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2.1-2.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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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노동자 민중운동의 과제

‘우경화한 집권전략’인가, ‘대안적 운동의 재건’인가

이현대 | 공동운영위원장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반복되는 ‘현직’의 위기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한국사회는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를 불문하고 정치세력들의 ‘쇄신’과 ‘통합’ 바람이 거세다. 기존 정당과 정치인들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이 크기 때문에 각 정치세력들은 차기 의회권력과 대권(행정권력) 장악을 위해 자기혁신 혹은 이미지 변신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정치(인)에 대한 대중들의 이데올로기를 압축하고 있는 키워드는 ‘이명박에 대한 환멸’과 ‘안철수에 대한 환호’이다. 하지만 불과 5년 전으로 시계 바늘을 돌려보면, 지금 나꼼수의 ‘가카’ 신드롬의 자리에 ‘놈현’ 신드롬이 있었다. 2007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무능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극에 달아 ‘막대기만 꽂아 놓아도 한나라당이 당선된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5년이 지난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환호의 대상에서 환멸의 대상이 되었고, 대중은 ‘안철수 교수’라는 새로운 환호의 대상을 찾았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노골적인 친재벌 정책과 억압적인 통치스타일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은 크고, 운동 세력들에 대한 믿음과 희망도 부재한 조건에서 ‘양심적이고 착한 기업가’에 대한 대중들의 주관적 욕망이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현상‘은 근본적으로 2007년 이명박 후보에 대한 환상의 반복일 따름이다. 안철수의 사상과 경력 어디를 살펴보더라도 한미 FTA 체결,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및 비정규악법 통과, 노동탄압 등을 추진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할 때조차 그가 노동자 시민들을 위한 정치를 펼칠 것이라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 검증된 바 없고 정치적 세력기반 또한 불분명한 ‘착한 기업인 안철수’에 대중들의 막연한 환호는 그가 권력에 앉는 순간부터 서서히 대중들의 절망과 분노의 대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정치인에 대한 대중들의 막연한 환상과 그 환상이 배신당했을 때 극심하게 표출되는 원한과 분노!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현상을 반정치 혹은 정치혐오증이라 칭할만하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정치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단순히 정치인들의 무능이나 부패의 문제로 환원할 수 없다. 오늘날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정치위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세계경제의 장기불황이라는 구조적인 제약조건으로 인해 정당이 대중에게 약속한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유용한 정책수단을 상실한 것이 정치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정치인들은 대중들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권력을 장악한 후 좌파, 우파 가릴 것 없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체제위기의 관리를 위해 노동농민복지환경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지배계급들은 TINA(There is no alternative, 신자유주의 외에 대안이 없다)를 외치며, 경제위기 상황을 빌미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요했다. 신자유주의 정책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으니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 정권는 일정한 통치스타일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히 자본의 이윤을 확대하기 위한 금융화와 규제 완화, 부동산 투기, 민영화(사유화), 노동 유연화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동일하게 추진했다. 그 결과 부동산 투기와 금융소득을 통해 부유계층의 자산소득은 대폭 증가한 반면, 비정규직과 실업자는 확대되고 실질임금은 감소했으며 노동자 시민들의 권리는 대폭 축소되었다. 신자유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중의 불만은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그 결과 대안의 부재 속에서 ‘현직’이 위기에 빠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민중운동의 혼란과 해체위기: ‘우경화한 집권전략’인가? ‘대안적 운동의 재건’인가?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체제 위기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없는 가운데 신자유주의 정책과 정치세력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반면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반신자유주의 운동진영은 정권과 자본의 가혹한 탄압 속에서 산발적이고, 자생적인 생존권 투쟁을 넘어 정치적·조직적인 운동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역설적인 것은 노동자 민중 운동의 주체역량은 지리멸렬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민중 운동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자주민주통일(이하 자민통) 운동의 핵심 세력은 신자유주의 보수야당과의 선거연합-공동정부 수립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환경을 만들고 민주노조 운동의 전성기를 만들겠다는 장밋빛 꿈에 부풀어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의 무기력과 ‘묻지마 반MB 선거연합’의 득세
경제위기 상황을 빌미로 하여 재벌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과 특혜를 받으며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시민들은 실질임금 삭감, 비정규직 확대, 정리해고와 계약해지로 내몰리고 있다.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맞서 자연발생적인 생존권 투쟁은 지속되고 있지만, 노동자 민중 운동은 제대로 된 정치적·조직적 투쟁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민주노조 운동은 2010-11년 노동조합전임자임금지급금지(타임오프) 제도 도입과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도입 국면에서 총노동 투쟁전선을 구축하지 못함으로써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막론하고 단협해지 공세, 사측이 주도하는 복수노조 설립 및 민주노조 파괴 공작 등 정권과 자본의 가혹한 노조탄압에 각개 격파 당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민주노총 핵심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고 민주노총의 다수파를 이루는 자민통 그룹의 총노동 투쟁전선 구축 방기와 야권연대-시민운동 상층 의존적인 활동방식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민주노총 지부도의 이러한 행보가 현장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정권과 자본의 공세와 탄압에 맞선 전국적인 투쟁전선 구축을 방기하고 야권연대-시민운동 의존적인 상층 캠페인에 치중하면서 산별노조(연맹)와 단위 사업장에서는 ‘투쟁에 앞장서면 우리만 피해를 본다’는 패배주의가 확산되고 투쟁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자본의 강력한 노조탄압에 의해 현장의 투쟁력이 약화되고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현저히 낮은 조건은 역으로 ‘야권연대’와 같은 상층 간의 정치협상에 매달릴 명분을 주고 있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반대하면 다 같은 편’이라는 무원칙한 반MB야권연대 논리는 2010년 6.2 지방선거와 2011년 4.27 재보선, 10.26 재보선에서도 어김없이 민주노총-진보정당의 선거방침으로 채택되었다.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에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노무현 정권에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투쟁이나 한미 FTA반대 투쟁을 진압했던 한명숙을 서울시장 후보로 지지했다. 반면에 진보정당 후보로 나선 노회찬은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사태도 발생했다. 급기야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침에 의해 건설된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배제한 채로 노무현 정신계승을 표방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력인 국민참여당과 정당통합까지 추진했다. 통합진보당이 내세운 5대 비전에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원칙을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민주노총 집행부는 내부적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관철하려 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에는 현장과 지역의 노동자를 묶어세우고,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확대하고, 자신의 힘에 근거해 보수정당과 개혁주의적 시민운동을 타격·견인하는 적극적인 전략은 실종되었다. 조합원들을 투쟁과 정치의 주체로 세우기보다는 돈대고 몸대는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재벌 중심의 신자유주의적인 경제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은 실종되고 대중운동 전략은 부재한 채로 반MB 연합에 근거한 선거전략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원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11년에도 수많은 민주노총의 대중집회가 개최되었지만, 일관된 대중운동의 전략 속에서 조합원을 주체화시키고 투쟁동력을 확대하기 보다는 반MB 반한나라당 야권연대를 위한 일회성 정치적 동원집회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의 대중적 힘에 근거하지 않은 반MB 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이 제1의 과제가 된 결과, 신자유주의적 보수야당인 민주당과의 정책협의를 추진했지만 노동악법 개정, 한미 FTA 비준저지 투쟁 등 주요 현안에서 원칙 없이 양보와 후퇴를 거듭하거나 또는 형식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노동자 민중운동의 혼란과 해체위기: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우경화된 집권전략’
이처럼 ‘무원칙한 반MB 연합 노선’이 노동자 민중 운동의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게 된 배경에는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노선전환, 신주류화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민주노동당 외에도 민주노총, 전농 등 주요 대중조직의 다수세력을 점하며 집행부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의 노선은 민주노동당을 통해서 공식화되었다. 이들은 2012년 대선에서 민주통합당과의 공동정부 수립을 현실적인 운동 목표로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2011년 “사회주의적 이상을 계승한다”는 강령을 삭제하고, 이른바 진보적 민주주의를 새로운 이념으로 채택했다.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는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책자를 통해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그 대안적 이념 전략으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주장한다. 그런데 진보적 민주주의는 뚜렷한 내용이 없이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라는 이름으로 정치·경제·복지·평화통일과 사회적 평등과 관련된 강령적 정책들을 나열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모델을 진보적 민주주의의 주요사례로 꼽으면서, 차베스가 자본주의적 소유관계나 경제 질서의 기본을 부정하지 않는 민주적 개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해석하건대, 진보적 민주주의는 쇄신된 이념이나 전략이라기보다는 기존 민족해방(NL) 이념의 단계론적 변혁노선에서 변혁적 성격을 삭제한 집권전략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혁을 위한 대중운동 전략 혹은 사회적 세력형성을 위한 운동전략이 부재한 채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선거연합을 통한 집권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에서, 이들의 노선을 기존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을 대체하는 통치집단으로서 신주류화 전략이라 부를 수 있겠다.
한편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경우 민주노총 선거 및 단위노조 선거과정에서 자신의 당선을 위해 어용세력과 연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당선 이후 사측의 공작으로 어용세력이 득세하거나 노조가 와해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노조 활동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왔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이들이 주도권을 잡는 과정이 운동의 우경화와 사회적 협조주의를 강화한 과정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을 운동주체로 세우기보다는 실리적 이해에 기반을 둔 노조의 양적 조직화와 조직의 안정적 관리, 그리고 민주노동당 당원 가입을 추진하는 데 치중하면서 이들은 노동조합 활동방식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를 노출해 왔다. 2012년 우경화된 집권전략으로 인해 민주노조 운동 내부에서 이들의 부정적 운동방식들이 더욱 확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노동자 민중 운동의 상설적인 공동투쟁체인 ‘민중의 힘’ 안에서도 통합진보당의 가입문제나 2012년 총선·대선을 활동방침을 둘러싸고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과정에서 ‘민중의 힘’은 사실상 반MB 선거연합을 위한 대중동원 단위로 전락하거나 이를 둘러싼 갈등으로 무기력한 활동 속에 명맥만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신주류화 전략은 그 성패와 무관하게 전통적인 노동자 민중 운동의 원칙 및 노선의 해체와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해악적이다. 이들은 세계적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의 위기(몰락)를 언급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과 세력의 몰락이 곧 노동자 민중 운동의 승리와 집권시대로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대안적 운동세력의 부재라는 조건에서 여전히 신자유주의 세력과 정책은 건재하며,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공격을 통해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현실을 애써 간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에 종속적으로 편입한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어떻게 변혁할 것인지, 재벌과 자산계급이 강력한 우위를 점한 사회적 세력관계를 어떻게 역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부재하다. 세계적인 장기불황으로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없는 조건에서 어떻게 노동자의 권리를 신장시킬 것인지, 자본과 기득권층의 사보타지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 민주통합당과 선거연합 또는 공동정부를 이룬다면 이들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소수세력으로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오로지 “우리가 집권하면 다르다”는 주관적 의지만이 충만할 뿐이다. 이들은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노골적인 친재벌-반노동 정책을 대비시키면서 ‘이명박, 한나라당 체제 보다는 낫지 않겠냐?’며 우선 정권을 바꾸자고 합리화한다. 하지만 설사 민주통합당의 집권이 한나라당의 재집권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노동자 민중 운동의 원칙과 정체성을 훼손하고 민주노조 운동을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의 지지부대로 전락시키는 것은 가히 소탐대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편타당한 상식을 가진 운동가라면 민주통합당과의 연합을 통합 집권을 ‘진보적 정권교체’로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설사 그렇게 정권이 교체되어 진보정당 출신이 장관 한 두 자리를 맡는다고 해도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다. 향후 세계적 경제위기라는 정세 속에서 집권세력은 대중의 불만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할 텐데, 진보정당 출신은 집권세력 내부에서 권한은 거의 없는 반면 민주통합당이나 주류 시민운동의 반노동자적 정책의 집행책임은 함께 져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경제위기 하에 체제유지를 위해 노동자 투쟁을 탄압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대안적 운동의 재건’을 위한 좌파운동의 자기 혁신의 과제
80년 광주 민중항쟁, 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성장했던 민주노조 운동, 민중운동이 1990년대에 주요한 전략으로 추진한 산별노조 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은 그 동안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왔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노동자 민중 운동은 이념·노선·운동전략의 차원에서 자기 혁신을 통해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큰 혼란에 빠져 있다. 노동자 계급의 단결과 연대에 기초하여 대안적 운동전략을 마련하기보다는 대중운동의 침체와 진보정당 운동의 위기를 구실로 삼아 사회변혁의 전망을 포기하고 ‘우경화된 집권전략’으로 급격한 노선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노동자 민중 운동의 ‘우경화된 집권전략’으로의 노선전환이라는 현 정세적 조건은 우선 지배계급, 즉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맞선 노동자 민중 운동의 대응이 실패한 결과다. 이러한 결과는 한편으로 노동자 민중 운동 내 다수 세력인 자민통 그룹의 운동노선과 구체적 실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주류적 운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소위 좌파운동의 무능이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운동의 주류세력에 대한 비판만으로 대안적 운동전략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좌파 스스로의 무능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좌파운동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과 투쟁 역량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최근 발생하고 있는 주요 노동자 투쟁들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향후 대안적 운동의 재건을 위한 기초를 이룰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세력이다. 하지만 좌파운동의 경우 이념과 조직노선, 실천전략 등에서 매우 다양한 입장 차이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 민중 운동 내부에서 비판자적 입장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좌파운동이 대안적 운동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 위기 하에서 이념적으로 사회주의적 전망을 선언하는 것을 넘어 기존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비판적 혁신과 함께 조직적·실천적으로 기존의 운동관념을 쇄신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좌파들이 당면한 현안 투쟁에 대한 공조를 넘어서는 정치적·조직적인 공조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좌파운동의 고립분산적인 정치활동을 극복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려울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노동자 민중 운동은 구체적인 운동전략과 강조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노동대중(노동자, 농민 등 기층 민중)이 스스로의 요구와 투쟁을 조직하여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이러한 대중운동(계급동맹)의 힘을 바탕으로 기존의 지배질서를 변혁하여 생산의 주인, 사회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관념을 공유해왔다. 또한 운동진영의 이념과 전략은 조직노선을 통해 구체화되었는데, 전 세계의 사회변혁운동(사회주의운동, 민족해방운동)의 역사에서 자본주의 생산양식과 국가의 변혁과 관련하여 당과 노조, 전선체는 조직노선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오늘날 좌파운동의 공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조직노선의 상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적 수렴점이 다르기 때문에 공조의 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 조직의 노선에 대한 상호 이해와 토론, 조정의 과정이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자본임금노동의 적대적 관계를 기본모순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다수자인 노동자 대중의 계급적 단결과 농민·빈민·청년학생 등 여타 민중운동의 계급동맹에 기초한 사회적 주체역량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를 변혁하기 위한 사회적 세력형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선거를 통한 집권이 가능하더라도 구조의 변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역사의 명백한 교훈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유주의 세력과의 상층연대를 중심으로 한 왜곡된 전선운동이 아니라 계급동맹을 목표로 한 전선운동은 매우 중요한다. 계급동맹을 목표로 한 전선운동은 현재 민중운동 진영의 상설연대체인 ‘민중의 힘’으로 치환될 수 없는 것으로, 현실적인 민중연대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좌파운동의 대중적·계급적 기반 확대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사고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당은 최고의 정치조직’이라는 구래의 좌파적 인식에 대해서도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적 기제로서 의회정치와 정당정치가 오랜 역사를 통해 성숙되어 왔다. 자본주의 하에서 정당은 선거를 통해 의회정치와 행정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왔다. 정당의 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각종 기제를 통해 정당 스스로나 정당에 의존하는 대중운동이 손쉽게 선거주의, 의회주의, 체제 내적 포섭으로 경도될 가능성 또한 매우 큰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의회주의와 선거주의로의 경도를 우려해 제도정당을 무조건 거부할 경우 고립주의를 벗어나기 어려우며, 역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이유로 ‘제도정당’을 중심으로 사고할 경우 스스로 선거주의, 의회주의와 우경화의 역사를 반복할 뿐이다. 노동자 대중운동의 강화와 계급동맹의 형성을 위해 제도 내적 개입에 경도되지 않는 변혁지향적-운동적 정당을 건설하는 것은 정치적 입장의 선명함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우경화를 제어할 수 있는 노동자 대중운동과 계급동맹의 강력한 구축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지역과 현장의 계급적 운동역량의 구축(노조운동과 각급 대중운동의 강화를 통한 계급동맹의 강화)과 정당운동에 대한 운동적 개입을 위한 정치적 결사체로서 전국적 정치조직(활동가조직)의 구축은 대중운동과 정당운동에 대한 올바른 개입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좌파운동이 각자의 조직적 전망을 배타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상호 간의 공동실천과 신뢰구축을 토대로 전체적인 변혁전략에 대한 논의와 합의를 이뤄가면서 입체적인 조직전략의 일부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조직전략을 조정해가지 않는다면 구래의 고립분산적인 활동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2012년 노동자 민중운동의 과제

현 정세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장기불황 하 노동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진행되는 조건에서 대중투쟁을 통한 집단적 문제해결보다 신자유주의 보수야당과의 선거연합에 의존한 정치적 해결(총선에서 여소야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과의 연합을 통한 정권교체)이라는 전망이 득세하고 있는 정세이다. 대중적 사회운동의 역량이 취약해진 조건에서 노동자 민중 운동의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우경화된 집권전략으로 인해 국민참여당 같은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통합을 통해 사이비 진보정당, 통합진보당이 창당되었다. 이 과정에서 집권을 대비하여, 또는 통합의 대상인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노선합의를 위해 당의 강령과 노선이 대폭 후퇴, 우경화하였다. 이는 그 동안 추진되어 왔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원칙과 정체성을 심각히 훼손했다. 또 민주노총은 무원칙한 반MB 선거방침을 통해 조합원을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의 지지부대로 전락시킴으로써 내부의 갈등을 확대하고 스스로 급격하게 우경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세적 조건에서 노동자 민중 운동의 일부로서 ‘대안적 운동의 재건’을 목표로 하는 좌파 정치세력들의 당면 정치적 목표는, 진보정당 운동의 급격한 우경화와 이에 동반하는 민주노조 운동의 급격한 우경화를 저지하고 민주노조 운동의 재건을 위한 세력군의 형성 및 지역, 현장의 재조직화다. 좌파운동은 이를 1차적인 목표로 삼아 2012년 정치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우선 정세적으로 ▲한미 FTA 폐기 ▲노동악법 철폐 및 전면 개정 ▲비정규직 철폐와 정리해고 중단 ▲재벌에 대한 사회적 통제 ▲세계적 경제위기로 인한 급격한 자본유출을 제어하기 위한 초민족자본에 대한 규제 등 핵심 투쟁과제에 대한 동의여부를 중심으로 반자본주의반신자유주의 투쟁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정치적·조직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 축으로는 무원칙한 신자유주의 보수정당과의 선거연합을 비판하면서 핵심 투쟁과제에 대한 동의여부를 중심으로 노동자 민중 운동의 올바른 연대연합의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선전, 선동하면서 정치적인 피아(彼我) 전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다른 한 축으로는 가능한 노동조합 및 현장활동가들과의 공동기획을 통해 대중투쟁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동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반대와 민주노총 정치방침, 선거방침 대응
당면해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 철회 및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를 위한 민주노총 각급조직 전현직간부 및 현장활동가 1천인 선언운동>의 성과를 2012년 1월부터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으로 확대하여 민주노총 활동가와 조합원 조직화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와 1월 3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 및 선거방침 논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 산별노조 차원에서 현장 활동가들을 광범위하게 규합함으로써 취약한 좌파운동의 주체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될 정치방침과 관련해서는 좌파운동 내부의 이견을 조율하여 단일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민주노총 다수파 세력과 민주노총 집행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변형된) 배타적 지지를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한 상황에서, 좌파운동의 공동행보가 담보되지 않을 때에는 결국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의도가 그대로 관철될 것이다. 좌파운동 모두가 통합진보당의 탄생으로 그 동안 진행되어왔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이 최종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에는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전망과 관련해서는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노동운동의 재조직화와 병행하여 진보신당을 포함한 좌파 진보정당의 재구성 ▲민주노총이 중심이 된 변혁적 노동자대중정당의 건설 입장 등으로 크게 분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당장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철회 대(對) 유지’를 중심으로 안을 토론할 경우 좌파의 공동대응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좌파운동 각각이 제안하고 있는 전망이 즉각 현실화되기 어려운 조건에서, 민주노총 내부에서 서로가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긴밀한 공조와 협력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좌파운동의 정치적 이견을 고려할 때, ‘1999년 2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정치방침을 기본으로 하여 차기 집행부에서 전 조직적 토론(현장토론)을 거쳐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근본적 평가와 향후 전략을 마련하자’는 내용으로 좌파운동의 합의안을 마련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문구를 성안할 수 있을 것이다. “1) 부르조아 보수정당이 아닌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의 대의에 입각하여 활동하는 제 정치조직에 민주노총 조직원이 참여하여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민주노총은 제 정치조직과의 관계에서 대중조직 고유의 상대적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제 정치조직과 연대, 지지, 지원을 강화한다. 2) 다만, 민주노총이 추진해온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에 대한 근본적 평가와 올바른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민주노총의 구체적 방침은 차기 집행부에서 전조직적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 이 안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1)의 문구를 통해 설령 좌파운동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표결에 의해 총선 선거방침 수준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가 결정되더라도, 원칙적인 정치방침 수준에서 제 정치세력에 대한 정치활동을 보장함으로써 민주노총 내부에서 좌파운동의 활동이 봉쇄되는 것은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의 문구를 통해 향후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전망에 대한 이견으로 인한 민주노총 내부의 극심한 갈등을 막고, 좌파운동의 공동행보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1)의 문구로써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에 반대하는 좌파운동 일각의 의견을 반영하고, 2)의 문구로써 향후 올바른 노동자 계급정치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에 대한 전망을 둘러싼 이견으로 인한 좌파의 즉각적인 분열을 피해가자는 것이다. 또한 현재 민주노총 다수파의 무원칙한 반MB 선거연합 방안과 향후 올바른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전략수립 논의를 분리함으로써 이후 새로운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다. 한편 민주노총 정의헌 수석부위원장과 공공운수노조/연맹 김태진 정치위원장이 제출한 수정안(‘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제2의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추진하자’)은 현재 주류적인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흐름을 중단시키기 위한 명확한 대안을 제출하지 않기 때문에 주류세력의 ‘변용된 배타적 지지안’(형식적으로 3개의 진보정당에 대해 세액공제와 당원확대 수준에서 문호를 개방하지만, 결과적으로 여타 조건에 의해 통합진보당만을 지지하는 안)에 무력하게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면, 좌파운동의 약점인 배타적 지지 관련한 쟁점을 피해가면서 ‘정치방침’과 ‘선거방침’을 분리 대응하여 반드시 정치방침을 통과시켜 이후의 또 다른 토론과 역전의 기회를 남겨 두자는 것이다.
그 동안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이 사실상 정치방침을 대신해왔다는 점에서 선거방침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 선거방침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대의원대회에는 별도 안건이 아니라 사업계획의 형태로 제출될 것이다. 따라서 사업계획에 대한 수정안 제출을 통해 회의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은 ‘6대 과제 20대 핵심요구’를 제시하고 있지만, 요구의 나열을 넘어서지 못한다. 또한 요구 관철을 위한 대중적인 투쟁계획은 부재한 채, 여소야대/1선거구 1후보 출마/야권연대를 통한 반MB 1:1 구도 형성 등 선거전술이 투쟁목표를 역규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FTA 폐기 ▲노동악법 철폐 및 전면 개정 ▲비정규직 철폐와 정리해고 중단 ▲재벌에 대한 사회적 통제 ▲세계적 경제위기로 인한 급격한 자본유출을 제어하기 위한 초민족자본에 대한 규제 등 핵심 투쟁과제에 대한 동의여부를 중심으로 민주노총의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하여, 구체적인 선거방침까지 수정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편 통합진보당에 대한 성격규정 문제가 쟁점으로 남는다. 좌파운동은 1천인 선언과 조합원 선언운동을 통해 노동자 착취와 탄압의 주범인 국민참여당과 통합한 통합진보정당은 노동자정당, 진보정당이 아니며, 이를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정치적인 비판, 선전선동의 문제와 별도로 대의원대회 안건발의를 통한 성격 규정의 문제는 그 안이 관철되지 않았을 때 역효과가 크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성격규정 문제를 압도적으로 가결할 수 있다면 별도의 안건상정을 하는 것이 마땅할 뿐만 아니라 이후의 정치방침 논의 등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좌파운동 내부의 이견과 대의원들의 세력분포 등을 고려할 때 이는 녹록한 문제가 아니며, 역으로 통합진보당을 진보정당으로 사후 승인해주는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명확히 승산 있는 조건이 아니라면 선거방침에 대한 수정안 제출을 통해 ‘통합진보당이 노동자정당, 진보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선전, 선동하는 것이 필요하며, 총선방침 수준에서 통합진보정당에 대한 지지가 관철되지 않도록 대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올바른 노동자 계급정치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공동대응
노동자 민중 운동의 다수 세력의 ‘우경화된 집권전략’으로의 급격한 노선전환이 노동자 민중 운동과 민주노조 운동 전반의 해체와 붕괴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대안적 운동의 재건’을 위한 세력군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한 축으로는 민주노조 운동 내부에서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민주노총 정치방침·선거방침 대응과 대중투쟁 조직화를 위한 공동활동을 강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가칭)올바른 노동자 계급정치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제단체, 현장조직 연석회의>(이하 노동정치 연석회의)와 같은 정치적인 연대틀을 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민주노총 각급 산별노조연맹 및 지역의 좌파 정치세력들과 현장활동가들이 참여하는 노동정치 연석회의를 조직화해야 한다. 노동정치 연석회의는 향후 당면 정세에서 ▲총선, 대선 공동대응 ▲전국적인 투쟁전선 구축 ▲올바른 노동자 계급정치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이와 병행하여 11월로 예정된 민주노총 선거에 있어서도 긴밀한 공조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4월 총선대응과 관련하여 노동정치 연석회의 차원의 전면적 대응은 어렵더라도 노동정치 연석회의에 참여하는 진보정당 및 총선대응 단위들이 주요 총선기조를 합의하고, 이를 중심으로 가능한 방식의 총선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설사 총선에서 공조가 어렵더라도 총선 대응을 둘러싼 이견으로 인해 대선공조 및 향후 공동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상호 입장을 최대한 조정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좌파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현재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 다수파의 ‘우경화된 집권전략’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의 후보에 대한 민주노총의 지지가 공식화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 민중 운동이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의 지지부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또한 세계경제 위기라는 조건에서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그리고 ▲한미 FTA 폐기 ▲노동악법 철폐 및 전면 개정 ▲비정규직 철폐와 정리해고 중단 ▲재벌에 대한 사회적 통제 ▲세계적 경제위기로 인한 급격한 자본유출을 제어하기 위한 초민족자본에 대한 규제 등 핵심 과제들을 사회적으로 제기하기 위해서도 독자적인 대선대응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세계경제 위기 하에서 차기 정부의 역할은 체제 위기관리적 성격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재벌 중심의 수출의존적인 한국의 경제 구조 하에서 차기 정권의 운신의 폭은 대단히 좁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사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한 공동정부 수립에 성공한다하더라도 차기 정권은 집권과 동시에 자본과 보수세력의 공세 속에서 어려운 경제현실을 들먹이며 선거공약에서도 대단히 후퇴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정권의 경우 집권 6개월만에 철도노조에 대한 경찰력 투입을 필두로 노동탄압의 기조를 강화했던 전례가 있지 않은가. 또한 다가올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형성된다하더라도 적극적인 투쟁을 배치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의 노동악법 철폐 및 전면 개정 요구 또한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1년 야5당과의 노동대책회의 논의과정에서 손배가압류 제한, 산별교섭 법제화, 필수유지업무 폐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았고, 합의된 노조법 개정안의 경우도 민주당의 당론으로 공식화되지 않았다. 특히 민주통합당이 다수당이 된 이후에는 그동안 민주노총의 요구를 수용했던 비정규직 관련법, 특수고용직 관련법 등에 대해서도 미온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법안들은 실제 개정이 가시화될 경우 노동과 자본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노동정치 연석회의는 총선·대선 방침 및 정치방침을 둘러싼 민주노총 내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투쟁전선 구축을 위해서 민주노총 중집 및 각급 산별노조연맹에서 적극적인 투쟁계획을 제출하고 투쟁을 촉구해야 한다. 또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각급 산별노조연맹, 지역본부 차원에서 실질적인 투쟁 조직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정치적 환경이 어떻든 간에 민주노조 운동의 대중투쟁 역량을 중심으로 요구를 관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희망텐트, 정권과 자본이 이미 시행의지를 밝히고 있는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 예상되는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에 대한 투쟁,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투쟁, 각 산별노조연맹의 제도개선 투쟁 등을 현장으로부터 조직하고 사회적인 여론을 형성하면서 하반기 노동악법 폐지 및 전면 개정 투쟁 전선을 강력히 구축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투쟁계획이 또 다시 야당과의 상층협상과 형식적인 동원집회로 전락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투쟁을 조직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실천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노동정치 연석회의는 올바른 노동자 계급정치노동자 정치세력화 추진방안을 공동으로 협의해야 한다. 좌파운동 내부에 존재하는 조직노선 및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상호 간에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나 2012년 정세에서는 각각의 조직적 입장에 따른 차별적 행보를 상호 존중하면서 공조틀을 유지해야 한다. 당면해서 좌파운동 내부에서 올바른 노동자 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조직적 전망에 있어서 뚜렷한 이견이 존재한다. 한 축으로는 진보정당의 급격한 우경화에 대응하여 ‘변혁적, 사회주의적 정당 건설’을 주요한 전망으로 사고하는 흐름이 존재하고, 다른 한 축으로는 민주노조 운동의 변혁적 재건을 위한 현장, 지역 차원의 전국적인 활동가조직의 구축이라는 전망이 존재한다. 취약한 좌파운동의 조건에서 두 가지 조직적 전망은 올바른 노동자 계급정치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주요한 구성요소이다. 향후 양대 축이 상호 배타적이라기보다는 협력과 공조의 관계를 형성할 때 ‘대안적 운동의 재건’을 위한 유리한 운동지형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공동활동과 대선 공동대응의 과정에서 단일한 정치블럭, 정치적 전선을 형성하고 2013년 이후 협력적 파트너쉽 하에 양자를 분리 구축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변혁적 노동자 정당’, ‘사회주의 정당’ 건설 흐름의 경우 당의 운동노선을 함축하는 사회주의적 지향의 강령의 채택여부, 제도정치에 대한 태도, ‘배타적 지지’에 대한 원칙적 입장 등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데, 내부의 분파활동을 유지하더라도 공동의 전망 모색이 가능한지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최종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전망을 함께 할 수 없다면, ‘변혁적 노동자정당’, ‘사회주의 정당’, ‘전국적 활동가조직’이라는 각각의 조직적 전망을 전진시키면서 상호 간의 공조태세를 구축하는 방향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노동자 민중 운동의 자민통 그룹 다수파와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과의 공동정부 수립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간에 국민참여당이라는 이질적 요소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차기 정권에 참여하게 될 경우 경제위기 하 노동자 민중에 대한 정권 차원의 탄압과 신자유주의적 정책시행을 둘러싼 내부적 갈등과 노선분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좌파운동의 역량이 취약한 조건에서 향후 자민통 그룹 내부의 노선분화를 염두에 둔다면 민주노조 운동 차원에서나 ‘민중의 힘’을 통한 연대운동 차원에서 이들과의 공동투쟁을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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