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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여름.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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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인가

전준범 | 정책위원
박근혜 정부가 정부 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기조로 ‘창조경제’를 제시했다. 창조경제 개념의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창조경제론자들은 그것을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대안으로서, 즉 성장전략으로서 제시한다. 이들은 대체로 창조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한다.
창조경제론의 논리는 1990년대부터 유행한 지식기반경제론과 매우 유사하다. 1990년대 미국 신경제 호황에 힘입어 한국에도 지식기반경제론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IT벤처기업 창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되었고, 굴뚝경제에서 지식경제로 이행한다는 장미빛 전망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미국의 신경제 호황은 일시적인 것이었고 새로운 성장 국면으로의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2007년 이후 미국경제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진앙지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경제의 불안정성이 더욱 증대되었고 각국에서 고용, 소득불평등 같은 전통적인 문제들이 더욱 악화되었다. 지식기반사회 내지는 정보사회의 화려한 외양에만 주목한 미래학자들과 정부 관료들의 장미빛 전망은 전혀 현실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은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아래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창조경제론의 주요 내용을 분석한 후, 그것이 과연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될 수 있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박근혜 정부는 왜 창조경제를 제시했나?
한국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추세를 살펴보면 1990년대까지는 높은 성장세가 나타났지만 2000년대 들어 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다. 2010-11년 1인당 실질GDP는 27,157달러로 1970년대의 7배 이상으로 높아졌으나 1인당 GDP성장률은 4.4%로 1970년대의 1/3 수준으로 낮아졌다(그림1). 한국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추세가 하락함에 따라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작년 말 정부는 세계경제가 전반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대하며, 국내경제 활력이 저하되는 3중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어 지난 3월에도 한국경제가 7분기 연속 전기대비 0%대의 저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경기둔화가 장기화할 위험이 있음을 우려했다(그림2). 단기적으로도 정부는 201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3%로 조정하는 등 경제전망 수치 대부분을 하향조정했다.

1990년대까지 한국경제는 제조업 부문의 노동생산성 향상과 서비스업 부문의 고용증가에 힘입어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제조업 부문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감소하고, 서비스업 부문의 고용 증가율도 하락했다. 2005년 현재 한국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OECD 25개국 중 12위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반면 서비스업의 경우 최하위에 머물러 있어, 서비스업의 낮은 노동생산성이 2000년대 들어 한국 전체 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둔화시키고 나아가 장기적인 성장추세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그림3). 이는 1997년 이후 제조업의 잠재성장률은 그 이전과 별 차이가 없는 반면 서비스업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함에 따라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그림4).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는 노동시간 및 생산가능인구의 증가속도를 둔화시켜 경제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20년 동안 한국경제 GDP 성장률이 연평균 4%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00년대 평균 4.5% 수준이었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010년대 4.9%, 2020년대 6.1%까지 증가해야 한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미 추격(catch-up)에 성공해 선진국과 노동생산성 격차가 크게 축소되어 있는 제조업 부문의 경우 연구개발(R&D) 투자의 확대를 통한 기술혁신이 요구된다. 반면 여전히 선진국과의 노동생산성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부문, 특히 서비스업의 경우 시장개방을 통해서 선진국으로부터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된다. 이런 방법을 통해 특히 의료, 법률, 금융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2000년대 이래 장기적인 성장추세 악화에 대응해서 한국 정부는 기존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함과 동시에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야 하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선진국 추격형’에서 ‘세계시장 선도형’으로, “국민 개개인의 창의성이 발현되고 새로운 부가가치가 마련되도록 우리경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전환을 상징하는 표현이 바로 ‘창조경제’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실현 전략

한국경제의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정부의 창조경제 실현전략은 이미 지난 2월 국정과제로 제출된 바 있다. 새 정부의 6개 국정과제 중 첫 번째 과제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는 △창조경제의 생태계 조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 동력 강화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 △창의와 혁신을 통한 과학기술 발전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 △성장을 뒷받침하는 경제운영이라는 6개 전략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여섯 번째 전략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경제운영’은 거시경제 안정을 의미하므로 직접적인 창조경제 실현 전략이라고 보기 어렵다. 세 번째 전략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와 다섯 번째 전략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 역시 수출-재벌 중심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반영한 것이지 장기적인 성장추세 회복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표1]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정부의 창조경제 실현전략의 핵심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이 산업 전반에 융합확산될 수 있도록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전반적 내용을 담고 있는 첫 번째 전략 ‘창조경제의 생태계 조성’, 정보통신보건산업 등 정부가 주목하는 산업별 육성전망을 담고 있는 두 번째 전략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 동력 강화’, 이를 뒷받침하는 네 번째 전략 ‘창의와 혁신을 통한 과학기술 발전’에 있다. 이런 전략들을 종합하는 표현이 최근 유행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기존 산업과 IT과학기술이 융합돼 일자리 창출과 성장으로 연결되는 경제”라고 설명한 바 있다.
ICT 융합이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것은 무엇보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플랫폼 확보 기업의 성공 덕분이다. 스마트기기의 확산에 따라 주로 컴퓨터에서만 쓰이던 운영체제(OS)가 모든 스마트기기에 탑재되고, 기기 내 모든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통제하는 핵심기능을 수행하면서, 플랫폼을 확보한 기업은 ICT 관련 모든 산업의 가치사슬에서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제공 가능한 콘텐츠, 서비스, 소프트웨어까지 장악함으로써 관련 산업 내에서 자신의 독보적 지위를 강화하여 수익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나아가 스마트기기 제조업의 경우 완제품 경쟁력에 있어서 ICT가 적용된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부각되고, 이를 최적화하는 제조기술의 역량이 중요해졌다. 가령 핵심부품인 CPU, AP 등의 제조역량을 갖추었거나, 이런 핵심부품과 플랫폼 등의 모듈을 결합하여 차별화된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하드웨어 제조역량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와의 적극적 협력을 통해 주도적인 하드웨어 제조업체로 자리 잡은 대표적 사례다.
자동차를 비롯한 기존 제조업에서도 제품의 차별성을 위해 ICT를 도입한 서비스 기능을 부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요타는 자사의 전기자동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서비스(Windows Azure)를 장착했다. 애저를 통해 자동차의 전력관리, 배터리 잔량 원격점검, 홈 네트워크 원격제어 등을 수행한다. 롤스로이스는 24시간 원격으로 전 세계 8,300개 엔진을 관리하고 엔진 가동시간 기준으로 임대료를 받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ICT 융합의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가령, 보건서비스 분야의 원격의료 서비스는 서비스업 고부가가치화 및 ICT 융합의 핵심으로 사고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원격의료 서비스는 삼성전자가 제작한 당뇨관리 의료기기(삼성헬스다이어리)를 당뇨환자 집에 설치하고 SK텔레콤의 정보전달 플랫폼을 통해 병원으로 환자의 건강상태 정보를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보건서비스뿐만 아니라 교육서비스로도 확대될 수 있으며, 나아가 재난안전, 치안 등 정부행정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정부는 “소프트웨어, 영화, 게임, 관광, 컨설팅, 보건의료, MICE(Meeting, Incentives, Convention, Exhibition)”을 ‘창조형 서비스업’으로 분류하고 이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창조경제의 핵심인 ICT 융합은 플랫폼 확보, ICT 핵심부품 생산 및 완제품 제조, ICT 기술과 융합된 새로운 서비스의 제공 등을 통해서 소득을 얻는 기업 모델과 관련된다. 이런 기업 모델에서는 혁신적 기술이나 창조적 아이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창의성이야말로 소득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강화된다. 나아가 정부가 “상상력과 창의력이 일자리를 만드는 창조경제”라고 설명하는 데에서 알 수 있듯, 개인의 창조적 아이디어가 국민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까지 확산된다. 그렇다면 한국경제가 ICT 융합이라는 신성장동력을 바탕으로 장기적 성장추세를 회복하고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창조경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인가

굴뚝경제에서 지식기반경제로, 그리고 창조경제로?
사실 정보통신기술(ICT)과 지식, 정보, 아이디어가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인식은 1990년대 지식기반경제론에 의해 확산되기 시작했다. 창조경제라는 개념도 지식기반경제라는 개념과 거의 동시에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대체로 지식기반경제 내지는 정보경제를 보충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어왔다.
그것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 이행한다는 미래학자들의 전망을 공유한다. 가령 1990년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창조사회를 제4의 물결로 설명했고, 『창조경제』(2001)의 저자 존 호킨스 역시 창조경제를 새로운 경제체제라고 정의했다. 노동이나 자본 투입이 아니라 지식이 부를 창출하는 사회로 이행한다는 지식기반사회론에 창조적 아이디어도 부를 창출한다고 보충하는 셈이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 현실적 기반은 1970년대 이후 선진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해 지속되고 있는 제조업 부문 축소와 서비스업 부문의 성장이었다. 미국의 경우 이미 레이건 정부 시절부터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 세계적으로도 1974-83년 동안 대부분의 국가에서 농업, 광업, 제조업의 고용은 크게 감소했다. 제조업의 고용 감소는 부분적으로 서비스 산업이나 금융보험 부문으로 흡수되었고 부분적으로 실업의 증가를 낳았다. 2000년대 초반에 이르면 서비스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은 70%, 발전도상국은 50%까지 상승한다. 이와 같은 서비스 부문의 확대에 더해 1990년대 미국 신경제 호황과 실리콘밸리의 신화는 정보통신기술의 적용을 통해 굴뚝경제와는 다른 새로운 성장 모델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IMF 이후 모든 정부가 지식기반경제로의 이행이라는 전망과 목표를 공통적으로 가지게 되었다. 다만 정부에 따라서 정치적 표현방식과 정책적 강조점이 부분적으로 변화했을 뿐이다. 가령, 김대중 정부가 IT 벤처창업과 신지식인 개념을 강조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창조적 아이디어와 산업의 결합사례로 두바이 프로젝트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 부문의 팽창 과정은 지식과 정보에 의한 부의 창출이 확대된 결과가 아니었다. 서비스부문 내 사회서비스, 금융서비스, 생산자서비스, 개인서비스 등 각각의 서비스업은 서로 다른 축적 요구와 결합되어 성장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볼 때 서비스업은 20세기 초중반 정부, 보건, 교육 같은 사회서비스의 팽창에서 시작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왔으며, 산업적 축적이 위기에 처한 1970년대 이후에는 특히 금융서비스가 팽창하고 기존 생산기업 내에서 이루어지던 업무의 외주화에 따른 생산자서비스가 증가하면서 더욱 빠르게 성장했다. 생산자서비스는 기업의 핵심적 전문업무를 외주화한 법률, 공학건축 서비스, 회계, 감사, 세무, 연구, 검사, 경영, 광고 등 기업서비스(business service)와 경비, 청소, 식당 업무 등 기업의 업무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쉽게 분리될 수 있는 업무영역으로 양극화되어 등장했다.
또한 서비스 부문의 팽창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굴뚝경제로부터의 탈피와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의 징후로 해석할 수도 없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대표하는 금융서비스와 기업서비스의 경우 고용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고, 정보통신기술 관련 산업이 굴뚝경제를 대표하는 자동차산업에 비견될 만한 전후방 효과를 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의 후방에는 무수히 많은 기계산업의 발전이 있고, 그 전방에는 자동차산업의 발달에 따른 소비산업과 오락산업의 성장이 있다. 반면 정보통신기술은 성장과 고용의 확대 보다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한 시장의 확대(인터넷 상점, 신용거래 등), 금융세계화, 국제적인 하청계열화(글로벌 아웃소싱)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다.
게다가 정보통신기술의 확산이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역사상 전례가 없는 큰 폭의 혁신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전신의 발명은 대륙 간 통신에 걸리는 시간을 몇 주에서 몇 초로 줄였다. 철도, 자동차, 오디오, 텔레비전, 항생제, 전화, 전기, 제트비행기, 플라스틱, 가내배관 등도 마찬가지다. 고객맞춤형 다품종 생산으로 인해 신제품 숫자가 오늘날 절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하더라도 혁신의 속도는 더 느릴 수 있다. 1870년에 태어나 70년 간 살았던 사람이라면 1950년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를 경험했을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서비스 부문의 양적 팽창에만 주목하거나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과대평가함으로써 그것을 새로운 경제성장 패러다임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지식기반경제론 또는 창조경제론은 1970년대 이후 이윤율이 저하하면서 발생한 구조적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산업과 상업에서 금융과 서비스로 경제의 무게중심을 옮긴 과정에서 부상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식기반경제 또는 창조경제는 실물경제의 위기를 반영하는 금융세계화에 따른 금융서비스의 성장, 과거 제조업 내 부서로 포괄되어 있던 서비스 부문의 아웃소싱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새로운 성장담론, 새로운 성장단계가 아니라 위기에 대응하는 자본의 생존방식이다.

가치의 생산이 아니라 재분배 역량의 강화
창조경제가 성장과 고용의 성장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기업들의 성공이 가치의 생산보다는 그 재분배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식, 정보, 창조적 아이디어를 지식재산권을 매개로 사업화해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은 개인과 기업은 소득을 막대하게 늘릴 수 있지만, 이것이 전체 경제의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창조경제는 특정 개인과 기업에게만 고소득의 기회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한다.
애플이나 구글처럼 플랫폼을 확보한 ICT 기업의 막대한 소득은 지대(rent)와 상당히 비슷하다. 토지 소유자는 자본가에게 토지를 대여함으로써 지대를 획득하는데, 그 전제는 토지에 대한 자본가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토지 소유권이다. 소유자는 실제 생산과정에 어떤 기여도 하지 않지만, 즉 생산적 노동의 착취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자본가로부터 임대료를 받음으로써 소득을 얻을 수 있다. 그는 단 한 명의 노동자도 고용하지 않고도 소득을 얻으며, 그 소득은 자본가로부터 제공된다.
창조경제가 주목하는 지식, 정보, 아이디어는 지식재산권이라는 배타적 소유권에 의해 보호되고, 이 지식, 정보, 아이디어를 대여하는 자본가는 그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단, 토지소유자가 1명에게만 그것을 빌려줄 수 있는 반면 지식재산권 소유자는 그것을 아주 싼 가격에 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명에게 그것을 대여할 수 있고, 따라서 엄청나게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같은 운영체제(OS)는 구매자 수가 많아질수록 그 유용성이 커지기 때문에 대여자 또는 소비자가 이로부터 이탈하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경쟁기업의 신규 시장진입도 어렵다. 대부분의 플랫폼 확보 기업의 고소득은 이러한 시장지배력에 기인한다. 지대와 마찬가지로, 지식재산권 소유자에게 제공되는 소득은 자본가가 직접적으로 지불하는 사용료 또는 자본가로부터 노동자가 받은 임금의 소비로서 간접적으로 이전(transfer)되는 것이다.
지식, 정보, 창조적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경제활동이 가치를 창출한다는 사고방식은 구글과 같이 웹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고수익을 얻는 기업 모델 때문에 더욱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사업모델이 결국 광고수익에 의존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역시 자본가로부터의 소득 이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무료 서비스를 사용하는 개인들은 어떤 지출도 없이 사용가치를 얻기 때문에 이런 사업모델이 경제의 기본법칙을 거역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 아주 오래된 소득 이전 방식을 새로운 기술에 적용한 것일 따름이다. 창조경제는 경제 전체의 성장과 관련되기보다는 소유권을 보장받은 개인이나 기업의 성장과 관련된다.

이런 논의를 더욱 확대해보면, 대부분의 서비스업이 가치의 생산이 아니라 생산된 가치의 재분배와 관련된다. 생산자서비스의 경우 애초 생산기업으로부터 외부화되었다는 점에서 가치의 생산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한편 생산기업에서 생산된 가치를 분배받는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령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주목받는 법률, 회계, 컨설팅 등 기업서비스는 주주의 소유권에 기여하는 국제적 행위 규준을 개발도입하는 대가로 생산기업이 생산한 가치의 많은 부분을 재분배 받을 수 있다.
금융서비스 기업의 소득 역시 이자, 수수료 등의 형태로 생산자본의 순환으로부터 잉여가치의 일부를 보상으로 받은 것이다. 만약 금융기관의 소득 원천인 순이자가 이처럼 이전으로 다루어진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금융기관이 생산한 가치는 없는 반면, 금융기관 소유자나 금융기관에 고용된 노동자에게 지출되는 급여만 존재하므로 금융기관의 부가가치는 음(-)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자의 지급을 통한 금융중개기관의 수익을 제외할 경우 OECD의 표현에 따르면 “[경제 각 부문 중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산업이 국민총생산에 보잘 것 없는 수준 혹은 심지어 마이너스로 기여하는 것으로 나오는 역설”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류 경제학은 금융부문의 생산적 기여를 정당화하는 추계방법을 고안해왔으며,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을 구분하는 노동가치론의 정치적 함의를 의식적으로 제거하고자 했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의 결함은 금융이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무엇인지, 금융의 생산적 기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잉여가치의 생산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노동, 즉 산업자본이 고용하는 노동자의 노동을 생산적 노동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상업자본이 고용하는 노동자 중에서도 운송창고통신업무 같은 유통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생산적인 반면 매매업무와 재무회계마케팅광고홍보 같은 순수유통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비생산적이다. 그러나 상업자본이나 금융자본에 고용되는 비생산적 노동자도 잉여가치의 생산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 한편 서비스노동은 비생산적일뿐만 아니라 잉여가치의 생산과도 무관하다. 그리고 서비스노동 중에서는 사회서비스와 관련된 유용한 노동이 있는 반면, 일부 개인서비스처럼 무용하거나 유해한 서비스노동도 있다.
이 때 어떤 경제활동이 비생산적이라는 명제는 이들이 사회적으로 필요없다거나 쓸모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령 자본주의에서 신용의 공급은 경제활동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연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따라서 산업자본의 가치 생산 촉진에 신용과 금융의 필수적인 역할을 인지하고 그로 인한 가치이전의 크기와 효과를 분석하는 것과 이를 비생산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가치의 생산과 이전 그리고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의 구분은 국민계정이 경제주체들이 실제로 생산한 부가가치를 제대로 집계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는 중요한 기제인 것이다. 반면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의 구분, 가치의 이전이라는 개념을 의식적으로 제거해온 신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금융의 생산적 기여를 여러 취약한 논리들로 정당화하는 것이 곤혹스런 과제가 된다.
던컨 폴리는 현대 국민계정에서 금융, 보험, 부동산, 교육, 의료, 전문기업서비스 등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로 계산되는 부분을 제외한 ‘좁은 범위로 측정한 부가가치’와 GDP 간의 편차, 고용지표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금융과 부동산, 정부서비스 부문 등에서의 여타 귀속소득을 GDP에 포함시키는 현행 방식이 2007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기침체 규모를 과소추정하고 반대로 금융권의 재건과 그들의 소득 진작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경기회복의 수준은 과대평가함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좁은 범위로 측정한 부가가치’로 부가가치를 계산할 경우 전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기존 3.3%에서 2.4%로 1/4정도 하향 조정된다.
따라서 지대 수취와 유사한 지식재산권을 매개로 하는 ICT 관련 산업과 금융서비스, 기업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고소득을 핵심으로 하는 창조경제가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일 수는 없다. 그것은 가치의 생산보다는 생산된 가치의 더 많은 부분을 재분배 받으려는 기업 모델일 뿐이다.

창조경제에서의 가치사슬과 임금노동조건의 악화
굴뚝경제에서 창조경제로의 전환의 또 다른 징후로 해석되곤 하는 것은 제조업 가치사슬의 변화다. 제조업 가치사슬은 여전히 연구개발(R&D)→제조→마케팅→서비스 등의 단계를 이루지만 그 단계별 경중이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에는 고정자본 투자와 저임금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제조 단계가 이윤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었지만, 이제는 가치사슬의 앞에 위치한 연구개발 및 기획 단계와 뒤에 위치한 마케팅이나 서비스 단계가 더 중요해졌다.
연구개발, 판매전략 수립, 제품 디자인, 광고, 유지관리 서비스 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지식, 정보, 아이디어의 활용이기 때문에 제조업 가치사슬의 변화는 창조경제로의 전환의 징후로 해석되곤 한다. 단적으로 아이폰, 아이패드는 스티브 잡스의 창조적 아이디어가 낳은 성과로 평가되며, 최근 기아자동차 K시리즈의 성공은 피터 슈라이어라는 창조적 디자이너의 역량에 기인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부터 살펴보자. 완성차 기업들은 시장경쟁의 격화에 대응해서 생산전략을 변화시켜왔다. 표준제품의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보다는 다른 제품과의 차별화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제품차별화를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기획디자인 능력이 중요해지는데, 2000년대 들어 현대, 기아, 쌍용자동차 모두에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또한 시장확보를 위한 유통망 장악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중요해지면서 이를 위한 마케팅 능력이 핵심적인 경쟁력으로 등장한다. 특히 마케팅 능력은 소비자들의 불만과 요구를 신속히 파악해 이를 연구개발과 기획단계에 반영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는다. 그 결과 1999년 현대차와 기아차는 외부화되어있던 자동차 판매부문인 현대자동차서비스와 기아자동차판매를 각각 내부화했다.

[그림7] 한국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 구조변화

연구개발기획, 마케팅 기능은 강화된 반면 기존에 완성차 기업에서 수행하던 최종조립 및 주요 부품생산의 상당부분은 축소외부화되었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 현대모비스를 설립하여 주요 모듈의 독점 공급 기업으로 육성하고, 여타 부품기업을 현대모비스의 하위부품기업으로 재편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모듈화를 총괄하고 하위 생산사슬 전반을 관장하는 명실상부한 중간관리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하위부품기업을 조정통제하는 관리구조 덕분에 완성차기업은 생산을 축소외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위부품기업에 대한 지배와 통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완성차기업이 최종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제품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인 디자인과 설계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공신력있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종속적이고 위계적인 생산구조가 유지될 수 있었다.
생산기능의 축소외부화는 완성차기업 입장에서 생산공정이 비용절감의 대상이 된다는 점, 그리고 외부화를 통해 경기변동에 따라 쉽게 그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기아차는 비용절감과 유연성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모듈화와 플랫폼 통합이라는 새로운 생산기술을 적용했고 이를 통해 전반적으로 노동과정을 표준화단순화할 수 있었으며 이는 임금과 고용이 전반적으로 불안정해지도록 하는 토대가 되었다.

[그림 8] 휴대전화 글로벌 가치사슬

이와 같은 가치사슬 변화는 창조경제를 대표하는 ICT 제조업에서 더욱 분명하게 발견할 수 있다. 전자산업은 핵심 기술과 범용 기술의 구분이 명확하여 모듈화가 용이하고 업계표준도 잘 정리되어 있어 생산 외주화가 용이하게 진행되었다. 20세기 후반부터 세계적인 전자산업 대기업들 역시 생산의 외주화, 나아가 탈생산 방식을 채택했다. 가령 애플은 연구개발과 디자인만을 담당하며 생산 일체를 대만계 위탁제조업체(EMS, 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인 폭스콘에 외주화한다. 탈생산 방식을 채택함으로서 애플과 같은 대기업들은 불황 시 설비 유휴에 대한 비용을 위탁제조업체에 넘길 수 있다.
물론 타 제조업체에 휴대전화 조립을 위탁하는 정도는 기업 간에 차이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노동집약적 생산 부분의 외주화와 핵심부품 생산의 그룹 내부화를 동시에 추구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휴대전화 조립은 중소기업들이 전문적으로 담당하지만 (물론 이 경우에도 전량 외주화하는 것은 아니고 자체 생산능력을 유지하며 일부를 외주화한다) 핵심 부품 중 자체 기술을 갖출 수 있는 범위의 부품들은 그룹 내부화하는 형태다. LCD 패널, 메모리 반도체와 같이 기존에 생산 능력을 갖춘 부품 외에도 RF모듈은 삼성전기가, 배터리 모듈은 삼성 SDI와 LG화학이, 카메라 모듈은 삼성테크윈, LG이노텍 등이 담당한다. 이런 방식은 자체 생산과 외주생산을 병행하면서 위탁제조업체에 대한 전적인 의존이 낳을 수 있는 변수를 통제하여, 내부 생산에 따른 위험 비용은 외부화하고 탈생산에 따른 단점은 내부 생산으로 극복하는 이중 체계이다.

[그림9] 애플 아이폰4의 부가가치 배분

휴대전화 가치사슬에서도 글로벌 대기업은 하위기업에 대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생산과정에서의 비용절감을 달성한다. ICT 산업이 가지고 있는 깨끗한 이미지와 달리, 소수의 고기술 핵심 정규직 노동자를 제외하면 가치사슬 내 대부분 노동자는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휴대전화 가치사슬은 아프리카 탄광의 강제노동에서부터 폭스콘 공장의 학생인턴과 인도콜센터의 교대 근무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비정규직에 의존한다.
반면 여기서 발생하는 가치는 소수 국가 및 글로벌 대기업에게 집중되어 심지어 대표적인 공급업체들에도 적은 수익만이 돌아간다. 예를 들어 중국의 조립업체가 아이폰4 한 대를 수출해서 받는 대가는 소매가(600달러)의 1%에 그친다. 대부분의 가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고기술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미국, 독일과 같은 선진 제조업 국가의 전자제품 대기업과 이 제품을 설계하고 판촉하는 애플에게 돌아간다.
자동차산업과 휴대전화 가치사슬 분석에서 알 수 있듯, 연구개발기획과 마케팅 분야의 강화는 생산과정에서 임금과 고용의 불안정화와 동시에 진행되었다. 이는 창조경제가 어떤 새로운 것이 아니라 노동과정을 표준화, 단순화시킴으로써 노동의 탈숙련화를 통해 노동의 가치저하를 지속시키는 전통적인 방법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개별 기업이 제품차별화, 시장확보, 비용절감에 온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과잉축적에 따른 시장 경쟁 격화에 있다는 점은 우리가 어떤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기보다는 여전히 자본주의 위기 시대에 놓여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시사점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은 경제위기에 대응해서 ICT 융합과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재개하겠다는 담론으로, 1990년대 이래 유행하고 있는 지식기반경제론을 한국경제 사정에 맞게 일부 보완한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 부문의 팽창은 금융세계화 및 제조업 아웃소싱의 결과였고 정보통신기술은 그것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었다는 점을 볼 때 지식기반경제 및 창조경제를 새로운 성장단계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창조경제가 주목하는 ICT 플랫폼, 금융서비스, 기업서비스는 가치의 생산이 아니라 생산된 가치의 더 많은 몫을 재분배받는 기업모델이기 때문에 성장과는 무관한 것이다. 그리고 ICT와 제조업의 융합 역시 각 기업이 경제위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여전히 임금과 고용불안정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수준에서 선진국들의 창조경제 실현 전략은 해당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왜냐하면 가치의 재분배 능력을 제고하여 타국으로부터 생산된 가치를 자국으로 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미국은 실물경제의 쇠퇴에 대응하여 환태평양파트너십(TPP) 나아가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의 설립을 통해 금융서비스와 기업서비스 수출을 확대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재개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결국 동아시아에서 생산된 잉여가치를 분배받음으로써 미국 자본주의의 성장을 재개하려는 시도다.일본의 TPP참여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역시 이와 같은 재분배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자유무역을 유지하면서도 수출을 증가시키려는 각국 정책은 국제적인 갈등과 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부의 재분배 능력을 제고하려는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은 자본의 소유권 강화로 귀결되고, 이는 소득불평등이 심화시켜온 기존 추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저임금 후진국에 잉여가치의 생산을 집중시키는 반면 고소득 선진국은 금융서비스, 기업서비스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잉여가치를 재분배받는 불평등한 분업이 강화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소유권 강화에 더해서 임금과 고용조건의 불안정화, 의료교육서비스의 영리화 등으로 인해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 저성장 속에서 불평등의 확대는 결국 대중의 불만을 더욱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하지만 지식기반경제론과 마찬가지로 창조경제론은 이러한 대중의 불만을 잠재우고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이 수평성을 강화하고 개인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돕는다는 믿음은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기대와 연결된다. 새로운 자본주의는 수직적 위계를 수평적 네트워크로 대체하고 있고, 국가와 기업은 개인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을 북돋기 시작했으며, 임금과 고용의 불안정은 오히려 역동적인 삶을 의미할 수 있다는 식이다. 1990년대 신지식인 담론 이후 꾸준히 확산된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작년 총대선에서 IT벤처기업 출신의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지지로 그 힘을 발휘한 바 있다. 그는 실제로 김대중 정부가 선정한 신지식인 중 한명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창조경제 담론의 진정한 의미는 그 이데올로기적 효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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