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오늘지역
  • 2015/07 제6호

제주도 바람의 주인은 누구인가?

자본의 수탈을 비판하는 자연자원 공유화 운동

  • 김동주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연구원
제주도는 바람의 섬이다. 삼다(三多) 중의 하나가 바람 아니었던가. 사실 그 바람은 제주도민들에게 고난과 역경의 상징이었고, 그것을 극복하며 살아온 제주인의 삶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했다. 바람으로 인해 제주어가 짧고 억센 특징을 지니게 되었고, 밭의 흙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말을 동원해 잘 밟아줘야 했으며, 바닷가 근처의 나무들은 곧바로 자라지 못하고 내륙 쪽으로 휘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제주도 사람들은, 그리고 제주도의 자연은 바람과 함께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부터 바람의 성격이 급변하게 되었다. 바람을 자원으로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발전이 확산되면서부터다. 2014년 말 현재 제주도에는 9개의 사업자가 14곳에서 총 81기, 153.3MW 규모의 풍력발전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제주도 전체 발전설비(794.4MW) 중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총 25.5퍼센트(204MW)인데, 그중 풍력이 75퍼센트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2014년 총 발전량 약 4580GWh 중 풍력발전을 통해 250GWh를 생산해 전체 발전량의 5.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풍력발전은 제주도의 전력생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비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최초 대규모 풍력발전, 제주 행원단지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는 한국전력(이하, 한전)에 판매된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전력매입제도는 2002년 도입되었다. 그런데 제주도는 이보다 앞서 1998년 7월부터 풍력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풍력자원 1차년도 조사(1996.5~97.4)에 따라, 북제주군 구좌읍 행원리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세워, 600kW급 풍력발전기 2기를 수입해 설치했다. 그리고 1998년 5월, 제주도는 한전에 행원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의 구입을 요청했고, 그해 7월  한전으로부터 전력수급계약을 체결해 54.8원/kWh에 전력을 판매했다. 이후 제주도는 2003년까지 행원풍력발전단지에 15기, 9.8MW 규모의 풍력발전기 설치를 완료했다.  
 
 
행원풍력발전단지는 우리나라에서 풍력전기를 한전에 판매한 최초의 ‘상업용’ 풍력발전일 뿐 아니라, 여러 대의 풍력발전기를 집중시킨 최초의 ‘단지형’ 풍력발전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이후 제주도에는 수많은 상업용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섰다.
 

비싼 값에 팔리는 제주도 풍력 전기

이렇게 제주도에 풍력발전이 많이 들어선 것은 바람의 질이 좋을 뿐 아니라, 풍력발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매입하는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력매입제도는 지난 2002년 도입된 발전차액지원제도(FIT)에서, 2012년에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로 바뀌었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핵발전이나 석탄화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보다 신재생에너지 전기가 비싸기 때문에, 경제성을 확보해 주기 위해서 기본 이익이 포함된 기준가격을 정한 뒤, 시장가격(한전매입가격)과의 차액을 정부가 일정 기간 동안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풍력 전기의 기준가격은 2002년 107.7원/kWh로 산정되었다.(2006년에는 107.3원/kWh로 재산정)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는 이와는 달리 전력판매량에 계통한계가격(SMP,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제외하고 동시간대에 가동되는 가장 비싼 발전기의 전기생산가격)을 곱한 금액에 더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거래가격 가중치를 곱해서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그런데 2010년부터 육지와 제주 간의 계통한계가격이 분리되어 비싼 석유발전소 밖에 없는 제주도 계통한계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었다. 여기에 더해 유가상승에 따라 풍력전기 매입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더 높아졌다. 
 
기존 발전차액지원제도에서 사업자의 적정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풍력전기 1kWh에 약 107.3원의 고정가격으로 매입해줬다는 것과 비교해볼 때, 계통한계가격은 2009년 105원/kWh에서 시작해 2010년부터는 급격히 증가했다. kWh당 가격이 대략 2010년 153원(육지 117원), 2011년 211원(육지 126원), 2012년 246원(육지 160원), 2013년 213원(육지 153원), 2014년 195원(육지 128원)으로 나타났다. 즉, 제주도에서 생산한 풍력전기의 매입가격은 적정이윤을 보장하는 가격보다 무려 2배 정도 높은 수준이 지난 5년간 지속되었던 것이며, 이는 육지보다 130~167퍼센트 더 높은 가격이었다. 
 

대기업에 의한 초과이윤의 유출

국내 최초의 상업용 풍력발전단지인 행원단지에서 전력을 판매한 1998년부터 2014년 말까지 17년 동안 제주도 전체 풍력발전단지의 누적 매출액은 약 2549억 원에 이른다. 특히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초과이윤이 발생하였고, 그 규모는 전체 누적매출액의 40퍼센트 정도인 약 1008억 원에 달한다. 이중 지방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를 제외한 한신에너지(삼달), 한국남부발전(한경, 성산), GS E&R(구 STX, 월령), SK D&D(가시)  등 도외기업의 몫은 초과이윤의 80퍼센트인 약 815억 원이다.
 
제주지역 풍력전기 판매수입현황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전체 풍력전기 판매수입(총누적매출액)의 약 77.6퍼센트인 1980억 원에 달하는 수입은 도외 대기업이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풍력자원을 개발하여 얻은 막대한 규모의 이익이 타지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에는 도내 풍력발전단지 중 도외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발전설비용량 기준 약 70퍼센트), 상대적으로 제주에너지공사가 운영하는 풍력발전기가 도외기업들 보다 노후해 이용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둘째, 도외기업들이 운영하는 풍력발전단지 누적매출액이 불과 5~6년 만에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했거나,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배경에는 제주도의 지역적 특수성이 큰 기여를 했다. 먼저 2000년대 말 이후 유가 인상이 급격하게 진행됨에 따라 동시에  전력매입가격(SMP)이 동반 상승한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2011년 9월 정전 사태 이후,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여름겨울철에는 육지로부터 전력을 공급해주는 해저송전선로가 최소한의 운전용량으로만 가동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싼 제주도 내 자체 석유발전기 가동이 증가했고, 첨두부하(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시기에 수요를 맞추기 위해 추가적으로생산되는 전력)를 담당하는 가장 비싼 발전기의 가동률도 증가했기 때문에 제주지역 계통한계가격이 육지보다 매우 높게 형성되었다.
 

자연력의 개발이익 환수해야

이렇게 외지대기업 풍력발전단지들이 제주도의 우수한 바람과 육지보다 비싼 전력매입가격 등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면, 수익의 일부는 그 원천인 지역으로 환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재 신규 풍력발전지구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7퍼센트를 제주도에 기부하도록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약정하고 있으나, 이미 투자비용을 회수한 한신에너지 등 기존의 발전사업자에 대해서는 이러한 환원장치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들은 엄청난 이익의 바탕이 되는 제주도의 바람에 대해 어떠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미 2012년 총선 당시 제주환경운동연합이 각 후보자들에게 제안하였고, 당선자들이 모두 수락한 ‘풍력자원 개발대금 부과 및 신재생에너지관리특별회계 설치에 대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2012년 9월 김우남 의원에 의해 발의되었다. 그러나 풍력단지의 신속한 개발을 통한 이익만을 누리려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계의 반대로 인해 아직도 국회 계류 중에 있다. 
 
따라서 정부(산업통상자원부)는 지역의 자연자원 개발이익을 지역으로 환수하려는 제주도민들의 정당한 시도를 훼방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제주출신 국회의원들은 도민들 앞에 한 총선 당시의 약속을 지켜서 지금이라도 해당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에 나서야 한다. 
 

공동체자원으로서 자연에너지 자원의 활용

바람은 ‘자연이라는 무상의 선물’로서 사회 전체가 그에 따른 이익을 향유해야 할 공동자원이다. 따라서 풍력발전사업자가 부당하게 독점하고 있는 자연력의 기여도에 따라 발생한 초과이윤을 차액지대로서 환수해야할 필요가 있다. 토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연력에 대해서 토지의 소유와 분리시킨 후, 그것을 새롭게 사회 전체의 공유자원으로 만들어, 자본가에 의한 자연력 수탈을 막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발전사업자가 얻는 초과이윤은 국민들의 소득에서 전기요금으로 과잉지출되고 있는 것이므로, 전 국민적인 연대를 통해 자연력을 공유화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자연력의 개발 이익을 적정 지대로서 환수하여 자연에너지 활성화에 재투자하고, 나머지는 자연의 무료 선물이라 생각해 전기요금을 인하하면, 지역주민과 전 국민이 함께 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연에너지를 공동체자원(꼬뮌재)로 활용하는 것이 될 것이다. 즉, 자본가를 제외하고 자연이라는 무료 선물은 우리 모두가 향유해야 한다.
 
제도 개선을 통해 초과이윤 회수가 가능하다면 민간자본의 풍력발전사업 진출도 추진되지 않을 것이므로 자연스레 공기업에 의한 독점적 허가 및 운영으로 귀결될 것이다. 향후 이런 방향으로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이 전개된다면, 자본의 자연 포섭과 수탈을 비판하고, 자연과 사회의 관계를 비자본주의적으로 변혁시켜 생태사회로 전환하는데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
 
덧붙이는 말

* 더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논문(〈자연의 수탈과 풍력발전: 제주도 바람의 사유화, 상품화, 자본화〉, 《ECO》 2015년 상반기호)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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