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2.1-2.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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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민주노조 운동의 주요 투쟁과 전망

한지원 |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두 번째 경제위기와 선거

2012년에는 세계 58개국에서 선거가 진행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호주, 인도, 한국 등 이른바 G20 국가들 대부분이 선거다.
글로벌 선거의 쟁점은 대부분의 국가의 경제위기 과정에서 벌어진 빈부격차, 사회안전망의 해체, 금융자본의 경제 수탈, 정부 재정 적자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이다.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이런 의제들은 개방, 규제 개혁, 금융시장 확대와 같은 신자유주의 의제들에 밀려 전혀 이슈가 되지 못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세계 경제를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로 내몬 신자유주의에 대해 보수 정당들마저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글로벌 선거를 통해 포스트-신자유주의 체제의 방향을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포스트-신자유주의 체제를 예비하는 현상으로 2011년부터 복지가 사회적 핵심 쟁점이 되었고, 지난 15년 간 정권에 상관없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해 온 한나라당, 민주당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이 안철수 현상으로 표현되었다.
2012년은 선거와 동시에 두 번째 세계경제위기 발발 가능성이 점쳐지는 위기의 해이다. 현재 유럽 재정 위기는 이제 유럽 은행 위기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인데, 유로존의 구조적 모순과 유럽 은행들의 거대한 부실 규모로 인해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유럽 금융 위기는 한국에도 직접적 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 증권 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본 중 40% 가량이 유럽계다.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이들 금융 자본은 본국에서 신용 경색이 발생하면 처분 가능한 모든 자산을 시급하게 팔아 채무를 갚아야 한다. 모든 금융 시장이 개방되어 있고, 적절한 규제책이 없는 한국은 세계에서 증시와 환율시장 변동성이 가장 큰 나라다. 2009년 초와 같이 한국 증권 시장이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크고, 대대적인 원화 투매로 환율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신자유주의 이후 체제에 대한 정치적 합의 수준이 낮은 조건에서 큰 강도의 경제위기가 발발한다면 사태는 2009년 이상으로 혼란하게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복지 논쟁에서도 노동의제가 주변화 되어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 없는 복지정책과 노동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경제위기 대책이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개혁 세력과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보수 세력 사이에서 합의될 가능성도 있다. 98년 외환위기와 마찬가지로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권은 달랐지만 결국 위기의 모든 희생을 짊어 진 것은 노동이었다.
따라서 정치적 변화와 경제적 위기가 함께 도래할 가능성이 큰 2012년, 노동운동은 이미 노동 의제가 부차화 된 선거 이전에 노동의제를 중심으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내년 예상되는 구체적 노동 쟁점에 대해 구체적 투쟁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수출 물량 감소로 구조조정이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다시 진행 될 것이고, 초국적 기업은 외환거래, 본사로의 적자 수출, 고배당, 로얄티 등을 통해 자본 유출을 시도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기업을 매각할 것이다. 공공서비스부문에서는 청년실업 해소랍시고 임금 차별을 전제한 신입 사원 채용을 확대하고, 기존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임금 동결을 확대할 것이며, 정부는 상시업무 파견업종 확대, 단시간 근로 확대 등 노동시장에 대한 추가 유연화 조치에 나설 것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해왔던 것과 같이 타임오프, 복수노조창구단일화를 무기로 정부 정책에 반대할 여지가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강한 압박에 나설 것이다.
물론 이런 쟁점들이 새로운 것은 전혀 아니다. 이미 수년간 싸워왔던 쟁점들이다. 문제는 내년에 이 모든 문제들을 민주노총, 산별연맹들이 얼마만큼 집중력 있게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진정성 있게 투쟁해 나갈 것인가에 있다. 최근 총연맹과 산별노조의 주요 회의에서 내년 투쟁 계획 논의는 제쳐두고 정치방침 관련한 논의만 되고 있는데, 2012년 정세에서 노동을 중심으로 사회 의제를 만들어 내려는 계획 없이 정치 방침의 효력이 있을 리 없다.

주요 투쟁 쟁점

야간노동철폐, 교대제 개편
2012년 노동운동이 주체적으로 사회 쟁점화시켜 낼 첫 번째 쟁점은 노동시간과 관련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현대차, 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에 대해 교대제 개편을 요구하고, 현대기아차 사측이 2013년을 목표로 본격적인 투자 계획을 밝힘에 따라 수년간 공전된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철야 맞교대가 일반적인 한국 제조업에서 오후조가 늦어도 자정 이전에 업무를 마치는 주간연속2교대제의 실시는 결코 작지 않은 변화이다. 현대기아차가 주간연속2교대제를 실시하면 현대기아차의 근무 체계에 따라 공장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사들이 이를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약 6천개 기업, 30만 제조업 노동자의 노동시간에 변화가 발생한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실질 노동시간 단축의 반대급부로 정규직 고용 유연화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1년 내내 진행된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정부는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과 정규직 고용 유연성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 나갈 것임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나쁜 일자리를 늘려 고용대박이라고 했다가 호되게 비판을 받은 정부가 가시적으로 고용 지표 성적을 내보일 수 있는 완성차 업체에서 노동시간과 정규직 고용 유연화를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현대기아차가 해외생산 증가로 인한 국내 생산 감소를 노동시간단축으로 포장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10년간 해외생산량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시켜왔는데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2002년 이후 매년 6~8% 씩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유럽 재정위기, 미국 경제 침체, 중국 성장률 저하 등으로 향후 몇 년간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측이 노동시간 단축을 빌미로 국내 공장 가동률 감소와 임금 삭감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금속노조를 위시한 민주노총은 현재의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두 가지 점에서 발전시켜야 한다. 하나는 산업적 확장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시간단축 투쟁을 전략적 조직화 사업과 연계하는 것이다. 산업적 확장은 한국 경제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가장 장시간 저임금 노동이 일반화 되어 있는 수출 관련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전략적 조직화는 완성차 교대제 개편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미조직 부품사 노동자(한국노총 사업장과 무노조 사업장)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수출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한국 경제에서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등의 전자산업은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사업장이 무노조 또는 어용노조 상태라 장시간 저임금 노동이 일반화되어 있다. 삼성전자의 생산직 노동자들은 주 52시간은 기본이고, 토요일 일요일 모두 휴일특근을 하는 것도 일반화 되어 있다. 실제 주 노동시간이 70시간을 넘어서고, 월 노동시간은 290시간에 육박한다. 교대 형태 역시 주간 11시간 근무부터 주야 맞교대, 3교대 등 물량에 따라 마구잡이로 변화한다. 원청이 이 정도이니 하청업체는 아예 상상을 초월한다. 휴대폰을 위탁 조립하는 한 업체는 올 10월에 연장근로, 휴일근로 시간이 150시간에 달했다. 월 실제 노동시간이 320시간에 달하는 것이다.
운수산업은 수출입 화물 운송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로 아웃소싱 되어 있는 한국 제조업 산업을 연결하는 한국 경제의 혈관과 같은 산업이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특수고용노동자로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낮은 운임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감당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부산에서 서울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화물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일 12시간이 넘으며, 월 400시간 이상을 운전하는 노동자들도 부지기수다. 너무 적은 운임으로 인해 심야할인이 되는 톨게이트 비용이라도 아껴보겠다고 장거리 운행을 하는 화물노동자들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을 자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현재 자동차산업 중심으로 진행 중인 노동시간단축 투쟁을 제조업의 전자산업, 운수업에서 화물, 항만, 버스 등 업종으로 확장시킨다면 그야말로 수출을 중심으로 그물처럼 짜여있는 산업 전반에 큰 파급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은 조직 부분보다 미조직 부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조직화 사업의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생산직 모두가 사내하청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고, 변변한 노조도 없는 현대 모비스와 같은 기업의 노동자들은 매우 큰 임금 하락과 노동강도 강화를 겪게 될 수 있다. 10시간/10시간 주야 맞교대와 주말특근으로 저임금을 보충하던 이들 노동자들은 초과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이 8시간(주간)/9시간(야간) 교대제에서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에서 조사한 바로는 최대 30% 가까이 임금이 줄어든다.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본급 인상, 성과급 확대 등을 통해 어떻게든 임금 삭감을 줄여볼 수 있지만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강도는 강도대로 높아지고, 임금은 임금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금속노조는 2004-2006년 법정노동시간 단축 투쟁 시절에도 법정 노동시간 단축을 계기로 여러 부품사 노동조합을 건설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민주노조 사업장들은 법정 노동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투쟁으로 임금과 노동조건을 지켜낸데 반해 무노조 사업장, 한국노총 사업장은 연월차 축소 등으로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2012년도 충분한 실태조사와 준비된 선전활동, 조직화와 연계된 투쟁을 진행한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투쟁
2012년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은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에 관한 법원 최종판결과 후속 대책, 2011년에 이은 대학청소노동자들의 집단교섭과 임투, 화물 건설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대규모 집중 투쟁,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관련 제도개선 투쟁 등 여러 수준에서 계획되고 있다.
먼저 현대차 사내하청 투쟁이 승리로 종결되지 못하면서, 완성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은 법원의 최종 판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있었지만 고법 확정판결이 계속 미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2012년 내로 어떤 식으로든지 법적 해결 과정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사측은 사내하청지회에 대해 고강도 탄압을 벌여 지회 조직력과 집행력이 상당히 약화되었다. 법원 최종 판결,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에 따른 신규인력충원 등 정규직화를 위한 여건은 2011년보다 좋아졌다고 할 수 있으나 사내하청지회의 주체적 역량이 많이 약화된 상황이라, 일부 정규직화에 따른 비정규직 내부 갈등, 노조 간부에 대한 기획 탄압 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2011년 말부터 시작되어 2012년도 계속되는 동희오토, 기륭전자,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직복직이 어떻게 진행될 지도 관건이다. 동희오토에서는 이미 일부 노동자들이 복직되었고, 한국GM은 올 2월부터 복직이 시작된다. 사측이 복직 합의를 지키지 않는 경우, 복직 후 현장탄압하는 경우 등 다양한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연이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가 많은 감동을 주었던 만큼 이 투쟁의 최종 마무리 역시 비정규직 투쟁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대학청소노동자들의 집단교섭, 생활임금 투쟁, 조직화는 2011년에 이어 2012년도 계속될 것이나, 최근 본격화 된 사측의 어용노조 건설 흐름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2012년 투쟁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점에서 2012년 투쟁은 보다 전략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이미 이대, 연대, 경희대, 홍대의 8개 용역업체에서 사측 주도 복수노조가 설립되었고, 2012년 투쟁 향방에 따라서 다른 학교에서도 이런 사측 어용노조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는 수년간 요구해 왔던 제도 개선을 2012년 집중 투쟁으로 돌파해낸다는 계획이다. 화물연대는 최저임금제도를 화물시장에 적용한 표준운임제도를 비롯하여, 운임 인상, 노동기본권 쟁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들은 화물연대가 10년에 걸쳐 계속 요구해왔던 것으로 몇 번에 걸쳐 정부 약속과 파기가 반복되었던 사안들이다. 화물연대는 유가상승, 시장경쟁격화, 정부와 대형운수기업들의 지속적 탄압으로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데, 2012년 투쟁이 조직의 향후 발전 경로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노조 역시 수년간 계속되어온 제도개선 요구들을 가지고 투쟁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2년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노동자 투쟁은 총선 이후 제도 개선 투쟁으로 집중되는 가운데 각 부분에서 임금, 고용과 관련된 여러 투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투쟁이 총연맹이 계획 중인 8말9초 총파업 투쟁의 돌파구 역할을 하며 전국적 투쟁 전선이 만들어 질 수 있기 위해, 비정규직 노조만이 아니라 총연맹, 산별연맹 차원에서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관련 투쟁들을 적극적으로 엄호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노동법 개정
총연맹은 2012년 핵심 목표로 100일 동안 10개의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핵심으로 잡았다. 노조법에서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전임자임금지급금지 조항을 재개정하고, 산별교섭 제도화 관련 조항을 신설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밖에 교사 공무원 정치 기본권 확보를 위한 관련법 개정, 최저임금법 개정,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관련법 개정, 정리해고 비정규직 관련 법 개정, 공공기관운영 관련법 개정 등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십여 년 간 법 개정 투쟁은 사실 1996-1997년 노동법개정투쟁 정도를 제외하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러함에도 민주노총이 이번에 10개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는 것은 총선 이후 야권이 다수당이 되고 민주노총이 참여할 야권연대가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2011년 봄 민주당이 민주노총의 노동법 개정안 요구 일부를 거부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노동 문제에 관한한 여전히 민주당은 그리 믿을 만한 파트너는 아니다. 민주당은 2011년 봄 민주노총이 요구한 법 개정안 중 손배가압류 제한, 산별교섭 법제화, 필수유지업무 폐지를 거부했다. 이러한 기조는 총선 이후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다수당이 된 이후에는 그동안 민주노총의 요구를 수용해왔던 비정규직 관련법, 특수고용직 관련법 등에 대해서도 미온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법안들은 실제 개정이 현실화되면 노동과 자본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8말9초에 노동법 개정을 위한 총파업을 통해 10여개 법 개정안을 관철시킨다는 계획이다. 반드시 조직되어야 할 투쟁이라 할 것이다. 다만 두 가지를 편향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봤을 때 민주노총이 총파업 조직은 산별노조연맹에 맡겨두고 총연맹은 야권연대 로비에 주력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지도부가 사활을 걸고 현장과 지역을 조직해도 될까 말까한 총파업 투쟁인데, 파업 지도부가 정치권 인사들과 어울려 다니며 사진이나 찍고 다녀서야 투쟁이 조직될 리 만무하다. 특히나 수년 째 총연맹의 존재감이 사라진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수십 개의 법을 나열하고 수량적으로 10개 법안을 쟁취했다는 식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법 개정 투쟁이다. 민주노총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관철시켜야 하는 것은 민주노조 운동이 단결하고 투쟁하는 것을 제약하는 법안들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적당히 받을 만한 안들이 아니다. 2011년 봄 민주당이 거부한 손배가압류 제한, 산별교섭 법제화, 필수유지업무 폐지가 대표적이다.

구조조정 및 노조 탄압
일부 사업장에서는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이 예년과 같이 펼쳐질 것이다. 특히 2012년은 유럽에 자본이 많이 물려 있는 사업장들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위기 직전인 2008년에 유럽 조선소를 인수한 STX조선, 마찬가지로 2008년에 미국계 소형 굴삭기 업체를 유럽 자금을 이용해 인수한 두산인프라코어, 유럽계 자본인 발레오만도, 르노삼성 등이 대표적이다.
노조탄압 역시 예년과 같이 진행될 것이다. 특히 2012년은 단체협약을 진행해야 하는 사업장이 2011년보다 많아 복수노조, 타임오프 관련 탄압이 집중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지역지부에서 가장 모범적인 역할을 했던 경주지부의 최근 예는 시사적이다. 2010년 지역 최대 사업장인 발레오만도지회를 현대차의 협조 속에 무력화한 자본은 광진상공, 전진산업 등에서 구조조정을 핑계로 노조를 파괴하더니 최근에는 아진카인텍, 인지컨트롤스 등에서 이유도 없이 대놓고 복수노조를 만들어 노조를 흔들고 있다. 전임자 문제로 금속노조 지역지부는 선거 자체가 연기된 사례도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 이전에 체결한 임단협으로 버티던 노조들 상당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조 운동은 수년간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서 번번이 패해왔다. 2009년 쌍용차 투쟁, 2010년 금호타이어 투쟁 등 대형 사업장에서조차 그러했다. 복수노조 타임오프 관련 투쟁 역시 사업장 단위 대응만 있어왔을 뿐 총연맹, 산별 차원에서 힘의 집중을 통한 의미 있는 승리를 만들지 못해왔다. 2011년 희망버스 운동으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투쟁에서 일정한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은 고무적이지만 조직 노동자 주도의 투쟁 없이 매번 이러한 사회적 연대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민주노조 운동이 상당히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업장 단위로 진행 중인 구조조정, 노조탄압에 대해 예전과 획기적으로 다르게 대응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별노조연맹은 물론이고 사업장에서조차 2012년 구조조정, 노조탄압에 관해 구체적으로 전망하고 있지 못하다. ‘대공장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소규모 사업장은 산적한 현안과 줄어든 전임자로 여력이 없어서, 산별노조연맹은 온통 정치 일정으로 역량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2012년 경제 상황은 2009년에 버금갈 정도로 위험하다. 최소한 사태가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이전에 대공장은 자체 역량으로, 중소사업장은 산별노조연맹 차원에서 정확한 분석이라도 먼저 진행할 수 있다면 예년보다는 나을 것이다.

임금 인상
2011년에 실질임금은 4% 가까이 줄어들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3년 간 실질임금이 9%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 주요 대기업들은 2010년 창사 이래 최고의 매출과 이익을 거두었고, 2011년 역시 2010년에 준하는 매출과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하락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3년 간의 임금 하락은 경제위기를 빌미로 재벌 대기업이 강한 비용절감 정책을 시행한 결과다. 재벌대기업 노동자 일부는 비용절감 사후에 성과급 형태로 임금을 보전 받았지만 재벌 대기업 사내하청 노동자, 중소 부품 기업 노동자들은 원청의 비용절감 정책에 희생되었다. 공공부문에서 엄격하게 임금 억제를 해온 정부 정책도 이러한 임금 하락에 한 몫 한 것은 물론이다.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의 골간 노조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기획 탄압 역시 노동조합의 임금 인상 투쟁을 억제시킨 요인이다.
하지만 이러함에도 노동조합이 2012년 임금교섭에서 큰 임금인상을 쟁취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교섭력이 있는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2011년 임금인상 수준은 명목 4%, 실질로는 동결 수준에 가까웠다. 물론 현대자동차는 최근 몇 년간 성과급을 주식으로 받아 약간의 임금 인상 효과를 얻기는 했다. 하지만 사실 이는 착시효과에 다름 아닌데, 현대차가 조합원들에게 지급한 주식은 현대차가 보유한 자기 주식이고, 굳이 현대차가 주가 부양 등을 위해 자사주를 재매입 할 것이 아니면 현대차 입장에서는 아무런 상관없는 주식을 노동자들에게 무분규 성과급이라고 딱지를 붙여 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이를 주식 시장에서 바로 판다면 2011년 10월 31일에 지급받은 주식의 경우 약 800만원 상당의 현금을 챙길 수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추가 주가 상승을 바라고 보유하고 있게 된다. 조합원들이 한꺼번에 대규모 투매에 나서지 않는 이상 현대차는 자사주 효과를 그대로 얻게 되는 것이다. 2011년 현대차를 따라 주식을 지급받은 기아차지부도 마찬가지다.
2012년 역시 대형 사업장에서 이런 식으로 실질임금 동결과 주식 성과급 지급 관행이 이어진다면 제조업 전반의 임금 교섭 조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주식 지급이 쉽지 않은 중소 부품사들은 결국 현대차의 임금인상 수준을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금 지급이 아닌 (자사주)주식 지급은 회계 자료에 자산 항목의 변화만 가져올 뿐 겉에서 보면 아무런 임금 인상 효과가 없다.
한편 국민임투로 명명된 최저임금투쟁은 2012년 약간의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연맹,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등 최저임금투쟁을 이끌었던 단위들이 법정 최저임금에 얽매이지 않는 생활임금투쟁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고, 제도권에서도 법정 최저임금 제도 개선과 관련된 논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앞 집회와 지역 선전전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예전 투쟁이 2012년 야당이 보다 많은 의석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6월 국회에서의 제도개선 논의로 집중될 가능성도 존재하며, 집단교섭 등을 통해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된 지난 관례를 깬 단위들은 최임위 결정 이후로 좀 더 투쟁을 집중할 수도 있다.
민주노총은 현재 제2의 7,8,9월 노동자 대투쟁을 이야기하며 총선 이후 총파업을 논의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 사이에서 노조법 개정을 포함해서 민주노총의 요구를 최대한 관철하겠다는 계산이다. 민주노총의 이러한 계획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도 민주노총 차원의 임금 인상 전략은 절대적이다. 제도 개선 요구안만 앞에 내건다고 제2의 노동자 대투쟁이 조직되지는 않는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은 노동 현장 앞에서 멈춘 민주주의를 임금 인상을 매개로 현장 안으로 가져온 것이었다.
총연맹은 최저임금 투쟁을 다시 전국민 임투로 조직하기 위해 최저임금제도 개선과 적절한 최저임금 인상 목표액을 제시하고 투쟁해야 한다. 최저임금제도 개선은 노동조합 교섭에 최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양자간 교섭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운동연구소에서 2010년에 제출한 교섭 모델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액 역시 조직 노동자 투쟁과 최대한 연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민주노총 임금인상 요구액을 정액으로 최저임금에도 그대로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연맹이 물리력 행사로 최저임금요구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진정성 있는 계획을 전제한다.

총대선, 총파업, 총연맹 직선제

2012년의 중요성은 굳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총·대선에 대한 정치방침 논의로 과잉되어 있는 현재 분위기를 좀 더 실제 진행될 대중 투쟁에 대한 세밀한 계획을 수립하는 분위기로 바꿔 내야 한다.
금속노조에서 시작될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을 전자산업, 운수산업으로 확장해내며 노동시간단축 투쟁을 전국적 투쟁으로 확대해내고,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실질임금 하락에 분노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조직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올릴 수 있는 투쟁들을 바탕으로 조직해 나가며,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전 준비로 예년보다는 좀 더 나은 대응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노동법 개정투쟁은 총연맹 지도부가 야권연대에 대한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는 역할을 해야 가능할 것이며,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투쟁이 민주노총의 8말9초 투쟁의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비정규직 단위만이 아닌 총연맹, 산별노조/연맹 차원의 계획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1월로 예정되어 있는 총연맹 직선제는 민주노총을 다시 대중적 지지 속에 재건해나가는 계기가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총파업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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