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2.11-12.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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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행동하지 않으면 안 바뀐다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나서고 있다.”

11월 9일 파업을 준비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이태의 |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전국교육기관 비정규직본부 본부장
최근 수년 사이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급속하게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었다. 근로조건 개선을 비롯해 정규직화(교육공무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와 전국학비노조, 전국여성노조가 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를 결성하고 11월 9일 전국적인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세 노조 대표자들은 지난 10월 24일부터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이에 <사회운동>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싣고자 한다.


사회운동: 먼저, 학교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서 말씀해 달라.

이태의 본부장(이하 이태의): 현황부터 보면, 일단 학교비정규직 직종이 정말 다양하다. 예를 들어 경남교육청만 보면 82개 직종이다. 사업으로 사람을 채용한다. 유사한 명칭의 직종도 있고. 사업이 끝나거나 사업을 폐기하면서 유사한 이름으로 사람을 또 다시 채용한다. 그러다보니 직종이 무수하게 많다. 이름으로 따지면 100개 이상의 비정규직이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시 지속적 업무를 하는 사람은 학교 회계직원이라고 하는데,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교별로 학교 회계를 두고 그 회계에서 임금을 주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이 명칭이 2004년에 만들어졌는데, 그 당시에 학교 비정규직이 일당직이었다. 즉 일용잡급직이었다가 2004년에 공공기관비정규직대책이 나오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명칭에서 보듯이 사람의 가치나 노동의 형태, 고용계약의 형태가 아니라 임금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이름을 붙인 것이다. 교육기관이지만 노동의 개념이 전혀 없다. 이런 식으로 비정규직이 양산되다보니 학교의 상시 비정규직 직종이 80여개 되는 거고, 그 외에도 용역이나 외주 하청, 도급도 있다. 방과후 수업 강사나 특기적성 강사, 이런 분들은 시간당 계약을 한다. 이런 노동자들이 상당수 있다.
학교 청소노동자나 당직서시는 분들은 용역이나 하청 형태다. 지역의 자활센터 같은 곳에서 영세민이나 차상위 계층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청소노동자나 특수교육보조원을 양성한다. 단기간 교육을 시켜 학교에 파견을 보내는 것이다. 오후 4시 이후에 교직원들이 퇴근하고 나면 야간당직 근무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예전에는 공무원들이 돌아가면서 서다가 이후 비정규직을 쓰더니 점차 용역으로 넘겼다. 이 분들은 더 심한데 하루 평균 17시간을 일하고, 서울의 경우 급여 수준은 평균 80-90만 원 수준이다.
심각한 건 지난 추석 연휴 같은 때 보면 일주일 내내 근무를 한다는 점이다. 교대자가 없는 거다. 고령자도 많이 채용하는데, 쓰러지시면 누가 와서 발견도 못한다. 이번에 그 쓰러진 분이 평일 새벽에 쓰러지셨는데 조기축구하러 온 사람들이 다행히 발견하고 응급실로 옮겼다. 한참 있다 용역업체가 와서 하는 짓이 사직서를 받아간 것이었다. 그 분 사모님한테 받았는데, 이유라고 말한 게 쓰러져서 근무를 못하면 평일 3만 원, 휴일 6만 원 급여를 삭감해야 되는데 그것을 면해주기 위해 사직서를 받는다는 식으로 협박을 하면서 받았다고 하다. 이 용역업체가 삼락회라는 데가 만든 업체다. 이 삼락회라는 단체는 퇴임교장들이 사회적으로 봉사한다고 만든 단체인데 서울 40여 개 학교에서 용역을 따낸 단체다. 학교의 실상이 이렇다. 퇴임교장들조차 그 인맥들 통해서 이렇게 말도 안되는 사람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비정규직을 유령 플러스 소모품이라 부른다”

사회운동: 학교 현장에서 처우는 어떤가?

이태의: 이렇게 많은 비정규직이 있다 보니까, 정규직 교사나 공무원들이 바라볼 때 이 사람들은 그냥 거쳐 지나가는 사람들이다. 같은 교직원의 일원으로서 안보는 것이다. 이 사람들의 교육적 역할이라든지, 아니면 그 동안 사회에서 가졌던 노하우라든지, 인생의 경험 등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용도에 따라 필요한 인력으로 채용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업이 폐기되거나 1년 지나면 계약해지하고 다른 사람을 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회식을 한다거나, 성과급이 나온다거나, 공이 있을 때 절대로 나누지 않는다. 거쳐 지나가는 사람들이니 나눌 이유가 없는 거다. 다른 청소노동자들은 흔히 유령이라고 불리는 데, 우리는 학교비정규직을 유령 플러스 소모품이라 부른다. 사업에 따라서 채용되었다가 사업이 끝나면 버려지는 존재다.
사실 오랜기간 숙련된 인력이 필요한 영역이 급식실이다. 사람도 가장 많아서 학교 비정규직의 40-50% 정도를 차지한다. 서울의 경우, 초등학교 기준으로 학생 200명 당 1명이 담당하고 있다. 그 노동강도는 상상 이상이다. 그 기준은 교육청이 정하는데, 노동실태를 분석해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기준을 정하는게 아니다. 지역별로도 다르다. 서울이 194명 당 1명, 경기가 150명 당 한 명 등 차이가 있고 중고등학교도 차이가 있다. 돈에 맞춰서 사람을 채용하는 행태가 고착화된 것이다.
노동강도가 세다 보니까 우리가 조사했을 때 84%가 근골격계 같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었다. 산업재해인 것이다. 치료를 해야 하는데, 대체인력을 투입 안하니 동료들이 더 힘들어진다. 그러니 동료들 눈치 보느라 치료도 정상적으로 못 받는다. 잔병 치료를 못하고 쌓이면서 나중에 큰 골병이 든다. 급식실 노동자는 방학이 휴직기간이라 급여도 안나오는데, 이 기간에 한의원을 다니든지 해서 방학때 몸 만들고 학기 중에 다시 몸 버리는 일이 반복되어 오래 근무하면 할수록 만성적 직업병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그나마 노동조합이 생겨서 다치면 산재처리가 쉬워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사소한 사고로 산재치료를 하면 학교가 산재보험료를 더 낸다, 평가가 나빠진다, 하면서 쉬쉬하거나 개별적으로 치료를 하고 넘어갔다.
산재뿐만 아니라, 급식실은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인데 보건휴가를 쓸 수 없었다. 보건휴가, 병가 사용율을 조사해보니, 1년에 한 명당 0.01일을 쓴 것으로 나왔다. 100명 중 한 명이, 일 년에 하루를 쓴 것이다. 그 정도로 사용을 거의 못한 것이다. 그것을 주장하지 못하는 건 일상적인 해고문제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저출산 때문에 학생수가 감소하는 것에 따라 매년 인원을 줄이려 한다. 찍히면 해고대상에 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다쳐서 치료를 했다, 정당하게 휴가를 썼다 하면 뻣뻣한 것으로 찍혀 해고 우선대상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일상적 고용불안이 있다 보니 자기 권리를 아예 주장하지 못하는 곳이 학교사회다.

“직접 행동하지 않으면 안바뀐다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나서고 있다”

사회운동: 노조 만들고 나서는 무엇이 많이 바뀌었는지?

이태의: 물론 근로조건이 많이 바뀌었다. 2010년에 처음으로 맞춤형 복지라는게 생겼다. 2011년에는 맞춤형복지가 조금 늘고 장기근속가산금, 명절휴가비가 생겼다. 2012년 올해에 그 세 가지 수당에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교통지원비 등이 생겨 총 9가지가 생겼다. 이건 다 노동조합의 요구들로 생긴 것이다.
그 이전에 교육청이나 교육과학부는 연봉에 모든 수당이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연봉 속에 밥값, 교통비, 명절휴가비, 직급비 다 들어가 있다고 했고 그것이 취업규칙에 명시되어 있었다. 지금 우리는 호봉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우리가 교육청이나 교과부에게 연봉제에 포함되어 있다는 수당이 얼마인지 밝히라고 하면 저들은 밝히지를 못한다. 밝히면 다 최저임금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가령, 추석이나 설 때 10만 원 씩 받는 명절비의 공식 명칭이 명절휴가보전비다. 저들은 이미 명절휴가비는 주고 있으니 이건 더 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근데 실제 얼마를 주는지는 밝히지 못하는 것이다. 임금구조가 그 정도로 열악하다.
노조가 생기면서 이런 수당이 생기는게 하나 있고, 더 중요한 건 조합원들의 변화다. 조합원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노동절 때 하루 쉬는 것, 일하면 1.5배 받는 것 상상도 못했다. 법정공휴일도 그랬다. 재량휴일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건 학교장 재량으로 쉬는 날이다. 모든 학생들과 직원들이 쉬는데, 그날 비정규직들에게는 연가를 내고 쉬라든지, 275직종(한해 275일 일하는 걸로 정해진 직종)이나 급식실 직종에게는 그 날 하루 쉬는 대신에 방학 때 하루 더 나오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 것이다. 조합원들이 부당한 것들에 대해 항의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리고 해고 문제에 있어서 내가 반복적으로 해고되면 다른 사람이 또 해고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에 집단적으로 저항하기 시작했다.
최근 총파업을 결의하는 과정에서도 조합원들의 큰 변화를 알 수 있었다. 지난 번 파업투표에서 92% 찬성율을 보인 것처럼,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직접 행동하지 않으면 안바뀐다고 조합원들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보람 때문에 투쟁하고 있다.

사회운동: 본부장님은 언제부터 학교 비정규직 일을 시작했는지?

이태의: 2007년도부터 했다. 2007년에 양평중학교에 들어갔다. 그 전에는 건설현장 토목기사로 있었는데 나다니다보니 가정생활에 조금 문제가 생겼는데, 아내가 시키는 대로 안하면 이혼하자해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갔다.(웃음)
학교에서는 주로 시설관리 일을 했다. 당시 우리 학교 학생이 840명 정도 되었는데 기능직 공무원은 한 명이었다. 그 큰 시설을 한 명이 관리 못하기 때문에 당연히 한명이 더 필요한데, 정규직 티오를 안주니 나 같은 비정규직을 채용한거다.
솔직히 월급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들어갔다. 그래도 이 정돈 아니겠지, 그래도 가장인데 이런 생각이었다. 한 140만 원 주더라. 365일 직종인데 140에 이것저것 떼면 얼마 안되었다. 시설관리하고, 학생들이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니 야간당직도 했다. 야간에도 일을 하다보니 초과수당이 많아져야 해서 학교랑 절충을 했다. 그래서 수입을 조금 늘리긴 했는데 그나마 내 주장을 하니까 그랬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학교에서 일하는 것이 괜찮은 직업이라고 본다. 학생들하고 지내면 젊어지고 희망적이게 된다. 학생들이랑 어울리는 걸 내가 그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 선생들이나 공무원들이 보기에 ‘너네들 공부안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 뭐 이런 것도 있겠지. 사실 노조활동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데, 내가 애들이 요구하는 걸 금방금방 잘 해줬다. 학교 기사한테 뭐 고쳐주세요 하면 잘 안해주지 않나. 그런 걸 잘 해주니 학생들이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분리수거나 학생생활지도 같은 여러 가지 지원활동도 하게 되었다. 교사가 나와서 지도하면 애들이 잘 한다. 그런데 교사들이 잘 안나오더라. 그러다 학생부장과 얘기하다 싸우게 된 일이 있었다. 나는 내용을 갖고 싸웠는데 나중에 보니 ‘감히 비정규직이 학생부장한테 그런 요구를 한다’는 식으로 퍼졌다. 학교사회가 이렇다. 학생 지도나 교육 문제에 대해 교사가 아닌 행정실 공무원이나 나같은 비정규직이 관여 하는걸 싫어한다. 교권이라는 신성한걸 침해한다는 식이다. 그만큼 보수화되어 있다. 그것 때문에 열받아 있다가 비정규직 권리 설명회 같은 걸 한다고 해서 갔는데 거기서 코가 꿰어서 활동하게 되었다.(웃음)

“민주노조 운동은 현장중심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현장의 애환과 감정, 설움을 같이 읽고 현장의 요구로 싸워나가야 한다”

사회운동: 80년대에도 노조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다.

이태의: 우리 나이 때 사회적 정의감에 불타서 안했던 사람이 어딨나. 현장에 있었다. 1990년에 해고되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경험하고 1990년에 해고되었고, 이후에는 먹고 사는데 전념했다.
도봉구에 삼영모방이라는 방직공장이 있었다. 나는 공고 화공과를 나왔는데 염색담당을 했다. 삼영모방에서 걸어서 한 30분 가면 그 당시에 동아, 단병호 위원장이 있던 사업장이 있었다. 서노협 시절이다. 조합원들하고 걸어서 동아건설까지 가서 같이 집회도 참여하고 그런 경험이 있다.
지금은 학교를 휴직했다. 경기도에는 노동조합 전임휴직제도 라는게 있다. 올해가 2년째다. 무급이다. 그나마 진보교육감이라는 이유로 그게 다른 교육청보다 우선적으로 실시가 되었다.

사회운동: 다시 조합활동 시작하고 본부장 직책도 맡아 쉼없이 달려왔는데, 예전과 비교해서 지금의 노동운동을 어떻게 보는지 말씀해달라.

이태의: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공공운수노조 회의나 총연맹 회의 같은데 가면 특히 요즘 김영훈 위원장이 야유를 받는다. 오늘 총연맹 대의원대회가 있었는데 직선제를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로 부정선거 가능성과 정파독식 구조, 이런걸 얘기하더라. 정파논리가 이렇게 운동논리에 앞서고, 전체 민주노조 운동에 폐해가 있는지 몰랐다. 이런 판에 들어와서 걱정이 많았다. 처음에 시작할 때도 ‘정파에 들어가야 하면 저 안합니다’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다행히 학교비정규직은 그런 부분에서는 신생노조고 성장하는 노조라서 아주 건강하다.
조합원들도 1987년에 함께 활동했던 조합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골에서 올라와서 방직공장에서 일하며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던 그 조합원들의 심성, 요구, 분노가 지금 학교비정규직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러한 순수성으로 가자 그런거다. 1980년대 말에 우리 조합원들하고 같이 봄이면 쑥캐러 가서 쑥국 끓여먹고 쑥부침개 해먹고 그런 정서, 그리고 비오는 날 같이 걸어 창동에도 놀러가고 했던 그런 정서가 지금도 우리 조합원들에게 있다. 그 정서로 우리 조합원들을 본다. 조직적 대상으로 보거나 조급하게 사회변혁 얘기 이런 것보다 우선 학교에서의 애환과 감정, 설움을 같이 읽고 같이 얘기하는 흐름 속에서 서로 만나고 현장의 요구로 정책을 잡고 싸우니까 조합원들이 변해가는 것이다.
우리 민주노조 운동이 그렇게 현장중심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현장 비정규직이 갖고 있는 정신으로 현장의 요구로 조직의 형태도 만들고 투쟁의 방향도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성장하고 그렇게 전회련이 해왔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이 되었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이다. 아직 계급의식이나 사회변혁 의식 이런 것은 부족하지만 말이다.

교육공무직 전환 특별법 쟁취! 호봉제 쟁취!

사회운동: 그 동안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조직화가 되어서 조합원이 많이 가입을 했다. 진보교육감 같은 상황도 있겠지만, 수십 년 동안 억눌린 설움이 터져나온 것 같다. 15만 학비노동자라고 하는데 지금 조직화 상황은 어떤가

이태의: 현재 노동조합으로 4만 명 정도 조직되어 있다(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여성노조 등). 한 달에 천명씩 늘어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계속 활동하고 싸우고 성과를 얻고 하니까 그동안 병가라도 쓰면 짤릴 거라고 생각하던 분들이 노조에 들어가서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이런 분들 많아지면서 조직이 커지고 있다.
사업의 내용도 근본적인 문제로 접근해나가고 있다. 정부가 애기하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상은 무늬만 그렇고 실제로는 무제한 비정규직으로 못박혀 있으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올해 투쟁에서 교육공무직이라는 새로운 정규직 상을 만들어 제시했다. 임금차별을 해소하는 호봉제를 적용하고, 진짜 사용자인 교육감이 채용하고, 법적인 신분을 정부가 인정하는 내용을 담는 것이 교육공무직 제도다. 새로운 정규직 상을 만들어서 싸워나가는 거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지금까지는 근로조건을 바꿔내는 것이 중심이지만, 앞으로 교직원으로서 교육을 담당하는 것까지 더 나아가려고 한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중에, 가령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도 학교에서 교육 일에 종사한다는 사명감을 안갖고 있는 사람이 없다. 공적인 일을 한다는 의식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학교 사회에서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 이런 부분들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큰 과제다.

사회운동: 지금 전국 17개 교육청의 반응들이 어떤가.

이태의: 일단 진보교육감들은 교섭에 다 나왔다. 물론 진보교육감 진영에도 온도 차이가 있다. 본인들이 이제 진보적 사용자로서 성실하게 수행하겠다는 말은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안 변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교육관료들이다. 교육감이 한 명 바뀌었다고 해서 교육계가 어느 순간 개과천선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다른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교사들도 폐쇄적이다. 진보적인 전교조 교사들 조차 교권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영역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교육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무엇이든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그걸 안하고, 위에서 지시하는 것만 하는 식이다. 근본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아주 더딜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노동문제에 대한 이해도 별로 없다.
이번에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한테 공공운수노조에서 요구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노동교육을 시키자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무리 공부해도 다 비정규직되고 노동자되는데 자기 권리조차 학교에서 못배우는게 말이 되나. 그러니 사회에 나와서도 권리를 찾기가 힘든 것 아닌가. 그래서 진보교육감들에게 노동교육 시키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보수교육감들은 자신이 사용자가 아니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 장관도 사용자가 교육감이라고 했는데 교과부장관은 학교장이라 한다. 국무총리실에서 중재를 하려고 했지만 중재를 못했고 노동부와 교과부 입장은 그대로다. 이런 상황을 이주호 교과부장관이 그대로 끌고 가고 있다. 이주호 장관은 부처 간 이견일 뿐이라는 입장이고, 보수교육감은 행정소송 간다는 거다. 1심에서 승복할 것도 아니고 대법원까지 가려 할 것이다. 물론 보수교육감 진영에서 일부 약간의 변화가 있기는 있다. 정권이 바뀌면 고려해 보겠다면서 눈치보는 교육감도 있다.
한편, 교육감협의회라는게 만들어졌다. 2010년, 2011년에는 어느 한 지역에서 새로운 수당이 만들어지면, 우리가 다른 지역에 가서 선전을 했다. 그러면 그 지역에서 학비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시너지 효과가 생기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교육감협의회라는게 만들어져 자기들끼리 발목을 잡고 있다.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기구인데 그 기구에서 학교비정규직의 임금을 결정한다. 사실상 교과부가 결정하는 것이다.

“11월 9일 파업투쟁은 아마 전례없는 파업이 될 것이다. 모든 면 단위, 섬까지 우리 조합원이 없는 곳이 없다”

사회운동: 11월 3일 큰 집회도 하고 9일에는 파업투쟁이 예정되어 있다. 이후 투쟁 전망에 대해 말씀해달라.

이태의: 올해 초만해도 파업은 못할 줄 알았다. 임단협하고 쟁의 결의까지만이라도 가보자고 했는데 현장의 요구가 더 강했던 것이다. 뿐만아니라 이 정권이 비정규직을 가지고 놀았다. 작년에 비정규직종합대책을 발표했고 올해 10월에 또 발표했지 않았나. 이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정부가 비정규직 대책 발표할 때마다 조합원들한테 전화해서 ‘야 축하한다 정규직 된다면서’ 이런다. 정부가 뻥을 쳐대는 거다. 예산을 보면 제로다. 아무 대책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조합원들이 분노하는거다.
대통령 후보들도 다 나서서 비정규직 해결하겠다고 한다. 작년에는 이명박과 손학규가 영수회담을 하면서 공공기관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하겠다고 떠들었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교육청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예산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부와 정당들이 약속한 것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대선 이후에 다시 보는 것은 소용없으니까 지금 약속한 것을 법제화 하라는 것이다. 이후 투쟁도 이런 과정이 될 것이다. 사실 지도부는 현장의 요구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서 역할을 하는 것 아니겠나. 훨씬 잘 될 거라고 본다.
이번 파업투쟁은 일회성 보여주기식 파업은 아니다. 전국 1만 2천 개 학교에 우리 세 노조 조합원들이 8천 개 이상 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11월 9일에 조합원 모두가 나오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투쟁을 할 것이다. 아마 전례없는 파업일 거다. 모든 면 단위, 섬까지 우리 조합원이 없는 곳이 없다. 그런 형식의 총궐기가 일어날 것이고 11월 9일 이후에는 지역별 학교별로 세부적인 지침을 내려서 지역에 맞는 투쟁을 만들면서 지속해 갈 것이다. 세 노조가 함께 역량과 교육청 상황 등을 보면서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다.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는 것이다. 호봉제를 해라, 정규직 법제화 해라 요구하는 것이다. 지역교육청에서는 할 수 있는게 사실 별로 없다. 단체교섭에 나오게 하고 일정하게 처우개선 하고 고용안정 대책, 교육감이 고용을 책임지는 것, 진짜 사용자 인정하게 하는 것 이런게 지역 교육청에 대한 주요 요구다. 핵심은 정부차원의 정규직화 전환이다. 정부가 이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냥 이대로 가는 건 허울뿐인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번 파업의 성격은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투쟁이다.

사회운동: 파업이 가시화되면 정부와 보수언론의 공격이 커질 듯하다. 학생들의 수업권을 얘기하며 ‘학생들을 볼모로 어쩌구..’ 하는 공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내에 자체 TF팀이 만들어져서 다양한 활동을 같이 하고 있고, 민주노총 차원에서도 교육 관련 노조들이 함께 하고 있다. 또 지역에서도 대책위 등이 만들어져 함께 연대투쟁하고 있다. 우리도 학부모들께 최소한 11월 5일 쯤에는 안내공문 같은 것도 보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정부가 내몰고 있다, 급식이 어려우니 도시락 등을 준비하시라는 것 등 충분한 홍보를 할 것이다. 모든 사회 단체들의 지지와 연대를 부탁드린다.

사회운동: 좋은 성과 있기를 바란다. 사회진보연대도 관심갖고 힘차게 연대하겠다.


바쁜 와중에도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태의 본부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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