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7-8.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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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의 반짝쇼, 인공강우

김영식 | 편집위원
<b>가뭄, 인공강우로 해결한다? </b>

해마다 찾아오는 봄가뭄이지만 정치권에서 내놓는 가뭄대책이란 기껏해야 '골프를 자제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유달리 길게 지속되었던 올해 가뭄에서 정부는 '인공강우'라는 빅카드를 꺼내놓았다.
지난 6월 13일 김영환 과학기술부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상유례 없는 가뭄으로 국민들이 극심한 피해와 고통을 받고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난 1995년부터 연구한 인공강우 실험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온 기상청이 공군의 지원을 받아 인위적으로 비가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 실험을, 14일 오전 경남·북 경계지역과 전남·북 경계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가뭄이 끝나버린 지금, 모든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실시한 인공강우 실험결과에 대해 정부는 결과발표도 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다.


<b>인공강우란?</b>

인공강우에 대한 연구는 1933년 베르셰론(Bergeron)이 '빙정설'을 발표한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구름 속에는 영하의 구간이 존재하는데, 구름의 제일 윗부분은 영하 60도까지도 내려가게 된다. 이 구간에서 구름입자는 얼음입자 상태(빙정)로 존재한다. 그 아래 0도에서 영하 40도 정도의 구간에서는 빙정과 물방울이 같이 존재하는데 0도 아래서도 빙정이 되지 않고 버티는 물을 '과냉각수적'이라고 한다. 대부분 구름에는 과냉각수적(0도 이하의 물방울)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과포화상태), 빙정은 적게 포함되어 있다(불포화상태). 모든 자연현상은 불균형상태에서 안정한 상태로 가려는 성질이 존재하는데, 구름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수의 과냉각수적은 증발되어 수증기로 변해 줄어들고, 이 수증기가 적은 수의 빙정에 붙어서 얼음으로 변해(승화작용) 빙정을 커지게 한다.

이때 커진 빙정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녹게 되면 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빙정설을 바탕으로 구름 속에 인위적으로 빙정을 형성시키기 위해 '구름씨(cloud seed)'를 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인공강우이다. 1946년에 미국의 과학자 셰이퍼(Schaefer)가 냉각된 안개로 가득차 있는 냉장고 속에 드라이아이스의 파편을 떨어뜨려 수많은 빙정이 형성되는 것을 발견하였고, 뒤이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연구소의 과학자들이 비행기 위에서 드라이아이스의 작은 조각이나 요드화은의 연기를 '구름'에 뿌리는 실험을 하여 과냉각된 구름을 빙정구름으로 만드는데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인공강우 실험은 지속되고 있다.


<b>가뭄엔 인공강우도 없다</b>

일반적으로 인공강우를 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드라이아이스나 요오드화은을 뿌릴 '구름'이 있어야 된다. 인공강우는 마른하늘에 구름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비가 내릴 듯한 구름에 구름씨를 뿌려 좀더 많이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로서 인공강우 실험을 통해 10-20%정도 더 강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즉, 한국의 가뭄과 같이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서는 지금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인공강우를 내리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공강우 실험은 앞서 지적했듯이, 비가 내릴 듯한 구름에 실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공강우인지 저절로 내린 비인지를 구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번 한국에서 이루어진 실험도 역시 자연비인지 인공비인지 구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빗물 속에 요오드화은 입자의 농도로 인공강우를 증명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또한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구름에 구름씨를 뿌리는 작업 또한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구름에도 공기의 하강기류와 상승기류가 심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구름씨를 뿌려야 할 시기를 조절하는 것도 무척 어렵다. 더구나 구름이 있다고 다 비를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인공비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항공기와 레이더로 구름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그러나 전속항공기 한 대 없는 한국의 기상청에서 이러한 인공강우 실험은 더욱 힘들다. 공군의 항공기를 활용한다고 하지만, 사전예약 및 지정항로 비행으로 인해 변화하는 기상에 대처하지 못하는 등 실험에 제약이 많은 것이 현실이므로 지속적으로 연구가 진행될 리 없다.


<b>인공강우기술, 비의 상품화! </b>

인공강우 실험은 연구가 잘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학을 통한 자연의 조절은 바로 공공재의 사유화를 의미하고 이는 곧 자연의 상품화를 말한다. 공공재인 비(雨)를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사유화하고 초과이윤을 달성하기 위해서 과학의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화하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구름조절 기술이 상업화된 지 오래되었으며 이미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1960년경 미국 텍사스주에서 부유한 농부들이 우박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공강우를 실시했다. 그러자 인근 목장에서는 강우량이 줄어들었고 목장주들이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한 사건이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공강우용품을 판매하는 회사에 폭탄테러까지 감해하면서 저항한 바 있다. 그리고 인공강우에 사용되는 요오드화은이 튀김용 감자의 성장을 방해하고 썩게까지 한다는 의심을 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인공강우 실험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졌다.

더욱이 인공강우 문제는 국내 문제뿐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도 유발시켰다. 실제로 멕시코와 미국이 함께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멕시코로 향하던 태풍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미국에 상륙하여 미국만 가뭄에서 벗어난 적이 있었다. 이 때 멕시코는 미국이 인공강우 기술로 인위적으로 태풍 진로를 바꾸었다고 주장하여 양국간에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인공강우 기술이 현실화될 때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일 것이다.

또, 인공강우 실험의 의도는 군사기술에서 비롯되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1960년까지만 해도 미국기상학계에서는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만큼의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면 세계정복도 시간문제이다"라는 말이 공공연히 유행하였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기간 중 베트콩의 물자공급 루트인 호치민 통로에 인공강우를 실시해, 보급에 타격을 주었다는 사실은 인공강우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늘 자랑거리로 삼는 일화 중 하나이다. 비록 군사적 목적으로 기상변조는 유엔협약에서 금지되었지만 가뭄을 이유로 연구된 인공강우 기술은 언제든지 군사기술로 전환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b>차라리 골프장을 없애라</b>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공강우 기술은 가뭄극복대책이 될 수 없는 기술일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아직까지 확보하지도 못한 기술이다. 설사 인공강우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보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실험에서는 부작용과 전쟁기술화 방지를 위한 대책과 연구를 병행하여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인공강우 실험은 사실상 가뭄에 멍이 든 농민의 가슴을 거짓말로 우롱한 처사에 다름 아니며, 일국의 과학기술 정책을, 정권유지를 위한 반짝쇼 정도로 취급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차라리 골프장을 폐쇄하여 그 곳에 나무를 심고 골프장 스프링쿨러를 농지로 돌린다면 인공강우보다는 더욱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가뭄 대책방법이 아니었을까?
주제어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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