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특집
  • 2015/08 제7호

근로기준법 무풍지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실태

  • 이규철 노동자의 미래 조직위원장
 
서울남부 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노동자의 미래’는 지난 봄 서울디지털산업단지(서울 구로동과 가산동에 걸쳐 있는 산업단지로 ‘구로디지털단지’라고도 불린다)에서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2011년과 2013년에 이은 세 번째 조사였다.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외양은 첨단화를 걷고 있지만 노동조건은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최저임금 위반 - 야바위

사업주들이 최저임금을 어떻게 위반하는지 보자. 10인 미만 사업장에선 대놓고 위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세사업장들은 대부분 시급제가 아니라 일당제로 임금을 준다. 일당에 일한 날수를 곱해 월급을 주는 것이다. 이 경우 8시간 근무기준으로는 최저임금이 넘지만 연장근무시 이를 반영하지 않아 최저임금을 위반하게 된다. 특히 봉제사업장에서 이런 케이스가 두드러졌다.

단기알바에게 수습기간을 적용하거나, 주휴수당(근로기준법에는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이 보장되어 있다. 그렇게 해서 발생하는 수당을 통상적으로 주휴수당, 주차수당이라 부른다)을 주지 않는 사례들도 있었다. 수습기간에 최장 3개월까지 최저임금의 90퍼센트만 적용할 수 있음을 악용하는 경우다. 한진택배 등 택배사들이 물량이 급격하게 느는 명절에 열흘 이내 초단기알바를 고용해놓곤 ‘수습’이라며 최저임금 미만을 지급했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작성하더라도 수습기간을 적지 않기도 했다. 모두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이런 꼼수를 없애려면 수습기간 제외규정 자체를 없애는 게 맞다.

알바로 고용했다며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일한 시간대로만 시급 계산해주면 된다’는 통념이 잘못된 것임을 노동자가 모르는 경우, 사업주가 알면서도 고의로 지급하지 않는 일이 많았다.

포괄임금제 사업장에서 과도한 연장근로로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월~금 3시간씩 연장근로하고 토요일에 5시간 근무할 경우, 최저임금 기준 월급은 172만 7010원이고 연봉은 2072만 4120원이 되어야 한다. 월급을 170만원만 준다거나 연봉을 2천만원으로 계약할 경우 명백히 최저임금 위반이다. 문제는 월급계산 방식을 몰라 본인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아도 노동시간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회사는 출근부를 조작하고, 발뺌하는 식이다. 심지어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연장근무를 한 것이라고 우기며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통계에서 알 수 있듯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이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6.3퍼센트)을 쫓아가지 못하면서, 실질임금의 하향평준화는 물론 최저임금에도 따라잡히고 있다. 특히 연봉제 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이 자신과는 관계 없다고 생각하다가 뒤통수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은 내년이 되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당 삭감 등을 통한 최저임금 맞추기도 연례행사가 되었다. 결국 최저임금에 직접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점점 확대될 수밖에 없다.
 

임금 체불 - 배째라와 협박

임금 체불은 중소사업장에서 업종구분 없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처벌이 미약하고, 노동자 보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①우선 폐업, 부도, 법인 변경, 돈 빼돌리기 등 ‘배째라 스타일’이 있다. 몇 달씩 임금을 체불해놓곤 회사가 망했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사업주와 연락이 안 되기도 하고, 연락이 돼도 ‘배째라’로 나온다. 체불임금을 받을 땐 보통 체불금품확인원을 수령하고 가압류 신청을 하는데, 이렇게 해도 못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②임금지급일을 지연하거나 상습체불하기도 한다. 5월 월급을 6월 말에 지급하는 사례도 있었다. 상습체불은 노동부에 진정을 넣거나 시정요구를 할 순 있지만 당사자가 재직 중인 경우가 많아 진정을 넣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관계당국도 무관심하여 조사에 소홀하다.

③‘같이 고생하자’고 인정에 호소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10인 미만 IT업종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사장은 본인 몫을 이미 챙겨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동자들은 회사의 전망을 보며 고민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당할 수밖에 없다.

④심지어 임금을 체불해 놓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협박하기도 한다. 이 역시 소규모 IT사업장에서 빈번한데, 보통 마지막 달 임금을 체불한 상태에서 퇴직금과 체불임금을 달라고 하면 “니가 그만둬서 생긴 손해가 얼만데!”라며 마치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할 것처럼 협박하는 식이다. 실제로는 손배 까지 갈 이유가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협박에 불과하지만, 노동자 개인이 두렵고 귀찮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임금 체불은 상담사례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빈도를 보인다. 노동부에 진정을 넣어도 사업주가 버티면 못 받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체불임금이 확인돼 가압류 소송을 걸어도(가압류까지는 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로 처리해준다) 지급하지 않고 버티거나, 다른 지역으로 튀면 받기가 어렵다. 사업주가 수배를 당해도 수사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임금체불은 범죄라는 인식이 없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과 ‘무조건 쇠고랑’만이 답이다.
 
 

무료노동 - 티끌 모아 태산

무료노동 꼼수는 다양하다. 아침에는 조회, 체조, 청소, 교육, 회의 등을 실시한다. 이를 무시하고 정시출근을 하면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어길 수가 없다. ‘일주일에 한번은 아침조회니까 30분 일찍 나와라’, ‘직원 대상 교육을 일하는 시간에 할 수는 없지 않냐’며 압박한다.

점심시간에 업무를 강요하는 것도 무료노동이다. 기계는 계속 돌아가니 점심 때도 기계를 체크해야 하고, 밥 먹자마자 전달 회의나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퇴근시간에도 다르지 않다. 라인은 정시에 끊고는 청소를 하지 않으면 벌점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다. 청소도 근무에 포함되지만 노동시간으로 계산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퇴근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퇴근 후에 회의나 교육을 잡거나, 주말을 낀 워크숍을 잡는 것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그깟 30분’이라 주장하며 그 중요성을 애써 깎아내리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깟 30분’이 한 달 모이면 9만 2070원(최저임금 기준)이고 1년이면 110만 원이다. 2013년 노동자의 미래는 이를 바꾸기 위해 ‘무료노동 이제그만’ 캠페인을 전개했었다. 당시 여러 사업장에서 무료노동이 일시 중단되었었지만 몇 달 후 예전처럼 돌아가는 요요현상이 있었다. 이는 현장 안에서의 행동 없이 외부의 압박만으로 무료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연차휴가·수당 미지급 - 사기 백태

사용자들이 의도적으로 자행하는 가장 대표적인 근로기준법 위반이 바로 연차휴가 문제다. 매우 다양한 케이스가 있다. 미리 알아보고, 당하지 말자!

①먼저 ‘우리 회사는 연차휴가 없다’고 선언하는 경우다. 법이고 나발이고 필요없다는 식인데, 연차휴가·수당 자체를 지급하지 않는다. 안하무인으로 노동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는다. 

②연차휴가를 강제 소진시키는 경우도 아주 많다. 물량이 없을 때 출근하지 말라면서 강제로 연차를 소진시키거나, 일이 있어도 연차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연차휴가를 몰아서 쓰도록 강제한다. 휴업수당 70퍼센트도 안주고 연차수당도 안 줄 수 있기에 많은 회사들이 쓰고 있는 꼼수다. 노조가 없는 노동자 입장에선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③연차휴가를 공휴일로 대체하기도 한다. 현행법상 노동절을 제외한 공휴일이 유급휴일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해 모든 ‘빨간날’을 연차휴가로 대체해버리는 것이다. 일이 많을 때는 ‘빨간날’에도 일시키고 특근수당도 주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입사와 동시에 연차휴가가 마이너스가 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다.
[그래프]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자 연차휴가 사용비율

④연차휴가 소진제도를 악용하기도 한다.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소진제도를 회사가 제대로 쓰려면 2단계에 걸친 절차를 지켜야 하고 연차휴가 강제소진 등을 해야 연차수당 지급의무가 면제된다. 그런데 이를 형식적으로만 이행하면. 실제 공지는 연차휴가 쓰라고 해놓고, 막상 신청하면 현장관리자선에서 막아버려 연차휴가를 쓰지도 못한 채 수당도 못 받는 경우가 생긴다. 

⑤연차휴가 수를 자의적으로 삭감하거나, 연차수당을 월급으로 지급하는 꼼수도 있다. 노동자들이 연차휴가 제도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점을 악용해 온갖 말도 안 되는 규정으로 연차휴가·수당을 안 주는 것이다. 입사 1년 뒤 연차를 7개로 시작해 1년에 1개씩 늘리는 방식(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입사 1년 뒤에 15개의 연차가 생기고 2년에 1개씩 늘어난다), 연차수당을 월급명세서에 끼워놓고 이미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방식, 2년이 안 되면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공단에는 단기근속자 비중이 높다보니 2년이 안된 노동자에게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연차휴가나 수당은 회사가 떼먹는 대표적인 수당 중 하나지만, 동시에 공휴일·휴업 등의 문제와 맞물려 가장 받아내기 어려운 수당이기도 하다. ‘노동자의 미래’가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긴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차를 떼먹는 사장들과 노동부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해결이 어렵다. 공휴일 및 휴업을 연차로 대체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국 노동자 수치는 <2015.3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참고했음 
 

권고사직 - 말려 죽이기

한편 해고 대신 권고사직으로 노동자를 자르는 만행도 비일비재하다. 부서를 없애거나 복수의 노동자를 해고할 때조차 구두통보 후 사직서를 받는다. 문서로 해고를 통보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해고’라는 말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드물다.

이때 노동자가 권고사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힌다. 배치전환, 따돌림, 원거리 발령, 대기발령, 손배청구 협박 등 온갖 비열한 방식이 동원된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게 회사가 제시하는 유일한 ‘보상’이다. 심지어 이직확인서(회사에서 고용보험센터로 보내는 서류)에 ‘자진퇴사’라고 써서 실업급여를 못 받게 하는 일도 자행한다. 그나마 해고 예고수당의 의미로 한 달치 급여를 주는 곳도 가끔 있지만,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이미 해고는 매우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5년 미만의 장기근속자 비중이 80퍼센트에 육박한다. 문제는 개인의 힘으론 권고사직에 맞서 싸우는 게 매우 어려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싸우면 대부분 이길 수 있지만, 해고의 부당함을 법으로 다투는 단계까지 가지도 못하고 싸움 자체를 포기한다. 
 

노동조합 - 뭉치기

공단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90퍼센트 이상의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근로기준법은 ‘시작점’이자 ‘최저점’이다. 근기법마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현실이 바닥을 지나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불법의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회사생활이 어려울까봐 아무 말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그 상황을 즐기고 있다. 집단으로 뭉쳐서 목청을 높이지 않는 이상 누구도 사용자의 권력 앞에 맞서지 못할 거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노동자들은 누가 신고해서 회사가 근기법을 지키기를, 외부에서, 민주노총이 그들을 위해 싸워주기를 원하지만 현장의 움직임이 없다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답은 하나다. 노동자는 쪽수다. 단사든, 지역이든, 업종이든 우선 가리지 말고 뭉쳐야 한다. 떼거리로 뭉쳐야 한번 싸워볼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수단과 방법을 다해 뭉치자. 전국에서 단결의 씨앗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동지들, 노동자들이 우리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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