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0.11-12.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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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고용전략 2020 비판

노동자 간 경쟁을 격화하는 일자리 나누기와 노동시간 신축화

박준도 | 노동위원장
일자리 창출동력 없는 고용전략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2004년 노무현 정권이 내놓은 일자리창출 종합대책에서도 그랬지만) 뚜렷한 일자리 창출 동력을 설계하지 못한 채 고용률을 높여 볼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적으로 고용인구의 확대는 노동생산성 상승률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야 가능하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 즉 이윤율 하락을 상쇄할 만한 새로운 성장 동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지배세력들은 고용률을 어느 선까지는 유지해야 자신의 통치성과 자본주의 착취질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변칙적인 방식으로 고용대책을 내놓게 된다. 이번 국가고용전략 2020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방안은 오로지 다양하고 세련된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나누기’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는 일자리 창출 동력이 아예 없지는 않은데, 그 중 하나가 고용효과가 높은 서비스업종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사회서비스 일자리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가 뿌리산업․부품소재산업(․녹색성장산업) 등을 육성하여 고용비중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규노동시장 창출을 동반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논외로 하면) 서비스업종 규제완화가 고용을 확대할 수 있을 지는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조차도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높아서, 서비스업을 규제 완화하고 대형화해서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면 신규고용이 창출되더라도, 그에 따라 몰락하게 될 자영업자 규모 또한 이에 못지않다. 실질적인 고용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중소․중견기업을 활성화해서 고용을 늘리겠다는 구상 역시 우리나라에서 재벌들의 이익 창출 방식과 중소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방식을 구체적으로 고려하면 말잔치에 끝나고 말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재벌들의 이익창출 방식은 설비투자 증대와 고용확대에서 비롯한다기보다는 비용절감, 특히 하청으로의 비용 전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때 비용전가의 대상이 바로 고용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는 중소기업들이다. 문제는 이들 중소기업 대다수가 기술개발보다는 인건비 절감 방식에만 의존해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시간․노동강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려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중소 부품산업이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에만 의존하는 한, 중소 부품산업의 고용 불안전성은 심화될 수밖에 없고, 당연히 여기서 일자리 증대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일자리 나누기에만 의지하는 고용전략

국가고용전략 2020을 이명박식 ‘일자리 나누기’ 전략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면, 그 특징을 살펴보기 전에 일자리나누기가 고용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부터 살펴보자.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상황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을 비교할 때, 노동시장의 반응은 각각 달랐다. 1997년에는 대규모 구조조정․기업도산과 함께 고용조정이 대세를 이루었다면, 2009년에는 임금삭감(/조업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가 시도되면서 고용조정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던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2008년 당시 한국의 경제위기 탈출 방식이 고강도 구조조정보다는 저금리정책을 유지하면서 경기회복을 도모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던 데다, 1997년 이후 진척된 노동신축화로 인해 상시적인 고용조정체제와 일자리나누기가 위기의 충격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노동조합운동이 대체로 양보교섭에 응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용조정이 야기하는 대규모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나아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 기정사실이라면 지배계급들로서는 ‘일자리나누기’를 통한 고용위기의 해결이야말로 최우선적인 정책 대안이 되게 된다.
물론 2009년 일자리나누기가 완전히 성공했던 것만은 아닌데, ‘고용위기’가 아예 없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중심으로 상시적인 고용조정이 발생한데다, 경제위기로 인해 신규 채용이 억제되면서 청년․여성을 중심으로 고용위기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포함되는 잠재실업자 층이 여성․저학력 노동자를 중심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이다.(2003년 63만 명에서 2009년 상반기 101만 명으로 증가했다.)
더군다나 상시적인 고용조정과 함께 임금, 고용, 노동시간, 노동강도 등 모든 면에서 노동조건이 후퇴함에 따라 불완전한 취업이 급격히 확산된다. 노동자의 임금소득과 고용이 원청으로부터의 물량수급에 완전히 종속되고, 그에 따라 고용을 유지하는 동인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낮아지는 경제활동참가율(1997년 62.5% → 2009년 60.7%)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15세 이상 인구증가율(2009년 1997년 대비 15%증가)에 비해 경제활동인구 증가율(2009년 1997년 대비 11.7%증가)이 더 낮았던 것이다. 더구나 2016년부터는 저출산 고령화로 15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아예 감소할 전망이어서 이 점까지 감안하면,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의 정체는 (저임금 구조를 존속 가능케 하는) 산업예비군 형성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이 노동력 공급난을 호소했던 것은 현상적인 면에서 봤을 때 그냥 엄살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번 국가고용전략 2020을 살펴보면 다음 2가지를 핵심적으로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둘째, 취약계층을 포괄하는 ‘일자리나누기’ 방안이다. 여성․청년․노년층의 일자리 창출계획, 그리고 노동력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위한 고용규제 합리화는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의 정체를 극복하겠다는 이명박 정부 나름의 방안이고, 단시간근로제의 도입, 노동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의 도입, 근로시간 계좌제 등은 노동시간을 더욱 신축화해서 ‘일자리 나누기’가 취약계층을 포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나름의 방안이다. 물론 일자리 나누기가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의 정체를 극복하려는 방안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후자는 전자를 포괄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 핵심은 고용규제 합리화와 (단시간 일자리 확대를 도모하는) 노동시간 신축화에 있다.


노동조건을 악화하고, 고용불안전성을 심화하는 고용전략
: 저임금 구조 확산, 간접고용 확대

먼저 노동시장의 공정성과 활력을 위한 개선방안이라고 내세우는 고용규제 합리화방안부터 살펴보자. 실망실업자를 유인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근로권익을 보장하겠다면서 이명박 정권이 내세운 것은 서면근로계약 교부를 의무화(2012년 1월 시행)하고, 임금체불 예방을 위한 개선대책을 수립한다는 것이며, 최저임금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내 및 건설 하도급 개선 방안도 제안하였다.
다른 것은 논외로 하고, 최저임금 규제 강화방안만 살펴보자.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은 상대적으로 진일보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한편에서 최저임금을 저임금 노동시장의 임금가이드라인으로서 기준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사이기도 한데, 왜냐하면 고용의 신축성과 노동력 공급 양자를 동시에 만족하기 위해서는 저임금 노동시장의 표준시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시장에서 이는 더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표준시급을 낮추는 최저임금은 노동자로 하여금 고용유지동인을 잃게 한다는 점에서 고용의 신축성을 보장한다. 또 낮은 최저임금 시급은 부족한 한 달 소득을 벌려면 연장근로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시간 노동으로의 유인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일정한 기준 이상의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노동의욕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문 인력공급업체를 통한 취업을 용이하게 하고, 그리하여 노동시장의 노동력공급을 원활하게 한다.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직접고용업체의 최저임금 위반사례 및 임금 체불 사례가 종종 발견되지만, 용역 및 파견업체들에서는 최저임금 위반사례나 근로기준법 위반사례가 상대적으로 덜 발견된다는 사실은 역으로 이를 반증한다.
사내하도급 근로자 개선 방안은 거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이다.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 실태조사부터 엉망이다. 이번 실태조사의 기준이 되고 있는 노동부의 2007년 ‘근로자 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은 다수의 판단기준을 열거하면서 이 중 몇 가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파견이 아니라는 식이었고, 이렇게 불법파견 여부를 종합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조사해서 지난 3년간 제조업 불법파견으로 적발한 업체는 6곳(건수로 하면 7건)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번 사내하도급 실태조사는 설문문항을 공개하고 이를 하청노동자에게 질문하는 공개설문방식이어서, 사용자측이건 위장하도급 업체건 하청노동자에게 불법파견․위장도급이 아니라는 식의 답변을 사전에 훈련시킬 것이 자명하다. 결국 위장도급․불법파견 여부를 은폐하는 실태조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개선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원청업체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사용범위를 사내하도급 노동자에게로 확대하는 정도이고, 위장도급․불법파견 하청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노동3권 보장 문제는 원청의 노사협의회 참여 정도로 제한하고 있고, 그나마도 원청업체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 한해서이다. 진성도급화하기 급급했던 원청사용자가 어느 세월에 사전에 동의해 준단 말인가?

고용규제의 합리화 방안으로서 핵심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제한의 예외 대상을 확대하는 것과 파견허용업종을 조정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근로자공급사업을 실질화하는 것이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2009년 당시 사용기간 제한을 없애려 했던 것을 우회하는 것이다. 신규법인에 한하여 한시적으로 예외를 두는 것이라 하지만, 인건비 절감이 기업 경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마당에 이는 곧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켜 사용기간 제한 규정을 아예 없애자는 논거만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청소․경비 업무에 대해서 사용기간 제한을 없애겠다는 것은 기간제 사용 비중이 대단히 높은 업무부터 기간제 사용제한을 없애 사실상 사용기간 제한을 실질적으로 없애겠다는 방책에 불과하다.
한시적이며 일시적인, 그것도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서 기간제 고용이 사실상 자유화된 마당에 이런 식으로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없애겠다는 발상은 이제 신규채용 노동자에 대해서만큼은 해고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받겠다는 주장일 뿐이다. 더구나 기간제 고용은 국가고용전략 2020이 그토록 강조하는 취업애로계층의 고용 불안전성을 높이는,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게 하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또 낮은 근속년수를 구실로 저임금을 정당화하고, 노동조합 활동도 불가능하게 하여, 동일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노동조건마저 하향 평준화하는 반노동자적인 방책이기도 하다.
파견허용업종을 조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조삼모사 술수에 불과하다. 32개 파견허용업종을 유지한다고는 하지만, 활용정도가 낮은 파견허용업종을 삭제하고, 활용정도가 높은 파견허용업종을 추가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파견노동자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오늘날 파견노동은 저임금을 구조화하는 최저임금제도와 결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인력공급의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위장하도급 관계를 매개로) 기간제 노동과도 결합되어 있다. 최저임금제와 기간제 노동의 문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력을 고용한 자본가가 사용주로서 법적인 최소한의 의무마저 회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견노동은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가장 악랄한 고용형태이다.
부르주아 법체계 내에서 인력소개업과 근로자공급사업은 구분되어 있고, 인력소개업은 규제에 초점을 맞추지만, 근로자공급사업만큼은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근로자공급사업이 (고용불안을 심화하고, 중간착취를 가능하게 하며, 노동3권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노동자의 생존권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지배세력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파견법을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의 예외조항으로 구성된 특별법 형태로 공표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런데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는 이마저도 손을 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바로 일자리 안정망 확충을 구실로 직업안정법을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15일 직업안정법을 전부 개정하겠다며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의 보론을 참조하시오) 노동력 공급사업과 인력소개업, 직업능력개발업 일체를 복합고용서비스라는 미명아래 하나의 업체가 주관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인력소개업과 근로자공급사업의 구별도 희미해지고, 또 직업안정법의 취지를 전면적으로 개정한다는 점에서 이는 근로자공급사업의 전면 확대를 예고하는 법 제도 개선방안이라 할 수 있다. 파견법은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의 예외를 인정하는 법안이었는데, 직업안정법이 이렇게 개악되면 원칙법에서도부터 근로자공급사업이 실질적으로 확대되는 근거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국가고용전략 2020을 기초한 이데올로그들의 주장대로 고용알선업무가 고용률 증대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잠재적 실업자 층과는 다른 경직적인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으로 유인할 때 그나마 효과가 있다. 즉,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는 국면에서 외부노동시장의 부족한 노동력 공급 상황을 타개하고, 급격히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강제적인 시도를 동반하기도 하는)들을 사용할 때 의미가 있다. 하지만 복합고용서비스가 대상으로 하는 취업애로계층의 대다수는 잠재적 실업자 ― 즉, 경제위기로 인해 고용의 불안전성이 높아지는 이유로 인해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노동자고, 이들을 상대로 하는 취업알선이 전문화되고 확대된다고 한들 고용 불안전성이 개선될 리가 없다. 결국 복합고용서비스업이란 노동자에 대한 고용불안전성은 개선하지 않은 채, 저임금․고강도 노동시장에 노동력을 더욱 수월하게 공급하는 전문가 집단을 육성하려는 방안인 것이다. 나아가 사회서비스업과 같은 신흥노동시장에서 근로자공급사업을 다양한 형태로 확대함으로써 간접고용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려는 방안에 불과하다. 신흥고용불안에 따른 노동자의 고통은 그대로 둔 채 노동력 공급의 곤란을 겪고 있는 기업주들의 곤란만을 해결하는 것 ― 그리하여 노동신축성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고용서비스촉진법의 궁극적인 목표인 것이다.


노동자간의 경쟁만을 격화하는 고용전략
: 일자리나누기와 노동시간 신축화

본래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 란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정리해고를 실시하지 않는 대신 임금 및 조업시간을 조정하여 일자리를 지키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근 이 개념은 교대제 개편, 일시 휴직, 교육휴가 등 노동 재조직화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는 추세이다.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도 이 점은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 중 하나가 단시간 근로제를 상용직화 할 수 있도록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직무분할(job sharing)이라는 의미에서 봤을 때, 단시간 근로와 같은 유연한 근로형태를 확산하는 것은 (통계수치로서의) 고용률을 개선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이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될 때는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한국의 임금설계가 1인 생계형 가구에 기초해 있다고는 하지만(가족임금) 저임금 구조가 만연한 상황에서 실제로는 2인 생계형 가구가 더 일반적이고, 따라서 여성의 일자리 수요도 (이른바 맞벌이 부부라 할지라도) 전일제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더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일과 가사에 치이더라도 가계에 필요한 월 소득을 충분히 벌 수 없다면, 육아 및 가사노동을 위해 단시간 일자리를 소망하는 것(대개의 설문조사에서 드러난다)과는 달리 현실적으로는 전일제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한편 단시간 근로는 전혀 다른 형태로의 노동시간 경쟁을 가속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양육을 담당한 사람(주로 여성)이 육아 휴직에 들어가거나 단시간 일자리만큼의 소득을 벌 수밖에 없다면, 가계의 중심 소득원으로 간주되는 사람(주로 남성)이 부족한 임금소득을 메우기 위해, 잔업특근을 마다하지 않는 노동시간 연장 경쟁에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단시간 근로로 고용이 늘어난다 할지라도 노동자가구가 이러저러한 일자리로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하면 노동시간 연장을 위한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은 어떤 형태로든 가속하게 되고, 이는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켜 육아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더군다나 취약계층을 상대로 하는 일자리 나누기로서 단시간 일자리는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일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데, 단시간 근로가 실제로 직무분할의 효과나 제대로 낼 수 있을 지조차 의문이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에서 상용직 단시간 근로의 확산을 위한 사례로 거명되고 있는 업무 중 상당수는 상담업무, 보육업무처럼 업무량이 집중되는 시간대에서 단시간 근로를 활용하고 있는 형태다. 정부는 이런 형태의 단시간 근로를 민간으로까지 확대 개발하기 위해 2011년 「시간제근로자 고용촉진법」제정할 예정이다. 또한 시간제 근로자 인사관리에 대한 전문 컨설팅 지원 비용만 10억 원울 배정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같은 형태의 단시간 일자리는 직무분할효과 보다는 임금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효과가 더 크다. 전일제 고용으로 8시간 임금을 주어야 할 일자리가 6시간 임금을 주는 일자리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늘날 제품생산에 들어간 시간과 여기에 투여되는 실질노동시간을 똑같이 하는 경향이 기본 방향인 상황에서 직무분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명확하다. 직무분할 결과 실질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예컨대 라인위주의 제조업 산업) 직무분할은 거부될 것이요, 실질노동시간이 늘어나면 (예컨대 간호 업무) 직무분할은 장려될 것이다. ‘일자리 나누기’ 모양새를 갖추고는 있지만 임금분배율은 제자리인 채 (즉 한 가구당 월 평균 임금소득은 제자리인 채) 노동강도만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편, 이번 국가고용전략 2020에는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범위를 확대하고, 근로시간저축휴가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담겨져 있다. 양자 모두 1년 단위의 실노동시간 단축방안이다. 전자는 3개월에서 1년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하는 것이고, 후자는 1년 단위로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과 ‘휴가’를 상호 대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노동시간을 신축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와 근본적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1.5배 시급을 주도록 규정한 것은 노동자의 건강을 고려하여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사장이 마음대로 부리지 못하도록 경제적인 제약을 둔 것이고, 주단위로 연장노동시간을 제한한 것도 마찬가지 의미에서 법․제도적인 제약을 둔 것이다. 그런데 1년 단위로 실노동시간을 단축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일거리가 많을 때에는 연장근로를 시켜도 1.5배 시급을 안 줘도 되고, 일거리가 적을 때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하여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근로시간저축휴가제를 활용하여 휴가를 소모하게 하면 된다. (연장근로시간 만큼 휴가를 주겠다고 하지만, 일거리가 많은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휴가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특히 근로시간저축휴가제는 잔업․특근수당을 제대로 주지도 않은 채 일정한 범위의 노동자 고용만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의 세련된 변형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형태의 노동시간 신축화는 취약계층을 상대로 하는 일자리 나누기 효과도 없을뿐더러 일자리 나누기를 빙자해 노동강도를 높이고, 임금을 삭감시키는 방안인 것이다.


이명박 정권 일자리나누기의 본질

결국, 국가고용전략 2020이 제시하고 있는 일자리나누기란 (양보교섭 차원이 아니라 아예) 노동신축화를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동을 재조직해서, 다시금 도래할 경제위기 국면에서 자본에 닥칠 손실을 더 손쉽게 떠넘기는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 놓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고용위기 해법으로 일자리 나누기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나누기와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데다 일자리나누기 역시 실제 고용위기 해소 수단으로서 적합하지 않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고용위기의 대안이라는 미망에 빠지는 이유는 부가가치 생산에 필요한 총 노동시간을 단순히 더 많은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는 단순 계산 때문이다. 하지만 임노동시장에서는 그와 같은 단순 계산이 결코 현실로 드러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는 노동력을 팔아야만 자신의 생존을 영위할 수 있는 임금노동자라는 현실이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가속하고 있으며, 정세적으로는 신자유주의시대 노조 조직률의 하락과, 장시간 저임금 고강도 노동 등 노동조건의 악화가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한 경쟁 구조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불가능하게 한다.
어떤 의미에서건 경제위기시대에 고용문제만을 매개로 고용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일자리나누기가 노동신축화를 확산하는 매개 고리가 되고, 경제위기로 인한 손실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형태가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고용문제에만 매달리면 일자리나누기의 미망에서 헤어 나올 방법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용위기를 야기하는 현실적 토대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이러한 조건을 바꾸기 위한 이행적 요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자본의 투기적 행태가 지속하는 한, 재벌기업들이 비용전가를 외부화하고, 자본 이동의 자유를 누리며 이윤을 집중하는 틈바구니에서 고용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란 결코 나오지 않는다. 초민족적 자본의 투기적 행태가 지속하고, 이윤을 초민족적으로 쉽게 빼돌릴 수 있는 한, 자본 철수가 너무나도 자유로운 상황에서는 고용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란 결코 나오지 않는다. 자본이 기술생산성보다는 저임금 구조에 기대어 비용절감만을 통해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한, 노동조건의 악화를 막아낼 방법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자 개개인의 바닥을 향한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어떠한 방안도 나오지 않는다.
국가고용전략 2020은 노동자운동이 이제는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시험하고 있다. 똑같은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고용서비스 활성화 법안의 기만성과 본질

중간착취 전면 확대, 간접고용 실질적 확산. 직업안정법 개악안 즉각 철회하라!

2010년 직업안정법 전부 개정안


지난 9월 15일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안』(이하 「전부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었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입법취지에 따르면,「전부개정안」은 노동력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공공과 민간이 고용서비스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전부개정안」의 주요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법제명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직업안정법』을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였는데, 이는 고용서비스산업 성장 흐름에 발맞추어 법과 제도도 정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둘째, 공공과 민간이 함께 상호 보완적으로 고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전부개정안」에는 관계 행정기관 협력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고용서비스 제공 주체임을 명시하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할분담과 상호 협력근거들이 규정되어 있다(5조, 6조, 7조). 또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도 민간 위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별로 고용서비스 실적이 우수한 기관을 육성하여 고용서비스 민간위탁을 활성화하도록 하였다(8조).
셋째, 이번 「전부개정안」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고용노동부는 이번 법안에서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이 가능하도록 근거조항을 마련하였다(4조 9호, 37조, 38조, 39조, 40조). 직업훈련, 직업소개, 근로자파견 등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행정적 번거로움을 간소화하였고, 또 수익기반도 확대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였다. 구직자(노동력 판매자)로부터의 소개요금은 금지하지만 구인자(사용자)로부터의 소개요금은 자율화하는 한편(26조), 사업주에 대한 노동부의 교육훈련을 강화하고(11조 2항), 민간위탁시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을 우선 지정하는 방안 (8조 3항)등 관련 규정을 추가하였다.


공공 고용서비스사업과 민간위탁


이번 「전부개정안」에서 고용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유일하게 제시된 것은 ‘민간위탁에서 사회적 기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한국의 공공직업안정기관은 인프라도 취약하고, 인력도 턱없이 모자란다. 2009년 3월 기준으로 고용지원센터는 전국 81개소에 불과하며, 부족한 고용지원센터를 248개 기초 지자체가 일용ㆍ공공근로를 알선하며 지원하고 있다. 고용지원센터 직원 1인당 지원해야 할 경제활동인구는 8,293명으로 공공 고용서비스가 잘 발달되어 있는 독일(2008년 3월 기준 479명)은 물론이거니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미국(2008년 3월 기준 3,312명)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많다. 그나마 한국의 고용지원센터는 고용보험 관련 업무에 집중되어 있어, 취약계층 접근성은 더 곤란한 상태다.
이렇게 부족한 직업안정기관 문제를 공공과 민간의 역할 재정립이라는 차원에서 정부가 내놓은 해결방안이 (비영리, 영리) 민간기관을 활용한 민간위탁이다. 공공이 재정을 조달하고, 민간기관이 공급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부족한 공공영역의 고용지원기능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민간위탁 방식을 통해 청년 뉴스타트, 저소득층 취업패키지 등 고용보험 비적용자에게까지 고용지원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민간위탁사업이 직업안정을 위한 공적 기능을 보완하는 것조차도 큰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는데, 인프라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한된 예산 아래 추진되는 사업이다 보니, 민간기관이 수행할 수 있는 고용지원의 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2006년 이래 실시된 고용서비스 민간위탁의 실질적인 목표가 공공영역의 고용지원기능의 보완보다는 민간 고용서비스산업의 육성에 있었기 때문에, 유관한 선도기업을 육성하는 데 주안점이 있었다. 2010년 민간위탁 사업은 이 점을 좀 더 분명히 했다. 민간 일자리 서비스 산업을 대폭 정비하고 서비스의 공신력을 제고하며, 표준화ㆍ대형화를 유도하는 한편, 이 때 선정된 고용서비스 우수인증기관에 (『직업안정법』 4조의 5를 따라) 우선 민간 위탁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부개정안」에서도 이 점은 분명히 드러나는데,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을 민간위탁사업에서 우선하기로 한 것이다(8조).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사업에 대한 민간위탁은 공무원ㆍ공공기관 인건비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공적인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에 불과했다. 그런 의미에서 수입을 창출하는 핵심 고용서비스는 민간업체들이 맡고 돈이 안 되는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사업은 (비영리)민간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은 정부가 고용지원 사업에 있어 공적기능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은폐할 뿐이다.
지금 고용서비스 제공기관의 영세성을 고려하면, 비영리 민간기관의 고용서비스나 사회적 기업의 고용서비스 사이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면, 일부 지원대상이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나긴 하겠지만, 이 또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없는 고용서비스, 취약계층의 일자리 알선 사업을 사회적 기업이 국가로부터 사업비 지원을 받으며 공공의 직업안정기능을 일부 보완하는 것 이상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공공성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사회적 기업을 활용한 민간위탁은 정부가 공공영역의 고용안정 기능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을 무마하는 방패막이에 불과하다.


새로운 중간착취 시장의 형성, 소개요금 규제 완화


고용노동부는 이번 「전부개정안」이 구직자(노동력 판매자)에게서 받는 수수료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임을 강조했고, 일부 언론은 고용노동부의 홍보기조를 그대로 받아 「전부개정안」이 중간착취 시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개정된 법인 양 보도했다.
임금이 노동력을 판매한 대가로 사용자에게서 받는 것인 한, 직업소개 수수료는 구직자(노동력 판매자)에게서 나오거나 구인자(사용자)에게서 나오거나 임금 몫에서 제외되기는 매한가지다. 구직자가 주는 수수료도 임금 중 일부를 알선업자에게 주는 것이며, 구인자가 주는 수수료도 임금노동자에게 주어야 할 몫 일부를 알선업자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직자로부터의 수수료를 금지한다고 해서 중간착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도리어 구인자로부터의 수수료를 자율화한다는 점에서 중간착취시장은 더 확대될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데, 왜냐하면 구인자로부터의 수수료에는 노무관리 업무를 대행한다는 의미에서 중간관리자로서의 몫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고용서비스산업의 수익모델은 한층 더 개선될 수 있다. 구인자(사용자)로부터 수수료를 자율화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고용서비스를 다변화하고, 그로부터 수익기반을 창출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고용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주장하는 논자들은 직접적인 고용서비스 업무와 간접적인 고용서비스 업무를 구분한다. 전자는 직업알선 등 기업이 직접 고용하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며, 후자는 근로자공급과 파견, 용역 및 하도급, 인사ㆍ노무관리 대행 등 새로운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영업무의 일부를 대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료직업소개소가 이제까지 영세성을 면치 못했던 것은 직접적인 고용서비스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즉 단순한 직업알선에 의존해왔고, 상용직보다는 임시·일용직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상용직은 구직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소개알선수수료도 최대 3개월치 이상은 받기 어렵지만, 임시ㆍ일용직은 구인처 확보도 쉽고, 직업알선 때마다 일정액의 소개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임시·일용직 시장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간접적인 고용서비스 업무가 활성화되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인력을 공급하며, 인사ㆍ노무관리 업무까지 위탁받게 되면 수입모델은 무궁무진해 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적재적소ㆍ적재적시에 필요한 노동력을 원활히 공급해주고, 인사 및 노무관리를 잡음 없이 효과적으로 대행해주기만 한다면, 회사로서는 경영비용이 대폭 절감되는 것이기 때문에 웃돈을 주고라도 외주용역을 마다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직자 수수료 금지 및 구인자 수수료 자율화란, 정부가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시하고 강제해서 임시ㆍ일용직 시장에 난립해 있는 인력소개사업자들을 간접적인 고용서비스 시장으로 유인하고, 여기서 성공한 고용서비스업체들이 다른 영세한 인력공급업체들을 통폐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의 논리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않겠는가?
한 가지만 분명히 해두자. 이들이 이야기하는 간접적인 고용서비스 업무가 이제까지 전혀 없었던 사업도 아닌데다, 그들이 이 사업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해왔던 것도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고용서비스 업체들은 지난 수년 간 불법ㆍ탈법 가리지 않고 근로자공급사업(파견)을 해왔고, 헤드헌팅 사업을 하면서 인사ㆍ노무관리 외주용역사업을 수행해왔다. 가까운 예로 우리는 인력공급업체들이 공단지역에서 탈법적인 형태로 3~6개월 단위 제조업 파견을 해온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이들이 도급관계인 양 불법파견을 하거나, 하도급 관계인 양 더욱 치밀하게 위장해서 절대 인력파견이 아니라는 식으로 무마하려 해왔던 것도 잘 알고 있다. 상대적으로 직고용 형태를 많이 간직하고 있는 100인 이하 사업장 사장에게 고용서비스 업체들이 이곳에서도 간접고용방식의 노무관리가 가능하고, 실제 그 방책을 전해주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구인자 수수료 자율화는 더 많은 소득원을 찾는 고용서비스 업주들에게 안정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수입원으로서 근로자공급사업(파견)을 불법적이며 탈법적인 형태로 수행하도록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인력파견업의 전문화, 대규모화를 촉진할 복합고용서비스사업


이렇게 수익모델을 확대할 수 있는 법ㆍ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이제 남는 것은 하나다. 직업소개, 직업교육, 직업정보제공, 모집, 근로자공급(파견) 등 다양한 고용서비스사업을 일관되게 하면서, 고용서비스산업 전체를 선도하는 복합고용서비스업체 설립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전부개정안」의 핵심 목표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번 「전부개정안」이 밝히고 있는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이란 다음과 같다. “이 법에 따른 직업소개사업, 직업정보제공사업, … 근로자파견사업, … 직업능력개발사업 등 고용서비스와 관련된 사업 중 둘 이상을 수행하는 사업을 말한다(4조 9호).” 현재 입법 예고된 「전부개정안」에는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이 3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허가제이다(37조). 하지만 각각의 단행법이 별도로 요구하는 허가 및 등록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전부개정안」에 준거해 한 업체가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복합고용서비스사업 허가만 받으면, 그 업체는 직업소개사업, 직업정보 제공 사업은 물론이거니와 근로자파견사업, 직업능력개발훈련사업 모두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이것이 이 법안 개정의 특징이다(38조). 뿐만 아니라 민간공동사업이나 위탁사업에서 정부는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을 우대할 수 있음을 명시하였고(8조 3항), 민간고용서비스 육성을 위한 세제 지원 조항까지 추가하여(9조)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을 재정적으로도 지원할 것임을 명시하였다. 반대로 유료직업소개업체들의 난립은 막고,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직업소개사업을 하는 자에 대한 사전 교육훈련 조항도 마련(11조 2항)하는 한편, 전문화를 유도하기 위해 직업소개 일을 하는 고용서비스업체 종사자는 자격을 갖춘 직업상담원이어야 한다는 조항도 새롭게 추가하였다(29조).
지난 1월 21일 있었던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기획재정부는 (한시적이라는 단서조항을 두긴 했지만) 구직자의 취업 전 과정(교육훈련알선, DB등록 일자리 취업)을 민간 고용중개기관이 관리해 줄 경우, 그 기관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6월 17일 있었던 민간고용서비스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에서도 노동부는 유료직업소개업 대표자 요건을 완화하여 전문경영인이 고용서비스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는 직업안정법 시행령 개정 사안이다)임을 밝힌 바 있다. 행정적으로나 법ㆍ제도적으로나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이 가능하도록 꾸준히 진척시켜 왔던 것이다.


고용서비스산업의 실체


「전부개정안」에서 드러난 고용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간추려보자. 첫째, 고용서비스산업의 완전 합법화, 둘째, 중간관리자 기능을 대행하는 새로운 수익모델의 창출, 셋째, 고용서비스 산업 모두를 총괄하는 종합고용서비스사업, 넷째, 고용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세제 및 재정적 지원, 법ㆍ제도적ㆍ행정적 지원, 다섯째, 정부주도에 의한 (선도모델 역할을 할) 민간고용서비스기업의 전면적인 육성 등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렇게까지 육성하려는 고용서비스산업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한국 사회는 당해 연도 동일직장 유지율이 53%대(2006년 기준)에 불과할 만큼 노동이동률이 높은 나라다.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이렇게 높은 노동이동률을 낮춰야 하는데,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각료들과 HR사용자협회, 경총, 전경련 이데올로그들은 도리어 높은 노동이동률을 시장수요가 많다는 증거로 제시하며, 여기서 고용서비스시장이 창출되면 엄청난 이윤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발상은 직업안정법 기본 취지, 즉 취업의 기회 제공뿐만 아니라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을 도모하자는 취지조차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전부개정안」이 1조 법의 목적에서 직업안정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취업기회 확대라는 문구로 대신한 것이나, 제명을 『직업안정법』에서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사실 이들이 강조하는 이른바 ‘고용서비스시장’은 산업사회형성 초기나 산업구조재편 시기 혹은 경기 침체시기 고용이 불안전하고, 노동력수급을 오로지 외부노동시장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그 역할을 제대로 담보하지 못하거나 포기할 때) 노동자의 생존권 위협을 전제로 활성화되는 퇴행적 시장이다.
중간착취란 취업을 전후하여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개입, 노동자가 받아야 할 몫을 일부 공제하여 중간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가리키고, 자본주의 법 규범 내에서도 이는 원칙적으로 배제된다(근로기준법 8조). 앞서 살펴보았듯이 구직자 수수료든, 구인자 수수료든 이는 모두 임금 몫의 일부이다. 그리고 고용서비스 선진화론자들이 시장수요로 예상하고 있는 ‘고용서비스시장’이란 높은 노동이동률에 동반되는 구인·구직 수수료시장을 가리킨다. 고용서비스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노동자도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인 양 꾸며보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고용서비스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자본가들일 뿐이다. 고용서비스업을 하는 이들은 생존권 위협에 내몰린 노동자의 노동력 판매를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주선하는 거간꾼―중간착취자에 불과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중간착취를 법이 허용하는 경우만 제외하고는 완전히 금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법이 허용하지 않는 이상 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정상적인 사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들이 합법화에 목을 매는 것이다.
한편, 경제위기 시기에 이들은 직업소개 수수료 착복 등 직접적인 중간착취 말고도 노무관리에 관한 비용절감업무를 대행하면서 중간관리자로서 이익을 얻기도 한다. 이 때 비용절감이란 결국 인건비 절감인데, 아웃소싱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절감은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다. 자본가들은 인건비 절감을 통해 이윤을 남길 뿐만 아니라 노동강도 강화를 통해 생산성 상승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실업의 위험, 불완전한 취업상태를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고, 높아지는 노동강도를 감내해야 한다. 새로운 고용서비스의 수혜자 역시 자본가일 뿐이다. 이들이 어떻게든 전문성을 갖춰 사업화하려는 ‘간접적인 고용서비스 업무’ 란 경제위기시대 자본가가 입게 된 손실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겨 이윤을 남기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고용서비스 선진화론자들은 종종 자신들이 경제위기시대에 높아지는 실업률을 잠재우고 고용률을 높이는 순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국가고용전략회의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고용중개사업이 고용률을 높이는데 순기능을 하려면 (농촌의 과잉노동인구나 가족 내 가사노동인구와 같은) 경직적인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으로 안정되게 유인할 때, 그렇게 해서 경제활동인구 규모를 늘릴 때 그나마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들이 대상으로 하는 취업애로계층 대다수는 (경제위기로 인해, 물량유동성에 따라 고용이 불안하여)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을 상대로 취업알선을 확대한다고 고용률이 높아질 리 만무하다. 더구나 고용중개사업을 하는 이들이야말로 생산비용절감, 생산물량 유동성 조절능력 확보 미명아래 고용신축성과 임금신축성을 조장하고, 노동자들을 반실업 상태로 내모는 장본인이지 않은가?
이들 주장 중 딱 하나 맞는 것이 있다면, 국가 경제 차원에서 실업 관련 복지비용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전적으로 맞다. 보통 실업 관련 복지재정을 절감하는 방법은 취업자로 전환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대상자를 실업급여 지급기준 밖으로 내모는 방법도 있는데, 반실업상태로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실업상태의 노동자들을 상대로 고용과 계약해지를 반복해서 이익을 챙기는 집단이 바로 자신들이고, 실업자들을 실업급여 지급기준 밖으로 내몬 뒤 이들을 반실업상태로 꾸준히 유지 관리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집단도 자신들이다. 그래서 실업 관련 복지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간접고용-노동신축화의 실질적인 확대, 이것이 직업안정법 개악의 궁극적 목표다


그렇다면 직업안정법 개정은 단지 인력파견업체들의 합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개선인가? 이제까지 고용서비스산업 선진화론자들은 고용서비스산업을 금융산업과 비유해왔다. 그러면 이번 개정은 정부가 고용서비스산업을 육성해서 경제위기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성장동인으로 내놓은 산업육성계획인가? 아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곳에 있다. 노동신축화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신념을 가진 신흥세력(?)의 성장을 독려하고, 한편으로는 노동신축화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내적 동인을 만드는데 목표가 있다.
고용서비스산업(특히 복합고용서비스)이 실제로 수익을 얻고자 하는 시장은 단기 인력시장에서 인력소개업을 중개하는 것과 노동력공급을 대행하며, 인사·노무관리를 외주 용역 받거나 경영컨설팅 하는 일, 그리고 인력 개발 및 노동력 교육 시장이다. 이들은 우선 단기계약직, 파견직 등 비정규직 일자리가 그 자체로 자신의 수입기반이 되기 때문에,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불완전한 취업, 상시적인 인력구조조정, 해고의 자유 등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제도개악을 위해 경주할 것이다. 또 이들은 인력공급사업의 형태를 다변화하고, 교육과 노동자공급 사업을 연계하며, 인사ㆍ노무관리를 전문적으로 외주용역 받으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척해나갈 것이다. 이들의 합법적인 존재, 이들이 개발하는 새로운 수익모델은 그 자체로 (현실을 인정하고 양산하자는 식의 논리를 동반하며) 노동신축화 관련 법제도 개악의 동인이 될 것이다.
근로자공급(파견)사업을 통한 노동신축화는 물량변동에 맞출 수 있도록 (고용불안을 매개로) 고용신축성과 노동시간ㆍ임금신축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법제도를 고쳐놓는다고 바로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생산공정과 노무관리의 혁신, 적재적소ㆍ적재적시에의 노동력 공급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 사회의 관습·관행에 따라 구체적으로 진행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자본가들에게도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고용서비스산업 이데올로그들의 표현을 빌면, ‘전문성’이 필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 ‘전문성’을 토대로 안정적인 노동력 공급과 회전률을 동시에 높일 수 있어야 노동신축화가 가능해진다. 그렇게 해야 자본가들은 노동력 공급의 장애를 겪지 않으면서도 실업을 관리하며,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가속하고, 동시에 (간접고용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인) 노동자의 노동3권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자본가들 입장에서 적어도 다음 4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노동신축화에 적합한 생산공정의 표준화 및 노무관리의 전면적인 혁신이 가능해야 한다. 둘째, 노동신축화에 가장 커다란 반대세력인 노동조합운동이 철저히 약화되어야 한다. 셋째, 노동력 공급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노동시장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하고, 일ㆍ가정 양립과 같은 법제도적인 지원도 있어야 한다. 넷째, 노동력 회전률을 높일 수 있으려면, 노동생산성을 단기간 내 높일 수 있는 교육, 즉 직업능력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 이를 산업적으로 육성하는 것은 노동신축화의 실질적인 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불법파견 논란을 무릅쓰고, 위장도급 형태로 인력파견하면서 축적해온 몇몇 재벌대기업의 노동신축화 노하우를 중소영세사업장 및 전체 공단 차원으로 확대하고, 간접고용이 전면 확대될 때 일부 자본가들이 겪을 수 있는 애로사항을 사전에 개선하는 것이 고용서비스 산업이 해결해야 할 자기 과제인 것이다. 복합고용서비스 사업을 대형화하고, 전문화하는데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것은 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지적해 두자. 고용서비스산업이 전문화되고 대형화되면 될수록 사용주의 노동력공급사업(파견) 및 인사ㆍ노무관리 용역사업을 대행하면서, 원청 자본가들의 사용자로서의 책임, 법제도적 책임을 더욱더 모호하게 만들 것이다. 간접고용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법적인 고용주와 실질적인 사용주를 다르게 하여 노동자의 노동3권을 사전에 무력화하는 것인데, 이것이 기업경영에서 하나의 관행이 되어 실질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직업안정법 개악문제는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파견업종 확대방안이 아니라고, 인력공급업체 몇몇을 키우기 위한 방안에 불과하다고 뒤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가깝게 이는 제조업 공단지역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온 온갖 탈법적인 파견행위를 합법화하는 개악안이며, 멀게는 고용서비스산업을 육성해서 간접고용, 노동신축화를 전면 확대하기 위해 자기실행능력을 갖추려는 구상이다.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안』은 금지된 중간착취시장을 이들이 부활시키려는 계획에 불과하며, 간접고용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고 이를 준비하려는 것임을 명확히 폭로해야 한다. 직업안정법 개악을 통해 이명박 정권이 당장 얻으려는 것, 수수료 자율화와 복합고용서비스사업 실시 방침을 좌절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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