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오늘지역
  • 2015/02 창간호

300일 동안 웃으며 꿋꿋하게 싸울 수 있는 이유

청주시 노인전문병원을 바로잡는 노동조합의 투쟁

  • 문설희 충북지역본부 조직국장
 
원장님이 우리 병원에 처음 오실 때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함께 일해보자'며 악수한 것은 병원의 책임자로서의 첫 약속 아니었던가요? 그런데 이제 와서 정년이라는 말을 앞세워 해고입니까? 저는 비록 하찮은 간병사일지라도 퇴직은 아름답게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밀리지 않고 정말 어르신들을 다정하게 모셨다고 자부합니다. 그래서 원장님이 저를 상 주신 것 아닙니까? 원장님!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욕심 내려놓고 처음으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손을 내미십시오. 어렵겠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시면 사랑과 용서가 있을 것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작년 5월 1일 해고된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조합원이 당시 병원장에게 쓴 편지글이다. 예순이 넘은 이 분은 해고만 벌써 세 번째이다. 2011년 노동조합 가입 후 해고, 원장이 바뀐 후 2014년 노동절에 또 해고, 2015년 새해 첫날 분회장과 함께 또다시 해고…. 작년 연말 계약 해지를 당한 열 명의 조합원 모두 두 번째 해고자들이다. 이 외에도 정직, 대기발령 등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는 도무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 

하지만 이렇게 온갖 탄압을 당하면서도 이들은 흔들림 없이 매일 아침 연둣빛 조끼를 입고 청주시청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오는 1월 22일에는 투쟁 300일을 맞아 전조합원 하루 경고 파업을 결의하고 있다. 분회를 세운 지 이제 갓 1년밖에 안된 신규사업장인데다가 조합원 전원이 여성이고 대다수가 50대 60대인 이 노조가 이렇게 똘똘 뭉쳐있을 수 있는 힘은 뭘까?
 

2011년 소수의 간병노동자 중심으로 시작된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투쟁이 지역사회의 연대의 힘으로 승리한 후 위탁이 해지되고 운영 주체가 변경되었다. 새로 온 젊은 병원장에 대한 기대는 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불법·편법으로 운영되며 환자는 돈벌이 수단, 직원은 쥐어짜는 대상일 뿐인 병원의 현실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번에는 더 크게 뭉쳤다. 더 많은 간병사와 간호사, 영양실 노동자들, 작업 치료사와 사회복지사, 심지어 중간관리자에 속하는 실장들까지 모두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분회 설립 이후 임금체불 및 근로기준법과 노동법 위반 등 부당한 노동환경이 폭로된 것은 물론이고, 국고 100억 원과 청주시민 혈세 57억 원이 투입된 공공병원의 현실이라고 보기 어려운 온갖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 어르신들이 드시는 야채는 병원장의 형수가 사장으로 등록된 가게에서 들여오는 거다’ ‘그런데 그 식자재를 검수하는 영양실 책임자는 병원장의 형이다’ ‘영양실에서 일하면서도 먹거리 안전이 늘 걱정이다’는 이야기들. 또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운영을 위탁받은 씨앤씨병원은 재활치료 수가에 혈안이 되어 병원입소 후 적응과 안정이 우선인 노인들을 막무가내로 물리치료실로 내려 보내기만 하는데 곁에서 간병하기 안쓰럽다’는 이야기 등이 넘쳐났다. 심지어 무리한 물리치료 도중 골절상을 당한 어르신이 결국 욕창으로 양 다리를 절단한 사례도 거론되었다. 환자의 살과 뼈가 썩어문드러지는 동안 재활의학과 출신 병원장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의견을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며, 당시 환자를 담당했던 조합원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청주시의회의 감사, 청주시의 지도점검, 국회의 국정감사 등을 통해 모두 근거 있는 사실로 밝혀졌다. 병원장이 노동조합을 눈엣가시로 여기며 노조파괴 브로커까지 영입해 탄압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리고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동자들이 여태까지 꿋꿋하게 투쟁할 수 있는 힘도 바로 여기에 있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공공성 회복, 공공병원 민간위탁의 폐해를 바로잡는 것, 그것이 노동조합을 제대로 세워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이 300일 간 이어진 끈질긴 투쟁의 동력이다.

물론 청주시노인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시에서 만든 요양병원이 이 지경으로 운영되도록 수수방관해 온 공범자들과 ‘실버를 골드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요양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신자유주의 위기와 저출산 고령화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선전해 온 이들의 존재는 투쟁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병원이 아닌 시청으로 출근해서 환자 곁이 아닌 거리에서 하루를 보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있는 한, 승리는 의심할 수 없다. 우리 지역 어르신들을 내 부모와 같이 모시기 위해 힘든 길을 웃으며 가고 있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노동자들을 응원한다. 연둣빛 조끼를 입고 내일도 청주시청으로 출근할 이들과 함께, 끝까지, 웃으며 힘차게 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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