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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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2.7-8. 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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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총선 이후 유럽 위기에 대한 전망

EU 위기와 노동자투쟁 - 2

류주형 | 정책위원장
그리스에 긴축찬성 우파 연립정부가 등장했지만 유럽의 위기는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당장 그리스 새 정부와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 사이의 구제금융 재협상부터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자국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을 공식 신청했고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28개 스페인 은행에 대해 신용등급 강등을 확정했다. 그리스와 깊이 연루된 유로존 회원국 키프로스도 구제금융을 신청한 상태다. 6월 30일 유럽 은행권 자본확충 시한 만료도 추가적 불안 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최근 연달아 개최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6월 21-22일)와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로존 주요4개국 정상회의(24일)는 아무런 실효성 있는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6월 28-29일 예정된 EU 정상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는 사이 유럽의 위기는 계속해서 심화하며 세계 경제에 깊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이대로라면 유럽의 파국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 글은 앞의 분석을 보충, 심화할 목적에서 그리스 총선 이후 유럽 위기의 향방을 구체적으로 전망한다. 트로이카의 위기 대응이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요지인데, 이를 논증하기 위해 유럽 위기의 구조적정세적 원인을 규명하고 트로이카의 구제금융긴축정책의 한계를 비판한다. 끝으로, 유럽의 위기는 곧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한계를 표상한다는 맥락에서 향후 유럽 위기의 파장과 그에 대응하는 사회운동의 대안을 논의한다.


유럽 위기의 원인

오늘날 유럽의 위기는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 및 ‘유럽의 역내 불균형’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유럽 통합의 내재적 모순이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서 극적으로 심화하여 은행위기로 현상하고 재정위기로 전이된 결과다. 아래에서는 이를 구조적 요인과 정세적 요인으로 나누어 검토한다.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
유럽 통합의 기원은 냉전 직후로 소급한다. 독일과 프랑스 사이의 갈등을 감축함으로써 전쟁을 예방하려던 미국의 개입으로 결성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SCS)가 오늘날 유럽 통합의 시초를 이룬다. 그러나 본격적인 유럽 통합은 1970년대 이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서 추진된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해체 이후 환율변동이 경제에 미치는 파괴적 효과가 지속되자 안정적 화폐 공급과 금융에 대한 탈규제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고자 하는 통화주의가 부상했다. 그에 따라 1978년 유럽화폐제도(EMS)가 도입되어 유럽공동체(EC) 회원국 간 환율이 고정되었다. 냉전 해체 이후, 특히 독일 통일 이후 경제적 충격은 EU의 출범을 추동한 직접적인 동인이 되었다. 유럽의 신자유주의적 경제화폐동맹을 제도화하려는 구상은 1989년 들로르 보고서에서 최초로 제시된 데 이어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과 2003년 유럽헌법조약 초안을 거치며 구체화되었다.
화폐동맹은 유럽 단일시장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개별 국가가 평가절하를 통해 자국 상품의 시장경쟁력을 높이는 보호주의적 전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동맹의 이론적 근거가 된 최적통화지역론(OCA)에 따르면, 화폐동맹은 외환 거래비용의 감소, 외환리스크의 소멸에 따른 무역증가, 투자리스크 하락, 해외직접투자 증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의 편익을 갖는다. 가격 및 임금의 신축성, 생산요소 이동성, 자본시장 통합도, 경제개방도, 생산과 소비의 다양성, 물가수준의 유사성, 재정 통합도, 충격 반응의 유사성, 정치적 통합도 등의 조건이 충족될수록 화폐동맹의 편익도 증가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1999년 결성된 유럽화폐동맹은 각 회원국이 민족화폐를 공동통화로 대체하면서 통화주권을 포기하는, 통화대체(currency substitution)의 일종이다. 유럽화폐동맹의 실질적인 지배력은 초민족적 기술관료로 구성된 ECB에 있는데, ECB는 회원국의 압력이나 제도적 견제 없이 화폐정책과 관련하여 절대적 주권을 행사한다. 사실상 독일연방은행의 확대판인 ECB는 물가안정과 재정건전성을 요체로 하는 신보수주의적 통화정책을 표방한다. 화폐동맹에 따라 개별 국가의 화폐발권력이나 환율조정 가능성은 완전히 폐기되었고, 이로써 기술력과 생산력이 열세인 국가가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신축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되었다.
그러나 화폐동맹에 상응하는 재정동맹은 실현되지 않았다. 화폐정책에 비해 재정정책은 민족국가의 주권적 성격이 강한데다 조세제도, 재정지출 등은 국내 정치적 측면을 많이 반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EU 조약에 의하면 ECB는 회원국가의 부채를 관리할 의무가 없는데, 이는 회원국가의 국채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에 따라 개별 국가가 적자재정 정책을 시행하려면 주로 금융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개별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의 이자율이나 신용등급은 금융시장에 의해 결정되므로 재정적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결과적으로 유럽적 연방주의는 실현되지 못했다. EU는 미국의 연방정부와 같은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EU 제도는 ‘민주주의의 결핍’으로 특징지어진다. 그 결과 EU는 직접적 과세의 권한을 갖지 못했다. 사실 조세권이 없는 주권은 성립할 수 없다. 유로존은 통일된 재정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정치적 동맹이 아니며, 유럽적 차원의 사회적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도 결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화폐동맹 자체도 취약하다. ECB는 유럽의 은행들에 대한 단일한 감독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또 EU에는 미국처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같은 기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의 역내 불균형
통일 이후 1990년대 장기 침체를 겪었던 독일 경제는 2000년대 이후 유럽 통합의 이점을 활용해 경제성장을 구가했다. 독일은 유럽 통합을 계기로 하르츠 노동개혁 등 노동부문의 구조조정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상승시키려는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2000년대 이후 독일의 단위노동비용은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독일이 마르크를 유로로 대체하면서 사실상 상당한 평가절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기술력이 열세에 있는 그리스 등 주변국들은 평가절하 전략을 사용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단위노동비용도 꾸준히 상승했다. 그 결과 수출경쟁력이 낮은 주변국들은 실질실효환율이 고평가되어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된 반면, 수출경쟁력이 높은 중심국들은 실질실효환율이 저평가되어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었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명목환율의 변동을 통해 가격경쟁력이 조정됨으로써 경상수지 불균형이 해소 또는 완화된다. 그러나 단일통화체제 하에서는 환율변동을 통한 가격경쟁력의 조정이 불가능하여 경상수지 불균형이 장기간 지속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유럽의 내부적 불균형의 기초를 이룬다.
독일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대외투자로 전환하는 식으로 유럽 내부에서 수출 유로를 환류했다. 독일은 유럽 역내에서 상품수출과 동시에 자본수출을 통해 막대한 부를 획득하는 중상주의 또는 고전적 제국주의를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주변국은 제조업 붕괴와 경쟁력 약화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유로화는 현대화의 자극제로 인식되었다. 화폐통합의 결과, 환율리스크가 소멸하고 주변부 국채 금리가 독일 수준으로 하락했다. 대규모 자본수입과 저금리가 장기 지속되면서 주변국 경제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수반한 (중심국보다 훨씬) 높은 성장률을 시현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불안정하고 취약한 공생일 뿐이었다. 주변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정부와 민간의 차입으로 보전한 결과 민간부채와 정부부채가 누적됐다. 주변국에서 누적된 부채는 2007-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서 재정위기로 현상했다.

정세적 요인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유럽계 금융기관도 막대한 손실을 경험한다. 2008년 이후 유럽에서도 금융위기가 단계적으로 고조되었다. 동시에 금융위기의 여파는 실물경제 위기로 확산되며 2008년 이후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다. 1990년대 이후 지속된 감세로 유럽 각국의 조세수입 기반이 약화된 상태에서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각국 정부의 공공지출이 늘어나며 재정수지가 급속히 악화했다.
특히 각국 정부들은 자국의 민간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금융시장에서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했다. 유럽에서는 정부가 은행주식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역으로 은행들은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는 관행이 발달했다. 그런데 유럽의 은행들에 대한 감독과 지원은 유럽 차원이 아니라 민족적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즉 유럽 은행에 대한 구제는 EU나 ECB가 아니라 각국 정부의 몫이 된다. 이런 점에서 유럽의 위기는 은행위기가 국가채무위기로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국가채무위기는 다시 자국의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은행의 재무구조를 악화한다. 정부가 채무조정을 한다면 은행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것이며, 역으로 은행의 신주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은 정부의 대규모 구매를 낳아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이렇듯 민간의 부채가 국가의 부채로 이전되고, 민간의 부실이 국가재정의 부실로 전환되는 ‘손실의 사회화’가 오늘날 유럽 재정위기의 배경을 이룬다. 2009년 이후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주변국에서 국가채무가 급증하면서 신용등급 하락, 자금조달 비용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재정위기가 발생했다. 한편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수록 신용부도스왑(CDS)의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CDS가 투기의 대상이 되고, 이를 보유한 투자자는 금융시장에서 패닉 상태를 조장하기도 했다.


유럽의 위기 대응 비판

유럽의 구조적 결함은 이번 위기 대응 과정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민주주의의 결핍’이 유럽 차원의 ‘문제 해결 무능력’으로 드러난 것이다. 또 유럽은 경상수지 불균형에서 기인한 은행위기와 재정위기에 대해 구제금융과 긴축재정과 같은 대증요법에 치중하며 위기를 증폭시켰다.

구제금융과 긴축정책의 악순환
트로이카는 구제금융 지원조건으로 재정위기국의 강력한 긴축재정과 구조조정을 강요했다. 이들은 ‘점진적인 조정’보다는 초기단계의 과감한 조정과 개혁이 더 성공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력한 긴축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은 환율이 고정되어 있는 유럽화폐동맹 하에서 내부적 평가절하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적 평가절하에 비해 이점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재정위기에 처한 주변국은 물론 중심국 정부들도 중장기 재정건전화를 위해 재정적자 축소 또는 재정균형의무의 헌법 명시 등 강도 높은 재정긴축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제금융긴축정책 패키지는 자본과 중심국의 이해에 봉사하는 기술관료적 해법일 따름이다. 사실 독일·프랑스 등 EU 중심국이 막대한 재정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은 주변국 정부와 은행의 위기가 자국 은행의 위기로 전염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따라서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구제금융은 곧 남유럽 은행들에 대한 구제금융을 의미했다.
이처럼 구제금융긴축정책은 ‘이익을 사유화하되 손실을 사회화하는’ 계급 편향적 정책이다. 이는 민중의 저항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정치적사회적 실행가능성이 낮다. 더욱이 그리스는 통화의 평가절하 없이 임금삭감, 공공지출 삭감, 구조개혁 등 ‘내부적 평가절하’를 통해 실질실효환율을 낮추더라도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낮다. 즉 경제적 실행가능성도 낮다.
실행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긴축재정은 그 자체로 내핍 정책을 의미하며, 따라서 노동자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과 노동권의 악화를 의미한다. 그리스는 2008년 이래 줄곧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다. 임금과 연금은 35% 가량 삭감된 반면 개인별 조세는 급증했고, 공식 실업률은 20%를 초과하고 있다. 그리스 경제는 사실상 붕괴 상태다. 다른 구제금융 지원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따라서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민중들이 각국 정부의 긴축재정에 반대하고 EU-IMF의 구제금융을 비판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구제금융국 민중들은 자국 정부가 구제금융 제공 조건(conditionality)에 따라 재정을 삭감하고 노동신축화 정책을 도입하는 것에 반대했다. 이들은 구제금융 조치의 본질을 금융자본, 특히 유럽 중심국의 이익을 위해 주변국 민중의 출혈을 강요하는 ‘제국주의’라고 비판했다. 또한 EU의 제도적 결함을 비판하면서 유럽의 연대를 호소했다.

유럽의 무능력
유로존은 단지 공동의 통화를 사용하는 주권국가들의 동맹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번 위기 대응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요컨대, 미국이 연방국가(United States)로서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을 통일적으로 구사하는 민족국가임에 반해, EU는 초민족국가를 지향하지만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에 불과한 탓에 위기 대응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유로존은 유로본드와 같은 공동채권 발행이 불가능하며 따라서 적자재정 정책은 각 민족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또 구제금융의 승인에는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단적으로 2008년 부실자산구제계획(TARP)과 같은 미국의 구제금융 정책이 초안 공개 후 2주 만에 의회 승인이 완료된 데 반해, 2011년 유럽금융안정기금(EFSF) 기능 확대를 위한 유로존 17개국의 의회 승인에는 약 3개월이 소요됐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수량완화 정책을 통해 정부의 구제금융 및 적자재정 정책을 지지한 데 반해, ECB는 회원국 정부나 은행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연준이 재무부 및 여타 경제적 기구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조직하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위기 대응 전략을 추진했지만, 그러나 유럽에는 재무부가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ECB가 경제적 국가장치의 가교역할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유럽의 의사결정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역 헤게모니 국가인 독일이다. 독일 대법원은 의회가 동의한다면 그리스 구제금융 패키지에 독일이 참여하는 것을 합헌으로 판결했지만, 유로본드에 대해서는 위헌으로 판결했다. 독일 메르켈 정부는 일관되게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대한 독일적 관점을 견지했다. 메르켈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독일의 ‘질서 자유주의’ 전통을 일관되게 옹호했다. 독일은 ECB의 독립성을 이유로 위기에 처한 각국 정부와 은행을 ECB가 직접 지원하는 것에도 반대한다. ECB의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독일연방은행도 신보수주의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표 1] 위기 해법에 관한 독일연방은행의 주요 입장 (첨부파일 참조)
*출처: 한국은행, 「유로존 위기 해결방안에 대한 독일연방은행의 최근 견해」(2012.5)

독일 제국주의
그런데 사실 항구적인 경상수지 흑자, 재정이전이나 구제금융 없는 화폐동맹, 독립적인 중앙은행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독일이 처한 트릴레마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독일은 경쟁력 유지를 통해 수출 주도 성장을 지속하려는 태도를 완강히 고수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한 국가가 부채를 상환하려면 민간부문과 정부부문이 흑자여야 한다. 민간부문이 흑자가 되려면 대외부문 흑자가 정부부문 흑자보다 커야 한다. 따라서 국내 소득수준의 저하 없이 국내저축, 즉 민간흑자가 발생하려면 대외부문이 중요하다. 한 나라의 대외계정은 그 나라의 무역 상대국의 정부부문민간부문 수지의 거울상이므로, 채무국이 부채를 완전히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국내적 조정은 채무국의 무역상대국의 협조가 동반될 때 가능하다.
그리스의 경우 가장 중요한 대외부문은 EU, 그중에서도 독일이다. 따라서 그리스가 독일의 동참과 협조 없이 정부부문민간부문에서 흑자를 달성하려면, 비 EU 국가들에게서 대량의 경상수지 흑자를 실현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이 그리스의 환율 조정 없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힘들다. 그리스가 유럽화폐동맹에 묶여있기 때문에 평가절하를 통해 단기간 내에 경쟁력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부문민간부문에서 동시에 흑자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외부문을 사상할 때, 정부부문이 흑자를 달성하려면 민간부문은 적자가 불가피하다. 반대로 민간부문이 흑자를 달성하려면 재정적자가 불가피한데, 이는 현재 EU의 안정및성장에관한협약의 재정적자 기준(연간 GDP 대비 -3%)으로 인해 그 실행 폭이 극히 제한된다. 따라서 소득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부채를 상환하려면 채무국의 정책만큼이나 채권국의 행동도 중요하다. 가령, 그리스가 부채를 상환할 수 있으려면 그리스에 대해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로부터 상품 및 서비스를 충분히 수입하거나 또는 그리스 노동자들이 역내 자유로운 이주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결국 유로존 위기의 해법은 그리스의 민족성이 아니라 독일의 경제정책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유럽 위기 전망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로존 이탈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고 스페인이탈리아로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현재 시점에서도 유럽의 무능은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유럽은 각국의 정치적 위기뿐만 아니라 EU 및 유로존이라는 제도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현재 상황
그리스 새 정부는 트로이카에 구제금융 지원 조건 재협상을 신청했다. 이미 자력으로 채무를 상환하기 어려운 ‘사실상의 디폴트’ 상태에 빠진데다가 올해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더욱 악화하여 예정대로 채무를 상환하거나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정부는 향후 지급될 구제금융에 대한 금리 인하와 상환 기간 연장, 유럽투자은행(EIB)을 통한 추가 지원 등의 요구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 연정 내에서 재협상의 구체적 내용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해서 당초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일단 트로이카는 성실한 긴축 프로그램의 이행을 확약한 신민주당 연정의 재협상 요청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유로존 이탈이 가시화되면서 관련 손실 증대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역내 위기국의 동반 이탈 등 광범위한 충격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독일 메르켈 총리나 라가르드 IMF 총재 등 트로이카의 주요 인사들은 구제금융국의 ‘도덕적 해이’를 빌미로 재협상 요구안에 일정한 선을 그으면서 그리스를 최후의 순간까지 압박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구제금융의 상환 기간 연장 등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있으나, 긴축정책 완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여름 중 일부 조건이 개선된 새 양해각서가 체결된다 하더라도, 트로이카의 강력한 압박으로 그 내용은 현재의 긴축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로이카는 그리스와 재협상을 통해 당분간 구제금융을 제공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무질서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트로이카가 두 번에 걸쳐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이나 채무조정을 실시한 것도 실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과정이었다.) 그렇다면 그리스 민중들은 유로존 잔류와 구제금융 지원을 대가로 계속해서 처절한 고통을 수반하는 긴축과 구조개혁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그리스 새 정부는 긴축안 재협상 과정에서 트로이카의 압력과 국내적 반발 사이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리스의 정치적 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경우 부동산 거품이 은행위기로 전이된 전형적인 사례다. 현재 스페인 은행의 부실규모는 3,000억 유로에서 3,80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대출 3,000억 유로 중 60% 가량이 악성 또는 부실로 추정된다. 스페인의 부동산 경기는 계속해서 악화될 것으로 보이며 저축은행 및 중소은행들은 자본확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구제금융이 불가피한데, 스페인 정부가 추가적으로 민간은행을 인수하거나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 정부부채가 GDP 대비 5-9%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스페인 정부가 은행 구제금융을 위해 EU에 신청한 1,000억 유로에 더해 조만간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되고 있다.

유럽 차원의 위기 대책
스페인의 전면적 구제금융 신청 우려, 유럽 은행들의 자본확충 시한(6월 30일) 만료와 신용등급 조정 예상 등으로 유럽은 ‘시계 제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여 6월 18-19일 주요20개국정상회의(G20), 21-22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24일 주요4개국(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정상회의는 유럽 재정위기 공조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했지만, ‘말의 성찬’에 그치며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현재 6월 28-29일 EU 정상회의를 남겨 놓고 있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최근 트로이카에서는 ▲유럽금융안정화기금(EFSF) 및 유럽안정화메커니즘(ESM)과 같은 위기관리기구의 역할 강화 ▲‘유일한 방화벽’으로서 ECB의 적극적인 금융 안정 기능 수행 ▲재정규율 강화를 요체로 하는 신재정협약을 보완하기 위한 성장협약의 체결 ▲유로본드 발행 ▲유럽채무상환협약 체결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의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과도적 대책으로서 금융동맹(banking union) 결성 등의 대안이 분분히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들은 앞서 확인한 EU의 제도적 결함과 회원국간 정치적경제적 이질성으로 인해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첫째, 스페인이탈리아로의 위기 전염에 대응하기 위해 위기관리기구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독일이 가용자금 증액에 반대하고 여타 정책적 여건도 마련되지 않은 등 제약 조건이 존재한다. 둘째, 유일한 방화벽으로서 ECB가 적극적으로 금융 안정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독일은 ECB의 국채매입이 화폐발행을 통한 재정적자 보전과 사실상 동일하므로, 이는 EU 조약 위반에 해당하며 결국 각국 정부가 재정규율을 준수할 인센티브를 손상시킬 것이라는 비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셋째, 재정위기의 해결책으로 간주되어온 유로본드 발행도 독일 등 고신용국이 그리스 등 저신용국의 신용리스크 전이를 우려하면서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넷째, 유로본드의 차선책으로 유럽채무상환기금(European Redemption Fund) 도입이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상 공동보증에 의한 유로본드 발행과 동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실현 여부가 불확실하다. 다섯째,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으로서 유로존 체제가 갖는 결함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그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금융동맹(banking union) 결성 필요성이 ECB, IMF 등으로부터 제기되고 있지만, 부실은행 안정을 위해 유럽예금보험 및 은행구조조정기구를 신설하는 것 외에는 당장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요컨대, 현재 거론되는 방안들은 대부분 실행가능성이 없거나 단기간 내 합의되기 어려워, 유럽의 위기 대응은 ‘그럭저럭 버티면서 시간을 버는’(muddling through)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일부 개선 조치가 도입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동반되지 않는 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극복 가능성이 크지 않고 또 위기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확산됨에 따라 머지않은 장래에 일부 국가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렉시트의 파급 효과
이번 총선에서 그리스 민중들은 결과적으로 유로존 잔류를 선택했다. 유로존 탈퇴 시 뱅크런, 환율 평가절하(50% 이상), 은행 및 기업의 연쇄적 디폴트, 교역급감, 초인플레이션 등으로 GDP의 40-50% 손실이 초래돼 결국 그리스 경제가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는 관측이 그리스 민중들의 공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구제금융긴축정책의 고통이 가중되면서 디폴트 후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이 낫다는 기류가 확산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이는 화폐 평가절하를 통한 조정이 내부적 평가절하보다 체감 고통을 완화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라는 인식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그리스 민중들이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지만 그 이면에 반긴축 정서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향후 그리스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유로존의 위기 공조책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결국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현실화할 경우 발생하게 될 직간접적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뒤이은 드라크마화의 평가절하로 인해 그리스 국채에 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다만, 채무조정(2012년 2월)으로 민간 보유 그리스 국채 비중이 감소했고, 민간채권자의 상당수가 그리스 금융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년 전에 비해 디폴트가 유로존 민간채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민간채무에 대한 소송 증가 및 그리스 기업도산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다만, 현재 유럽 은행권의 대 그리스 익스포저는 2년 전에 비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민간채권단 채무상각으로 인한 50%의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유럽의 은행체계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규모로 평가된다. 하지만 여전히 역내 채무관계가 얽혀있어 그리스 민간채무의 디폴트가 잇따를 경우 은행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그리스 디폴트 시 ECB, EFSF, 유로존 정부의 손실도 불가피하다. 사실 유럽 은행권의 익스포저 감소분의 대부분은 (주로 EFSF와 ECB를 통한) 공공기관의 대차대조표로 이전되었다. 즉 유로존 은행들에게 간접적인 방식으로 대량의 구제금융이 제공된 셈이다. 현재 유로존 공공기관의 대 그리스 익스포저는 총 3,000억 유로를 상회한다. 이상 유로존의 공공·민간을 모두 포함한 대 그리스 익스포저는 약3,720억 유로로, 유로존 GDP 대비 4%에 달한다. 역내에 미칠 간접적 효과까지 고려할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1조 유로 이상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나아가 ‘질서 있는 그렉시트’는 불가능하며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유로존의 카오스적인 해체로 가는 하나의 단계일 뿐이라는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유럽 역내 불균형이 유로시스템의 ‘TARGET2 불균형’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그리스 디폴트가 발생하면 ECB의 신용위기와 독일의 재정위기가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세계는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금융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한편, 유로존은 가입과 달리 탈퇴를 위한 공식 메커니즘이 없으며 EU 조약상으로는 유로존 탈퇴가 아닌 EU 탈퇴만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현실적으로 유로존 잔류가 불가능하지만 조약상으로는 유로존 탈퇴가 불가능한 역설적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 EU 탈퇴를 선택하는 길밖에 없는데, 이 경우 탈퇴국은 유로화를 사용하지만 EU 제도가 제공하는 어떠한 혜택에도 직접 접근할 수 없는 처지가 될 것이다. 어떤 경우든 위기국에게는 고통스러운 선택이 아닐 수 없고 유럽으로서는 크나큰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위기와 대안

현재 유럽 위기는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 및 ‘유럽의 내부적 불균형’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유럽 통합의 내재적 모순이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서 은행위기로 심화하고 재정위기로 현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트로이카는 구제금융과 긴축재정과 같은 대증요법에 치중하며 위기를 확대시켰다.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로존 이탈 우려가 증폭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현재의 위급한 정세에서도 유럽의 무능력은 개선될 조짐이 없다. 이제 유럽의 위기는 은행위기와 재정위기를 거쳐 정치위기와 제도위기의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유럽 통합이 세계화를 지역적으로 특수화하려는 기획이었다는 점에서 유럽의 위기는 곧 신자유주의의 위기,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를 의미한다.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진 속에서 유럽의 위기가 폭발함에 따라 세계경제가 다시 한 번 대대적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재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중간 경제적 갈등을 배경으로 동아시아 정치군사 정세도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위기는 국가별, 지역별로 불균등한 양상으로 시차를 두면서 진행되겠지만, 지금의 위기가 장기간에 걸쳐 세계의 커다란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무역의존도와 금융개방도가 대단히 높은 한국이 세계적 경제위기의 직접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고조되는 위기 속에서 한국의 사회운동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여기서 자세하게 다룰 수는 없겠지만, 큰 틀에서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오늘날 그리스의 위기는 실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낳은 파괴적 결과다. 그리스는 유럽 통합의 모순과 경제위기의 폐해가 가장 극심히 드러나는 지역으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의 최전선에 해당한다. 한국의 사회운동은 그리스 민중들의 계급투쟁에 지지와 연대의 뜻을 표함으로써 국제적인 반신자유주의 물결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둘째, 경제위기에 대비하여 사회운동 전반의 정치적 조직적 태세를 정비해야 한다. 이미 경기침체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도 금융위기의 뇌관이 되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활로를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에서 찾으며 자유무역협정 전략과 노동신축화 법제화를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중기 재정건전화 기조 하에 최근 사회보장복지의 추가적인 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이것은 노동자에게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굴레를 의미할 뿐이다.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비롯하여 금융거품과 부실을 양산하는 금융자유화 조치도 계속 추진되고 있다. 사회운동은 금융자유화노동신축화 공세에 맞서 노동권생존권 투쟁을 적극 전개하는 것은 물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모순과 위기를 교육선전하면서 이념적실천적 대안을 제기해야 한다. 경제위기 시기에 노동자계급 내부의 단결을 고취할 수 있는 투쟁 요구를 정식화하고, ‘이익을 사유화하되 손실을 사회화하는’ 정부의 위기 해법의 반민중성을 폭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셋째, 이런 점에서 노동자계급의 보편적 이해를 대변해야 할 민주노총의 조직적 토대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이 결정적인 계기일 것이다. 진보정당 운동도 퇴행을 중단하고 급진적 이념과 노선을 재수립해야 한다. 민중운동 좌파는 민주노총의 혁신과 강화, 민중연대 전선의 발전적 재편을 추동하기 위해 상호 긴밀히 연대해야 한다.
넷째, 미국이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추진 중인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은 한미일 정치군사동맹의 강화를 동반하는 바, 평화운동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또 그리스와 유사하게 한국에서도 특히 경제위기 하에서 이주자에 대한 극단적 폭력과 외국인혐오증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민족주의인종주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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