개 창출을 위한 추경예산, 휴먼 뉴딜정책 △(3월) 민생안정긴급지원대책. 이들 정책 대부분이 이미 시행에 들어갔거나 법제정, 세부실행과제 검토 등의 단계에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기초법, 고용보험, 의료보장, 사회서비스 등의 기존의 사회보장 제도들과 관련된 개별적 정책을 일부 확대하거나 제한규정을 완화하는 조치들을 내놓았고 실행에 들어간 상태다.
이밖에 이명박 정부는 새로운 사회안전망 제도로 한시생계보호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재산기준으로 기초법 수급에서 탈락되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생계지원을 목표로 도입되었고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또한 정부가 복지형 역모기지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시생계보호제도의 기준도 초과하지만 실직, 파산 등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이명박 정부가 구상하는 사회안전망 구조를 요약하면 △1차 안전망으로서 고용보험, △2차 안전망으로서 긴급지원, 한시생계급여, 복지형 역모기지, △3차 안전망으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직업훈련, 구직상담과 고용알선, 공공근로와 사회적 일자리 창출, 고용보호(보조금 지급)으로 구성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추진하여 노동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경제위기 관련 사회정책들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이후 추진해온 일련의 사회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구상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역대 정부들 중 사회보험의 시장화 정책들을 가장 공세적으로 추진해왔을 뿐 아니라, 적극적인 시장창출전략의 일환으로 복지제도를 활용해왔다. 그리고 빈곤층에 대한 지원제도에서 대부사업 등 금융적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왔다.
한편 이 같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사회정책들은 앞서 언급한 IMF의 정책처방과도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무엇보다 슈퍼추경이라 불리는 재정정책에서는 직접적인 사회보장 확충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이 조세감면 등 민간기업 지원 확대에 투여된다. 또한 빈곤층에 대한 지원정책들을 매우 단기간의 한시적인 것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새로운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은 거의 검토되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25일, 이명박 정부는 ‘경기회복기반 강화, 민생안정 및 재도약 준비’라는 부제가 달린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대규모 추경예산의 편성과 조기집행, 금리인하, 원화와 외화의 유동성 공급확대 등의 확장성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 경기급락을 방지하고 민생안정이 도모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민간부문의 자생적 경기회복력이 약하고 해외수요도 부진한 상황이라는 진단이 이어진다. 또한 고용감소, 소비와 설비투자 축소, 수출의 감소세 지속, 단기 유동성 자금의 증가, 기업부채 수준의 증가(GDP 대비 112.8%), 소득분배의 악화 등이 지적되고 있다. 하반기 경제전망도 상반기에 비해서는 호조를 예상하지만, 얼마간의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 -1.5%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고, 연간 취업자 수는 여전히 10~15만 명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시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은 경기회복기반 강화(확장적 정책기조 유지, 부동산 상황 점검 등) → 일자리 창출 및 서민생활안정(민생안정 정책의 지속 추진, 저소득층 소득여건 개선 등) → 구조개혁 가속화(상시 기업구조조정과 금융권 부실채권 조기정리, 노사관계선진화 제도개선 가속화, 공공기관 선진화 가속화 등) → 위기이후 재도약 준비(녹색산업, 서비스산업 육성 등)의 흐름으로 제시되었다.

결론

앞서 서술한 대공황 시기의 미국을 보면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새로운 제도를 대거 도입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대략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또한 그 효과는 엄청난 자금을 투입한 후에야 매우 더디게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IMF 당시 사회보장 기본인프라(기초법의 도입과 4대 사회보험 확대)가 구축된 상황이지만 그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은 경제위기 이전에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전면적인 새로운 제도의 도입과 구조개혁은 현재의 조건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매우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지만 미국과 같은 몇몇 중심부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특히나 한국과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고 환율에 민감한 국가들에서는 대규모 재정정책을 펼치기에 제약이 많다. 또한 현재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재정확대와 국가 채무가 가능하며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유럽연합의 경우 대략 60% 수준의 국가채무를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유럽 주요 국가 대부분의 국가채무는 이미 그 규모를 훨씬 상회한다. 현재 G-20 국가들이 평균적으로 2008년에 GDP 대비 0.5% 수준, 2009년 1.4%, 2010년 1.3% 가량의 재정지출 확대안을 채택하고 있다. 대공황 당시에 비견한다면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일정 수준까지 증가할 것은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조건은 현재의 금융위기, 경제위기가 얼마나 심화될지, 지속될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확대된 정부의 재정지출은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을 힘겹게 저지하는 수준에서 기능할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사회운동 내의 다수가 사회보장에 ‘전략적’ 수준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이상적인 사회보장제도를 설계하는 데 몰입하거나 매우 교과서적인 케인즈주의적 처방을 주문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는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현재의 지배적인 운동노선이 실리주의적이고 타협적인 노선으로 경도되어 온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여기에는 사회운동 내에서 사회정책, 사회보장제도를 다루는 지배적인 방식이 사회보장제도가 특정 모델과 경로를 중심으로 수렴한다는 주류 이론을 그대로 수용하여 사민주의적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전망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상황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전술적’ 차원으로 들어가게 되면, 현재 한국 사회운동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회보장 관련 대응책들은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에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특정한 이념형에 기반하여 사회정책을 전략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운동경향이나, 사회적 문제제기 차원에서 의미부여가 가능한 ‘노동하지 않고도 생존할 권리’와 같은 구호를 현실의 운동과제 수준에서 제시하는 운동경향이라는 양편향이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 장기적 운동의 전망 속에서 현재의 경제위기가 노동자 민중의 생존과 권리를 극단적으로 파괴하는 것에 맞서는 투쟁을 조직하고자 한다면, 사회정책에 대한 사회운동의 입장과 요구는 두 가지로 집약될 것이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이 더 이상 후퇴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기제, 그리고 더욱 급진적인 운동의 형성을 위한 단결의 매개가 그것이다.
한편 1998년 당시 김대중 정부 집권 상황에서는 참여연대 등의 NGO들이 관련 정책대안을 만드는데 상당한 개입을 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그조차도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점도 매우 신중히 고려되어야 한다. 시민운동이든 노동운동이든 정부와의 협상과 개입전술에 의존하면 할수록 오히려 양보만 커지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 자명하다. 정부의 최소한의 양보를 압박할만한 역량조차 한계적인 것이 현재 노동자 민중운동이 처한 상황이다. 대공황 당시의 미국을 보더라도 본격적인 뉴딜정책의 도입은 실업자, 노동자계급, 사회주의 운동의 ‘아래로부터의 반란’이 있기에 가능했다. 따라서 경제위기에 맞서 사회보장 확대를 위한 사회운동의 대응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운동의 단결과 통합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즉 시급히 전술적 과제에 대한 합의를 모아내고 운동의 힘을 창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주제어
경제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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